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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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서 내가 회사 차린다 121화>121 야무진 사장
벌여 놨던 일이 하나씩 수습되고 있다. SPRD와 코아 생산을 맡을 ODI는 4월부터 새 공장에서 미친 듯이 물량을 뽑아낼 준비를 끝냈다.
매일같이 우리 조합 회원사 직원들이 찾아와 코아 스펙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마다 설계가 다르기 때문에 코아 규격도 가격도 차이가 난다. 기술 미팅을 총괄하는 김신우 이사가 전문가답게 능숙하게 처리를 해냈다.
“만들어야 할 코아가 수십 가지라 좀 번거롭긴 하겠네요?”
“아모피스 있었을 때 그거 때문에 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때야 변압기 설계를 모르니까 그저 요구한 대로 만들었는데, 여기는 다 하니까 그 고생을 할 필요가 없겠더라구요.”
“설마 코아 설계를 바꿔 버린 겁니까?”
“김 부장이 고생 좀 했죠. 규격을 4개 정도로 줄이니까 우리야 일하기 편해서 좋고, 회사들도 코아 가격 싸지니까 좋죠. 일심전기 같은 데는 설계 변경만으로 대당 만 원 정도 낮아졌으니까 고맙단 소리를 연발하더라구요. 하하.”
“일심전기 유 사장한테 한턱 거하게 얻어먹어야겠는데요? 하하.”
우리 조합 회원사에게 코아를 공급하면 월 40억 매출이 나온다. 대한전력 발주 물량에 따라 요동치겠지만, 연간 500억 매출은 거뜬하다. 코아 원단 가격이 워낙 높아서 마진이 15퍼센트밖에 나오지 않지만, 일 년에 80억씩 떨어지는 꿀장사이다. 눈누난나로구나.
유재준 이사가 코아 제작기를 만들어 낸 것이 이렇게 꿀이 되어 돌아온다. 나는 꿀 빨고, 조합 회원사는 기존보다 싸게 공급받아서 좋고. 얼씨구나. 아직 세상에 공개하지 않은 공장장의 각진코아 기술이 적용되면 꿀바다가 될 것이다.
“이사님. 아몰퍼스코아 제작도 잘 진행되고 있죠?”
“시제품이 아주 잘 나왔으니까, 새 공장에서 본격적으로 만들어야죠. 공장 완공될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하. 그리고 이건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인데, 이사님은 이제 ODI 소속이니까 보고는 항상 황 사장님께 먼저. 아시죠?”
“그럼요. 저도 직장 생활이 몇 년인데요. 하하.”
그래, 걱정할 일만 걱정하자. 일반코아와 아몰퍼스코아 다 잘나가고 있어서 걱정할 것이 없다. 없는 걱정 만들어서 하지는 말자.
이렇게까지 일이 잘 풀릴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지만, 이젠 받아들여야지. 문자님의 가호, 직원들의 능력이 아주 죽이 잘 맞아떨어지는 결과라고 생각하자.
코아가 매출을 키워 주는 성장 호르몬이라면, SPRD는 아주 높은 마진으로 불로초 같은 역할을 한다. 하나 팔 때마다 절반 가까이 남아 버리니 이 얼마나 짭짤한 장사인가!
대한전력이 3월 납품분부터 SPRD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고 고시하였기에, 여기저기서 SPRD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SPRD를 제작하는 회사가 우리밖에 없으니, 모든 변압기 업체가 물건 빨리 보내 달라고 아우성이다.
역시나 중전기조합이 볼멘소리를 낸다. 변압기혁신조합보다 비싸다고 죽는소리다. 개당 28,000원에 공급하기로 했으면 고마워할 줄 알아야지 말이야. 그쪽 사장들 몇 명이 전화까지 걸어 왔지만, 모른 척했다.
황미연 사장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물어봤더니, 아주 얄짤없더라.
“황 사장님. 중전기조합 회원사에서 전화 안 옵니까?”
“왜 안 오겠어요? 무려 3천 원이나 비싸다고 난리죠. 어떤 사장은 2만8천 원 그대로 할 테니까 백마진 좀 챙겨 달라고 하더라니까요. 미쳤어 진짜.”
“돈에 환장한 사장들이에요. 그 조합 사장들은 어쩜 하나같이 그러는지 원.”
“우리 조합 아니면 가격 낮춰 줄 생각 없으니까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그렇다고 가만있을 중전기조합이 아닐 것이다. 대한전력이 SPRD 부착하라고 변압기 구매 단가를 3만 원씩 올려 줬으니 전혀 손해 볼 일이 아니지만, 개당 3천 원 비싼 가격이 아까워 죽겠지.
“사장님, 저 중전기조합 박희태 상무입니다.”
“네, 안녕하십니까.”
중전기조합에서 기어코 전화까지 걸어 오며 아쉬운 소리를 한다.
박희태 저 자식, 작년에 우선배정 물량 양보하라면서 거만에 가득한 목소리로 지랄하던 모습은 다 어딜 갔나? 간신배 같으니라고.
“사장님,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꽃 피는 3월에서야 새해 복 많이 받으라니. 하나 마나한 소리를 하고 있네. 평소에 아주 약간이라도 잘했다면 너도 복 받으라고 했겠지만, 덕담조차 아깝다.
“무슨 일이십니까?”
“프라임일렉트릭에서 개발한 SPRD를 두고 우리 조합 회원사들 사이에서 말이 좀 많아서, 부탁을 드릴까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무슨 부탁 말씀입니까? 그리고 SPRD는 우리 회사가 아니라 ODI라는 자회사에서 생산, 판매합니다. 그건 알고 계시죠?”
“사장님께서 세운 회사니까, 사장님께서 운영하시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하하.”
기름기 넘실대는 목소리를 들으니까 밥맛이 뚝 떨어진다. 듣고 싶지 않다. 난 곧 점심을 먹으러 가야 하니까.
“ODI 문제를 왜 저한테 얘기하십니까? SPRD 관련한 사항은 ODI에 물어보세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월급쟁이가 무슨 잘못이 있겠냐마는, 신생 업체 앞에서 거들먹거리며 혓바닥에 기름칠하던 저놈의 태도는 여전히 기분 나쁘다. 너도 사회의 쓴 맛을 좀 봐야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무실에서 황미연 사장의 단호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박희태 저 자식 어설프게 덤벼들었다가 호되게 당하는 모양이다. 사장이 여자라고 해서 무시 좀 했겠지. 여자나 약자면 우선 깔보고 시작하는 꼰대 근성. 답이 없다.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사장님, 좀 전에 중전기조합에서 전화 왔길래, 그거 말씀드리려고요.”
황 사장이 차분한 표정으로 사장 방에 들어왔다. 무서운 사람이다. 높은 데시벨의 소리를 질러 놓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라니!
“안 그러셔도 되는데…… 궁금하긴 하네요. 하하. 앉으세요.”
ODI 일은 황 사장에게 일임했으니, 내가 굳이 보고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그래도 황 사장이 중전기조합 살짝 밟아 준 얘기 보따리를 풀어낼 기대감에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박희철 상무란 사람한테 연락이 왔어요. 변압기혁신조합 회원사에는 2만5천 원에 공급하는데, 왜 자기 조합에는 2만8천 원이냐고 따지더라고요.”
“기분 나쁘셨죠? 원래 그런지 모르겠지만, 제 기억엔 예의가 없던 사람이었죠.”
“예의는 차린 것 같은데 톤이 되게 거만하더라고요. 그래서 대한전력에서 3만 원 단가 인상해 줬으니 충분하지 않냐고 했더니, 형평성을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구요.”
“저들 이익일 때는 조용히 있고, 손해라고 생각하면 온갖 소리를 다 하죠. 우리 조합 없었으면 그런 놈들하고 한배를 탈 뻔했습니다. 그래서요?”
“좀 어이가 없더라구요. 3만 원 이상이면 모를까, 조립비 감안해서 2만8천 원에 해 줬으면 좋은 것 아니냐, 가격이 맘에 들지 않으면 안 사면 되지 않냐고 좋게 에둘러 얘기했더니,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않냐고 하데요? 사장님도 아시죠? 기분 나쁘게 은근히 신경 건드리는 톤.”
안 들어도 뻔하다. 나름 사장이라고 예의 차렸겠지만, 무시와 깔보는 톤이 한가득한 말투였을 것이다.
세제 혜택 때문에 여성이 사업자 대표가 되는 경우가 많긴 한데, 여전히 사장은 남자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확고한 바닥이다. 명목만 사장이라고 우습게 봤을 것이다. 우리 황 사장은 진짜 사장이란 말이다!
“하하. 그 사람 여전하네요. 우리 황 사장님한테 그렇게 했다가 크게 데였을 것 같은데요?”
“호호. 뭐 살살 했어요. 따박따박 따졌더니 또 막 뭐라 그래요.”
“뭐라고 그러던가요?”
“변압기혁신조합에는 싸게 공급하면서 자기들한테만 비싸게 공급하는 것이 문제라고 그래요. 그러면서 변압기 사장들이 한두 해 사업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하면 말 나온다고 그러데요? 조언해 주는 거래요. 나 참. 언제 봤다고 조언이래.”
“또 협박질했네요. 사업을 그렇게 하면 되니 안 되니 그러진 않던가요?”
“네네. 맞아요. 대놓고 얘기 안 했는데, 제가 뭐 바보도 아니고 들으면 딱 느껴지잖아요?”
황 사장이 통화 상황이 떠올랐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톤만 높아졌을 뿐이지, 흥분하지 않는 저 차분함. 무시무시한 전사답다.
“너네한테 비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합 회원사에게 원가에 공급하는 것이다. 같은 조합 회원사끼리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잘못된 것이냐? 조합 회원사들도 대신에 현금 결제해 주기로 했고, 향후에 코아도 구매하기로 했다고 질렀더니, 쩝쩝 소리만 내데요? 아휴, 소름 돋아.”
“우리 조합 회원사들이 현금 결제하기로 했습니까?”
“몇몇 회사가 고맙다면서 그렇게 해 주기로 했죠. 뭐 그 정도 허풍은 애교 아니에요? 하하.”
“황 사장님도 사업가 다 되셨습니다. 하하. 그래서요?”
“너네도 그렇게 하면 생각해 보겠다고 했더니, 그러지 말고 성의를 봐서라도 단가를 좀 낮춰 달라고 사정을 하데요? 아니, 뭐 받은 것도 없이 덜컥 가격 낮춰 주는 회사가 어디 있어요?”
그런 사장들만 모인 조합이라 그런지 박희태 그놈도 머릿속에 협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모양이다. 협상을 하겠다는 것인지 기부를 강요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저는 그럴 생각 없다고 딱 잘라 버렸어요.”
“잘하셨습니다.”
“대한전력 공급가보다 싸게 판매하는 것이 맘에 안 들면 사지 말라고 했어요. 우리 특허 피해서 만들어 쓰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했죠.”
“푸하하. 만든다고 했다가 특허 건드리면 볼만하겠습니다?”
“가만 안 둬야죠. 그 상무한테 행여나 특허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가만 안 있겠다고 하니까, 아무 소리 못하데요?”
문자님이 주신 설계는 SPRD에서 압력에 찢어지는 피막이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다. 혹시나 해서 다른 재질로 시험을 했고, 그중에서 성공한 재질 세 가지를 추가로 특허를 걸었다. 우리 특허 피해서 제품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다른 회사에서 SPRD 개발했다는 소식 들리면 바로 제품 입수해서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소송 비용 얼마가 들더라도 본사에서 다 지원해 줄 테니까 박살을 내 주세요.”
“호호호. 걱정 마세요.”
찍소리 못하고 고꾸라진 박희철 그 자식 모습을 못 본 것이 아쉽다. 날개도 없고 이빨도 빠진 중전기조합 놈들. 한 달에 고작 백만 원 정도 차이 나는 것에 조합 차원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니, 올해 입찰도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 정도 옹졸한 배포 가지고 입찰에서 십 프로 이상씩 단가 떨어트린다? 밟은 지렁이가 꿈틀거리는 모습 보는 것이 더 쉽겠지.
“참. 혹시나 중전기조합 이사장한테서도 전화 올 수 있어요. 지금처럼 당당하게 대응해 주세요.”
“이사장 할아비가 와도 안 무섭습니다. 요구하는 것이 있으면 대가 치를 생각을 해야지, 뭐 다짜고짜 가격 깎아 달라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보아하니 ODI도 탄탄대로를 걷게 생겼다. 우리 특허를 피해 새 제품을 개발한 회사가 없으니 당분간은 독점으로 뽑아먹을 수 있는데, 거기에 야무진 사장까지 있으니 말이다.
SPRD 판매로 이번 달만 매출 5억 원은 거뜬히 찍는다. 관수 납품 업체에만 판매한 결과가 그렇다. 다음 달부터 대한전력 대량 납품 들어가면 또 돈벼락 맞게 생겼네. 얼씨구나, 좋다!
“황 사장님. 대한전력 납품은 차질 없죠?”
“네, 그럼요. 1차 납품분 70프로까지 만들어 놨는데, 변압기 회사에 물건 대주느라 계획보다 조금 늦어지긴 했어요. 그래도 4월 둘째 주부터 새 공장에서 생산 시작하니까 충분합니다.”
“일반코아랑 아몰퍼스코아도 쭉쭉 뽑아낼 수 있죠?”
“김 이사님이 아몰퍼스코아 아주 잘 나왔다고 엄청 기뻐하더라구요. 유 이사님이 공장 완공 때까지 추가 설비 맞춰 주기로 했으니까, 공장 완공되면 양껏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근데 영업은 제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죠?”
생산을 마무리했으니 영업을 걱정하는 철두철미함. 아주 좋다. 의자가 뒤로 자빠질 만큼 누워 앉아서 돈 들어올 일만 기다리면 되겠다.
“한 부장 잘할 겁니다. 그리고 코아야 이미 조합 회원사들이라 얘기 다 끝났으니까, 회사별로 스펙 관리만 잘하면 됩니다. 그거야 김신우 이사님이랑 이상철 이사님이 알아서 잘할 테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네, 자알 알겠습니다. 저기, 사장님!”
“네, 말씀하세요.”
“저한테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해 볼게요.”
“아휴. 알았어요, 알았어. 점심이나 하러 가시죠.”
괜히 민망하네. 칭찬은 언제 들어도 좋지만, 가족에게 듣는 칭찬은 참 민망하고 부끄럽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