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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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서 내가 회사 차린다 20화>020 판매 개시
2층 사무실로 올라오는 계단이 요란하다. 층간 소음을 유발하는 저 묵직한 발소리. 상무가 분명하다.
“사장님! 민수 변압기 전기 연구원 시험 끝났대. 다 통과!”
“아싸! 잘됐네요. 성적서는 바로 나오죠?”
“늦어도 다음 주까진 나올 거야. 성적서만 있으면 시험면제증이야 바로 나오니까 이제 달려야지. 시험 비용 정산서 오면 바로 결제해 줘야 해.”
“그럼요. 메일에 정산서 들어오면 바로 쏘겠습니다. 상무님은 거래처에 공문 쫘악 돌리시죠. 인사는 다 도셨죠?”
민수 변압기 판매를 위한 모든 준비가 다 끝났다. 이제 신 나게 팔 일만 남았다. 드디어 돈이 들어오는구나!
“지금 몇 달을 놀았는데, 그걸 안 했을라고. 이제 돈 들어올 일만 남았네. 그나저나 검사 인력 빨리 뽑아야겠네.”
“아는 사람 없어요?”
“안 그래도 지금 놀고 있는 애 하나 있는데, 애가 성격이 좀 그래서…….”
“왜요? 성질 드러워요?”
“아니, 그냥 좀 답답한 놈이야. 앞뒤 꽉 막혀서.”
“검사할 사람이면 딱 맞는 것 아닙니까? 검사가 융통성 없고 앞뒤 꽉꽉 막혀 있어야 좋죠.”
“어휴. 막상 같이 일해 봐. 얼마나 답답한데. 빨리 물건 내보내야 하는데, 특성 안 나온다고 붙잡고 있으면 속 터진다니까.”
변압기 시장이 난장판 된 지 오래다. 민수 변압기는 무조건 싼 것이 장땡이다. 성능이 개판이라도 싸면 서로 사 간다. 그래서 최대한 싸게 대충 만든다.
그런데 검사 담당자가 제품에 문제 있다고 태클을 걸기 시작하면? 영업이나 생산이 미쳐 버리는 것이지. 상무가 데려오겠다는 그 사람도 어지간히 꼴통인가 보네.
나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싸게 대충 팔다가 나중에 문제 생기면 몇 배를 물어내야 한다. 검사에서 확실하게 잡아 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싸게 한 대라도 더 파는 것도 좋지만, 품질이 우선이다. 품질에 문제가 없어야 나와 우리 직원이 당당할 수 있다.
금방 망하는 회사는 원인이 딱 하나다. 품질이 개판이기 때문이다. 인맥으로 버티는 것도 길어야 1~2년이다. 오래가려면 품질에 자신이 있어야겠지. 당연한 얘기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가 너무 많다. 디스 이즈 더 중소기업!
“일단 한번 데리고 와 보시죠.”
“사장님, 난 분명히 얘기했다구. 누구 하나는 속 터져서 죽을지도 몰라.”
공석인 자리를 적임자들이 꿰차면 회사가 안정을 찾아갈 것이다. 내후년 천억 매출이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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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다리던 첫 매출이 터졌다. 첫 변압기 출하! 200만 원밖에 안 하지만, 내 회사, 우리 회사 첫 매출이다!
5톤 트럭이 공장에 들어오는데 감개가 무량하다. 지금이야 한 대뿐이라 합바로 실었지만, 앞으로는 15톤 장축 트럭에 꽉꽉 채워서 내보낼 것이다!
첫 타자가 실려 나가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주문이 밀려왔다. 상무 말대로 거래처들이 오래 기다렸다고 하더니 뻥카가 아니었다. 대금만 잘 회수되면 탄탄대로일 것이다. 한시름 놓을 수 있겠군.
미리 만들어 놓은 물건으로 가득 찼던 마당이 금세 비어 버렸다. 직원들은 신이 났다. 고생해서 만든 물건이 팔려 나가는 모습에 기쁘지 않을 직원이 있겠는가. 나도 신 난다야. 유후.
공장장이 알음알음 데려온 기술자들이 속속 합류했다. 기술만 보지 말고 사람도 봐 달라는 부탁에 이 바닥에서 사람 좋기로 소문난 이들만 데려왔다. 나주 내려가는 것도 다 좋단다.
기술은 좋은데 개차반인 사람 데려와 봐야 회사에 득 되는 것이 없다. 내가 그런 사람들 밑에서 개고생하면서 지냈으니 누구보다 잘 알지 않겠나. 뭐 딱히 기술이 좋은 것도 아니면서. 태양전기 다니던 때를 생각하니 또 혈압이……. 아오! 꼰대들.
“사장님요!”
덕준이랑 한참 꿍짝꿍짝 작당 모의를 하던 상무가 나를 찾았다.
“무슨 작당 모의를 그리하십니까!”
“아무래도 경리 빨리빨리 뽑아야 할 것 같어. 한 과장한테 경리 일까지 시키는 건 좀 그렇잖아.”
덕준이한테 일을 너무 몰빵했나 싶다. 안 그래도 대한전력 입찰 준비하느라 사장실까지 들릴 정도로 한숨을 쉬더니만……. 나도 익히 해 봐서 안다. 얼마나 한숨 나오게 하는 일인지.
대한전력이나 대기업에 변압기 납품하려면 진이 빠진다. 준비할 서류는 왜 이리 많으며, 무슨 놈의 검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질릴 정도로 하는지. 아무것도 없는 신생 회사는 더하지.
덕준이는 맨땅에 헤딩하며 서류를 하나씩 만들고 있었다. 친구니까 편하게 얘기할 줄 알았더니, 나름 직장인이라고 눈치가 보였나 보다. 속 깊은 놈.
“안 그래도 뽑아야지 생각은 했죠. 세무사가 처음에는 다 해 줄 것처럼 하더니 막상 전화 몇 번 하니까 되게 귀찮아 하는 티 팍팍 내데요.”
“걔네야 기장 대리만 하지. 우리같이 거래 많은 곳은 경리 있어야 해. 한 과장 저러다 쓰러져.”
“주변에 누구 괜찮은 사람 있을까요?”
옆에서 잠잠히 대화를 경청하던 공장장이 입을 열었다.
“김 상무. 자네 와이프는 어때?”
“네? 우리 마누라? 어휴, 애 키운다고 일 그만둔 지 십 몇 년이 훌쩍 넘는데.”
상무 와이프라……. 좋은데?
“상무님, 괜찮은데요. 사모님이 예전에 경리 업무 하셨었어요?”
“지 사장 몰랐구나? 저놈이 태양전기 들어와서는 제일 먼저 한 일이 경리 낚아챈 것이잖아. 하하하. 그 일 잘하고 순박하고 순진한 애를…….”
“내가 뭘 낚아채! 와이프가 먼저 꼬리쳤다니깐. 순박하기는 개뿔.”
“상고 갓 졸업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애였는데……. 저놈이 어찌나 들이댔는지 공장 사람들 다들 학을 뗐어. 아주 말도 마. 저놈 때문에 회사 피해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어. 그러고 나서 그 악랄한 여동생이 들어온 것 아니야? 이게 다 너 때문이라고!”
창업주 여동생이 경리 업무를 보고 있길래, 가족끼리 다 해 먹는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런 사연이 있었군. 그래, 태양전기가 그렇게 된 것은 상무 때문이야! 푸훗.
“에휴. 내가 미쳤지. 왜 그랬을까?”
“상무님, 그래서 안 행복하세요?”
“아니아니. 행복하지. 행복해. 행복한데…….”
상무 표정이 참 애매하다. 좋다는 것인지 안 좋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표정. 상무 앞에서 반야심경이라도 읊어 주고 싶다.
“네가 나처럼 홀애비가 돼 봐야 정신을 차리지.”
“좋네요. 상무님 사모님이면 믿고 맡길 수 있겠는데요. 한번 물어봐 주시죠.”
“뭐 나야 맞벌이하면 좋긴 한데……. 와이프가 한다고 할까? 나주로 내려가야 하잖아. 지금도 애들 때문에 안 내려간다고 완강히 버티고 있는데 될까 싶네.”
“그럴 때는 좋은 방법이 있죠. 사모님 좋아하는 브랜드 뭐 있습니까? 제가 선물로 가방 하나 해 드리죠. 맨 입으로 설득이 됩니까? 나주가 축복의 땅이라고 잘 얘기해 보세요. 1년 뒤에는 나주에 사택으로 신삥 아파트도 하나 해 드릴게요!”
인재를 구하려면 그만큼 투자가 필요한 법이지. 돈 관리를 믿고 맡길 사람인데 그깟 명품 가방이 대수랴. 내 통장에는 가방 수백 개를 사고도 남을 돈이 있다. 직원들을 위해 몇백 쓰는 것이야 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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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상무 와이프가 회사에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황미연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상무님 많이 쫓아다니셨다고. 하하.”
“그이가 그렇게 말해요? 내가 진짜 못살아.”
내가 상무님 가정의 평화를 깨트린 것인가? 이따 집에 가서 상무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단호한 표정에서 밀양 얼음골에 들어온 듯한 살벌한 냉기가 품어져 나온다.
“아이고 농담입니다. 아무쪼록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순박하고 순진했다는 공장장 말은 뻥이었다. 누가 봐도 여전사인데? 누가 순박하고 순진한 황미연 여사를 여전사로 만들었나! 왜 다들 결혼하고 나면 와이프를 무서워하는지 살짝 알 것 같기도 했다.
“우리는 말일에 마감해서 익월 말일에 대금 결제해 주니까 거래명세표 잘 챙겨 주시고요. 여기 OTP요. 비번은 여기 있고요. 관리 잘해 주세요. 직급은 일단 대리로 했어요. 나주 공장 세워지고 인원 늘어나면 다시 정리할 테니까 불만스러워도 조금만 참아 주세요.”
“대리니 과장이니 그런 게 중요한가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나저나 오랜만에 일하려고 하니까 떨리긴 하네요. 며칠 어리바리해도 이해해 주세요. 아마 몸이 기억하니까 금방 적응할 거예요.”
역시 경력자라 그런지 다르다. 금방 예전 폼이 올라오는 것이 베테랑이 분명하다. 돈이 잘 들어오고 잘 나가는지 걱정 안 해도 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사무실 청소도 척척 한다. 알아서 일을 찾아서 하다니, 역시 주부 9단이야!
“덕준아, 남자들만 있어서 칙칙한 것보다는 분위기가 많이 나아진 것 같지?”
“언제는 경리가 모든 직원의 적이라고 분개하드만.”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긴 했다. 공장에서 옷이 소금밭이 될 정도로 땀 흘려 일하는데, 시원하게 에어컨 쐬면서 인터넷 쇼핑하는 꼴 보고 있으면 눈부터 돌아가는 것이 인지상정이지. 그러면서 서류 하나 늦게 내면 아주 대역죄라도 진 것처럼 악다구니를 쓰고 말이야.
그래도 돈 관리하는 최고의 권력자이니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소작농들이 못살겠다고 들고일어나면 지주보다 마름을 먼저 죽이는 것과 같은 것이라 보면 되려나. 한 달 내내 놀다가 월말에 잠깐 바쁘고 마는 최고의 자리라고 감히 생각했다.
우리 황 대리님을 보니 내가 착각했다 싶다. 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까지 알아서 찾아내 척척 해내 주신다. 오지랖은 아니다. 뭐랄까? 세심하다고 할까? 뭐가 됐건, 나에게는 또 하나의 행운이다. 그래, 한두 번 경험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지 말자.
매출이 발생했으니 민수 쪽은 걱정을 덜었다. 월 매출 2억까지는 어렵겠지만, 신생 기업치고는 좋은 성적이 분명하다.
* * *
이제는 공장 준공에 집중할 때이다.
“한 과장! 건축사 사무실에서 언제 온다고 했지?”
“오후 2시요!”
“잠깐 브리핑 좀 합시다.”
“예썰!”
덕준이가 대한전력 입찰 준비 틈틈이 공장 건축을 알아보며 예산안을 만들어 놨다. 잡소리 개소리가 많긴 하지만, 일 하나는 끝내주게 한다. 이런 놈이 왜 지금껏 백수로 살았을까? 내가 널 방구석 여포 아니라 진짜 여포로 만들어 주겠다!
“3천 평이니까 건폐율만 꽉 채운다고 가정하면 평당 150만 원. 총 45억이 되겠습니다. 설계랑 감리비는 대략 공사 금액 5퍼센트로 잡는데, 그건 법정 상한선이고 대략 2억 언더로 잡으면 되겠습니다. 공장에 호이스트 달고 이것저것 잡비 포함하면 총 50억이면 됩니다. 이상 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
“건폐율만 채우고 용적율은 안 채워?”
“용적률 300프로 다 채우려면 몇백억 깨져요. 일단 층고 높게 잡아서 짓고, 나중에 층 나눠서 쓰는 식으로 용적률 채워 가야지요. 사장님요, 제발 생각하고 말씀하시죠!”
“오호. 어쩌나 보자 하고 미끼 하나 던졌는데 안 무네? 역시 우리 한 과장!”
50억이라. 담보, 신용 대출 풀로 잡으면 충분하다. 혁신산단 입주 기업에 정부가 보증도 해 주니 돈이 넉넉하진 않아도, 부족해 안절부절못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설령 걱정되더라도 직원들 앞에서는 티 내지 말자. 걱정은 마음속으로만!
“사장님, 건축사님 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남동건축 최창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건축사와 만남으로 나주 공장 첫 삽을 펐다. 동네 건설 회사 하나 잡아서 대충 지을 생각이었는데,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해 보자는 생각에 건축사를 찾았다.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긴 하지만, 설마 공장 짓기도 전에 망하겠어?
우리 창업 공신들이 서로 욕지거리 던지고 머리 쥐어뜯어 가며 고민한 결과물을 전달했다. 나는 하나만 추가할 생각이다.
“공조 장치요? 무슨 반도체 공장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필요합니까?”
“네, 온도가 일정해야 품질이 좋아지거든요. 이왕 하는 것 제대로 만들어야죠. 대충 만들었다가는 나중에 들어가는 돈이 더 많더라고요.”
품질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생산성 향상에 더 방점을 찍었다. 겨울엔 미친 듯이 추워서 호호 불어 가며 조립해야 하고, 여름엔 미친 듯이 더워서 옷이 염전이 되는 상황이면 생산성이 높아지겠나? 사시사철 일정한 온도에서 부지런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사장의 책무이지.
“음……. 그것까지 설계에 반영하려면 비용도 그렇고 공사비도 만만치 않을 것인데요?”
“대략 어느 정도 예상하시나요?”
“글쎄요. 건설 회사마다 다르긴 한데. 3천 평이라……. 건폐율만 채운다고 치고, 60억은 족히 들겠는데요.”
오호라, 60억이라. 설계비 좀 많이 받아 가시겠다? 일단 더 들어 보자.
“그럼 설계비는 대충 얼마쯤 잡으신 겁니까?”
“그거야 설계가 나와야 알지요. 뭐 요율대로 한다면 3억쯤 되겠네요.”
이놈 봐라? 3억? 넌 첫판부터 장난질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