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regressed RAW novel - Chapter 141
나는 회귀했다 141
“흘흘흘, 이런 싸움에 아주 익숙하구만.”
워런 버핏이 특유의 웃음소리와 함께 말한 뒤, 좌중을 둘러봤다.
“어떻습니까? 나는 이미 약속했고, 이번 주주총회에서 투자자들에게 이와 관련된 내용을 발표할 생각이오.”
모두가 눈을 치떴다.
“버크셔의 주총은 B 투자자들도 출입할 수 있지 않습니까?”
버크셔 헤서웨이는 A, B 두 가지 투자종목으로 나뉘어져 있다.
B는 일반 투자자들이 버크셔에 투자하고 싶을 때 주로 이용하는 창구.
A는 액면분할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수억의 돈을 지불해야 하는 VIP용 창구다. 버크셔A 주식을 가진 것만으로 버크셔 주총에 출입할 수 있다.
그러나 B 주주들 역시, 주총 밖에서 모니터로 이를 관람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주총에서 그같은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세상에 공표한다는 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워런 버핏은 바보가 아니었다.
오히려 현명한 쪽에 속한다.
“비밀리에 A에 속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주총을 열 생각이오.”
“굳이 이를 공표하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젊은 남자가 물었다.
“아, 저도 버크셔의 주주입니다.”
“알고 있소.”
워런 버핏이 빙그레 웃었다.
“우린 투자자들을 외면하지 않아요.”
“B의 투자자들도 버크셔에 투자했습니다만.”
“만약 이번 소식을 듣고 큰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총을 메고 전쟁에 나가 함께 싸워야 할 거요. 돈으로 하는 전쟁이라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지. 현대 전쟁을 부른 매개가 바로 돈이니까. 총 한 자루 없는 투자자들에게 전쟁의 선봉에 서라고 주문할 수는 없소.”
이는 명분이다.
A 투자자들만 따로 부르는 것에 대한 명분.
이 자리에서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워런 버핏은 조금도 불편하지 않은 얼굴로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빈손으로 전쟁을 치르겠다고 몰려들면 그들을 모두 데려가야겠소? 그들이 전투를 수행하긴 커녕 버틸 재간이 없다는 걸 안다면 말려야 할 거요. 그게 남도 아닌 가족이라면 더더욱. 우리 버크셔는 아내든, 사촌이든 가족을 내몰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 주식을 소유한 B의 주주들 또한 버크셔 A의 투자자들이 승리하면 그 수혜를 받게 될 거요.”
아주 영리한 답변이다.
집안 어른들이 나가 싸우면 한집안 아이들이 수혜를 받는 것은 당연하니까.
완벽한 명분에 아무도 비난하지 못했다.
여전히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는 것은, 골드만삭스의 헤드와 JP모건, S&P 등에서 나온 금융권의 큰 손들이었다.
그들 입장에선 이번 일이 잘 된다 하더라도 비교적 직접적인 수혜를 받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깔아둔 판이 있는데, 이 판이 엎어질 거라고 하는 놈이 나타나더니 판을 옮기자고 하고 있다.
오히려 월가에 묶여있던 투자금이 빠져나갈 생각에 그들은 골치가 아팠다.
하지만 이휘는 소수를 배려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여서 나타샤에게 파일을 돌리게끔 했다. 파일을 받은 이들이 내용을 살펴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특히 에너지 파트의 인물들이 호응했다.
엑슨 모빌의 CEO가 말했다.
“이렇게 많은 지하지원이 있단 말입니까?”
옥시의 CEO 또한 빠지지 않았다.
“믿기 힘들군요.”
그러나 셰브론의 CEO는 곧장 받아들이지 않고 물었다.
“이 지하자원 개발을 모두 우리들 회사에 넘겨주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맞습니다.”
이휘는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분의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산유국이 아닙니다. 선진화된 산유국의 기술을 받아들이는 대신 로열티를 지급할 계획입니다. 이와 관련해선 따로 자리를 가지시죠.”
“이렇게 보니 벌써 이곳 지하지원이 우리 손에 들어온 것 같군.”
옥시덴탈의 CEO가 눈동자를 불태운다.
이휘는 빙그레 웃었다.
“크게 차질을 빗지 않는다면 그렇게 될 겁니다. 저희 회사에서도 총력을 다할 테니까요.”
다음은 철강, 전력, 수도 회사들의 CEO도 각자의 의견을 냈다. 이들은 정확히 말해 월가의 일원은 아니었지만 워런 버핏의 초청으로 이 자리에 참여한 이들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기업에 투자하는 젊은 남자, 버크셔헤서웨이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투자회사 티 로우 프라이스의 젊은 경영인이 말했다.
“전반적으로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자료를 훑어보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한 맥락을 파악했는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순식간에 북한 개발에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겠군요. 그렇게 되면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테고요. 초반 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이야 큰 불만을 갖지 않겠지만 천천히, 최대한 뽑아먹을 생각을 하던 기업들의 저항이 있지 않겠습니까? 언론사들도 폭격할 겁니다. 굳이 외국 회사들을 불러들여서 진행했어야 했느냐. 시간이 지나면 손을 빌리지 않고도 충분히 자력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느냐. 이는 손실이라고 말입니다.”
“그 비난은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겁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우리 대신 비난을 받을 것은 중국 정부입니다. 그들이 탐내던 걸 미국이 도운 것뿐이니까요. 어차피 한국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70퍼센트입니다. 기업의 주권이 한국에 있는 이상, 그건 한국 기업이죠.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 개발 건에 관한 주권은 한국 회사들이 쥐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기술력을 빌려주고, 자금을 지원하고, 그 수익금을 가져가는 것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상호간에 얻을 걸 얻을 수 있을 테고요. 돈을 버는 건 시간입니다. 우린 그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여러분은 그 시간을 벌어줌으로서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워런 버핏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제안이구만. 단, 여기서 선약되어야 할 부분이 있소.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지금 이 자리에서 나가도 됩니다.”
모두의 시선이 쏟아지자 그가 말을 이었다.
“그 이상 욕심을 내면 안 된다는 겁니다. 론스터는 그렇게 한국에서 퇴출당했고, 지금 회사의 크나큰 위기를 맞고 있소.”
다들 가슴 한켠이 서늘해졌을 것이다.
정보가 누구보다 빠른 이들이니, 론스터 아시아지부가 대충 어찌 사라졌는지 예감하고 있을 터였다.
“만약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이 자리 모두가 홀로 욕심 부린 자를 용서하지 못할 거요. 자기 분수에 맞는 욕심을 부렸기에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분들이니 모신 거고, 그게 착각이라면 함께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조는 부드러웠지만 내용은 칼로 찌르듯 날카롭다.
뱅가드, 블랙록, SPY 같은 초우량 투자회사의 CEO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거기에 더불어 방점을 찍은 것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CEO였다.
“동의합니다.”
이 자리에 있는 과반수가 동의한 것으로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 S&P의 관계자들은 발언권을 잃었다.
그들 개개인이 미국 시장 전체에 영향을 끼칠만한 힘을 가진 이들이었지만, 이 자리에 속한 모두가 그만한 영향력이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휘가 말했다.
“그럼 금융권에 계신 분들은 미국의 핵심적인 문제를 파악해서 해결하는 것부터 착수해주십시오. 이미 잘못 흘러가고 있었고, 이를 바로 잡으려면 크나큰 출혈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반향도 있을 테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사실 무조건적인 신뢰가 아닌 반 강제에 가까웠지만, 그들 중 누구도 거부할 수 없었다.
이미 판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휘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이 자리 모두와 적이 되기 싫은 것이다.
“알겠소.”
골드만삭스의 CEO가 동의했고.
문제 해결은 이제 금융권 관계자들한테 간 셈이다.
그들이 해야해야 할 일이다.
‘그래도…. 지켜봐야지.’
눈 뜨고 코 베이는 곳이 월가다.
이휘는 그들을 한 발 떨어져 관망할 생각을 하며 반쯤 속내를 감춘 상태로 덧붙였다.
“동시에, 중국에 대한 재제를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버크셔에서 투자하고 있는 각 분야의 CEO들을 불러서 잘 타이르지. 정부가 교체될 때까지 중국 관련 사업을 중단하고 자금을 회수하라고 말이야.”
“그렇게 해주십시오.”
나머지 뱅가드, 블랙록, SPY의 CEO 역시 같은 약속을 했다. 그들 세 사람이 투자하고 있는 회사라면 미국에서 가장 우량한 회사들은 전부 다 속해있다.
그때 그들보다 비교적 작지만, 비상장기업이면서도 우량주에 가까운 현금과 재무상태를 보유하고 있는 티 로우 프라이스의 젊은 CEO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부채도 없이 투자회사를 운용하는 사람답게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제 판단으로는, 조금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휘가 말 없이 바라보자 그가 덧붙였다.
“강력한 한 방 없이는 현 정부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겁니다. 무기와 사업체들로 압박을 가하는 정도로는 치명타를 가할 수 없다는 게 내 판단입니다.”
“바로 보셨습니다.”
이휘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미합중국의 대통령께서 제가 백악관을 떠나기 전 약속하신 강력한 한 방이 있습니다. 만약 제가 다이(DIE)가 아니라 콜(CALL)을 외친다면, 이번 게임의 히든이 될만한 조커를 던져주신다더군요.”
“어떤 약속을 한 겁니까?”
모두의 심장소리가 들릴만큼 고요해졌다. 침을 꼴깍 삼키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이휘가 의미심장하게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자리의 마침표가 될 이 내용은, 이휘로서도 심사숙고할 만큼 대단한 결단이었다.
이휘는 세 손가락을 펼쳤다.
“첫째, 이번 바이러스 사태를 빌미로 중국에 들어가 있는 달러를 회수할 것을 요청하실 겁니다. 회계분식한 회사에게 주주들이 소송을 걸 듯이 바이러스에 관해 밝혀진 내용은 중국의 명백한 부정행위이며, 자국의 달러를 모두 뱉어내야 한다는 확고한 명분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자본시장이 크게 흔들린다. 아니,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무너지기 직전까지 갈 터였다. 당연히 중국에 힘 있는 이들 중 미국 자본에 의지하는 이들 모두가 정부에 침을 뱉을 것이다.
그는 두 번째 손가락을 접었다.
“둘째, 한국을 향한 협박은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해치므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를 투입. 중국과 대치하며 24시간 전시체제를 유지할 것입니다.”
“중국이 반발이 클 텐데요.”
“마지막 세 번째입니다.”
이휘는 강하게 덧붙였다.
“미국에서 중국 관련 사업을 하고있는, 여기 모든 분들. 그 외에도 여러 중소기업들 모두 중국과의 거래를 중단하는 조건에 미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게 될 겁니다. 뿐만아니라 이후 진행할 각 섹터의 정부 사업안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그만큼 손해를 감수한 기업들을 우선적으로 선별할 것이며, 사업체에 비해 사업 내용이 골고루 분배되지 못할 경우 중국과의 관계 개선시 새 한국 정부, 중국 정부와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우선권을 부여하겠다는 약속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정책에 대한 소식은, 정보기관의 핫라인을 통해 미국 내 모든 기업에 전해지고 있을 것입니다.”
“핫라인이라 해도 중국 정부가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의 정부정책을 접한 중국은 단순한 압박이라고 생각하겠죠.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미국이 충분히 취할 수 있는 단계의 대응이니까요. 설마 미국의 모든 우량기업들이 즉각 행동에 옮길 것은 상상하지 못할 테고…. 그 방심이, 중국 정부를 무너뜨리겠군요.”
이 남자, 마음에 든다.
이휘가 미소지었다.
반면에 티 로우 프라이스의 CEO는 이휘를 보며 악마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