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18)
018 가득한 희망
깨톡. 깨톡.
“아오 시끄러워. 진동으로 해 놔, 쫌!”
이번에도 어김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부지런히 인천을 향해 액셀을 밟는데, 덕준이가 자꾸 옆에서 깨톡 소리로 겐세이를 놓는다.
“근데 너 깨톡 올 데도 있냐?”
“없지. 없는데 하나 생겼지.”
“이 새끼 혹시?”
“혹시 뭐?”
“유 대리 번호 땄냐?”
“아니 뭐, 유 대리 아버지께서 도지사 면담 알아봐 주신다고 하는데 당연히 번호 받아서 진행 사항을 전달받아야지. 뭐 별생각은 없어.”
“덕준아.”
“응?”
“뭐 좀 잘될 분위기야?”
“몇 번이나 봤다고 그래. 그냥 아무 생각 없어. 뭐 인연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아니면 마는 거지.”
이놈 뭐지? 왜 갑자기 세상만사에 다 초연한 분위기람.
“그래 일단은 업무적인 얘기 하면서 서로 친분을 좀 쌓으라고. 나주 일은 너한테 다 넘길 테니까 그걸 핑계로 자꾸 연락을 하는 것이지. 어때? 죽여주는 생각이지?”
“푸하하하. 이거 또 어영부영 일을 떠넘기네. 사장님아. 대체 내 업무의 끝이 어디까지인지를 모르겠다야.”
“자리 잡을 때까지 쪼매만 참자. 안 그래도 예전 내 생각이 나서 이건 아니다 싶은데, 지금 상황은 어쩔 수 없잖아. 고생 끝에 뭐가 온다고?”
“낙…….”
“옳지. 잘했어요, 한 과장!”
덕준이야 뭐 세상 다 초연한 듯 말했지만, 정말 진심으로 친구 잘되는 꼴을 봤으면 싶었다. 돈이야 뭐 내가 왕창 벌면 저놈도 왕창 벌 것이고, 여자만 잘 만나면 딱인데…….
순간 앞으로의 회사 모습이 떠올랐다.
많은 젊은이들이 부지런히 일하고, 일 끝나면 술도 한 잔씩 하면서 피로를 풀겠지. 남녀가 섞여 있다면? 보나 마나 백 프로 썸이 생길 것이다. 잘되면 좋지만, 잘 안 되면? 서로 사귀다가 깨지면? 사람 하나를 두고 여럿이 경쟁하면? 어휴 골치 아프다.
그렇다고 남자들로만 뽑을 수도 없고. 젊은 남녀가 섞이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굳이 사장이 신경 쓸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조직 관리 차원에서 고민할 문제이긴 하다.
대학 다닐 때 씨씨 경험이 얼마나 쓰라렸는지 알고 있다. 서로 안 맞아서 헤어졌는데, 어느 순간부터 난 쓰레기가 돼 있었다. 아니, 난 손만 잡았다고! 군대라는 도피처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씨씨 깨지고 나서의 몇 달은 끔찍했다. 그때 시작한 담배가 지금까지…….
“그래서, 유 대리가 뭐래?”
“일단 아버지한테 얘기는 해 놨대. 계속 기대는 하지 말라고 하네.”
“근데 라이온스클럽이 뭐 하는 곳이냐? 여기저기 다니면서 표지석은 많이 봤는데, 뭐 하는 곳인지를 모르겠네. 난 처음에 무슨 야구 동호회 그런 건 줄 알았어.”
“글쎄. 아마 봉사 단체 그런 걸걸? 수도권은 덜 그런데, 지방은 그런 데 가입해야 끗발 좀 있다고 한다는 것 정도만 알지 뭐.”
“그래. 산악회 회장도 했고, 라이온스클럽 회원이라니까 기대 좀 해도 되겠지?”
“송나라 호인께서 말씀하셨지. 진인사이대천명이라…….”
“야. 그건 또 무슨 콘셉트야? 적응이 안 되잖아. 함부로 콘셉트 바꾸지 말라고!”
수시로 바뀌는 덕준이 콘셉트에 적응하다 보니 인천에 도착했다.
“아이고 사장님 오셨습니까? 어찌 성과가 좀 있었습니까?”
“상무님, 말도 마세요. 대한전력 갔다가 무시만 존나 당하고. 아오 진짜. 승질 나서.”
“그놈들이 뭐 그렇지. 봉투 받을 때도 목 뻣뻣하게 구는 놈들 아니여? 그래서 뭐 별 성과가 없었어?”
“일단 자료만 주고 왔어요. 다음 주쯤이나 연락 준다고 하는데, 어찌 될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나주 공장은 무조건 내년 초에 착공하는 걸로 밀어붙이려고요.”
“그렇지. 우리 스케줄에 맞춰 가야지. 이놈저놈 사정 다 봐 주다간 우리만 손가락 빠는 거야.”
“전기연구원은 연락 없어요?”
“연락해 봤는데, 이달 중으로 끝날 것 같대. 민수는 담달부터는 영업 가능하겠네. 관수도 최대한 빨리 시험 들어가야지. 열화가속시험도 그냥 여기서 하는 걸로 얘기해 놨어.”
“잘하셨어요. 관수도 큰 문제 없죠?”
“그럼! 걱정 말어. 몇 년을 해 오던 건데 무슨 문제 있겠어? 민수는 지금 우리 시험면제증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회사가 줄을 섰어. 다 내 덕이야, 내 덕. 공장장님도 부지런히 물건 뽑아내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말라고.”
하루하루 마당에 변압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민수 변압기는 전기산업진흥회에서 시험면제증을 발행해 줘야 판매가 가능하다. 그거 없어도 판매할 수 있지만,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거래처가 꺼리니 시험면제증이 필수인 셈이다.
전기연구원에서 시제품 문제없음을 성적서로 보증해 주면, 진흥회는 그걸로 시험면제증을 발행해 준다. 그 순간 저 마당에 쌓인 변압기들이 쭉쭉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민수로 목숨 연명하다가 나주로 가서 관수로 빵 터트리면 게임 끝!
“사장님! 유 대리한테 전화 왔는데, 면담 일정 잡았대!”
“뭐? 기대하지 말라더니! 와! 유 대리 장난 아닌데?”
“유 대리 아버지가 도지사랑 면담할 수 있도록 힘 좀 썼나 봐.”
이 은혜 잊어서는 안 되지. 곱창에 사이다 추가 따위로는 어림도 없다. 은혜를 입었으면 갚는 것이 국룰이다.
“좋았어! 그래서 언제 가면 된대?”
“그건 모르겠고 날짜 잡히면 도지사 비서한테서 연락이 갈 거래. 시간은 길어야 10분이래. 스케줄 사이에 잠시 시간 비면 면담 잡는 거라 시간을 많이 배정할 수 없다대?”
“좋다, 좋아! 10분? 그 10분으로 내가 물길을 바꾸어 주겠다.”
“괜히 가서 어버버하지 말고 대본 확실하게 짜고 가시지요? 난 어째 걱정이 된다야.”
“예전에 구질구질 찌질찌질하던 지정수가 아니라니까. 내가 도지사 확 휘어잡아서 알맞게 구워삶으려니까 걱정을 마셔.”
“그려. 확실히 이상해지긴 했어. 내가 알던 그놈이 아닌데, 이거. 그나저나 대한전력 놈들 연락 주겠지?”
“뭐 별수 있나 기다려야지. 그놈들이 싸가지가 없어서 그렇지, 그래도 공기업인데 일 허투루 하지는 않을 것 아녀?”
도지사 면담이 막힌 혈을 뚫어 주는 침은 아니겠지만, 도움은 될 것이다. 난 이미 만반의 준비가 다 됐다. 내 앞길을 막는 돌멩이들은 확실하게 치워 주겠다.
도지사를 사로잡을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보육원에서 독립해야 하는 청년들을 고용하겠다는 서약. 이들을 고용하면 정착 자금 마련을 위해 월급 외에 별도로 적금을 지원하겠다는 약속. 꽤 먹힐 것이다.
“공장장님요!”
“어, 지 사장. 무슨 일 있어?”
“저희 내년 봄에 나주로 가야 하잖아요? 연매출 800억 잡으면 직원이 못해도 300명은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쵸?”
“음……. 회사가 부담이 있긴 해도 미리 꾸준히만 만들어 둔다고 하면,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될 거야.”
“비수기 성수기 가리지 말고 다달이 몇천 대씩 뽑아내면 된다 그거죠?”
“그렇지. 재무 부담이 아주 크겠지만, 그렇게만 해 주면 200명이면 되지 않을까? 현장이랑 검사 인원까지 다 포함해서. 그나저나 한 달에 몇천 대씩 뽑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닐 것 같은데. 큰일이네.”
온갖 걱정에 휩싸인 공장장에게 내 계획을 설명했다.
“어때요? 처음엔 좀 힘들기는 하겠지만, 어느 정도 가르쳐 놓고 본궤도에 올라오면 괜찮을 것 같더라고요. 남자들은 군대도 안 가요. 꾸준히 일할 사람이 필요한 거니까 더할 나위 없죠.”
“나쁘지는 않을 것 같긴 한데, 애들이 버틸 수 있을까? 공장 일이라는 것이 힘든 일투성이잖아. 밤늦게까지 하는 경우도 많고. 나야 몸에 징이 박혀서 상관없는데, 처음 하는 애들은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야. 지 사장이야 원체 특이한 사람이라 버텼던 것이지. 하하하.”
“공장장님도 그렇지만, 중간 관리자들이 역할을 잘해 줘야죠. 잔소리하고 거들먹거리면 다 도망쳐요. 태양전기 김 부장 아시죠?”
얘기 꺼내기 무섭게 머릿속에 꼰대의 화신 김 부장이 떠올랐다. 나만 안 보이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난리를 피우며 온갖 잡일을 다 떠넘긴 그 사람. 하긴 그 사람이 뭔 잘못이겠나 싶다. 그런 사람만 맘에 들어 하는 회사가 문제지.
“걔는 사람이 글러먹은 놈이고. 내가 그렇게 그러지 말라고 얘기하는데도 말을 처듣지를 않으니 원. 나야 거기서 이빨 빠진 호랑이 아니었나.”
“공장장님도 좋다고 하셨으니까, 기술자들 서둘러 스카우트 좀 해 주세요. 다들 간부가 될 사람들이니까 여기서 잘 팀워크 다져서 나주 내려가야죠! 급여는 일단 다 과장급으로 얘기해 주시고요.”
“오케이. 안 그래도 몇 명 찔러 보고 있어. 잔업까지 죽어라 해야 그 월급 받을 텐데 잔업 없이도 그렇게 받는다고 하면 다들 혹하지.”
“그럼 공장장님만 믿겠습니다.”
공장장이 안 나간다. 뭔가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다.
“뭐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
“지 사장.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이 안 나오는데.”
“뭐가요?”
“계산기 어디 있냐. 자 봐 봐. 우리가 관수로 800억을 받았다고 해 보자구. 한 대당 150만 원씩만 잡아도 53,000대야. 단순히 나눠도 한 달에 4,400대를 만들어야 한단 말이지.”
“그렇죠. 그만큼 사람 뽑고 설비 사들여야죠.”
한 달 4,400대. 정말 엄청난 물량이긴 하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그걸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하긴 해야 한다.
“대한전력 발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미리 꾸준히 만들어 놔야 하는데, 한 달 4천 대면 자재비만 40억이 넘어! 감당할 수 있겠나?”
“너무 걱정 마세요. 저도 다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아직 때가 아니라 기다리고 있는데, 나주 공장 세워지고 나면 다 해결될 것입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그 걱정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행여나 물량 못 받는다고 반납하지는 말자고요. 소화불량 걸려도 어떻게든 꾸역꾸역 소화제 먹어 가면서 다 먹어야죠!”
“밤을 새워서라도 다 만들긴 해야 할 텐데……. 한 달에 4천 대라……. 내년되면 민수도 꽤 나갈 텐데, 그것도 걱정이구만. 그나저나 대한전력 놈들이 매번 똑같이 발주한다는 보장도 없잖아?”
연간 계약 맺으면 대한전력이 한 달에 두 번씩 발주를 주는데, 이것이 사람을 미치게 한다. 어쩔 때는 한 대도 없다가, 어쩔 때는 미친 듯이 발주를 준다. 쌍욕을 퍼부어도 어쩔 수 없다. 갑 중에 갑, 슈퍼갑 아닌가!
공장장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관수에서 800억이 터지면 생산이 미쳐 돌아갈 것이 안 봐도 디브이디다.
“자, 들어 봐 봐. 공정이 막히지 않고 순조롭게 돌아가려면 적어도 9명은 있어야겠지? 9명이면 한 달 빡세게 뽑아야 300대가 나온다고. 그것도 야근을 밥 먹듯이 해서 말이네. 사람이니까 그렇게는 못하지. 그러니까 200대 잡자고. 4천 대 뽑으려면 생산만 못해도 180명쯤은 있어야 한다고. 그것뿐인가? 설비도 그만큼 있어야지. 아까 말했듯이 자재비도 어마어마하잖아.”
좋은 걱정이다. 단기간에 100명이 넘는 사람을 뽑아 관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행여나 생산에 차질을 빚는다면 연체료로 생돈 나가는 것이지. 공장장이기에 할 수 있는 당연한 걱정이다. 그래도 앞으로 공장 여기저기에 걱정 인형 하나씩 놔 둬야겠다. 이거 걱정들이 너무 많아.
“이거 금광이 보이는데도 산이 무너질까 무서워 캘까 말까 고민이 된다는 거군요. 너무 걱정 마세요. 서로 머리 맞대고 의논하다 보면 답이 나올 것입니다.”
6명밖에 안 되는 직원이 몇 달 뒤면 지금보다 30배는 늘어난다. 한 달 월급만 6억씩 빠져나간다. 운영비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그렇게 10월까지 버텨야 하는데, 살짝 쫄리긴 해도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난 다 계획이 있다! 더군다나 문자님이 20억 투자라고 하셨으니,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얘기겠지? 절대 복종!
띠링.
혹시? 설마!
-자동권선기. 구현 후 배치할 것.
문자님! 첨부파일 열지도 않았지만 일단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한 번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신 우리 문자님! 알라뷰소마치!
문자님의 계시를 바로 확인했다. 설계 도면과 프로그램이었다. 먹거리를 툭툭 던져 주는 것이 정말 차가운 도시남이다. 이 은혜를 어찌 갚으리오!
그나저나 이 업계 와서 처음 보는 설계 도면이다. 자동권선기 도면이라는데, 흔한 자동권선기와 영 다른 모양새이다.
와우! 이것이 정말 구현 가능한 기술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