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104)
104 놀랄 노
혁신산단에 잔치가 열렸다. 우리 회사와 안성파워에 이어 세 번째로 진출한 금성전기. 금성전기 공장 기공식이 열렸다.
작년 연말부터 변압기 회사 말고도 다른 회사들도 공장 착공에 들어가면서 혁신산단이 연일 공사판이다.
딱 1년 전에 내가 이 추운 날에 부들부들 떨면서 삽으로 흙을 펐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만 해도 허허벌판 사막이었는데, 상전이 벽해 하고 있는 중이네.
“사장님! 가까워서 그런지 일찍도 오셨네요.”
한껏 치장한 박준희 사장이 환한 웃음으로 반긴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지만, 이 수박은 치장만으로도 무등산 수박이다. 옷은 날개고, 화장은 포토숍이구나. 팔색조 같은 얼굴이 경이로울 정도다.
“경쟁자로 오신 것 축하드립니다. 하하.”
“감사해요. 덤덤하게 있으려고 했는데, 막상 이 순간되니까 되게 떨리네요.”
“당연히 떨리셔야죠. 이게 얼마짜리 공산데요.”
공장 부지가 2천 평밖에 되지 않지만, 연 매출 3백억인 회사가 60억 원을 쏟아붓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다. 나 혼자 먹었던 우선배정 20퍼센트 빼 가는 만큼 돈 많이 벌고 번창하시길.
“식사까지 맛있게 하고 가세요. 그리고 이따 아시죠?”
“그럼요!”
금성전기 공장 기공식에 맞춰 변압기혁신조합 첫 신년회도 열린다.
바쁜데 날 따로 잡지 말고 기공식에 맞춰서 모이자는 이사장 강호창 사장의 투정 덕분이었다. 딸자식 같은 박준희 사장을 축하해 주려는 배려도 있었겠지.
그 덕분에 공장 부지로 고급 세단이 무수히 나타났다. 변압기혁신조합 모든 사장들이 총출동했으니, 킨텍스 모터쇼가 부럽지 않다.
혁신산단이 지원하는 공식 행사가 아니기에 고관대작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 바닥에서 힘 좀 쓰는 사람들도 꽤 몰려왔다. 금성전기의 덩치와 박 사장의 영향력을 알 만하다.
차가운 손이 뜨거워질 정도로 악수를 하며 인사를 해 댔다. 나도 이 바닥에서 꽤 유명해진지라 먼저 와서 손을 내민 사람도 많았다.
1년 전과 완전히 달라진 위상에 어깨가 만개해 버렸다. 내년엔 더 달라질 것이야.
“과장님! 정말 반갑습니다.”
혁신산단 이정용 과장이 눈에 보이자마자 달려가 두 손을 꼭 잡았다. 언제 봐도 늘 반가운 사람, 언제 봐도 고마운 사람이다.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기대했던 대로 거물이 되셨습니다. 하하.”
“거물은요. 아직 멀었습니다. 하하. 그나저나 죄송합니다. 언제 식사 대접 제대로 해야지 생각만 하고 실행을 못했네요.”
바쁜 내가 죄인이지. 고마운 사람들에게 제대로 신경도 못 쓰고 말이야. 돈 벌었더니 사람 달라졌다는 소리 들을까 걱정이다.
“생각만 해 주셔도 됩니다. 사장님께서 잘돼서 계속 분양 받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분양 받을 테니까 지원금 많이 받게 해 주세요. 하하.”
“제가 혹시나 해서 사장님 공장 근방 필지들은 빼 놓고 있습니다. 어서 와서 다 분양 받아 가세요.”
“말 나온 김에 아예 날을 잡으시죠. 혹시 유 대리님은 같이 안 오셨나요?”
차가운 인상과 달리 제법 친해졌다고 나 보면 환하게 웃으며 맞아 주는 유아란 대리가 안 보인다. 안부가 궁금하면 사무실 찾아가면 되긴 해도, 이 자리에 안 보이는 것이 약간 아쉽다.
“공식 행사가 아니라 저만 인사차 왔습니다. 제가 그럼 유 대리랑 시간 정해서 말씀드릴게요. 맛있는 것으로 사 주십시오.”
“그럼요. 나주에서 제일 맛있는 걸로 대접하겠습니다.”
기분이 좋다. 이 과장 덕분이다. 1년 만에 위상이 달라진 것도, 무서울 정도로 돈을 벌고 있는 것도 다 저 사람 덕이다. 매년 명절마다 소고기 세트 보내는 것 잊지 말자.
“강 사장님! 아이고, 부사장님!”
의좋은 형제 안성파워 강호창 사장과 대한전력 이춘배 부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들과 인사하려고 눈치를 보고 있는데, 발길을 내 쪽으로 돌린다. 나도 이제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고!
“혁신산단의 터줏대감 지 사장님. 잘 지내셨습니까?”
“하하. 터줏대감이라니요. 그냥 조그마한 구멍가게 사장 아닙니까?”
“이봐. 대한전력 부사장도 결정하는 사람이 무슨 겸손을 그리 떠나. 허허. 동생, 우리 지 사장한테 잘해야 해!”
강 사장이 본의 아니게 내 덕분에 공룡 공기업 부사장으로 올라선 이춘배 부사장 어깨를 두드린다. 정말 세상일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이 작은 하마가 저 사람을 승진시켰다니.
“지 사장. 골프는 언제 배우나? 아니, 같이 필드 나가자고 한 지가 언젠데 말이야.”
“아이고, 죄송합니다. 대한전력 납품 시작하면서부터 정신을 못 차리게 바빴네요. 곧 정신 차리겠습니다.”
“이 사람, 골프는 안 하고 온갖 것을 다 만들어 내더만. SPRD? 그거 아주 아이디어가 좋았어. 역시 지 사장은 보통 인물이 아니야.”
문자님이 보통 분이 아니지. 문자님께도 명절에 소고기 세트 보내 드리고 싶다.
“지 사장님. SPRD 양산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죠?”
“그럼요, 부사장님. 이달 말부터 생산 들어갑니다. 4월부터는 새 공장에서 대량으로 나오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역시 지 사장님이십니다. 혹시 또 신제품은 안 나왔습니까? 하하.”
이제 막 승진한 이 부사장이 벌써부터 사장 욕심이 나는 모양이다. 나도 눈치껏 받아먹으려고 페이스 조절하고 있으니, 느긋하게 기다려 보셔. 잊을 만하면 신기술 들고 나올 테니까.
“지 사장. SPRD 그거 나한테 제일 먼저 공급해 줘야 하네! 가격은 싸게. 하하.”
“사장님께 보낼 것은 특별히 신경 쓰겠습니다.”
기분 좋게 웃고 즐기다 보니 추위도 잊었다. 내빈 소개 때 5번째로 호명이 되니 몸이 더울 지경이다.
권력자들이 의전 서열에 목숨을 건다고 하더니, 이런 맛 때문인가 싶다. 뷔페를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네.
기공식이 끝났다.
변압기혁신조합 회원사 사장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우리 공장을 견학하고 싶단다. 각오 단단히 해야 할 텐데? 놀라다 틀니가 빠질 수 있단 말이오.
예상대로다. 주차장에 차 세워 놓고 나오면서부터 입이 쩍쩍 벌어진다. 막대한 양의 뽕이 유입되면서 어깨가 너무 치솟아 중심 잡기 힘들 정도였다.
“변압기가 어마어마하네요. 한 납기에 몇 대씩이나 받으십니까?”
“이번 달엔 좀 줄어서 3천 대 정도 받았습니다. 9월에는 두 납기 합쳐서 9500대나 받았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와.”
공장 마당에 배치해 둔 변압기만으로 이리 놀라는데, 공장 내부 들어가면 어쩌려는지 걱정이 된다. 구급차라도 대기시켜야 하려나?
역시나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사장들이 아무 말을 못한다. 조립동부터 보여 줬는데, 생전 처음 보는 부싱체결기에 경악한 모양이다. 자동권선기 봤다면 몇몇은 혈압 상승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을 것이다.
“사장님, 저건 뭡니까?”
“저희가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는 기계인데, 부싱을 자동으로 체결해 줍니다. 저거 덕분에 일손을 크게 줄였습니다.”
“부싱을 자동으로 조여 준다구요? 허허. 이거 놀랍습니다.”
사장들 눈치 보는 소리가 요란하다. 저거 팔 수 없냐는 소리 하고 싶은데, 서로 눈치 보느라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것 같다.
저건 대당 1억 원에 팔 건데, 괜찮겠습니까? 너무 비싸다구요? 그럼 사지 마세요. 후훗.
“여기서 조립을 끝내면 검사동으로 넘깁니다. 이제 검사동으로 가실까요?”
“조립도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하는데, 권선은 어떻게 감습니까? 직원들 다 어디 있나 했는데, 거기 있겠군요?”
주인공인 자동권선기를 선보이기에 앞서 연기 톤으로 검사동을 안내했더니, 예상대로 권선 작업 구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말 각오 단단히들 하셔. 직원 하나 없는 모습에 쓰러질지 모른다우.
“이 옆이 권선동인데, 좀 놀라실 수 있습니다. 자, 가시죠.”
놀랄 것이 뭐 있냐고 웅성거리는 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권선동 문을 열었다.
자, 지금부터 확인 들어가겠습니다. 단풍이 나온다는 데 손모가지를 걸었는데 사쿠라가 나와 버려 놀란 표정이 가득이다. 이미 놀란 경험이 있는 강 사장만 빼고 말이다.
“아니, 이게 다 뭡니까? 권선공은 다 어디 있습니까?”
사장들이 합창이라도 한 듯이 한목소리로 권선공을 찾는다.
“우리 회사는 권선을 전부 자동으로 제작합니다. 놀라셨죠? 저 설비가 우리 회사 경쟁력입니다.”
드라마였다면, 자기 뺨 좀 때려 달라고 했을 것이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현실. 그러나 어쩌겠나. 눈앞에서 권선이 자동으로 척척 감겨서 나오는데 말이다.
“세상에…….”
“다 보셨으면 검사동으로 가시죠.”
뚫어져라 본다고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설계 페이지만으로도 베개로 베도 될 정도인데, 유심히 본들 놀라기밖에 더하겠나.
저 제품은 대당 6억 원 되겠습니다. 너무 비싸다고요? 그럼 사지 마세요. 후훗.
“옆 동은 뭐 하는 곳입니까?”
유일하게 정신을 차린 한 사장이 출입 엄금 구역을 궁금해한다.
“저쪽은 설비 제작하는 부서가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설비도 직접 제작을 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대단하십니다.”
견학이라고 왔지만, 못 보여 줄 것 천지다. 설비 제작동도 가 보고 싶다는 눈치를 읽었지만, 애써 모른 척했다.
외함 제작기 풀세트가 있는 외함동도 ‘개조심’ 구역이다. 내 장사 밑천을 함부로 보여 줄 수 없지.
“검사동은 층을 나눈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물량이 워낙 많다 보니까 장소도 비좁고, 무엇보다도 출하가 너무 오래 걸려서 급하게 공사를 했습니다.”
“하긴 몇 천 대 내보내는 것도 일이겠네요.”
검사동도 사장들 놀라기엔 충분하다. 이렇게 시험 설비 많은 곳은 처음 볼 것이다.
설비가 이리 많아도 입회 시험 한 번 하면 하루가 꼬박 걸린다. 대한전력 시험관도 이제 친할 대로 친해져서 밥 사 주면 밥도 먹는다. 그러나 여전히 그 많은 물량 앞에서는 겁을 내더라.
“사장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물량 많다는 얘기만 들었지, 이렇게 직접 보니까 보고도 믿기지가 않네요.”
“저희가 월 6천 대 정도 생산하는데, 월 만 대까지는 캐파를 늘릴 생각입니다. 그렇게 해야 대한전력 물량에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 대요? 허허.”
오늘 이 사람들 놀라기만 하다 가겠네. 기분이 너무 좋다. 1년의 노고가 이런 감탄과 경악을 일으킨다는 사실에 어깨춤이 들썩인다.
“이제 사무실에서 차 한잔씩 하면서 담소 나누시죠. 신년회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으니, 차 대접이라도 하겠습니다.”
회의를 원체 안 해서 잘 쓰지도 않는 회의실이 모처럼 사람으로 북적인다. 자리마다 VIP용 기념품이 올라 있다. 요즘 유행한다는 스마트폰용 키보드.
용량 넉넉한 USB를 할까 했더니, 판촉물도 유행이 있다더라. USB는 너무 흔해서 줘도 홍보 효과가 없다는 말에 블루투스 키보드를 택했다. 개당 15,000원. 그 비싼 걸 오늘 마구 풀었다. 오늘만큼은 경주 최 부자다.
“오늘 지 사장님 공장 보니까 존경스럽습니다. 우선배정 20프로 다 받을 자격이 있네요.”
새 조합 창립에 가장 먼저 찬성 의사를 밝혔다는 일심전기 유원태 사장이 귀가 간지럽게 칭찬을 해 준다.
“유 사장님께서도 곧 공장 세우시니까 올해 입찰에서 우선배정 받으시지 않습니까?”
“하하. 저야 얼마 되지 않잖습니까? 20프로 받았으면 엄두도 못 내고 대부분 반납했을 것 같습니다. 공장 보니까 어설프게 해서는 어림도 없겠다 싶습니다.”
“대한전력 물량 맞추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지금도 죽겠습니다. 하하.”
“우리 조합에 지 사장님 같은 분이 있으니 올해 입찰도 두렵지가 않습니다. 아! 우리 이사장님도 있고 말이죠. 하하하.”
강 사장도 기분 좋은 표정이다. 올해 중전기조합이 또 지랄질에 나선다 한들, 다양한 선택지가 있으니 걱정이 안 된다는 표정 같기도 하다.
“이봐, 유 사장. 무슨 연초부터 그리 낯간지러운 소리를 하나. 하하.”
“이사장님. 올해 입찰도 중전기조합 아주 밟아 버리죠. 저것들은 절대 정신을 차릴 놈들이 아니에요.”
“차 마시자고 해 놓고 벌써부터 신년회를 열고 있으면 어쩌나? 이따 제대로 얘기해 보자고.”
변압기혁신조합의 신년회. 올해 농사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다. 그 중요한 회의에서 나올 결과가 내 의지에 달려 있다.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