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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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서 내가 회사 차린다 185화>185 바보 상대
하루 종일 열리는 락 페스티발에서 신 나는 스테이지 공연이 끝나면 흡연 구역에 사람들이 개떼처럼 몰린다. 서로 연기를 내품으면서 공연에 대한 각자의 품평을 쏟아 낸다.
안성파워 회의실 옆에 마련된 흡연 공간에서도 조촐한 품평회가 펼쳐졌다.
“이번 입찰 출발이 좋습니다. 이렇게 쭉 가면 아주 대박이겠습니다. 하하.”
공장 세우고 설계 사느라 거액을 쏟아부은 유원테크 김호진 사장은 속 쓰림에 개스비콘이라도 먹은 듯이 환한 표정이다.
“아시아전기 들어온 것이 아주 신의 한 수였습니다. 언제 치고 들어올지 모르니 얼마나 골치가 아프겠습니까?”
일심전기 유원태 사장도 이미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다. 이미 지역 배정으로 70억 가까이 확보한 데다, 일반입찰에서 그만큼을 더 가져가게 생겼으니 어깨춤이 절로 나는 모양이다.
“아직 입찰 많이 남아 있으니까 지켜봐야죠.”
나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고효율주상변압기 개발로 확보한 651억 원을 최대한 지켜야 한다. 이거 중전기조합한테 바보짓하지 말라고 응원하게 생겼네.
김 사장이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말을 건넨다.
“지 사장님. 이게 입찰 결과에 따라 우선 배정 단가도 따라가지요?”
“네, 맞습니다. 발주 수량은 그대로고 단가만 연동이 됩니다.”
“우리야 지역 배정 하나뿐이지만, 사장님은 고효율주상변압기 개발 배정도 받았으니, 입찰에 신경 좀 쓰이시겠습니다?”
“단가야 떨어지긴 하겠지만, 애당초 이번 입찰에서 중전기조합 밟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 정도는 감내해야지요.”
“지 사장님께서 어찌 보면 큰 희생을 하시는 걸 수 있겠습니다?”
“우리 지 사장님 아니었으면 경쟁 입찰은 꿈도 못 꾸지요. 단가 떨어져도 손해 안 보는 것이 누구 덕입니까?”
김 사장의 위로에 유 사장도 합세해 준다. 지그시 손잡아 준 박준희 사장의 위로보단 못하지만, 고맙다, 고마워.
담배 한 대 피우면서 수다 좀 떨고, 자리로 돌아와 주전부리 주섬주섬 먹다 보니 30분 휴식 시간이 끝나고 6번째 입찰이 시작됐다. 이제부터 혈투가 벌어질 것이다.
“6번도 우리가 먹어야 하는데, 저쪽에서 어찌 나올지 종잡을 수가 없네요. 일단 94.6프로로 집어넣겠습니다.”
“염려 마. 그 정도면 충분해. 나만 믿으라고. 하하.”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쉽사리 결정을 못하는 조합 이호영 상무 옆에서 강호창 사장이 직감을 과시하고 나섰다. 저 직감으로 안성파워를 연매출 1,500억 원이 넘는 큰 회사로 키워 냈으니, 믿자 믿어.
5분 뒤 또다시 박수가 나왔다. 94.6퍼센트 대 94.9퍼센트. 강 사장의 귀신같은 직감이 무서울 지경이다.
그렇게 고효율주상변압기 17개 입찰이 마무리됐다. 우리 조합은 평균 96.26퍼센트로 10개를 차지했다. 업체 수로 따지면 서로 반씩 가져가야 하는 것이었으니, 실로 완승이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높은 낙찰률도 대박이다. 경쟁 입찰 들어가면 90퍼센트도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건 뭐 가히 신의 경지이다. 강 사장의 직감은 문자님도 이기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중전기조합은 5개를 차지하며 나름 선방했지만, 낙찰률이 91.2퍼센트로 엉망이었다. 중전기조합 내질렀을 때는 다들 도망갔고, 중전기조합 아차 싶어서 높게 들어가면 우리 조합이 근소한 차이로 먹어 버린 결과다.
자재비만 예정가의 70퍼센트 전후일 텐데 91퍼센트로 낙찰받았으니, 중전기조합은 아주 죽을 맛일 것이다. 우리의 점심은 아주 꿀맛이다.
하나 재미있는 것은 아시아전기의 선전이다. 개별로 뛰어들어서 하나만 차지해도 대성공인데, 93.2퍼센트로 입찰 2개를 거머쥐었다. 228억 원 어치를 확보했으니, 내년 입찰엔 올해보다 더 어지러울 것 같다.
내년 일은 내년에 생각하고 밥이나 먹자.
“하하하. 오늘 점심은 안 먹어도 꿀맛이야.”
오전 결과만으로 입찰의 전설로 등극한 강 사장이 식당이 떠나가라 웃음을 터트렸다.
전복삼계탕을 앞에 두고 손도 안 대다니! 자신도 이렇게까지 잘될 것이라고 생각 못한 듯하다.
강 사장과 이 상무가 잘 조율해 들어간 것도 있지만, 중전기조합이 너무 바보 같았던 탓이 크다.
바보 덕분에 내 개발 우선배정이 651.2억 원에서 614.8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래도 뭐 일반입찰에서 만회할 것이니까 내색 말아야지.
“식사 중에 죄송합니다만, 고효율주상변압기 입찰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상무! 제일 고생했는데 밥이라도 맘 편히 먹지 그러나?”
“시간 날 때 해 버려야지요. 밥 먹으면서 넋 놓다 보면 까먹게 되더라구요. 하하.”
이 상무의 브리핑이 아름답게 흘러나왔다. 우리 조합은 19개 업체가 62.1억 원씩 확보했고, 지역 우선배정 받는 11개 업체는 44.7억 원을 추가로 받는다.
“고생하셨습니다. 오후 입찰에서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름다운 연주가 끝나자 하나같이 감사의 말들을 전했다. 업체도 늘어나고 우선배정으로 많이 빠진 상황에서 이미 작년 수준으로 받아 냈으니, 허리가 직각이 되도록 수그려도 모자랄 판일 것이다.
옆에 앉은 박 사장이 남들 모르게 전복 하나 건져서 내 앞 접시에 놓는다.
“낙찰률 떨어져서 꽤 손해 본 것 같은데, 이거 먹고 힘내요.”
“제가 그런 걸로 의기소침할 사람 같아 보입니까?”
“얼굴 보니까 생각이 많아 보여서요.”
“여러 생각이 드네요. 중전기조합은 너무 바보다. 아시아전기는 대박 쳤다. 뭐 이런 거?”
“호호. 맞아요. 중전기조합은 진짜 속이 터질 거예요. 그동안 너무 온실 속의 화초처럼 지내서 그래요. 강 사장님이 변압기 쪽 말고 다른 조합에서도 입찰만 몇십 년을 한 분이잖아요.”
“아시아전기가 이번 입찰에서 성공해서 내년에 개별로 뛰어들겠다는 업체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긴 하네요.”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아요. 준비도 꽤 해야 하고 말이죠. 일단 우리 조합만이라도 단결을 잘 시켜야죠.”
“여튼 전복 잘 먹을게요. 전복 좋아하는지 어케 알고. 후후.”
“몇십억 손해 본 거 이걸로 만회 안 되겠지만, 그래도 힘내요.”
이 잔칫상에서도 이런 배려라니. 얼굴도 마음도 예쁜 사람이다. 전복 먹고 박 사장에게 힘쓰고 싶다는 생각이 확 치고 들어왔다.
“나는 이 상무랑 먼저 들어가서 오후 입찰 준비 좀 할 테니, 천천히들 먹고 오라고. 계산은 내가 했어. 하하하.”
늘 기분 좋고, 늘 돈 잘 쓰는 강 사장.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
오늘따라 생각이 많네. 그래서 그런지 박 사장이 자꾸 말을 건다. 걱정이 많아 보였던 모양이지?
“오후 입찰은 많이 치열해지겠죠?”
“중전기조합이 바보이긴 해도, 남은 품목들에서 만회하려면 좀 지르겠죠. 남은 세 품목 중에서 아몰퍼스랑 패드는 지역 배정만 빠지니까 그나마 맘 편히 볼 수 있겠습니다. 내염이야 양이 얼마 안 되니까 그거 가지고 싸우지는 않겠죠.”
“정수 씨, 작년에 대한전력에서 800억 받았잖아요? 올해는 어떨 것 같아요?”
“작년이야 지역 배정 혼자 다 먹어서 꿀 제대로 빨았죠. 하하. 올해야 뭐 업체가 많이 늘어났으니 작년만큼은 안 되겠죠. 그래도 고효율주상변압기에서만 660억 정도 했으니까, 오후에도 선전하면 꽤 받을 것 같습니다.”
“이거 전복 괜히 준 것 같은데요? 하하.”
“아직 위장까지 안 내려갔는데 얼른 꺼내서 드릴까요?”
별로 안 웃긴 얘기에 내 허벅지를 치면서 미소를 내비친다. 진짜 웃겼다면 다른 사장들 이목 신경 안 쓰고 어깨 치면서 크게 웃었을 것이다. 이 사람 이거 은근 여우네. 그럼 난 계속 곰 흉내를 내야겠군.
“두 분 연애라도 하십니까? 하하. 보기 좋습니다.”
박 사장 웃음소리에 유 사장이 반응했다. 이제 슬슬 소문나겠군. 며칠 지나면 결혼식 날짜 잡았다는 얘기가 나돌지도 모른다.
“연애라뇨. 제가 감히 박 사장님 같은 분을 쳐다라도 보겠습니까? 하하.”
“지 사장님이 어때서 그렇습니까? 인물 좋고, 능력 있고. 내가 결혼만 빨리 했으면, 우리 딸이랑 한번 만나 보라고 하고 싶은데요. 하하.”
“따님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우리 딸요? 올해 대학 4학년입니다. 나 닮아서 인물은 좋은데, 너무 어리지요? 하하.”
전복삼계탕을 말끔히 비우고 안성파워 회의실로 가는데, 박 사장이 계속 툴툴거린다.
“나한테는 나이 많다고 만날 구박하더니, 유 사장님 따님 얘기하니까 아주 좋아 죽던데요? 오늘따라 생각 많아 보이던 얼굴이 아주 해맑아요.”
“하하하. 우리 누님 질투하시는 겁니까? 누나같이 예쁜 사람도 질투할 줄 아네요?”
툴툴거림이 금세 잦아들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데, 입 발린 소리 정도야 얼마든지 해 줘야지. 근데 우리 관계가 질투 운운할 정도는 아닌데, 이미 연애하는 듯한 기분은 뭘까?
1시 반부터 나머지 세 품목 입찰이 재개됐다.
18번부터 20번까지는 아몰퍼스변압기 입찰이다. 입찰당 176억짜리인 데다, 오전에 물먹은 중전기조합이 맹렬히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니, 결과가 궁금하다.
“이번엔 좀 내질러. 91프로 정도면 될 것 같은데?”
강 사장이 초장부터 기선 제압을 주문했다. 지금까지 늘 98~99퍼센트대로 받아 갔던 것을 생각한다면 91퍼센트면 좀 아쉽긴 하다. 이게 경쟁의 폐해랄까.
5분 뒤. 이번엔 탄식이 흘러나왔다. 중전기조합이 86.6퍼센트로 18번을 차지했다.
미쳤네. 아몰퍼스변압기는 자재비도 높은데, 저 단가면 손해 보겠는데?
“뭐 아쉽긴 하지만, 중전기조합이 오히려 입찰 따고도 피눈물 흘릴 겁니다.”
“자동권선기도 없고 자재도 비싸게 받을 텐데, 저 단가면 무조건 손해지. 이거 지고도 이긴 것 아니겠습니까?”
이 상무의 소감에 다른 사장들도 동의하고 나섰다. 중전기조합은 여전히 바보다.
역시나 나머지 2개 입찰은 우리 조합이 잘 받아먹었다. 낙찰률 평균 95.95퍼센트. 중전기조합은 1개 입찰을 86.6퍼센트로 먹고 종쳤다. 멍청한 중전기조합 때문에 평균 단가만 92.83퍼센트로 낮아졌다.
이어서 총 442억 원이 걸린 지상설치형변압기 입찰 4개가 시작됐다. 주상변압기에 비해 만들기도 복잡하고,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들어가는 부품도 많아 여러모로 껄끄러운 품목이다 보니, 앞선 입찰에 비해 덜 치열할 것이다.
21, 22번 입찰 모두 중전기조합이 93퍼센트대로 받아먹었다. 우리 조합이 98퍼센트대로 들어갔으니, 중전기조합은 미칠 노릇일 것이다. 지를 때 못 지르고, 안 질러야 할 때 지르고 있다. 바보들.
나머지 2개는 우리 조합이 96퍼센트대로 맛있게 먹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강 사장 진짜 직감 죽인다.
결국 4개 입찰은 두 조합이 사이좋게 나눴는데, 실속은 우리만 차렸다. 우리 조합은 96.25퍼센트, 중전기조합은 93.4퍼센트.
“이제 마지막으로 내염형변압기 남았습니다. 이사장님은 양보하자고 하는데, 괜찮으시죠?”
“좋습니다.”
딸랑 62억 원짜리 마지막 25번 입찰.
내염형변압기는 소금기에 녹슬지 말라고 외함을 스테인리스로 제작한다. 제조 원가가 꽤 올라가지만, 대한전력은 값을 높게 쳐주지 않는다. 때문에 자재비가 80퍼센트에 육박하는 별 볼 일 없는 품목이다.
중전기조합이랑 아시아전기랑 둘이 싸우라고 하고 빠져 주는 것이 승자의 예의일 것이다.
99.1퍼센트로 들어간 우리 조합은 당연히 떨어지고, 93.1퍼센트를 제시한 중전기조합이 아시아전기를 겨우 제치고 마지막 입찰을 차지했다.
그렇게 모든 입찰이 마무리됐다. 우리 조합은 25개 중에서 14개를, 중전기조합은 9개를, 아시아전기는 2개를 나눠 가져갔다. 받아 온 물량으로 보나, 낙찰률로 보나 우리 조합의 압승이다!
“자, 입찰 결과가 다 정리됐습니다. 우리 조합이 고효율주상변압기 62.1억씩, 아몰퍼스변압기 17.8억씩, 패드변압기 14억씩 받아서 총 93.9억 원이 확정됐습니다. 여기에 지역 우선배정 받는 업체들은 64.6억씩 받게 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중전기조합 쪽도 정리됐습니까?”
“네, 중전기조합은 품목마다 업체 수가 다르긴 한데, 그냥 평균 내면 업체당 44.3억입니다. 작년에 장난치다가 60억 정도로 쪼그라들었는데, 올해는 더 줄었네요. 우리 조합 뜻대로 됐네요.”
이 상무의 브리핑이 아름다운 아리아로 들린다. 중전기조합 소속사들 망한다는 소리니 아름답지 않겠는가!
매년 100억 정도씩 받아가던 업체들이 작년에 60억으로 줄어들면서 곡소리를 냈다. 절치부심하며 올해 만회하겠다고 달려들었는데, 오히려 44억으로 더 줄었다. 마진도 줄고, 매출도 줄고. 오래 버티긴 어려울 것이다.
우리 회사는 총 791억 5천만 원 어치, 73,000여 대를 받았다. 물량은 작년보다 약간 늘었지만, 금액은 10억가량 줄어들었다. 이 정도면 아주 선방했다.
프라임일렉트릭 장사는 쏘쏘하지만, 자재 파는 자회사들은 늘어난 물량에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우리 조합이 총 2,300억 원가량 확보했으니, 이 중에서 못해도 절반은 우리 회사의 차지다.
겉으로는 내가 크게 희생한 모양새. 그러나 차릴 수 있는 실속은 다 차렸다. 마! 이게 사업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