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155)
155 이기자
“사장님, 내일 중국 가는 거 괜찮으세요? 너무 촉박하게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은하무역 김상진 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니 맘이 조급해진다. 중국 다녀온 지 보름 만에 또 출장. 이러다 중국 정들겠네.
중국 출장 전에 시급한 일부터 처리해야 한다. 수출을 위한 캐파 늘리기 작전은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당장 백지원 최봉숙 원장에게 전화해 직원 20명 채용을 요청했다. 이젠 적어도 나주와 광주 일대에서는 보육원 보호종료아동들은 우리 회사 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명 다 채우면, 직원 수가 딱 150명이 된다. 직원 150명이면 한 달 월급만 5억 원이다. 나주시에서 공로패 언제 줄지 두고 보겠어.
처음 고깃집에서 덕준이, 공장장, 김희철 사장과 도원결의를 맺으며 시작한 회사가 1년하고 9개월 만에 이렇게 커 버렸다.
회사가 단기간에 크면 여러 문제가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우리 회사가 연착륙하고 있는 것은 보호종료아동들 덕이라고 생각한다. 출신 보육원 간에 감정 대립도 있긴 하지만, 서로 가족처럼 의지하며 지내는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매년 사회에 나오는 보호종료아동이 2천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그 인원들의 2퍼센트는 내가 책임지고 있다. 나주 처음 와서 무심결에 떠올랐던 생각이 우리 회사의 상징이 될 줄은 감히 예상치 못했다.
이놈들아, 열심히 일하자. 내가 너희 인생까지 책임져 주지 않지만, 적어도 당당하게 자립할 수 있게는 해 주겠다. 남녀 성비가 8 대 2 정도로 공대 냄새가 가득하지만, 서로 능력껏 연애도 하면서 돈 많이 벌거라.
점심시간에 족구로 힘을 빼고 있는 직원들 보면서 흐뭇해하는데, 최형택 부장이 찾아왔다.
“최 부장님, 무슨 일이세요?”
“아, 네. 제가 어제 주신 설계 계속 살펴봤는데요.”
“부장님. 점심시간은 휴식 시간 아닙니까?”
“아, 아직 1시가 안 됐네요. 큰사장님께서 이거 빨리 검토해야 한다고 하셔서요.”
아까 밥 먹을 때 보니까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설계에 빠져 있었군. 일중독이라, 이 사람 별론데? 흔한 사장이면 쉬는 시간에도 일하는 직원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난 별로다.
둑이 무너지는 것은 손가락으로 막을 수 있는 작은 구멍에서 시작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쉬는 시간에도 일하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당연한 것이 된다. 충분한 휴식이 높은 생산성을 가져오는데, 저런 모습은 장기적으로 회사에 독이 될 것이다.
“최 부장님, 제가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쉬는 시간에까지 일하라고 하지 않아요. 일은 당연히 일과 시간에만 하셔야죠. 다른 직원들 눈치 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뭐에 빠지면 주변이 안 보입니다.”
“하하. 뭐 오셨으니까 말씀해 보세요.”
말하라는 허락에 최 부장 눈빛이 반짝반짝해졌다. 못 말리는 일중독이로군. 저거 못 고치면 승진은 쉽지 않겠는데?
“설계 꼼꼼히 봤는데, 이게 제가 손댈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동권선기야 복잡하긴 해도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보였는데, 이건 뭐 깜깜합니다. 그냥 이대로 제작 들어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작동 방식이 좀 쌈빡합니까?”
괜히 질문했다 싶다. 최 부장이 반짝하다 못해 빛나는 눈으로 썰을 풀어 대기 시작한다. 기능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놀라움을 연발하는 바람에 내 소중한 점심시간이 다 날아갔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원.
결국 문자님이 주신 배선체결기도 바로 제작에 착수하기로 했다. 설비 제작부 일이 산더미로 쌓여 있지만, 공장장과 유재준 이사의 영원한 우정을 위해서는 빨리 만들어야 한다.
이 설비로 생산성이 엄청 높아질 것이 자명하니, 실물이 나오기 전부터 기분이 좋다.
주상변압기 배선 작업은 2명이 하루 종일해도 30대 남짓이다. 코아 삽입부터 배선까지가 중신 제작 공정인데, 월 1만 대를 뽑기 위해 여기에만 투입된 직원이 60명이다. 추가로 8천 대를 더 만들기 위해서는 50명을 추가로 채용해야 했지만, 20명이면 충분할 것이다.
이렇게 사람 손이 아니면 제작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변압기가 자동화의 옷을 입기 시작한다. 코아 삽입도 잘만 생각하면 가능할 것 같은데, 틈틈이 짱구 좀 굴려 봐야겠군.
아! 유레카!
번뜩거리는 생각에 최 부장을 급히 호출했다. 최 부장이 ODI로 복귀하려다 급히 다시 사장실로 뛰어 들어왔다.
“네, 큰사장님. 찾으셨습니까?”
“일단 여기 앉으세요.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는데 구현이 가능할지 가늠 좀 해 보고 싶어서요.”
냉장고에서 시원한 홍삼 꿀물 하나 꺼내 따 주면서 아이디어를 풀기 시작했다.
“코아 삽입을 도와주는 설비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난데없이 조임쇠 체결이 생각났는데요. 우리 부싱체결기 있지 않습니까? 이것을 활용하면 조임쇠에 볼트랑 너트 채우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음…….”
골똘히 생각에 빠진 표정이다. 문과생의 아이디어를 공대생의 머리로 구현해 달란 말이다!
“생각해 보세요. 부싱체결기가 치수 입력하고 부싱 위치에 가져가면 앞뒤에서 고정시켜 놓고 자동으로 조여 주지 않습니까? 조임쇠가 양옆에서 볼트랑 너트로 조여서 코아랑 권선 고정해 주니까, 부싱체결기 크기를 키워서 조임쇠 날개를 동시에 조여 주게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 몸짓 발짓 하고 그림까지 그려 가며 열심히 아이디어를 설파했다. 말하다 보니 갖가지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부장님. 이렇게도 될 것 같은데요. 탄창처럼 평와샤량 스프링와샤 채워 넣고, 버튼 누르면 딱딱 위치에 가 있는 겁니다. 그와 동시에 볼트가 들어가서 조여지는 것이죠. 어떻습니까?”
“음, 가능할 것 같은데요. 공차가 문제겠는데요? 볼트 들어갈 자리가 딱 맞으면 문제없지만, 살짝만 어긋나도 권선 다 망가지지 않겠습니까?”
가능성은 있다라. 그럼 된 것이지 뭐. 원하는 대로 일에 빠져 살게 해 드리리다.
“하하.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것이지요?”
“네, 그래서 제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씀드린 거지요.”
“그럼 고민해 주세요. 아마 부싱체결기 출력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니까 유압이나 컴프레서로 해야겠죠?”
“네, 아마도요. 아휴, 이거 뭐 벌써 설계 들어간 것 같습니다. 하하.”
가능성 있다는데 망설일 것이 뭐 있어!
“바로 착수해 주시죠. 생각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죠?”
“하하. 알겠습니다. 결과물 나오면 바로 달려올 테니 그 전까지 찾지 말아 주세요.”
일중독 외골수. 성과가 나오는 그날 다시 만나세.
곧 있으면 퇴근이네. 시간이 빨리도 간다. 퇴근 전에, 그러니까 중국 출장 전날 마무리 지을 일이 있다. 이걸 해 놔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다.
“아이고, 지 사장님! 잘 지내셨습니까? 프라임일렉트릭이 아주 무럭무럭 성장합디다? 하하.”
“의원님, 통화 괜찮으시죠?”
“하하. 통화가 괜찮으니까 받았지요. 안 괜찮아도 우리 지 사장님 전화는 무조건 받아야지라.”
여의도에 당당히 입성한 최대근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선이 확정됐을 때 축하 전화한 이후로 첫 통화다.
행여나 구설수에 오를 수 있어서 서로를 위해 조심하자고 생각했기에 애써 거리를 두려고 했지만, 이번엔 최 의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제가 의원님 의정 활동 검색해 가면서 열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주 평이 좋더라고요.”
“서로 공치사는 이 정도로 하시죠. 뭐 다 아는 사이에. 하하.”
세상 돌아가는 얘기로 분위기를 띄우던 중에 최 의원이 바로 직구를 날렸다. 내가 부탁할 일이 있다는 것을 모를 수가 있겠나? 같이 마시던 술이 몇 잔인데!
“하하. 제가 부탁을 드리고 싶어서 염치 불구하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지 사장님이 부당한 걸 부탁할 일은 없으니까 얼마든지 도와 드려야죠. 부탁이 뭡니까?”
“국방부에 유해 발굴 감식단이 있잖습니까? 제가 우연찮게 제보 받은 것이 있어서, 한 지역을 발굴해 주십사 요청드리고 싶은데요. 찾아보니까 실제 발굴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유해 발굴요? 육이오 때 전사한 분들 유해 말씀하시는 겁니까?”
“정확하게는 중국군입니다. 이번에 중국에 변압기 수출을 하는데, 그 업체 사장 조부가 참전했다가 김포에서 있었던 전투에서 전사했는데, 거기에 유해가 묻혀 있다고 합니다. 그 사장이 조부의 유해를 꼭 송환 받길 바라고 있어서 도움이 되면 좋겠다 해서요.”
나란 놈, 소설 잘 쓴다 아주. 문자님이 GPS 정보까지 주셨기에 내가 직접 땅 파서 발굴할 수 있지만, 국가의 공식 절차를 밟아서 송환하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내가 소설을 쓸 수밖에.
“아시겠지만, 소관 상임위가 산자위라 국방 쪽은 잘 모르는데. 그리고 들어 보니까 허위 제보가 많아서 발굴지 선정하는 것에 신중을 기한다고 합디다.”
“그래서 나름 열심히 조사를 해 봤습니다. 제가 제보 받은 지역에서 위치까지 특정할 수 있습니다. 유해 발굴단 차원에서 발굴을 하는 것이 낫겠다 싶은데, 거기에 제가 그렇게 얘기하면 씨알도 안 먹힐 것 같습니다. 하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다고요?”
“물론입니다. 공식적인 발굴만 이뤄지면 됩니다.”
“하여간 지 사장님은 유별난 데가 있다니까요. 하하. 제가 국방위 소속 의원한테 얘기해서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해 송환만 되면 우리 물건 수입하는 업체 사장님께서 아주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이게 다 나주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 아닐까 싶습니다.”
가증스러운 녀석. 사업하기가 이리 어려워. 만약에 발굴했는데 아무것도 없다면, 이건 부당한 청탁이며 국고 손실을 야기한 범죄가 될지도 모른다. 무조건 나와야 한다.
좋다! 출장 복귀는 김포공항이다. 문자님께서 점지해 준 그 장소, 내가 직접 가 보겠다.
“유민희! 내일 출장 가는 것 말이야, 나는 귀국편을 김포공항으로 끊어 줘.”
“아, 진짜요? 전 그럼 혼자 와야 하는 거예요? 히잉.”
“편할 대로 해. 무안으로 오는 비행기 있는 날이니까 그거 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나는 서울에서 일 좀 보고 가야 하니까.”
“네에.”
뭐야? 저 시무룩한 표정은? 옆에 사장이 붙여서 불편한 것보다 혼자 오는 게 훨씬 나은 것 아닌가?
“사장님, 그러면 저 돌아올 때 좌석은 어떻게 할까요?”
“하하. 출장 가면 고생하니까 그냥 비즈니스로 해. 뭐 얼마나 든다고. 내가 내니까 부담 갖도록!”
“헤헤. 감사합니다!”
옆자리에 앉은 박아름 대리가 부럽다는 표정이다.
글쎄다. 부러워할 일은 아닐 텐데? 안 가 본 사람들이야 해외로 출장 간다고 하면 엄청 부러워하지만, 국내건 해외건 일로 가는 것이 어찌 부러울 일이겠는가!
이제 출장 전에 해야 할 일은 다 했다. 집에 가서 짐이나 싸자. 아니지! 하나 더 남았다. 아주 중요한 일!
“공장장님!”
“왜? 또 무슨 일이야?”
이 중요한 일을 빼먹을 뻔하다니! 큰일 날 뻔했다.
“공장장님! 체육대회 이제 열흘 남았습니다. 베스트 멤버 선발해서 맹훈련시켜 주세요.”
“나 참. 난 또 뭐라고. 무조건 우승할 테니까 걱정 말라고.”
“모레부터 축구 예선이죠?”
“축구는 절대 질 수 없지. 우리가 저 아스팔트 바닥에서 치른 경기가 몇 경기인가!”
“맞습니다. 축구는 무조건 우승이어야 합니다. 안성파워에 선출이 하나 있다고 하던데, 그래도 이길 수 있죠?”
“난 우리 직원들 믿네.”
직원수 450명을 자랑하는 안성파워답게 중학교 때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는 직원이 있다더라. 역시 안성파워 가 우리 최대 라이벌이다. 혁신산단 1호 투자 기업 타이틀은 양보했지만, 체육대회 우승 깃발은 양보할 수 없다.
“다른 종목들은요?”
“줄다리기랑 달리기는 안 봐도 우리가 우승이야. 우리 애들 봐 봐. 아주 발에 엔진을 달았다니까. 힘들은 또 어찌나 좋은지 원. 레크레이션 쪽이 좀 약하긴 한데 열심히 훈련 중이야.”
“레크레이션 종목들도 중요합니다. 배점은 낮아도 종목이 여러 개라 방심할 수 없습니다.”
“하하. 첫 우승기는 무조건 우리가 차지할 테니까 걱정 말고 출장 잘 다녀오게.”
체육대회 우승을 위해 투자를 많이 했다. 축구장 건설을 우승 공약으로 내걸었고, 종목별 우승자들에게는 상품권 20만 원씩을 약속했다.
말로만 혁신산단의 터줏대감이어서는 안 된다. 압도적인 전력으로 전 종목 우승으로 터줏대감의 자존심을 드높여야 한다. 이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