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44
뮤비 (2)
노래 ‘K-STAR’.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의 도입부는 게임 속 세상인지 아니면 현실 세계인지 알 수 없는 보라색 공간에서부터 시작됐다.
“……”
배경 음악 없이 화면이 천천히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도 고요했고, 그것을 지켜보는 모든 인원도 딱히 말없이 집중했다.
특히나 ‘V1’ 선수들의 집중도가 높았고, 그 순간.
-둥!두둥! 둥둥! 두두둥!
보라색 공간만을 비추던 앵글이 나오는 비트에 맞춰 심장 뛰듯 벌떡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효과는 보라색 공간에 쪼개지는 비트에 따라, 하늘에서 비수가 꽂히듯, 어떤 흰색 조각들이 쏟아졌다. 잘 보니 칼이었다.
그 장면에서 ‘V1’ 선수 중 탑을 맡은 김우성이 작게 입을 벌렸다.
“……저거 ‘가론’ 궁 아닌가?”
게임 ‘Legend of Legends’의 탑 캐릭터 중 아는 캐릭터였는지, 김우성의 표정이 퍽 진지해졌다.
거기서부터 ‘K-STAR’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의 비트를 쪼개는 속도가 빨라졌고,
-♬♪♩!♩♪♬!
비트 위에 약간은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덧씌워졌다. 이어 던져지는 리듬 중 귓가를 강하게 때리는 비트가 쏘아질 때마다 ‘Legend of Legends’의 여자 캐릭터. 즉, 마니또 멤버들로 재창조된 캐릭터들이 개인 컷으로 교차되어 비췄다.
-둥!
첫 비트에는 매혹적이면서도 귀여운 느낌의 금발 수현의 구미호 아린.
-두둥!
두 번째 비트에는 보라색 머리카락에 핫팬츠를 입은 도전적인 서진의 케이사. 세 번째, 네 번째에는 힙한 느낌의 엘리야의 아카렌과 섹시하면서도 위험한 분위기의 리더 효진의 에블린.
여기까지 개인 컷을 보여주던 앵글은 페이드 아웃, 바로 단체 컷으로 안무를 추는 캐릭터들. 이런 영상을 홀린 듯 보던 마니또 멤버들 전체가 혼자만의 탄성을 뱉었다.
“와……”
자신들이 찍었지만, 영상 자체는 처음 봤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
어쨌든 ‘K-STAR’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는 화면 전환이 빨랐고, 영어와 한국어가 적절하게 배합된 가사와 그 가사를 뱉은 캐릭터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꽤 디테일하며 파워풀했다.
중간중간 캐릭터들의 개인 컷을 보여줄 땐 캐릭터들이 게임 속에서 쓰는 스킬같은 것이 연출로 들어가고,싸비 (노래의 후렴구) 때는 다시 단체 컷으로 모여 캐릭터들이 안무를 펼쳤다.
비록,테스트 버전이라 아직 손볼 것이 많았지만.
“……”
그럼에도 모두가 말문이 막힐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물론, 강주혁 역시 눈 한번 감지 않고,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었고,
‘게임을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눈이 즐거운데,’Legend of Legends’를 즐기는 유저들이 이 뮤직비디오를 본다면……’
생각보다. 아니, 생각지도 못했던 퀄리티에 강주혁은 속으로 감탄을 뱉을 뿐이었다.
같은 시각, 보이스프로덕션 청담 지사 작업실. 최근 본사에 있던 음악 작업실을 전부 청담 지사로 옮긴 탓에 청담 지사에는 보이스프로덕션 소속 가수들이 자주 출몰했다.
특히나 오늘은 탑 가수 두 명이 한꺼번에 보였다.
“하이 키로 다시 갈게요. 헤나씨.”
“네에~”
한창 곡 작업 중인 헤나와.
“이거 다음에 아리씨 피처링 치겠습니다.”
“네네.”
부스 밖의 소파에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서아리까지. 물론,작업실에는 곡 작업에 참여한 최화진 작곡가와 프로듀서도 보였고.
이들 모두는 헤나의 헐리웃 첫 진출작 ‘Ugly girl’ 의 삽입곡을 위해, 모여든 것이었다.
“자- 갑니다.”
곡 작업은 대체로 작업실 중앙에 앉은 프로듀서의 핸들링으로 진행됐고, 언제 염색했는지 옅은 파란색 느낌이 도는 머리가 돋보이는 서아리는 차례를 기다리며 최화진 작곡가와 수다를 떨어댔다.
이후로 한 시간이 넘게 진행된 헤나 파트가 끝났고,
“후아!힘들다!!”
어깨까지 오는 금발에 손바닥으로 부채질을 하며 나온 헤나가 칭얼거리자, 프로듀서가 픽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수고했어. 다음 아리.”
자신이 호명되자, 가슴까지 내려오는 파란색 머리카락을 전투적으로 질끈 묶은 서아리가 부스로 들어갔다.
이어 다시 1시간.
서아리까지 곡 작업을 마친 시간은 총 2시간이 걸렸고, 헤나나 서아리 모두 녹초가 됐다. 그리고.
“드디어 끝났따아아아!!”
소파에 널브러진 헤나가 누운 채로 양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무엇이 끝났는지는, 헤나와 머리를 맞대고 누운 서아리의 입에서 나왔다.
“4곡. 언제 끝나나 했는데, 또 금방 슈리릭 했네.”
“언니……땡큐. 진짜 면세점 싹 쓸어서, 언니랑 화진이 전부 줄게.”
“야야. 그건 당연한 거고, 영화 촬영이나 잘해.”
“아! 맞다! 나 거기 영화사에 가이드 보내야 된다! 오빠. 나한테 파일 좀 보내줘!”
이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난 헤나가 작업 마무리 중인 프로듀서에게 다가갈 때쯤, 여전히 누워있는 서아리가 고개만 돌려서 다시 입을 열었고.
“노래 통과되면 바로 촬영이야?”
헤나가 시선은 여전히 프로듀서가 보는 모니터에 둔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응응. 감독이랑 스탭 세팅 다 끝났고, 캐스팅 마무리 단계라던데. 으- 어어엄청 유명한 헐리웃 배우 있는 거 아냐? 나 그럼 또 설레는데.”
말을 마친 헤나가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자, 누웠던 서아리가 천천히 일어나며 읊조렸다.
“이럴 때가 아닌데. 나도 뭔가 준비해서, 오빠한테 컨펌을 받아야겠어!””
약 10분 뒤, 다시 대회의실.
클라이맥스로 치닫던 뮤직비디오의 재생이 캐릭터들의 단체 안무를 끝으로 멈췄다.
-♬♪♩!!
이어 말도 안 되는 퀄을 자랑하는 뮤직비디오를 재생시키던 스크린에는 다시금 본연의 하얀색만 비줬고,
몇 초간 고요하던 대회의실에 박수 소리가 천천히 퍼졌다.
……짝.…짝.짝짝짝짝짝짝!
곧, 마니또 멤버들이나 V1 선수들 그리고 강주혁까지 모두 아낌없는 박수를 쳐댔다. 당연했다. 그만큼 퀄리티가 엄청났다.
그렇게 몇 분간 이어지던 박수 소리는 강주혁의 목소리로 끊겼다.
“방금 본 영상. 다들 어떻게 봤어요?”
주혁이 V1 선수들에게 던진 질문이었고, 그 질문을 끝으로 모두의 시선이 선수들에게 박혔다.
“어-.”
이어 동그란 안경의 리더 장성훈이 반대편에 나란히 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마니또 멤버들을 힐끔거리며 물꼬를 텄다.
“아린, 아카렌, 케이사, 에블린. 방금 나온 캐릭터들 ‘Legend of Legends’에 나오는 캐릭터들이죠?”
그의 질문에 관한 대답은 같은 팀인 눈 작은 문우혁이 대신했다.
“야! 누가 봐도 저건 롤 캐릭터잖아! 이거 설마! 마니또분들이랑 콜라보한 겁니까?! 지리는. 아! 이게 아니고, 끝내주는데요?!”
곧, V1팀 전원이 흥분하며 말을 하나씩 보탰다.
“한 번만! 한 번만 더 볼 수 있어요?! 와 이거 진짜 개쩌는. 아니, 진짜 대박인데!!”
“마니또 분들이 안무도 직접 하신 거예요? 아니 무슨 퀄리티가! 이걸 어떻게 이렇게 구현하셨지?!”
여기까지 지켜보던 주혁이 꼰 다리의 방향을 바꾸며 그들을 차분하게 진정시켰다.
“당연히 또 볼 수 있고, 제작 과정도 말해줄 수 있지만, 지금은 여러분들. 그러니까 매일 저 게임을 접하는 선수분들의 의견이 궁금해요.”
그의 질문에 가장 먼저 손든 것은 더벅머리의 박진동.
” 방금 나온 캐릭터들은 선수들만 주로 쓰는 게 아니라, 일반 유저들에게도 인기 있는 캐릭턴데, 안 그래도 인기 있는 캐릭터가 걸그룹이라니……”
다음이 빼빼 마른 이상찬.
“이거 공개되면 진짜 초대박!! 엄청날 것 같은데요?!!”
이어서 뚱뚱한 김우성부터 리더 장성훈까지.
“이 영상이 어디에 쓰일지는 모르겠지만,굿즈나오면 전 무조건 사겠습니다! 진짜 무조건이요!”
“장담해요. 진짜 이 뮤직비디오. 롤을 좋아하고, 즐기는 유저라면 눈을 떼지 못하고 볼 것 같아요. 더군다나 롤하는 유저는 남자가 많아서……걸그룹이면.”
“아침의 시작을 이뮤비로 할 겁니다! 전!!”
그야말로 V1 팀 선수들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덕분에 반대편에 앉은 마니또 멤버들은 부끄러웠는지, 양 볼에 홍조를 띄웠고,
“반응 좋네요.”
아직도 흥분상태인 V1 팀 선수들을 보던 주혁의 시선이 최상희 감독에게 닿았다.
“우리 눈과 저들의 눈은 다르죠. 그런데 매일 롤이라는 게임을 접하는 선수들이 저 정도면 이거 확정 짓고 빠르게 진행하죠.”
선수들의 반응에 자신도 흡족한지 교수님 같은 최상희 감독의 표정이 더욱 밝아졌다.
“알겠습니다. 퀄리티 더욱 끌어 올려보겠.”
“아니요.”
“예?”
“굳이 완성까진 갈 필요 없습니다. 미완성 상태가 딱 좋아요. 그래야 그쪽이 딸랑딸랑할 테니. 어차피 당장 보여줄 건 대중들이 아닙니다. 음. 한~ 80% 정도만 만지면 언제쯤 끝날까요?”
주혁의 말이 당장 이해 가지 않았지만, 어쨌든 최상희 감독이 검은 뿔테 안경을 추켜올리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 정도면 6월 중순에는 될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아침. 강주혁의 차 안.
시간은 아침 8시쯤. 방향을 보이스프로덕션 본사로 잡고, 한창 운전 중인 주혁의 핸드폰에 문자 도착음이 울렸다.
-띠링!
때마침 앞쪽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었고, 브레이크를 밟은 주혁이 문자를 확인했다. 문자를 보내온 것은 김태우 PD였다.
-사장님! 사인회 방금 시작했습니다!
-첨부파일: 사진1.
문자에는 무슨 사인회인지는 모르겠으나, 엄청난 인파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은 김태우 PD의 사진이 첨부파일로 걸려 있었다. 곧, 사진을 보며 픽 웃은 주혁이 핸드폰을 조수석에 내리며 읊조렸다.
“음~ 내 이야기로 만든 드라만데…… 나도 가볼까?”
그때였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조수석에 내려둔 강주혁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주혁은 당연하게도 방금 문자를 보낸 김태우 PD라고 생각하며 핸드폰을 들었다.
그런데.
*070-1004-1009
전화는 보이스피싱이었다. 번호를 확인하자마자, 주혁이 차 핸들을 돌리며 읊조렸다.
“일단, 갓길에 대고.”
차를 갓길에 잠시 정차한 주혁이 계속 재촉하듯 울리는 보이스피싱을 받았다. 곧,그의 핸드폰에 경쾌한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블랙’ 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 안녕하세요!] [강주혁님의 VIP 유료서비스 ‘블랙’의 남은 횟수는 총 15번입니다!!] [VIP 유료 서비스인 ‘블랙’ 단계를 통해 인생역전에 더욱 가까워지길 기원합니다! ] [계속 진행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이어 강주혁이 빠르게 1번을 눌렀고,
띠익.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 해주세요! ] [ 1번 ‘the perfect wall’, 2번 ‘하루에 몽땅 공개, 3번 ‘7월 8일이 시발점인’, 4번 ‘최대 5천만 명, 5번 ‘Zombie attack’, 6번 ‘가정부로 20년을 산’, 7번……] [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새로운 키워드가 몇몇 들리는 와중에 주혁이 읊조렸다.
슬슬 영어를.
읊조린 그가 영어 키워드를 갱신할 모양인지, 1번 ‘the perfect wall’ 키워드를 했고,
-띠익.
익숙한 터치음을 끝으로 주혁에게 미래 정보가 들리기 시작했다.
[완벽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the perfect wall’ 입니다! ] [헐리웃에서 인지도만으로는 세 손가락에 꼽히는 감독 스티븐 베이 감독이 연출한 영화 the perfect wall” 1편에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되면서, 헐리웃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제니퍼 라이블리가 ‘the perfect wall” 2편을 이어 3편에까지 출연을 확정 짓습니다.] [제니퍼 라이블리는 ‘the perfect wall’의 3편 제작발표회에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누구냐는 질문에 최근 개봉한 헐리웃 영화에 남자 주인공으로 나온 한국배우 강주혁이라 답했고, 이 소식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꽤 뜨거운 화제로 오릅니다.] [VIP 정보: the perfect wall’ 영화는 총 4편을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뚝.
언제나 그랬듯 보이스피싱은 가차 없이 끊겼다. 그런데 어째선지 강주혁은 핸드폰을 귀에서 떼지 못했다. 마치 마네킹처럼.
그랬던 그가 눈을 크게 뜬 채, 어렵사리 입을 열어 읊조렸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