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7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한식집 직원이 방으로 들어와 식사를 언제 세팅을 시작할지를 물었고, 통성명을 진행하던 송사장이 차부터 주문한다. 얘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그때 식사를 하자는 취지에서였다.
한식집 직원이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는 문을 닫으니, 기다렸다는 듯이 가장 고령자로 보이는 남자가 입을 열었다.
“ 송사장님 오랜만입니다. ”
“ 하하하. 그러게요. 어디 보자. ‘온정’ 이후로 처음 뵙네요. ”
이미 두 사람은 안면이 있는지 얘기를 나눴고, 송사장과 얘기를 나누던 머리가 희끗희끗한 고령자는 이내 강주혁에게 시선을 던졌다.
“ 그나저나 놀랐어요. 그렇지 박팀장? ”
지금 말하고 있는 남자가 바로 MV e&m의 영화 사업부장 김원태.
“ 그러니까요. 제안서를 보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하하하. 바로 부장님께 보고드리러 뛰어갔다니까요. ”
부장에 부름에 곧장 대답하는 남자가 영화사업부 마케팅팀 팀장 박선구. 그 마케팅팀 팀장 옆에 앉아있는 남자는 팀장의 부사수 정도로 보였다.
팀장의 대답이 끝나자, 그 바통을 사업부장이 다시금 받아 진행한다.
“ 확실히 화제성이 있겠어요. 이제 우리나라 영화도 제작부터 스토리가 있어야 해. 대중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이제 잘나가는 배우 한둘 박아둔다고 홍보가 되는 게 아니야. ”
마케팅팀 팀장은 옳으신 말씀이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쯤에 송사장도 동의하며 입을 열었다.
“ 맞는 말씀입니다. 제안서를 보셨다시피, 지금 분위기가 좋습니다. 하정훈, 류진주 캐스팅에 시나리오 잘빠졌어요. 거기다 우리 제작, 투자를 겸하는 주혁이까지. ”
송사장이 옆자리에 앉아있던 강주혁의 어깨를 툭 치며 말하자, 경청하던 마케팅팀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 아주 좋은 전략이라 제안서를 보자마자, 이건 되겠다 싶었습니다. 시놉도 재미있고. 초기에 하정훈, 류진주로 눈길 좀 사로잡다가, 중후반부에 강주혁씨 스토리로 밀어내면 다른 영화들은 끽소리도 못하겠어요. ”
“ 아, 주혁이를 전면에 세운다는 건가요? 그럼 대중들이 잘 받아들일까요? ”
마케팅팀 팀장이 돌연 표정이 살짝 어두워진다.
“ 노이즈 마케팅이죠. 입소문은 노이즈 마케팅만 한 게 없어요. 물론 양날의 검이긴 합니다. 우리 쪽도 피해를 감수해야 하죠. 그래서 말인데. ”
말끝을 흐리던 마케팅팀 팀장이 지금까지 조용히 앉아있던 원로배우 홍경연을 슬쩍 쳐다본다.
방안 모두의 시선이 홍경연에게 꽂힌다. 이 순간 강주혁이 속으로 생각한다.
‘ 오호? 끼워 팔겠다? ’
팀장의 연설에 부장이 팔짱을 끼면서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이어서 MV e&m의 부장과 팀장은 송사장에게 제작계획부터 시작해서, 앞으로의 진행 방향성. 그리고 조연부터 조단역 까지 캐스팅부분을 물었다. 이에 송사장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아직 확실히 결정된 바 없다.
말을 이리저리 빙빙 돌려가며 답했지만, 말의 속뜻을 해부하면 결국 결정된 게 없다는 뜻이었다. 투자가 급한데 왜 이런 실없는 대답을 했는가? 바로 강주혁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
‘ 형 다른 건 몰라도, 앞으로의 방향에 관해 물어올 때, 우리는 입을 다물자. ’
송사장이 의아해했지만, 강주혁의 생각은 간단했다. 투자사 쪽이 영화 내부의 일을 자세하게 알기 시작하면 착각을 시작한다. 자신들도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는.
그럼 슬슬 목소리가 커진다.
그럼 귀찮아진다.
주혁은 그런 일들을 미리 방지하고자 했고, 투자사도 결국 손에 움켜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송사장도 그에 납득했기에, 지금 이렇게 실없는 대답을 뱉어내는 것이다.
MV e&m은 송사장의 대답을 들으며 중간중간 서로 작게 말을 나누기도 하고, 다시 송사장에게 질문을 이어가며 대화를 이끌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MV e&m이 강주혁에게 한마디도 말을 걸지 않고 있다는 점.
마치 얼굴마담을 세워놓고 그에 대해 감평을 늘어놓는 것처럼. 그저 수많은 마케팅 및 홍보 수단에 하나인 것 마냥 단 한 마디를 걸지 않았다.
‘ 이것 봐라?’
상황이 재미있게 흘러가자 강주혁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지켜볼 뿐, 딱히 이들의 대화에 참여하지 않되 흐름은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주혁과 비슷하게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유명 원로배우 또는 다작 배우라 불리는 홍경연.
홍경연은 처음 강주혁에게 인사를 던진 이후로 팔짱을 낀 채 상석에 앉아 계속 입을 다물고 있다. 가끔 차도 마시면서, 여유롭게 웃기도 한다.
뭘까? MV e&m이 홍경연을 끼워 팔려고 데리고 나온 것 같긴 한데, 아무 액션을 취하고 않고 있다. 주혁은 이상했지만,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강주혁이 홍경연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을 즈음 MV e&m과 송사장과의 대화는 어느덧 결말로 치닫고 있었고, MV e&m의 사업부장이 결단을 던진다.
“ 송사장님. 말씀 잘 들었어요. 에- 일단, 박팀장. ”
사업부장이 마케팅팀 팀장에게 눈짓을 주니, 마케팅팀 팀장이 따로 챙겨온 파일을 송사장에게 내민다. 팀장에게 파일을 받아 펼쳐본 송사장의 눈알이 커졌고,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사업부장이 말을 이었다.
“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욕심이 나요. 허허허. 그래서 나도 좀 빨리 움직였어. 송사장님 지금 여기저기 간 보고 계실 텐데, 내가 그 시간을 좀 단축해볼까 해요. ”
사업부장이 잠시 뜸을 들이자, 송사장이 침을 꿀떡 삼킨다. 그렇게 몇 초간 침묵을 지키던 사업부장이 다시 말을 이어간다.
“ 이렇게 합시다. 송사장님. 여기저기 간 보지 마시고, MV e&m이 전체 투자금을 대는 건 어때요? 보셨다시피, 추가 투자금까지 총 70억 보고 있어요. 이거 대충 말하는 거 아니야. 결재까지 떨어진 사항이에요. ”
전체 투자금. 한눈에 봐도 송사장의 당황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송사장이 당황하는 이유. 영화 투자금을 한곳에서 모두 몰빵하는 일은 드물지만, 종종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경우는 같은 조건이라고 볼 때, 이름값이 드높은 감독이나, 대형 영화사가 제작할 때나 가능한 일이다.
지금 영화 척살의 스펙은 아무리 탑배우 2명을 셋팅 시켰다 한들, 제작하는 곳은 몸집이 작은 무비트리에 감독은 무명. 그런 곳에 투자사가 전체 투자금을 몰빵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지금 MV e&m이 전체 투자금을 댄다고 말하고 있다. 거기다 추가 투자금까지.
보통 추가 투자금은 영화가 크랭크인하고 촬영이 시작되다가 중후반부에 제작비가 부족할 때, 제작사 측에서 투자사를 만나 거의 빌다시피 해서 받아온다.
‘ 세게 나오네. ’
사업부장의 강공에 강주혁은 속으로 꽤 세게 나온다고 생각했다. 추가 투자금은 영화 제작 초기에 얘기를 나누지 않는다.
‘ 추가 투자금에······ 홍경연이라······ ’
슬슬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지만, 주혁은 일단 상황을 더 지켜보기로 했고, 그 와 동시에 송사장의 입이 열렸다.
“ 하하하. 굉장합니다. 이런 제안을 처음 받아봐서. 알겠습니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
송사장의 대답에 사업부장이 비릿한 웃음을 던진다.
“ 송사장님. 좀 헷갈리시나 봐요. 나 지금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투자제안서 보여드린 거 아니야. MV e&m과 같이 갔으면 해서 보여드린 거지. ”
“ 예? ”
“ 우리가 원래는 김삼봉 감독 차기작 논의 중이었어요. 근데 그거 송사장님 제안서를 보고 막판에 엎었어. 욕심나서. 근데 만약 우리랑 안 하시면 당연히 김삼봉 감독 차기작에 부을까 해요. ”
김삼봉 감독. 강주혁은 순간 최명훈 감독의 연락처를 묻기 위해 어렵사리 연락했던 김삼봉 감독을 떠올렸다. 주혁이 알기론 영화 척살의 시나리오를 쓴 최명훈 감독은 김삼봉 감독의 조감독으로 몇 년을 굴렀다고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혁이 김삼봉 감독을 떠올리는 순간, 사업부장이 약간 웃음기가 담긴 말투로 얘기한다.
“ 이 척살 시나리오를 쓴 감독이 김삼봉 감독 밑에 있던 친구라면서요? ”
너구리 같은 인간이네. 역시 대기업 MV e&m 사업부장. 머리 굴리는 게 보통이 아니었다.
‘ 대충 어떤 와꾸를 잡고 왔는지 알겠네. ’
지켜보던 강주혁은 현재 MV e&m이 어떤 계획을 짜고 왔는지,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가지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 홍경연.
무심하게 홍경연의 얼굴을 쳐다보던 강주혁이 사업부장과 송사장의 대화에 뜬금없이 끼어든다.
“ 그러니까 송사장님. 간 보지 마시. ”
“ 저기요. ”
지금까지 조용하던 강주혁의 발언에 모두의 시선이 주혁에게 꽂힌다.
“ 궁금한 게 있는데요. ”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그저 강주혁을 쳐다보고 있을 뿐. 그런 분위기에 아랑곳없이 강주혁이 담담하게 말을 잇는다.
“ 홍선배님은 여기 왜 나와계십니까? ”
갑자기 자신이 거론돼서 심기가 불편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홍경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그리고 대답은 사업부장이 아닌 마케팅팀 팀장에게서 나왔다.
“ 아, 홍선생님이 식사를 안 하셨다고 하셔서요. ”
미친 소리 하고 자빠졌네. 하도 어이가 없는 답변에 강주혁이 웃으며 팀장을 쳐다본다.
“ 식사하러 오셨다고요? ”
“ 그, 그렇죠. ”
대답을 들은 강주혁의 시선이 다시 홍경연에게 맞춰진다.
“ 선배님. MV e&m 소속이셨어요? ”
하지만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불편한 기류만 흐를 뿐. 어찌 보면 대답보다 더욱 확실했다. 무언의 긍정.
홍경연은 큼큼거리며 차를 마셨고, 사업부장은 매우 심기가 불편한지 ’여긴 니가 낄 자리가 아니야‘같은 표정이었다. 마케팅팀 팀장은 부장의 눈치를 보기 바빴고, 송사장은 그저 강주혁에게 분위기를 맡기는 느낌이었다.
‘ 대충 알겠네. ’
지금까지 굴러가는 상황과 홍경연, 김삼봉 감독. 모든 퍼즐이 강주혁의 머릿속에서 맞춰졌다. 강주혁은 자신을 아니꼽게 노려보고 있는 사업부장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 그러니까 이 작품으로 세탁을 시키겠다? ”
“ 아니 주혁씨 무슨 말을. ”
사업부장이 처음으로 정색을 하며 말했다. 주혁은 그러거나 말거나 차를 한잔 마시곤 그의 말을 끊어냈다.
“ 아니요. 아닙니다. 할 말도 다 오간 거 같은데 대충 정리하시죠? 여기서 결정하는 것도 말이 안 되고. 그렇죠? 선배님? ”
강주혁은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는 홍경연을 웃으며 쳐다봤다. 그러자 홍경연이 슬쩍 미소지으며 흥미롭다는 듯이 강주혁을 쳐다보다 이내 말한다.
“ 인상 깊군. ”
“ 뭐가요? ”
“ 자네 어딘가 좀 변했어. 뭐, 그래 김부장 이 친구 말이 틀린 건 아니야. 여기서 결정짓는 건 말이 안 되지. 이만 일어나지. ”
홍경연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강주혁이 그를 올려다보며 말을 던진다.
“ 식사는 안 하시고요? 식사하러 오셨다면서요. ”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홍경연은 그저 웃으며 방을 빠져나갈 뿐이었다. 홍경연이 방을 빠져나가자, 마케팅팀 팀장이 급히 따라나섰고, 사업부장이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면서.
“ 송사장님. 저는 이거 꼭 하고 싶네요. 이게 잘 안되면······ 참 내가 난감해져. 응? ”
“ 예? 아, 네. ”
대답을 들은 사업부장의 시선은 천천히 강주혁으로 옮겨붙었다. 그렇게 몇 초를 쳐다보더니 이내 방을 빠져나간다.
-탁!
문이 닫히자, 박경수 피디가 숨을 턱하고 내뱉는다.
“ 푸하!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네. ”
그 숨소리를 끝으로 송사장이 외쳤다.
“ 야! 주혁아! 뭐야! 뭔 소리야? ”
“ 일단, 밥부터 먹자. 나 배고파. ”
잠시 후, 식탁에는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박경수 피디도 배고팠는지 허겁지겁 먹기 바빴고, 강주혁도 한술 뜨기 시작한다.
하지만 송사장은 영 안 넘어가는지 숟가락은 식탁에 탁 내려놓더니 다시금 물었다.
“ 주혁아. 뭔데? 이제 말 좀 해봐라. ”
그의 물음에 강주혁은 소고기 뭇국을 후루룹 먹으며 답했다.
“ 우리 협박당했어. ”
“ 어? 협박? 우리가 협박을 당했어? ”
고개를 끄덕이던 주혁이 이번에는 무말랭이 하나를 집어 밥 위에 올린다.
“ 어 협박. ”
“ 무슨 협박? ”
그때 옆에서 허겁지겁 밥을 씹던 박경수 피디가 말을 추가한다.
“ 저도 얼핏 느끼긴 했는데. 진짜였나 보네요. ”
“ 뭐야? 왜 나만 못 느꼈어? ”
어리둥절한 송사장이었다. 그 모습에 강주혁이 짧은 한숨을 뱉으며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이 사람에게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아까 봤지? 홍경연 그 아저씨. ”
“ 어어. 봤지? ”
“ 그 아저씨 몇 년 전에 음주운전으로 자숙 중이야. 근데 여기엔 왜 있겠어. ”
대답은 박경수 피디가 한다.
“ 배우 던지는 거죠. ”
“ 맞아요. 우리 영화로 세탁시키려는 거야. 추측이긴 한데. 중간에 거론됐던 김삼봉 감독. 아마 MV e&m은 처음에 김삼봉 감독 작품에 투자하면서 홍경연을 끼워팔라고 했을걸? ”
“ 그게 잘 안됐겠죠. ”
강주혁이 박경수 피디를 쳐다본다.
“ 와. 뭐야 형. 직원 잘 뒀네? ”
“ 하하하. 감사합니다. ”
“ 하여튼 잘 안되던 찰나에 척살의 제안서를 받았을 거야. 봤더니 어? 겨우 투자금이 50억? 근데 하정훈이랑 류진주 캐스팅이네? 하면서 관심을 가졌겠지. ”
이번에도 추가설명은 박경수 피디가 한다.
“ 거기다 강주혁씨도 계시니까. ”
“ 그렇죠. 제작비 꼴랑 50억인 영화에 하정훈, 류진주가 합류한 것도 신기한데. 영화 제작과 투자에 내 이름이 박혀있으니까, MV e&m은 짱구를 겁나 굴렸겠지. ”
송사장이 고개를 갸웃한다.
“ 무슨 짱구? ”
박경수 피디가 한숨을 내쉰다.
“ 하- 사장님. 생각해보세요. 이거 개봉하면 사람들 눈에 음주운전 걸린 홍경연이 보이기나 하겠어요? 제가 보기엔 강주혁씨가 훨씬 눈에 보일 거 같은데. 사건에 급이 다르잖아. 아 죄송해요. ”
순간 아차 싶었는지 박경수 피디가 강주혁을 보며 사과한다.
“ 아니요. 괜찮아요. 피디님 말이 맞아. 나를 총알받이로 세우려고 생각했을 거야. 꿩 먹고 알 먹고야. 화제성도 얻고, 홍경연도 숨길 수 있지. 마케팅적으로도 뿌릴 게 많고, 제작비도 싸고, 배우 세팅도 잘돼있는 데다가 시놉도 재미있어. 탐이 나 안 나? ”
“ ······ 난다. 탐이 나겠어. ”
이제야 조금 이해가 갔는지 송사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번뜩 뭔가를 떠올리고 다시 묻는다.
“ 협박은? 협박은 무슨 소리야? ”
시금치를 집던 강주혁이 대뜸 답한다.
“ 말했잖아. 김삼봉 감독. MV e&m 입장에선 탐이 나니까 조사를 해봤겠지. 근데 최명훈 감독이 김삼봉 감독 밑에 있던 조감독이었네? 생각해봐요. 만약 우리가 MV e&m의 제안을 거절하고 다른 투자배급사와 손을 잡는다고 치면 MV e&m이 김삼봉 감독 작품으로 간다고 했잖아. ”
“ 그랬지. ”
“ 그렇게 되면 백프로 MV e&m은 개봉 시기를 우리랑 맞춘다고. 그리고 기사 내겠지. 뭐 ‘ 김삼봉 감독! 제자 최명훈 감독과 격돌? ’ 같은 시답지 않는 기사 뿌리면서 대결 구도 잡는 거야. 최명훈 감독 멘탈이 안 흔들리겠어요? 하늘 같은 스승과의 대결이라는데. ”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던 송사장이 이내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 그리고 스크린도 죄다 먹어버리겠네? ”
깍두기를 오도독 씹던 강주혁이 허공을 보며 무심하게 답한다.
“ 뭐. 그럴 수도 있겠네. 대기업인데 뭔들 어렵겠어요. 하여튼 와꾸를 다 짜고 왔어. 홍경연도 끼워팔고, 제작비도 싸니까. 이득이라 생각했겠지. 어차피 그 아저씨 재기시켜야 하는데, 싼 게 낫지. 우리가 거절 못 하게 방법도 짜왔고. 그 너구리 같은 영감 일 잘하더라. ”
“ 그러니까 거절하면 김삼봉 감독한테 몰빵해서 척살을 지우겠다? 홍경연 복귀 못 시켜도 그렇게 하겠다는 소리잖아. ”
어느새 식사를 다 마친 강주혁이 물을 한잔 들이키며 답한다.
“ 너구리 영감 나갈 때 한 말 못 들었어요? 잘 안 되면 지가 참 난감하다잖아. 우리 코 꿰였어. ”
“ 망할! 어쩌지? ”
물이 부족했는지 강주혁이 물 한잔을 박경수 피디에서 추가로 받으면서 읊조린다.
“ 뭘 어째? 저렇게 이빨 드러내고 덤벼드는데. 어떻게 나오는지 좀 지켜봐야지. 함부로 움직이면 쟤네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으니까.”
그리고 그 순간.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식탁위에 올려둔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강주혁은 재빨리 액정을 확인했다.
*070-1004-1009
‘왔다.’
보이스피싱이었다.
“ 형 나 전화 좀. ”
강주혁이 재빨리 핸드폰을 집어서 방을 빠져나와 전화를 받았다.
[‘브론즈’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 안녕하세요!] [강주혁님의 유료 서비스 ‘브론즈’의 남은 횟수는 총 23번입니다.] [‘유료 서비스’를 경험하며 인생역전의 더욱 가까워지길 기원합니다! ] [계속 진행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 ]강주혁이 재빠르게 1번을 누른다.
-띠익
그의 손에는 자연스레 수첩이 들려있었고, 저번 보이스피싱에서 들렸던 키워드들이 적혀있다.
-(1번 ‘아침 11시’, 2번 ‘13’, 3번 ‘저녁 8시’, 4번 ‘가짜’)
주혁이 수첩에 적힌 키워드들을 읽고 있을 때, 핸드폰에서는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 [ 1번 ‘아침 11시’, 2번 ‘13’, 3번 ‘저녁 8시’, 4번 ‘새벽 5시’, 5번······ ] [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4번만 바뀌었다. 저번에 선택한 ‘가짜’키워드 빼곤 전부 같았다.
“ 2번 빼곤 전부 시간이네. ”
잠시 고민을 하던 주혁이 2번 ‘13’을 눌렀다.
-띠익
[ 탁월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13’입니다! ] [ G-NEO게임즈의 신작 모바일게임 ‘13’인의 용사가 국내와 중국에서 오픈과 동시에 초대박 행렬을 이어갑니다. G-NEO게임즈에 모바일게임 ‘13’인의 용사의 초대박은 잠시 주춤했던 국내 게임 시장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됩니다. ]-뚝
전화가 끊겼고, 주혁은 수첩에 정보를 적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짧게 읊조린다.
“ 돈 냄새가 나는 정보네.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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