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152)
152 준비 완료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출근하기 무섭게 공장장을 위시한 중역들이 사장실로 쳐들어왔다. 궁금하겠지.
“사장님, 잘 다녀왔어? 아니, 뭐 어떻게 됐는지 연락이라도 해 주지, 궁금해 죽을 뻔했잖아.”
김희철 사장이 시동을 걸었다. 성질 급한 사람들하고 일하려니 깜짝쇼 몇 번 하다간 멍석말이라도 당할 기세다.
“한 부장이 대충 얘기해 주던데, 계약까지 하고 왔다며? 우리 사장님이 중국 출장 간다고 할 때부터 기대가 되더니, 역시 대단해. 그래, 한 달에 몇 대씩 만들면 되나?”
“하하. 공장장님도 맘이 급하신 모양입니다. 출장 가 있는 동안 회사에 별일 없었죠?”
수출 계약을 따냈으니,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지시해 주기만을 바라며 아침부터 이글거리는 눈빛을 선사하는 이들에게 쿠션을 먹였다. 천천히 갑시다.
“별일 있었으면 바로 전화를 했겠지. 무소식이 희소식 아닌가? 아무 일 없었으니까, 어서 수출 얘기나 하게.”
“자, 그럼 회의를 해 볼까요?”
확정된 것은 연말까지 2개 업체에 부지런히 변압기 납품하면 되는 것이다.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에 연간 계약으로 이어진다.
“일단은 올해까지는 현지 업체에서 요청하는 물량을 우리와 금성전기가 나눠서 납품하면 됩니다. 납기가 40일인데, 넉넉하게 보름 정도는 빼야 하니까 관수랑 똑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관수처럼 몇 대가 나올지는 모르는 것이네?”
“네, 맞습니다. 공장장님. 내년엔 연간 계약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올해만 고생하면 내년부터는 수월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수출 시작으로 매출이 얼마나 높아질지 얘기 안 하고 뜸 들이고 있는데, 물어보는 사람이 없네.
시나리오대로면 누군가 올해 매출 계획 수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어봐야 한다. 그러면 난 덤덤한 척 올해에만 400억 원 정도 추가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직원들은 연말에 받은 성과급 생각에 잇몸이 만개한 채로 사장님 만세를 외처야 하는데…….
“예상하건대 월 4천에서 5천 정도, 금액으로는 40억 원 정도 될 거예요. 다음 달에 또 다른 업체와 계약 진행하러 가니까 거기와도 성사되면, 올해 남은 반년 동안 400억 원가량 매출 증가가 기대됩니다.”
“하하. 우리 이러다가 중견기업 되는 것 아닌가? 직원들한테 성과급 기대하라고 하면서 좀 빡세게 굴려야겠구만. 하하.”
역시 내 맘을 알아주는 사람은 공장장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은 왜 이리 애써 무덤덤한 척하는 것이야! 속으로 이번엔 얼마 받으려나 기대하고 있으면서. 후훗.
“중견기업 되면 변압기 못 만들지 않습니까? 사업 부서별로 계속 분사시켜야죠. 다른 분들 사장 돼도 공장장님은 영원히 공장장이니까 맘 비워 두세요. 하하.”
“하하. 내가 현장에 묫자리 하나 만들어 놨으니까 마음껏 부려 먹게. 그나저나 수출 품목은 뭐 뭐 하기로 했나?”
흥분한 공장장이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진다. 궁금한 것투성이인 사람이 체면 차린다고 아닌 척하다 말문이 트였으니 쉽사리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답답했을꼬.
“주상은 일반 코아랑 아몰퍼스 두 가지인데, 아몰퍼스가 제일 많이 나갈 겁니다.”
“민수는?”
“민수야 똑같이 요구하는 대로 설계 뽑아서 만들면 됩니다. 현지 업체 한 곳에서는 3천 키로짜리 수요도 꽤 있다고 하더라고요.”
“3천? 어휴야. 근데 그게 컨테이너에 들어가나?”
수출은 컨테이너선에 실어 보내는 것만큼 싸고 편한 것이 없다. 컨테이너에 안 들어가는 덩치면 골치가 아프다.
항구까지 운반하는 것도 일이고, 분해했다가 현지에서 다시 조립하는 경우도 있다. 돈도 많이 깨지지. 초고압 변압기를 대기업만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슬림하게 뽑으면 4천까지도 가능합니다. 그 이상은 수출하고 싶어도 못하죠 뭐. 참, 그리고 부싱은 모두 폴리머로 달기로 했습니다.”
“나야 물량 나오는 대로 제때 잘 만들어 주면 되겠네? 그거야 밥 먹고 만날 하는 일이니까 걱정이 안 되는데, 자재를 얼마나 제때 공급해 주느냐가 문제겠구만. 지금도 조합 회원사에 판다고 정신없는데 말이야.”
“맞습니다, 맞습니다. 변압기야 캐파를 넉넉하게 늘렸으니까 당분간은 문제없긴 한데, 빠듯할 수 있으니까 저번에 말씀드린 대로 15,000대 규모로 준비해 주세요. 공장장님은 일단 외함 제작 신경 써 주시고요. 중국 규격 맞추려면 금형 새로 파야 하니까, 시간이 넉넉하진 않습니다.”
“좋아, 좋아. 역시 우리 사장님이 와서 척척 지시를 해 주니까 아주 좋구만.”
결정됐으니 속전속결이지.
공장장이 흐뭇한 표정으로 걱정 말라고 자신한다. 한 달에 1만 대 이상 뽑아내는 생산 능력과 노하우를 갖췄으니 걱정할 것도 없다. 대한전력의 계속된 물량전에 이골이 난 직원들이니 뭐.
“김 사장님은 다음 주에 공장 완공되니까 최대한 빨리 폴리머부싱 시험 생산 끝내고 양산으로 전환해 주세요. 정 안 되면 기존에 쓰던 부싱으로 해도 되는데, 한 푼이라도 더 벌려면 김 사장님 힘이 절실합니다.”
“예썰! 설비는 제작 다 끝났고, 형편 되는 대로 임시로라도 가동해 볼 생각이야. 양산만 차질 없이 진행되면 월 4만 개 생산도 끄떡없습니다요. 윤 상무님이 생산에는 도가 튼 분이라 아무 문제없을 거야.”
김희철 사장이 이끄는 태인산업도 이상 무.
영업에서야 베테랑이어도, 생산은 젬병인 김 사장이지만, 20년간 서당 개 노릇하며 보고 배운 것이 있기에 잘할 것이다. 거기다 백의종군한 윤희웅 상무가 버티고 있으니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다.
“황미연 사장님!”
“네! 말씀 안 하셔도 잘 알고 있습니다. 코아 공급 차질 없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좋습니다. 우리 물량도 중요하고, 조합 회원사에 파는 물량도 중요하니까 두 마리 토끼 다 잡아 주세요.”
“물론이죠. 캐파도 넉넉하고, 직원도 5명 더 충원했습니다. 돈 많이 벌어오겠습니다.”
회의라는 공식 자리를 싫어해서 안 했지만, 이제는 굳이 열 필요도 없겠다. 적어도 우리 회사에서 복지부동이란 말은 없다.
“뭐 다들 알아서 잘하시니 회의하고 말 것도 없네요. 올해 매출 2천억 돌파도 가능합니다. 부지런히 달려 봅시다!”
“우리 사장님께서 아주 큰 성과를 들고 오셨고, 오랜만에 모이기도 했으니까 다 같이 화이팅 한번 하자고.”
공장장의 화이팅 제안. 이왕이면 ‘우리 사장 대단해’를 연발하며 헹가래를 해 주면 좋겠구만.
“하하. 좋습니다. 자, 일은!”
“빡시게!”
“놀 때는!”
“화끈하게!”
“보상은!”
“두둑하게!”
“프라임 일렉트릭!”
“화이팅!”
굴뚝 산업 특유의 냄새가 가득하지만, 다 같이 기를 모으니 없던 힘도 생길 것 같다. 머리 위에 원기옥 에너지가 떠 있는 게 아닌가 모르겠네.
수출 뽕을 맞은 지 일주일이 지나서, 태인산업 나주 공장이 완공됐다. 예정보다 한 달가량 늦어졌다. 옥상에 축구장 짓겠다고 급하게 설계 변경하는 통에 조금 손해를 봤다.
그래도 운이 좋았던지, 처음 공장 설계를 직사각형 한 동으로 크게 뽑은 덕에 설계 변경이 금방 이뤄졌다. 혁신산단 이정용 과장이 원스톱 행정 처리 서비스를 제공해 준 것도 한몫했다. 든든하게 저녁 사 먹여야지.
새 공장 옥상에 공구리 시원하게 쳐 놨으니, 이제 체육대회 우승만 하면 된다. 우승 기념으로 인조잔디 깔쌈하게 깔아 줄 테다.
공장 완공식은 조촐하게 치렀다.
공기가 길어져서 폴리머부싱 생산이 빠듯해졌으니, 동네잔치를 열 여유가 없어서 아쉽긴 하다. 그래도 사장으로 데뷔한다고 호흡이 가능할지 걱정될 정도로 목이 꽉 조이는 넥타이를 맨 김 사장의 기념사는 들어 줘야지.
“김 사장님, 이제 진짜 사장님 되셨습니다.”
“우리 사장님 덕분에 넥타이 오랜만에 매 보네. 아휴, 살 좀 빼야지. 숨이 다 막히네.”
“공장 완공 기념으로 부담 왕창 드리겠습니다. 이제 어깨가 많이 무거우실 겁니다.”
“어깨가 무거워도 윤 상무님이 아주 잘 주물려 주니까 잘될 거야.”
회사를 팔고 맘 편하게 공장장 하겠다는 윤희웅 상무는 기존 직원들을 이끌고 나주에 입성했다. 자식들 때문에 혼자 이주했다며 환하게 웃는다. 자유를 얻은 저 표정,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상무님, 폴리머부싱 시원하게 팍팍 만들어 주세요.”
“공장 이렇게 훌륭하게 지으신 것 보니까, 회사 판 것이 잘한 것 같습니다. 제가 했으면 하꼬방에서 고생만 하고 있었을 것 같네요. 하하.”
“상무님께서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우리 태인산업 크게 키워 볼 테니까 힘 많이 써 주세요.”
“그라믄요. 최대한 빨리 양산 들어갈 수 있게 해 놓겠습니다.”
태인산업 나주 공장 완공으로 수출을 위한 모든 생산 준비가 다 끝났다. 공장 완공을 환영이라도 하는 듯 다음 날 첫 수출 발주가 나왔다.
난징변압기가 주문한 6억 5천만 원 규모의 850대. 이틀 뒤에는 전장특수변압기가 10억짜리 1,200대를 발주했다. 금성전기랑 공평하게 나누니 천 대 남짓. 이 정도야 껌이지!
수출품을 생산도 하기 전에 포장 준비부터 끝냈다. 준비라고 해 봐야 문자님이 주신 프로그램에 입력해 나온 결과대로 재단된 목재 산 것이 전부다. 포장 준비를 이렇게 간단히 하게 될 줄이야!
다른 변압기 회사 다니다 우리 회사로 건너온 김준영 과장을 찾아갔다. 현장에서 부지런히 부싱 조이고 있던 김 과장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공장 밖으로 따라 나왔다.
경력도 있는 데다 좋은 대우에 아주 만족하는 직원이라, 중용하겠다고 마음먹었으니 지금이 중용할 때다. 변압기 포장하다 진 빠져 담배 피우러 나갔다가, 내 칭찬하는 얘기 몰래 엿들었던 기억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후훗.
“김 과장님, 전에 천태변압기 다닐 때 수출도 하긴 했었죠?”
“네. 많이는 아니고 어쩌다 한두 번 정도였죠.”
“포장해서 컨테이너에 싣는 것도 대충은 알고 계시겠네요?”
“포장 업체가 와서 해서 해 본 적은 없어도, 옆에서 구경은 많이 했죠.”
구경만 해도 충분하다. 목재야 다 재단돼 있으니, 타정기로 못 찍으며 변압기 고정하는 훈련만 하면 될 것이다.
“그 경험 살려서 오늘부터 수출 포장하는 것 연습하세요. 직원 10명 추려서 오후 타임 때 진행하면 되겠네요.”
“네? 제가요? 해 본 적도 없는데요?”
“어려울 것 없어요. 바닥판에 변압기 올려서 고정시키고 랩으로 씌우면 끝이잖아요. 2단 적재면 벽 세우고 뚜껑까지 덮으면 그만이고. 한 부장이 배치도랑 목재 사이즈 줄 것이니까, 그것 보면서 연습해 보세요. 오늘부터 수출 포장 반장입니다.”
“사장님께서 시키는 일이니까 하겠지만,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네요.”
“과장님 잘하고도 남을 것 아니까 일을 맡기죠. 업무 수당도 지급됩니다.”
걱정 가득한 얼굴이던 김 과장이 수당 얘기에 입꼬리를 살짝 올린다.
애가 내년에 초등학교 들어간다는데, 이렇게라도 월급 올려 줘야지. 나는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일 시키는 사람이 아니야. 아스팔트 위에서 땀 흘리며 고생하는데 당연히 보상을 해 줘야지.
“넵!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타정기는 사셨죠?”
“다 준비해 놨습니다. 7월 첫째 주에 천 대 포장해야 하니까, 충분히 연습해 두세요.”
사무실로 복귀해 다음 수순을 밟으려는데, 때마침 은하무역 김상진 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하려고 했는데 타이밍 죽이네!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전화 잘 주셨습니다. 안 그래도 지금 전화드릴 참이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하하. 텔레파시가 통했나 봅니다. 먼저 말씀하시죠.”
김상진 사장에서 중국 수출 개시를 알리며 포워딩을 의뢰했다. 일을 준다는데 마다할 리가 있겠나!
“아이고, 사장님. 감사합니다. 납품 차질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비용도 저희 손해 안 볼 만큼만 받겠습니다.”
“시간 나실 때 한번 방문해 주시죠. 상세한 얘기를 전화로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사장님과 정말 텔레파시가 통하는 모양입니다. 하하. 이번 주 중으로 방문하려고 연락드렸는데 말입니다.”
“중국에서 좋은 소식이라도 물어 오셨나 봅니다?”
“창저우트란스퍼랑 얘기 잘하고 왔습니다. 사장님, 제가 찾아뵈려고 하는데 언제가 편하시겠습니까?”
중국 수출 제3의 업체도 나와 계약을 고대하는 모양이군. 수출도 속도가 붙는구나. 줄을 서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