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29
막장 (5)
강주혁이 보이스피싱 정보를 듣고 ‘게임’이라 읊조린 이유는 들린 미래정보 탓이었다.
[완벽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Legend of Legends’ 입니다! ] [월 플레이 유저 수 1억 명이 넘는다는 전 세계 인기 AOS 게임 ‘Legend of Legends’. 전 세계 PC게임 점유율 1위를 더불어 한국 점유율 역시 1위를 내달리는 ‘Legend of Legends’의 국내 e스포츠 팀인 HB1이 21년 9월 열리는 ‘Legend of Legends’ 월드 챔피언십대회를 앞두고 해외 프로게임단 사업체에 7월 매각됩니다.]여기서 주혁이 읊조렸다.
“게임?”
그러거나 말거나 끝난 줄 알았던 경쾌한 여자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대회에 아무 잡음 없이 출전했다면 월드 챔피언십대회에서 꽤 화제에 오르며 최종 우승을 했을 HB1 구단은 팀 매각과 함께 팀 내 분위기 및 팀원들의 멘탈이 흔들리면서, 21년 월드 챔피언십대회에서 참패, 이후 점점 내리막을 걸으며 HB1 구단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VIP 정보: HB1 팀원 중 슈퍼스타가 나왔을지도 몰랐는데 매각된다니 아쉽네요!]– 뚝.
보이스피싱의 미래정보는 여기까지였다. 신나게 떠들던 여자 목소리가 끊기자, 주혁이 버릇처럼 수첩을 꺼내며 혼잣말을 뱉었다.
“‘Legend of Legends’라는 게임은 나도 알고 있어.’
당연했다. ‘Legend of Legends’는 국내를 포함해서 전 세계적으로 워낙에 유명한 게임이었다. 5명이 한팀으로 상대 5명 팀과 싸우는 ‘Legend of Legends’는 협곡이라는 맵에서 148가지의 캐릭터 중 하나를 골라 플레이하는 게임.
한쪽이 망할 때까지 싸우는 전략적인 게임이었다. 이어 강주혁의 머릿속에 얼핏얼핏 ‘Legend of Legends’ 관련 기사들이 떠올랐다.
“국내 PC방 점유율 압도적 1위 어쩌고 했던 것 같은데.”
그만큼 다양한 연령층과 국내 포함 전 세계적으로 억이 넘는 유저를 가진 ‘Legend of Legends’는 당연하게도 e스포츠 대회에서도 단연 1등이었다.
곧, 생각을 정리하며 방금들은 미래정보를 수첩에 메모를 마친 주혁이 핸드폰으로 ‘Legend of Legends 관련 검색을 때렸다.
여러 가지 정보가 쏟아졌다.
게임 ‘Legend of Legends’의 e스포츠 대회 중 전 세계가 참여한다는 월드 챔피언십대회(통칭 롤드컵)의 순간 최고 시청자 수가 4400만 명이라는 것이나 누적 시청자 수가 3억 명을 넘었다던가 어떤 사건이나 이슈 등등.
연예계만큼이나 기사가 많았다.
어쨌든 ‘Legend of Legends’의 정보를 확인하던 주혁이 보이스피싱에서 들었던, 7월 매각된다는 구단 HB1을 검색했다.
“응?”
여기서 재밌는 기사 하나가 주혁의 눈길을 끌었다.
『LOL 프로게임단 ‘HB1’ 운영하는 현봉 측 “HB1 매각하겠다” 현봉그룹 e스포츠 사업에서 손 터나?』
“……이 구단 현봉 거였어?”
보이스피싱에서 말한 ‘Legend of Legends’의 프로 구단 HB1이 국내 대기업 현봉이 운영하던 구단이었다. 기사에 박힌 날짜는 저번 달인 3월 초에 올라온 것.
강주혁은 기사를 정독했다.
이런저런 설명이 많았지만, 줄이자면 현봉그룹이 꽤 오랫동안 운영하던 e-스포츠 프로 구단 HB1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는 내용이었다.
현봉그룹이라면 강주혁도 잘 알고 있었다.
“박만욱 사장.”
예전 아무도 모르게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쥐고 전쟁을 벌였었으니까. 어쨌든 여기까지 확인한 주혁이 핸드폰을 내리며 다리를 꼬았고, 보이스피싱의 정보 중 VIP 정보를 다시금 떠올렸다.
[VIP 정보: HB1 팀원 중 슈퍼스타가 나왔을지도 몰랐는데 해체한다니 아쉽네요!]‘슈퍼스타라……”
읊조린 주혁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진행 중인 모든 일이 하나로 엮이고 있었다.
“이번 정보의 포인트는 ‘전 세계가 하는 게임’.”
그 순간, 강주혁의 뇌리에 전구가 띵! 켜졌다. 묘안이 떠오른 듯. 그런 그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턱을 쓸었고,
“이걸 잘 말면 2개 아니, 3개까지 터트릴 수도.”
미소를 띄웠다.
“이거 구단주까지 하게 생겼네.”
강주혁이 혼잣말을 끝내자마자, TV에서 ‘여자의 복수’가 시작됐다.
아침드라마는 공중파 방송국 3사 모두 7~10시쯤 시작하는 것이 보통. 그렇기에 아침드라마의 타켓층은 전업주부다. 예전부터 그래왔고 현재도 비슷한 양상이지만, 최근 조금 변화도 일어났다.
‘막장’ 이라는 요소가 여러 타켓층을 사로잡은 것.
전업주부를 포함해, 방학한 학생, 프리랜서, 퇴사한 사람들 등등등. 예전과 비교해서 타켓층이 꽤 늘었지만, 여전히 전업주부의 퍼센티지가 높은 것은 변하지 않은 사실.
따라서.
“내가……죽었어? 내가 죽었다고?”
방금 TV 속 아침드라마 ‘여자의 복수’ 여주인공인 말숙이 자신의 시체를 보며 읊조린 것처럼 아침드라마의 내용은 대부분 시련을 겪는 여주인공이 성장하는 플롯으로 짜여지고.
“그럼 지금 난 혼? 여긴……우주?”
지금 첫 방을 시작한 ‘여자의 복수’ 역시 여주인공이, 말숙이 시련을 겪으며 시작됐다.
“내 남편이 날 죽였어. 박정수 이 개새끼!”
다만, 1화부터 여주인공이 남편에게 살해를 당하는 것은 시련이라기보단 ‘막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정답. 지금 ‘여자의 복수의도입부가 딱 그랬다.
정신없이 휘몰아쳤다.
첫 장면부터 여주인공이 사망하더니 우주를 보여주고, 우주 다음으로는 여주인공을 살해한 살인자가 여주인공의 남편.
그리고 여주인공이 대뜸 환생.
사건이 5분에 한 번씩 빵빵 터졌다. ‘여자의 복수는 시청자에게 잠시간의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막장’이 뒤범벅된 미친 전개였지만, 그만큼 여주인공의 행동도 신속했고, 극의 호흡이 빨랐다.
덕분인지.
“아이고~ 저 나쁜 새끼.”
시청자들이 단숨에 ‘여자의 복수’에 몰입했다.
“어떻게 부인을 죽일 수가 있냐?”
“저런 새끼는 잡아다 궁둥짝을 죽도록 때려야 되는데!”
아침 일찍 TV를 틀어놓은 모든 곳에서 TV를 보는 모든 이의 입에서 비슷한 말이 쏟아졌다.
벌써? 벌써 끝났어? 한 5분 지난 것 같네.”
그리고 그쯤.
“……후- 왜 이렇게 안 와.”
시트콤 ‘누나 넷 3대독자’의 세트장에서 촬영대기를 하고 있던 정혜인이 다리를 달달달 떨며 자리에 앉아, 초마다 세트장 입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오늘 찍는 장면이 출근하는 씬이었는지, 베이지색 블라우스를 입은 정혜인이 초조하게 시간을 다시 한번 확인할 때였다.
세트장에 대뜸 달려든 남자가 외쳤다.
“나왔습니다!! 혜인씨!! 아니, 작가님!! 어디 계세요!!”
꽤 젊어 보이는 남자가 종이 한 장을 팔락이며 세트장에 난입하자, 정혜인이 자리서 벌떡 일어났다.
“나! 여기!”
“아!”
곧, 정혜인을 발견한 남자가 부산스럽게 그녀에게 뛰어가자, 세트장에 모인 스텝들이나 배우들의 시선이 정혜인에게 박혔고, 세트장 안에서 초코쿠키를 먹고 있던 강하영이 눈을 크게 뜨며 외쳤다.
“선배님!나왔데요?!!”
그러거나 말거나 정혜인은 뛰어온 남자에게서 종이를 넘겨받았다. 그녀는 약간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펼쳤다.
종이에는 많은 숫자가 적혀 있었다.
-시청률 표. (아침드라마)/ 04.05
-순위: 1 /채널: MBS /프로그램: ‘여자의 복수’ / 최종 시청률 40.8%
-순위: 2 /채널: KBC /프로그램: ‘기막힌 혜정씨’ / 최종 시청률: 11.4%
-순위: 3 /채널: SBC /프로그램: ‘위험한 가족’ /최종 시청률:5.1%
종이를 보던 정혜인이 잘못 봤나 싶어, 눈을 비빈 뒤 다시금 시청률 표를 내려봤다. 하지만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최종 시청률:40.8%
평소 이미지와 다르게 놀란 토끼 눈을 뜬 정혜인이 종이를 천천히 내리며 읊조렸다.
“미친……40%를 넘겼네.”
3시간 뒤,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시간은 점심쯤. 자신의 자리가 아닌, 앞쪽에 배치된 8인용 책상 상석에 앉아, 누군가와 얘기 중이던 주혁이 순간 말을 멈췄다.
-띠링.
문자가 도착했기 때문.
“죄송해요.”
덕분에 죄송하다는 말을 영어로 뱉은 강주혁이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했다. 내용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곧, 도착한 문자를 확인하던 주혁이 미소지으며 ‘여자의 복수’ 보이스피싱 내용을 떠올렸고,
[……시트콤에 투자가 붙지 않아, 결국 시트콤 제작을 중단했던 MBS의 바닥에 떨어진 이미지를 시청률 40% 로 단숨에 회복시킨 아침드라마 ‘여자의 복수’…… 비밀로 유지되던 여자의 복수 작가 정체가 드라마 종방연에서 밝혀지면서, 국민 전체가 신선한 충격에 빠집니다.]짧게 읊조렸다.
“40.8%라……”
그때 여자 목소리가 끼어들었다.영어였다.
“네? 방금 뭐라고?”
덕분에 고개를 올린 주혁이 자신의 양옆에 앉은 두 명에게 답했고,
“아니, 아니에요.”
웃으며 핸드폰을 속주머니에 넣은 주혁이 말을 이었다.
“미안해요. 린다. 칼. 그래서 얘기를 계속해 볼까요?”
“아, 네!”
“예.”
강주혁의 양옆에 앉은 두 명은 오늘 만나기로 예정돼 있던, 검은색 파마머리 린다와 민머리 칼이었다. 다른 직원들은 없었다.오직 3명. 당연했다.
투자 쪽은 강주혁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일이기 때문. 어쨌든 이미 얘기한 지는 꽤 됐는지, 모두의 앞에는 ‘Ugly girl’ 의 시나리오가 펼친 채 놓여있었고,
일단, 린다. 이 ‘Ugly girl’ 의 시나리오에 관해 3가지 정도 제안이 있어요.
“제안이요?”
강주혁이 회의를 속행했다.
“네. 제안. 세 가지 전부 듣고, 생각을 말해줘요. 일단. 이거부터.”
-스윽.
말을 마친 주혁이 따로 준비해놓은 투명파일 2개를 린다와 칼에게 내밀었다. 헤나의 프로필이었다. 대뜸 내밀어진 헤나의 프로필에 린다와 칼이 고개를 살짝 갸웃할 때 강주혁이 입을 열었다.
“나는 이 ‘Ugly girl’의 시나리오를 3번 정도 읽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여주인공 설정이 너무 난잡해요. K-POP을 사랑하는 한국계 미국인. 그런데 한국말은 못하고, 사랑하는 K-POP을 부르지도 못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핵심을 찌르는 말이었지만, 주혁은 웃고 있었다. 반면, 살짝 당황한 린다가 말을 더듬었다.
“그, 그게. K-POP을 사랑하지만, 한국어 공부가 어려워서 약간 흐지부지되는.”
“그러니까요.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거예요.하다못해 너튜브만 들어가면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K-POP을 따라부르는 영상이 수두룩한데.”
“……”
“여기서 첫 번째 제안이에요. 이렇게 어쭙잖게 설정 잡느니, 차라리 한국배우를 쓰는 건 어때요?”
대답은 민머리를 매만지는 칼 쪽에서 나왔다.
“이 프로필에 나온 여자를.”
“맞아요. 헤나라고 합니다. 한국 내에서는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탑급에 오른 아티스트죠.”
“음.”
침음을 뱉은 칼이 영어로 된 헤나의 프로필로 시선을 내렸다. 그쯤 강주혁이 에게 시선을 갖췄다.
” 그리고 주인공 설정만이 아니라, 시나리오 전체로 봤을 때도 오류나 구멍이 많아요.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은 것은 알겠는데, 너무 이도 저도 아니랄까? 스토리 위주도 아니고 그렇다고 뮤지컬이나 노래 위주로 가는 것도 아니죠.”
“……그런가요?”
“린다. 이 ‘Ugly girl’ 영화는 귀가 즐거워야 해요. 그런데 그런 씬이 하나도 없어요. 이러면 뮤지컬 영화라는 타이틀을 달 수 없다고 생각해요.”
주혁의 말에 구불거리는 앞머리를 긁적이던 린다가 시나리오로 시선을 내렸다. 시나리오에는 강주혁이 표시해준 빨간색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그 동그라미들을 주혁이 검지로 찍었다.
“빨간색 동그라미가 그려진 곳은 귀가 즐거워야 할 씬이 추가돼야 할 부분이에요. 여기서 두 번째 제안. 그 씬에 여주인공이 실제로 K-POP을 라이브로 부르는 모습을 담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노래는 자작곡이어야 하겠죠.공식 OST가 아닌.”
여기까지 제안을 던진 주혁이 린다와 칼의 반응을 살폈다. 칼은 팔짱을 끼고 있었고, 린다는 시나리오에 얼굴을 박고 있었다.
그쯤 주혁이 세 번째 제안을 던졌고,
“그리고 이 영화에 내정돼 있다는 감독을 바꾸고 싶어요.”
시나리오에 코를 박고 있던 린다가 파마머리를 휘날리며 고개를 빡 들었다.
뭐라고요?!!”
그러거나 말거나 주혁은 꽤 여유롭게 답했다.
“이름이 데미언 폴 감독이었나요? 그 감독 말고,다른 감독으로 갔으면 싶은데.”
10분 뒤. 사장실 앞 복도.
회의 중 린다와 칼에게 생각할 시간을 줄 겸 쉬는 시간을 가진 주혁이 복도로 나왔다. 나온 그가 핸드폰을 꺼내, 연락처 중 황실장을 찾았다.
그런데.
“사장님.”
강주혁의 등 뒤에서 대뜸 황실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놀란 주혁이 몸을 돌렸다.
“황실장님? 안 그래도 지금 전화 드리려고 하던 참인데.타이밍이 딱이네요.”
살짝 놀란 주혁의 표정을 본 황실장이 입꼬리를 올렸다.
“토우타 나오무네 마킹 건으로 보고를 드릴 참이었습니다.”
“그래요? 잘됐네요.황실장님.”
“예.”
-스윽.
이어 주혁이 미리 준비해둔, 손바닥만 한 노란 포스트잇을 황실장에게 내밀었고,
“팀 HB1이라고, 게임 ‘Legend of Legends’의 프로 구단인데. 아,’Legend of Legends’ 아시죠? 게임.”
“들어는 봤습니다.”
“네. 어쨌든 그 팀 좀 확인해보세요. 지금은 구단주가 현봉그룹인 것 같아요.”
“어? 현봉 말입니까?”
“네.”
잠시 말을 멈춘 주혁이 건넨 포스트잇을 검지로 찍으며 지시를 추가했다.
“팀의 현 상황부터 지금까지의 스토리 등. 아주 세세하게 조사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