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153)
153 또 중국
창세기란 뜻을 가진 멋들어진 차 한 대가 회사 정문을 통과했다. 은하무역 김상진 사장의 두 번째 방문이다.
중국 창저우트란스퍼와 협상 결과를 알려 주겠다는 얘기를 기쁜 목소리로 전했으니 좋은 소식일 것이다.
회사 크기로만 보면 창저우트란스퍼가 수출 계약을 맺은 다른 두 회사보다 월등히 크다. 얼마나 큰 선물일지 기대된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번 달에 뵀을 때보다 안색이 많이 좋아 보이십니다.”
좋아 보이고말고. 한 큐에 수출 계약 2건을 체결했고, 준비도 아주 순조롭게 딱딱 이뤄지고 있으니 당연히 안색이 좋아야지!
“더운데 사무실로 들어가시죠. 중국 출장도 힘드셨을 텐데, 나주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하. 사업하는 사람이 게으르면 되겠습니까? 사장님 기다리실 텐데, 한시라도 빨리 와야죠.”
좋다. 또 달리자. 곡소리 나게 만드는 달리기는 인터벌이다. 속도 조절도 좋지만, 힘들지 않으려면 달렸을 때 신 나게 달려 주는 것도 필요하겠지.
“중국 갔다가 언제 오셨습니까?”
여름이 시작됐음을 알려 주듯, 오후에는 날이 제법 뜨겁다. 회의실에 기분 좋을 정도의 온도로 에어컨이 가동됐고, 결로로 시원함을 알려 주는 비타300 한 병씩 놓여 있다. 참석자는 중국 출장 멤버와 김 사장.
“어제 도착했습니다. 제가 전화드렸을 때가 귀국하고 얼마 안 지났을 때입니다. 제가 성격이 좀 급합니다. 하하.”
“귀국하자마자 바로 전화 주실 정도로 얘기가 잘됐나 봅니다? 김 사장님 얘기 듣기 전에 먼저 저희 일부터 마무리하죠.”
나도 궁금해 죽겠지만, 급할수록 돌아가야지. 밥맛 좋다는 탑라이스로 돌솥밥을 지은들 뜸을 제대로 안 들이면 통일벼만도 못한 법이다.
“수출로 제대로 드라이브를 거시네요. 저희 포워딩이 상하이, 장쑤성 쪽으로 특화돼 있습니다. 5년 넘게 트레이딩하면서 사고 한 번 없었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해외여행 갈 때 경험이 충분하다면 여행사 없이 나가는 것이 가능하지만, 무역은 국제물류주선업, 즉 포워더가 없으면 머리가 빠개진다. 그냥 불가능하다고 치자. 포워딩 비용은 전혀 아깝지 않다.
포워더는 한 칸짜리 사무실에서 전화기, 컴퓨터 한 대로 시작해도, 쓸 만한 하주만 잡으면 사무실 키우는 것이야 일도 아니다. 수출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하자, 김 사장이 저렇게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것도 나를 사무실 키울 적임자로 봤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수출은 처음이라 실무를 잘 모릅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상세한 얘기는 한 부장이 잘 설명해 드릴 것입니다.”
“물건 내보내고 들여오는 것이야 저희가 밥 먹듯이 하는 일입니다. 스케줄 빠듯한 것도 어떻게든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저희 회사가 지금은 유통 비중이 높지만, 저도 나름 해상포워더로 잔뼈가 굵은 사람입니다.”
자신감 좋다. 2년 가까이 거래하면서 깔끔하면서도 여러 가지 편의를 많이 봐준 사람이다. 저렇게 자신 있게 얘기하는 것이 더욱 맘에 든다. 내가 당신 사무실 넓혀 드리겠수다.
“사장님, 포장은 어디에 맡기실 생각이십니까? 제가 믿을 만한 포장 업체 소개해 드릴까요?”
“말씀은 고맙지만, 괜찮습니다. 포장은 직접 하기로 했습니다.”
“네? 포장도 하신다고요? 그거 꽤 손이 많이 가는 일인데…….”
수출 처음 하는 업체가 물품 포장까지 한다고 하면 놀라는 것이 당연하지.
포장 반장으로 임명한 김준영 과장이 선발한 직원들 데리고 포장 연습하는 모습을 보니, 무지하게 버벅거리더라. 그래도 첫 연습치곤 괜찮게 했다. 며칠 동안 부지런히 하면 마스터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럴 역량을 갖춘 직원들이니.
“아시겠지만, 중국에 수출하는 것이 마진이 엄청 박하지 않겠습니까? 매번 업체에 맡기자니 부담도 크고. 이왕 하는 것 처음부터 준비해서 직접 하는 것이 낫죠.”
“그래도 쉽지 않을 것인데요. 포장할 때랑 컨테이너 실을 때 연락 한번 주세요. 제가 전문가 한 명 데려와서 좀 봐 드리겠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의는 거절하는 법이 아니지. 어떻게든 도와주려는 저 마음이 참 고맙다. 사무실 넓히고 직원도 추가로 뽑게 해 주마.
“이건 그냥 팁인데, 수출 꾸준히 하실 테니까 지게차도 넉넉하게 15톤짜리 하나 사시는 것이 좋습니다. 지게차 부르는 비용만 40분에 20만 원 정도할 텐데, 그게 만만치 않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지게차 추가로 구입할 생각입니다. 포장 박스 밀어 넣을 다리도 만들어 놨고요.”
40피트짜리 컨테이너에 포장 박스 집어넣는 것도 일이다.
포장은 혹시나 고박이 풀려도 물건이 손상되지 않도록 컨테이너 폭과 높이에 최대한 맞춘다. 숨 쉴 공간도 없이 짜 맞춘 무거운 것을 지게차로 떠서 밀어 넣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연습만이 살길이다.
포장 박스를 잘 집어넣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12미터짜리 컨테이너 끝까지 밀어 넣으려면 지게차로는 어림도 없다.
그래서 지게 발에 붙일 수 있는 기다란 철제 다리와 중량을 받쳐 줄 넉넉한 지게차가 필수다. 그 정도야 투자도 아니지.
“잘하셨습니다. 수출품 잘 만들어서 포장까지 잘 끝내도, 적재 제대로 못하면 큰일 나죠. 근데 제가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습니다. 하하.”
“저도 좀 불안해서 40피트짜리 컨테이너 하나 사서 적재 연습할 생각입니다. 하하.”
“대단하십니다. 대부분은 귀찮다고 업체에 맡기는데요. 근데 웃긴 것이 귀찮다고 업체에 맡겨 놓고 그 돈 아깝다고 엄청나게 깎으려 듭니다. 벼룩의 간을 떼먹으면 되겠습니까?”
“하하. 전문가 모시고 오면 일당은 확실히 챙겨 드리겠습니다.”
할 얘기는 다 했고 음료수도 개운하게 비웠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들을 시간이 찾아왔군.
“창저우트란스퍼 다녀오신 것 말씀 좀 해 주시죠. 저도 솔직히 많이 궁금합니다.”
김 사장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곧 열릴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기대된다.
“거기 사장이 리춘궝이라고 올해 쉰둘입니다. 난퉁전기 양 사장하고 절친이어서 얘기가 수월했습니다. 사장 이름은 그냥 기억만 해 두시면 됩니다. 중국이야 이름이 여러 개라, 그냥 리 종. 우리말로 이 사장이라고 해도 충분합니다.”
성격 급하다면서 뜸을 들이다니. 재미있는 양반일세.
“저도 중국 출장 가서 안 사실인데, 본명이 있고, 아호가 있고, 예명도 있고. 중국 사람들은 아주 이름 부자더라고요.”
“하하. 맞습니다. 무슨 이름으로 부르냐가 친밀함의 척도이기도 한데, 그래도 총경리로 불러 주는 것을 제일 좋아하더라고요. 암튼, 제가 리 사장하고 다시 만나서 프라임일렉트릭 얘기를 건넸더니, 아주 좋아하더군요.”
“우리 회사를 알고 있었던 모양이네요?”
“아니요. 그만큼 제조사 확보가 급한 것이죠. 일반 변압기야 어떻게든 하면 되는데, 아몰퍼스변압기는 그렇지 못한 모양이더라고요. 난퉁전기 양 사장하고 같이 갔는데, 양 사장도 아몰퍼스메탈 많이 구매하는 회사라고 해 주니 뭐, 게임 끝 아니겠습니까? 하하.”
창저우트란스터 리 사장과 절친이라는 난퉁전기 사장을 활용한 쓰리쿠션 전략 아주 좋네. 아몰퍼스변압기가 필요해? 얼마든지 만들어 주마!
“그래서요?”
“당장이라도 계약할 기세였습니다. 난퉁 양 사장한테 들은 얘긴데, 기존에 공급받는 업체에 문제가 생겨서 한시가 급하다고 합니다. 매출 절반 정도를 아몰퍼스변압기 납품으로 채웠는데, 공급이 끊기니 얼마나 다급하겠습니까?”
“그럼 제가 바로 리 사장을 만나야겠군요?”
“그렇죠! 리 사장이 제 얘기 듣고 바로 한국으로 가겠다고 하는 걸 제가 말렸습니다. 사장님께서 리 사장을 대접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전략적으로 좋습니다. 사장님께서 오케이해 주시면 바로 미팅 날짜 잡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성질 급한 사람이었다면, 당장 리 사장과 함께 귀국해서 여기 찾아왔을 것이다.
계약만 성사되면 한 달에 1억 원가량 챙겨 갈 수 있는 상황에서 저렇게 차분하게 대처하다니, 김 사장, 이 사람 완급 조절을 아는 사람이다.
“사장님 말씀대로면 계약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말씀이시네요?”
“맞습니다, 맞고요. 저 혼자서 어떻게 해 보기로 했으면 어림도 없었죠. 난퉁 양 사장이 보증을 해 주니까 수월하게 진행된 것 같습니다.”
“그분께 적절하게 사례를 해야 하겠네요.”
“성의 표시야 얼마든지 좋지요. 그나저나 창저우 쪽 얘기로는 연간 사에서 오백억 정도 물량을 맡아 주길 바라는데, 공급이 가능하시겠습니까? 5~6만 대가량 되는 것 같은데요.”
어휴 씨발. 놀라서 소리 지를 뻔했네. 저 정도 물량이라면 대한전력 규모에 버금간다. 장쑤성뿐 아니라 안후, 저장, 산둥까지 변압기 공급할 정도로 꽤 큰 회사라고 하더니, 스케일 아주 좋네.
근데 창저우트란스퍼는 제조 회사인지 유통사인지 구분이 안 가네. 하청으로 물건 받아서 사업 참 쉽게 한다 싶다. 중국 속사정까지 알 필요는 없으니, 좋은 조건으로 물건 팔 생각만 하자.
“물량이 꽤 많네요. 그 정도면 월 5천 대 정도 된다는 얘긴데요. 음…… 조금 벅차기는 하지만, 조건만 좋다면 어떻게든 해야지 않겠습니까?”
해 보겠다는 의지 표명에 덕준이 표정이 복잡해진다. 나보고 독한 놈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캐파를 월 1만 대 수준으로 올려놨지만, 관수와 민수로만 월 6천 대는 꾸준히 나간다. 여기에 기존 수출계약으로 3~4천 대가 예상되니, 그것만으로도 풀캐파에 근접한다. 추가로 5천 대 주문을 받는다면 공장이 또 미쳐 돌아갈 것이 뻔하다.
말로야 캐파 늘리는 것이 쉽겠지만, 준비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15,000대까지 늘릴 준비를 하고 있지만, 그것으로도 빠듯하다. 당장 15,000대까지 늘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더 늘려야 한다라…….
주문이 엄청 밀려 있는 자동권선기는 어떻게 할 것이며, 대형 건조로도 2~3기는 더 만들어야 한다. 자재 공급도 물론이고, 사람도 꽤 충원해야 한다.
살짝 두통이 찾아온 듯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번 싸움의 관건은 얼마나 빨리 캐파를 키우냐에 달려 있겠군. 본의 아니게 유재준 이사에게 또 채찍질 좀 해야겠네. 재준이 형 쏘리.
“역시 사장님이십니다. 제가 변압기 쪽은 잘 몰라도, 내심 국내 기업 중에 이만한 물량 처리할 만한 곳이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사장님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싶었습니다. 하하.”
“우리에게도 꽤 부담되는 물량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도 해 봐야죠.”
“조건도 사장님께서 충분히 만족하실 겁니다. 리 사장이 물량이 많으니까 단가를 낮추자고 했는데, 잘 방어했습니다.”
“그럼 전에 말씀해 주신 그 조건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인가요?”
“그건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더 높여 보겠다고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아닙니다. 처음 조건도 충분히 좋습니다.”
아쉽지만, 물량 많은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지. 그런데 김 사장이 더 얘기할 것이 있다는 표정이다. 이 사람 이거, 선물 보따리 들고 다니는 산타클로스 같은 양반이네.
“사장님, 제가 단가는 못 높였지만, 충분한 효과를 내는 걸로 확약을 받고 왔습니다.”
“하하. 뭐가 또 있습니까?”
“위안화당 원화 가치가 3월에 190원까지 찍었다가 지금은 거의 160원 정도까지 올라갔지 않습니까? 더 이상 올라가긴 어렵고 떨어져서 165원 사이에서 유지될 것 같은데, 요걸 고정하는 걸로 했습니다.”
문과 중에서도 진골 문과 출신이라 환율 얘기 나오니 머리가 살짝 아파 온다. 차라리 성골 문과였으면 귀를 닫았을 것이다.
“설명을 더 해 주시죠.”
“네네. 고정으로 위안화당 170원으로 잡기로 했습니다. 원화 가치가 아무리 떨어져도 그 이하는 어려울 것입니다. 무조건 사장님께서 이익입니다.”
“그렇군요.”
뭔 말인지 모를 때는 고개를 끄덕일 뿐. 그러니까 실제 환율이 165원이래도 170원으로 계산해 주니까 환전하면 돈을 더 받게 된다는 것인가? 헷갈리지만, 전문가가 좋은 것이라고 하니 좋다고 생각하자.
“그러니까 이게 헷지죠. 근데 제가 봤을 때 170원이면 무조건 좋다 이것이죠. 165원 받을 것을 170원 받으면 좋은 것 아닙니까?”
내가 못 알아먹은 걸 눈치챘는지 김 사장이 추가 설명에 나섰다. 더 아리송하다. 그렇다면 창저우트란스퍼는 지불할 가격이 매번 바뀌는 것인가? 그래도 결론은 좋은 것이란다. 믿자.
“그래서 창저우트란스퍼는 언제 가면 됩니까?”
“여유 있게 다음 주 수요일 비행기로 가서 2박 3일 정도면 어떻습니까?”
“다음 주는 어렵겠는데요. 말 나온 김에 이번 주에 가시죠?”
다음 주 금요일에 체육대회가 있는데 자리를 비울 수 없지! 내가 우승 깃발을 힘차게 휘둘러야 한다고!
“이번 주라……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일단 부산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결정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저는 언제든 준비돼 있으니까 당장 내일이라도 가능합니다.”
김 사장과 다시 한 번 굳세게 악수를 나눴다. 돈 벌게 해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김 사장! 우리 오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