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6
얼굴을 감싸고 있는 강주혁에 비해, 송사장과 최명훈 감독 그리고 하정훈은 느닷없이 나타난 류진주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 류진주는 강주혁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고.
“ 선배님. ”
그녀의 부름에도 강주혁은 그저 얼굴에 마른세수하다 겨우겨우 한숨을 내쉬며 답한다.
“ 후- 왜. ”
“ 저 이 영화 할래요. ”
“ 예?! 진짭니까? 아니 진주씨가 왜 갑자기. ”
조용히 듣고 있던 송사장이 화들짝 놀란다. 하정훈은 재미있게 돌아간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고, 최명훈 감독은 류진주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다.
“ 네. 저 이 영화 하고 싶어요. ”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으나, 송사장은 일단 냅다 잡고 보자는 식으로 당장에 대답한다.
“ 그럼요. 진주씨가 하고 싶으면 해야죠! 하하하. 이게 무슨 일이지. ”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한 송사장 말에 류진주가 그제야 강주혁에 있던 시선을 다른 사람들에게 던진다.
“ 너무 하고 싶어서, 소식 듣자마자 달려. ”
류진주가 말하는 순간.
“ 안돼. ”
강주혁이 그녀의 말을 끊어낸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에게 꽂힌다.
“ 아니, 주혁이 그게 무슨. ”
“ 형. 우리 제작비 기억 안 나요? 꼴랑 그거 가지고, 하정훈이랑 류진주를 어떻게 돌려. 너무 비싸. 가뜩이나 조연, 조단역들 많은데. ”
“ 제작비야 더 땡기면. ”
제작비? 높으면 좋지. 다만, 제작비가 높아진다는 것은 반대로 손익분기점이 높아진다는 것과 같다.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분배되는 이익이 줄어든다는 것. 거기다가.
“ 여주 분량이 꼴랑 요만큼인데, 거기다가 류진주를? 가성비 생각 안 하시나 봐. ”
제작이라는 게 그렇다. 탑스타? 좋지. 문제는 비중은 쥐똥만큼인데 그 배역을 맡은 배우가 탑스타라면 가성비가 매우 안 좋다. B급 배우로 몇천이면 쇼부 볼 것이 갑자기 10배 이상이 뛰는 거다.
거기다 사실 탑스타의 출연료의 진짜는 러닝개런티에서 판명 난다. 영화가 700만을 넘었다고 치고, 손익분기점이 200만이면 총 500만. 출연료 5억에 러닝개런티 1명당 100원. 대충만 잡아도 10억이다. 두 명이면 20억.
영화 척살의 흥행 여부를 모른다면야 류진주를 두 팔 벌려 환영하겠지만.
‘ 900만이 확정인데, 굳이 ’
이미 흥행 여부를 알고 있는 강주혁으로서는 류진주라는 카드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반대를 예상치 못했는지 류진주가 강주혁을 쳐다보며 입술을 살짝 깨문다.
분위기를 잠시 지켜보던 송사장이 진화에 나선다.
“ 그래도 일단 얘기를······ ”
그때 잠자코 류진주를 쳐다보고 있던 강주혁이 말꼬리를 잡아먹으며 끼어들었다.
“ 형. 형도 잘 알잖아요. 내가 출연료만 가지고 이러는 게 아니야. 이거 백 프로 간섭 들어와요. 투자배급사에서. 처음에야 그냥 안 그런 척하겠지만, 결국 여주 분량 수정하라 돈 뺀다 어쩐다 하면서 할 게 뻔하잖아? ”
문제는 비등 류진주의 출연료만 있는 게 아니었다. 투자배급사 또는 투자사의 간섭. 물론, 투자사 입장에서는 영화에 탑스타가 2명이나 캐스팅이 돼 있으면 홍보하기 편하다.
기사 제목에 하정훈, 류진주 이름만 박아서 내보내면 되니까.
당연히 홍보 효과도 좋을 테고, 입소문도 빠르게 난다. 그런데 영화 뚜껑을 열었더니, 류진주가 거의 안 나오네? 말이 여주지 조연보다 못하네?
슬슬 류진주의 팬들 사이에서 말이 돌 것이다.
그럼 귀찮은 일이 많이 생긴다. 안 달리던 악플이 달릴 테고, 기자들은 신나서 기사를 써재낀다. 어쩌면 ‘류진주, 감독과 불화설’ 따위에 유언비어가 퍼질지도 모를 일.
영화는 감독의 편집에 따라 방향성이 확 달라지니까.
초반부터 이런 귀찮은 일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쌓이다 보면 영화 흥행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그런 일을 원치 않는다.
따라서 간섭을 한다.
여주 비중을 늘려라. 방향성을 수정해라. 이렇게 부탁한다. 저렇게 부탁한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최명훈 감독은 무명이라 이런 투자자의 간섭에 흔들릴 가능성이 컸다.
강주혁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
최명훈 감독. 결과적으로 척살 영화의 흥행 핵심은 최명훈 감독이었다. 하정훈이야 최명훈 감독과 무비트리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이었고, 사실상 최명훈 감독이 가장 중요한 핵심.
그렇기에 강주혁은 영화 척살의 제작에 가장 1순위는 최명훈 감독이라 생각했고, 그의 멘탈을 챙겨야 했다.
그런 최명훈 감독은 현 상황에 딱히 의견피력 없이 잠자코 지켜보는 중이었고, 송사장은 방금 강주혁이 던진 말이 하나 틀린 말이 없기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하정훈이야 여전히 킬킬거리고 있었고.
한명 한명씩 얼굴을 보던 주혁은 다시금 입술을 잘근 씹은 류진주에게 시선을 맞췄다.
‘ 아깝긴 해. ’
결코, 류진주가 부족하다거나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이 바닥에서도 유명한 하정훈 라인에 들 정도의 연기력에 저 미친 미모까지.
뭐하나 빠지지 않는 최고의 여배우다.
그렇기에 강주혁은 류진주가 이 조건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출연료도 현저하게 줄어들 테고.
탑여배우로서는 여러모로 받아드리기 힘들 테지. 류진주의 고뇌하는 표정으로도 느껴졌다. 강주혁은 그런 류진주의 고민을 빨리 해결해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 류진주. 괜찮아.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고, 다음에 내가······ ”
하는데, 느닷없이 류진주가 강주혁의 말을 잘라먹는다.
“ 맞춰볼게요. ”
“ 뭐? ”
주혁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류진주는 말을 잇는다.
“ 조연급 출연료로 맞추면 되잖아요. 그리고 투자사 문제는 내 계약서에 비중 관련해서 더는 건들지 못하게끔 조항을 넣으면 되잖아요? 그렇죠 감독님? ”
“ 에?! 아, 그, 그러면 나중에 잡음도 없고, 좋은 방법 같은데요. ”
“ 그렇지! 그러면 되겠네! 진주씨 아주 명석하네요? ”
최명훈 감독과 송사장이 신명 나게 동의하기 시작했고, 그 틈에 하정훈이 류진주에게 묻는다.
“ 야. 진주야 너 이거 왜 그렇게까지 하려고 하는 거냐? ”
“ 오빠는 이거 왜 하는데요? ”
“ 음. 뭐. 그렇게 됐지. ”
“ 저도 뭐 그렇게 된 거죠. ”
하정훈이 살짝 웃으면서 못 말린다는 시늉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 모습을 잔잔하게 보던 류진주가 이내 강주혁과 눈을 마주친다.
“ 선배님 됐죠? 또 뭐 문제없잖아요. ”
“ ······하- 니 맘대로 해라. 맘대로 해. ”
짝짝짝! 박수를 치는 송사장. 최명훈 감독은 책상 아래쪽에서 남몰래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정훈은 어느새 관심이 없어졌는지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결정이 났으니 빨리 움직여야 했다. 강주혁이 송사장을 보며 빠르게 말을 전달한다.
“ 형 그럼 오늘 우리 주연배우님들 출연료 개런티 확정지어서 사인받지 뭐. ”
“ 그래! 그러자!”
“ 계약서 끝내면 바로 제안서 만들어서 파이낸싱 진행하자구요. ”
생각지도 못한 류진주 캐스팅 확정. 이제 영화 척살은 투자를 받기 위한 조건 충족으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강주혁의 사무실(보이스 프로덕션).
무비트리의 송사장이 영화 척살의 완성된 제안서를 투자, 배급사에 돌리는 동안 강주혁은 가장 먼저 사무실을 정리했다.
필요한 가구나 가전기기가 한둘이 아녔다. 덕분에 강주혁은 오랜만에 쇼핑리스트를 작성해, 하나씩 지워나가며 사무실을 채우기 시작했다.
노트북부터 시작해서, 책상, 소파 그리고 탕비실에 들어가는 각종 주방용품 등.
“ 이런 것도 나름 재미있네. ”
사무실을 채워나가는 재미가 나름 쏠쏠한 모양인지, 강주혁은 사무실을 꾸미는데 꽤 심혈을 기울였다.
어느 정도 모양새가 나는 사무실 중앙에 선 주혁은 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사무실을 한번 빙글 돌면서 둘러본다.
“ 확실히 혼자 있으니까, 넓긴 넓네. ”
사무실을 둘러보던 주혁의 짧은 읊조림. 40평이 넘는 사무실이 나름 모양새는 잡혔지만, 사람이라곤 강주혁 혼자 있었기에 느낌 자체는 휑했다.
“ 일 좀 많아지면 직원 뽑아야 하려나? ”
이 부분은 일단, 송사장에게 묻는 게 빠르겠다는 생각에 직원고용에 대한 생각은 일단 접기로 한다.
그런데 바로 그때.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벨 소리가 울렸다. 순간 반사적으로 미래정보가 적힌 수첩을 꺼내든 주혁은 이내 핸드폰 액정에 표시된 발신자를 보고는 살짝 실망한다.
-무비트리 송사장
보이스피싱이 아닌 게 아쉽긴 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은 주혁이 전화를 받았다.
“ 형. ”
“ 어. 주혁아! 대박 났다! ”
“ 대박? ”
“ 어어! 다들 난리다 난리. 투자하고 싶다고! ”
“ 잘됐네요. 한 번씩 전부 간 볼 거지? ”
“ 당연하지. 일단, 미팅 5개는 잡혔다. ”
전화를 받는 주혁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 힘 좀 써줘요. 송사장님 명성 어디 안 갔죠? ”
“ 그럼 임마! 아, 맞아. 너한테도 말하게 있어. ”
“ 응? 뭔데요? ”
핸드폰 건너편의 송사장이 종이를 넘기면서 전화를 받고 있는지, 팔락팔락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
“ MV e&m 알지? ”
“ 국내 3대 투자배급사를 누가 몰라. 거기서도 왔어요? ”
“ 가장 욕심을 내고 있어.”
“ 허- ”
MV e&m을 듣는 순간 주혁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MV e&m. 국내에 가장 몸집이 큰 3대 투자배급사로, 영화 투자와 배급까지 모두 통으로 운영한다. 물론, 영화 제작이나 매니지먼트 사업도 뻗쳐나가고 있지만.
주 종목은 투자배급이다.
MV e&m은 몸집이 큰 만큼 어지간한 영화에는 투자를 참여하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블록버스터급이나 거장이라 표현되는 감독의 영화에나 참여하지, 자잘한 영화에는 손도 안 대는 편.
‘ 근데 왜 욕심을 내지? ’
고개를 갸웃하며 강주혁이 의문을 가질 때, 핸드폰에서 송사장의 말이 이어진다.
“ 근데 MV e&m에서 미팅날 너도 보고 싶어 한다. ”
“ 나를? ”
“ 당연하지 임마. 너 이제 어엿한 제작 참여에 투자자야, 그런데 너가 누구냐? 강주혁이잖아. 투자배급사 입장에선 파격적인 홍보 효과라 생각하고 있겠지. ”
“ 그래서 나를 부른다? ”
“ 어어. ”
어찌 보면 당연했다. 아마 어느 투자사나 배급사들 모두 강주혁이 이 영화에 제작과 투자에 참여했다는 말을 들으면 어느 곳이라도 일단, 호기심에 만나는 보겠지.
사실 강주혁 자체를 마케팅수단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은둔하던 강주혁 영화 제작 참여!’ 나 ‘영화 ’척살‘의 투자자 강주혁?’ 따위에 기사를 쏟아내면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테고 자연스럽게 영화 홍보도 될 거다. 아마 MV e&m도 그 생각에 강주혁을 불러냈을 가능성이 컸다.
“ 미팅 언젠데요? ”
“ 내일 점심이야. 어때? ”
영화 제작에 기둥이 될 투자자. 그들을 만나는 게 뭐가 어렵겠는가.
“ 어쩌고 자시고 할 게 있나 MV e&m인데 가야지. ”
“ 크크크. 오케이. 그럼 내일 사무실로 와! 같이 출발하자. ”
“ 알았어요. ”
-뚝
그렇게 MV e&m과의 미팅이 잡혔다.
고급한식집 앞 주차장.
송사장의 차에는 조수석에 강주혁, 뒷좌석에 제작 PD(프로듀서)인 박경수가 타고 있다.
제작 피디는 보통 기획 피디와 현장 피디로 나뉘는데, 무비트리처럼 몸집이 작은 제작사는 사실 구분이 무의미하다. 거의 모든 일에 동반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쉽게 말해 ‘감독이 영화를 찍는 데 불편함 없는 환경을 만들 것’이 제작 피디의 할 일이다.
제작 피디는 영화 촬영이 끝난 이후, 배급사와 마케팅 전략을 의논하기에 송사장은 제작 피디인 박경수를 동행시켰다.
“ 늦었다. 늦었어. 빨리 들어가자. 다들 기다리고 있을 거야. ”
“ 얼마나 늦었다고. 천천히. 형! 형!! ”
송사장은 뭐가 급한 것인지 차를 주차하자마자, 입구로 뛰쳐 간다. 그 뒷모습을 보며 강주혁이 한숨을 내쉬었고, 제작 피디인 박경수가 말을 던진다.
“ 하하. 사장님이 요즘 들뜨셨어요. ”
“ 들떠요? ”
“ 네.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저렇게 열정적인 모습. 요즘 아주 저만 죽어납니다. 살살 좀 부탁드려요. ”
박경수는 자리가 자리인 만큼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있다. 그 모습에 강주혁이 슬쩍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
“ 하하하. 저희도 다 알건 압니다. 괜히 숨기지 않으셔도 돼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투자자님. ”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송사장은 MV e&m과 만나기로 한 방에 들어갔는지, 입구 쪽에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직원이 방을 안내한다.
“ 이쪽입니다. ”
직원은 복도를 따라 강주혁과 박경수를 안내했다. 이윽고 복도 끝쪽 가장 커 보이는 방에 노크한 후, 문을 연다.
방 안의 풍경은 싱글벙글한 표정의 송사장 정면부터.
4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 2명, 50대 정도의 남자 한 명. 그리고.
“ 후배님. 오랜만이야? ”
유명 원로배우 홍경연. 상석에 홍경연이 앉아있었다. 순간 홍경연을 보고 강주혁이 까딱 인사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 저 아저씨가 왜 여기서 튀어나와? 음주운전 걸려서 잠적하고 있는 거 아니었나?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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