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struck a jackpot after a marriage RAW novel - Chapter 20
020 아니, 이 사람들이 지금!?
‘수상해.’
어쩐지 들어올 때부터 이상한 입구를 가르쳐 준다 싶더라니. 아빠가 사용하고 있는 병실은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VIP실이었다.
병실에 가족과 수행원이 사용할 수 있는 거실과 부엌까지 있다. 잠깐 검색해보니 하루에 최저 50만 원에서 최고 500만 원까지 나온다는데.
‘이런 편리한 이벤트가 존재할 리 없어.’
세상 어느 기부 단체가 수술비를 대주는 것도 아니고, VIP 병실을 빌려준단 말인가.
비용적으로든, 이미지적으로든 말이 안 된다. 그래도 혹시나 싶은 마음에 검색을 해봤으나, 역시나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이 서툰 부모님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자신까지 속일 수는 없다. 그래서 병실을 옮긴 것도 말하지 않은 거겠지.
‘이 인간은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 거야!?’
꿀꺽-!
김구름이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며칠 전에 김하늘로부터 전송된 수상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 [3,000,000원을 받으세요.] : ㅇ.
예전에도 종종 용돈을 보내주긴 했었지만, 이렇게 거금을 보낸 적은 없었다. 처음에는 흔히 말하는 ‘낚시’인 줄 알았다.
: [3,000,000원 받기 완료!]
: 이거 뭐야?????
: 오빠가 돈이 어디 있다고.
: 왜 읽씹 하냐?
: 야!
일단 돈을 받아두긴 했지만. 빌어먹을 남혈육은 이 뒤로는 무슨 문자를 보내도 답장하지 않았다. 심지어 전화도 씹었다.
부모님한테 물어보니 무슨 복권에 당첨됐다고 하던데. 거기에 한눈에도 수상한 사연까지 동시에 당첨됐다고?
‘이 인간 설마···.’
로또 1등?
이걸로 입을 닦을 셈인가.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김구름은 금세 고개를 내저었다. 설령 진짜로 당첨됐다고 하더라도, 돈을 이렇게 함부로 쓸 인간이 아니다.
고민하던 김구름은 잠시 ‘비트코인’을 떠올렸으나, 금방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럴 리가 없지.’
코인에 대한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했다. 예전에 공부한다고 10만 원을 넣었다가, ‘-87%’를 찍고 한 달 내내 징징거리던 인간이다.
당시에 코인은 절대 안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었고, 자기가 한 말은 대쪽처럼 지키는 양반이니 절대 코인은 아니다.
‘···설마 위험한 일을 하는 건 아니겠지?’
불법 대부업이라든가.
다단계에 손을 댔다든가.
김하늘이 단기간에 이만큼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괜히 불안해졌다.
“엄마, 혹시 오빠가 다른 말은 안 했어?”
“아, 네 오빠 결혼한다더라.”
“···뭐, 뭐라고!?”
반백수.
김하늘의 현 상태를 설명하는데 이 한 단어면 충분했다. 물론 웹소설로 꾸준한 수입을 내고 있기는 하지만. 안전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 사실.
무엇보다 김하늘은 지금껏 연애와는 담을 쌓고 살아온 인간이다. 배가 잔뜩 불러서 자기 좋다고 따라붙는 여자들까지 전부 생까던 인간인데. 지금 와서 갑자기 결혼이라고?
“상대는 누군지 알아?”
“사진으로는 봤지.”
“나도 보여줘!”
휙-!
김구름은 거의 낚아채듯 부모님의 휴대폰을 받아 김하늘의 사진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이 떡 벌어졌다.
“···이게 오빠 여자친구라고?”
“예쁘지? 엄마는 벌써 손주가 보고 싶다.”
“엄마. 이게 말이 돼?”
글 쓴다고 방에 처박혀서 일주일에 한 번도 안 나가는 백수가 이런 여자를 만난다고?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몇 번을 다시 봐도 사진 속 강바다의 미모는 말이 안 됐다. 자신도 어디서 꿀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은 아예 다른 차원이다.
“네 오빠가 엄마를 닮아서 좀 잘났잖니.”
“어허, 아들은 날 빼닮았지.”
“이 양반이 헛소리는. 하늘이 태어났을 때, 자기 안 닮아서 다행이라고 울었던 양반이.”
“내가 언제 그랬어!?”
부모님께서 때아닌 꽁트를 나누셨지만, 그들의 말은 김구름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이 점점 심각해졌다.
“···혹시 오빠 결혼하면 해외 나가서 산대?”
주변에 결혼한다고 말해놓고 제 장기를 팔아 돈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결혼 후에 해외 나가서 산다고 대충 얼버무린 다음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고 하면, 가족들로서는 진실을 알아낼 방법이 없으니까.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그것 말고 다른 말은 없었어? 응?”
“얘가 오늘따라 왜 그래? 평소에는 오빠 이야기만 나오면 듣기 싫다고 발작을 하더니.”
“상식적으로 이건 너무 이상하잖아!”
김구름은 부모님께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한 점을 말해줬다. 물론 VIP 병실에 대한 것은 제외했다. 괜히 죄책감을 가지실 수도 있으니까.
김구름이 상당히 진지하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부모님은 조용히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이윽고 모든 설명이 끝났을 때.
“그럴듯하구나.”
“그치? 아빠가 생각해도 이상하지?”
“아비 말은 네 오빠가 결혼한다는 게 그럴듯하다는 소리였다.”
“······!?”
김구름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런 그녀를 보며 엄마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딸은 오빠가 돈 많고, 예쁘고, 참한 여자를 만날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거지?”
“그렇지!”
“엄마는 오히려 네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구나. 하늘이는 내 아들인 걸 빼고 봐도 괜찮은 편인데?”
“······.”
안 된다.
이 사람들은 중증이다.
물론 김하늘이 평소에 머리나 수염을 덥수룩하게 하고 다녀서 그렇지, 아까 그 사진처럼 관리 좀만 하면 난 놈이기는 하다.
서울대 출신에다가, 책임감 투철하고, 생활력 좋고, 가정적이고, 운동도 꽤나 잘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김하늘’인데.
“···이건 아니야. 있을 수 없어.”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새언니한테 이상한 소리 하지 마라. 네 오빠가 지금 아니면 언제 장가를 가겠어?”
“얼굴도 못 봤다면서 벌써 새언니야?”
“얼굴은 이미 봤잖니.”
“아니···. 하.”
능청스러운 엄마의 말에 김구름이 한숨을 삼켰다. 그녀가 얼른 가방을 집어 들었다.
“벌써 가려고?”
“아무래도 직접 확인해야겠어.”
“가는 김에 반찬 부족한 거 없나 봐주고, 다음에는 새아가 데리고 한번 들리라고 전해줘라.”
“······.”
김구름은 엄마를 한번 째려보고는 병실을 나섰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부모님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둘은 여전히 사이가 좋네.”
“호호. 그러게 말이에요.”
“동생이 하나 더 생겨도 잘 챙겨주겠지?”
“허리나 낫고 말해요.”
“크흠!”
* * *
병원을 나선 김구름은 곧장 김하늘의 집으로 향했다. 이전에도 반찬을 몇 번인가 가져다줬기 때문에 주소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야! 문 열어!”
쿵쿵쿵-!
문을 두들기자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잠시 기다리자 자신이 평소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김하늘이 문을 열고 나왔다.
“네가 여기 웬일이냐?”
“너 대체 요즘 뭘 하고 다니는 거야! 다단계라도 빠진 거야? 아니면 사이비?”
“앞뒤 잘라먹지 말고.”
심드렁한 김하늘의 반응.
이에 김구름은 마음속에서 열불이 터졌다.
김하늘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서 해결했으며, 그런 주제에 가족의 문제는 전부 떠안았다.
답답해서 추궁이라도 하면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충 얼버무리고. 그러다 죽을 뻔한 적도 몇 번이나 있었다.
“똑바로 말 안 해!? 너 또···.”
“어머, 아가씨. 안녕하세요?”
“예, 안녕···. 에?”
반사적으로 인사를 꺼내던 김구름이 바보 같은 목소리를 냈다. 절대 들려서는 안 될 낯선 목소리에 저절로 시선이 옮겨갔다.
‘저 사람은···?’
김하늘 뒤쪽에 서 있는 여자.
분명 사진 속에 있던 그 사람이다.
선뜻 인사를 건네는 강바다를 보며 김구름이 처음으로 한 생각은 ‘와’였다.
‘자기 혼자 그림체가 다르네.’
낡고 오래된 아파트.
김하늘의 성격 덕에 깔끔하게 유지되기는 하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까지 갈아치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헌데 강바다가 미소를 짓는 순간 주변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어떻게 사람 얼굴이 저런 완벽한 비율을 가질 수 있지?
“처음 뵙네요. 저는 하늘 씨 여자친구인 강바다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기, 김구름입니다.”
“하늘 씨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사진으로만 잠깐 봤는데, 실물이 훨씬 예쁘시네요!”
“······.”
그 순간 김구름은 모든 사고가 정지해버렸다. 어지간하면 입에 발린 말이라고 일축했을 텐데,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진심이에요’였으니까.
‘경우의 수는 두 가지.’
하나는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정말 순수한 사람이거나. 다른 하나는 그녀가 엄청난 실력의 ‘꽃뱀’일 경우다.
‘하지만···.’
김구름의 시선이 다시 움직였다. 위아래로 훑는 그 시선에 김하늘이 불쾌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뭐냐, 그 눈빛은?”
“···어째서?”
“앞뒤 잘라먹지 말라고 했지.”
“······.”
김구름은 말문이 막혔다.
아무리 생각해도 김하늘에게서는 뜯어먹을 게 없다. 설령 그건 김하늘이 로또 1등에 당첨됐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지난 회차는 전부 확인했어.’
김하늘이 이상 행각을 보인 전후의 당첨금은 전부 확인했다. 세금을 제한 실수령액은 최소 12억에서 최대 22억.
충분히 많은 금액이지만, 강바다 정도의 여자에게는 꼭 그렇지만도 않으리라. 당장 인터넷 방송만 켜도 회장님들이 앞다투어 달려들 테니.
“밖에 있지 마시고 일단 들어오세요.”
“아, 저기···.”
“그냥 편하게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언니?”
후훗-
강바다가 기분 좋은 듯 가볍게 미소를 짓더니, 김구름의 손을 붙잡고 안쪽으로 이끌었다.
“저희 가족 중에서는 제가 막내라서 늘 동생이 있었으면 했거든요. 궁금한 거 있으면 저한테 다 물어보세요.”
“······.”
쏟아지는 호의에 김구름은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김구름이 잠시 멍을 때리는 사이. 김하늘이 웬 다과를 내왔다. 달고나처럼 납작하게 생긴 초콜릿이다.
“한번 드셔보세요.”
“이게 뭐예요?”
“이건 ‘드보브 에 갈레’라고 하는 브랜드에서 나온 초콜릿이에요. ‘마리 앙투아네트’가 쓴 약을 먹기 싫어해서, 약제 초콜릿을 만들었다는 일화가 내려오는 곳이죠.”
“···설명만 들어도 엄청 비싸 보이는데요?”
“그렇지도 않아요. 그래 봤자 간식인 걸요?”
강바다의 설명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돌아갔다. 김하늘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비싼 것은 아닌 모양.
‘향이 엄청나네.’
딱히 초콜릿을 좋아하는 편이 아님에도, 저도 모르게 손이 가는 향이다. 이에 김구름은 조심스레 초콜릿을 집어 입에 넣었다.
“···맛있네요!”
“그렇죠?”
“하나 더 먹어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초콜릿에는 프랑스 왕실의 문장과 함께 카카오 함량이 적혀있었는데, 각각 72, 85, 99퍼센트였다. 김구름은 그것들을 순차적으로 입에 넣으며 맛을 음미했다.
입안에서 퍼지는 달콤쌉싸름한 풍미. 애써 붙들고 있던 이성이 초콜릿과 함께 사르르 녹아내렸다. 이런 걸 공짜로 나눠주는 사람의 인성이 나쁠 리가 있나.
“입맛에 맞아요?”
“이런 맛은 생전 처음이에요. 분명 99%라고 쓰여있던데,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는 거죠?”
“마음에 들면 다음에 따로 보내드릴게요.”
“언···!”
저도 모르게 언니라고 부를 뻔한 김구름. 그녀는 가까스로 입을 다문 채 표정을 가다듬었다. 목 뒤로 식은땀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당할 뻔했어!’
김구름은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냉정함을 되찾았더니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환경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처음 보는 제습기와 자연풍이 가동되고 있는 에어컨. 거기에 고급스러운 초콜릿까지. 이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내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
사람은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에 따른 기분의 변화는 협상에서도 유의미하게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온도를 낮추면 사람들은 회의적인 면모를 보이며, 반대로 너무 더우면 온몸이 나른해져서 전부 귀찮아진다지.
‘···최적의 환경이야.’
마치 자신이 올 줄 알고 미리 덫을 깔아둔 느낌이랄까. 한번 걸리는 부분이 생기자 모든 것이 의심스럽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헌데 자신을 포함한 지금의 포지션은 정확히 ‘삼각형’을 그리고 있다.
세 명일 경우 보통 이렇게 나눠 앉기는 하지만, 문제는 테이블이 직사각형이라는 점이다.
‘이럴 때는 보통 부부끼리 같이 앉지 않나?’
스윽-
슬쩍 집안을 둘러보니 의심이 점점 짙어진다. 아무리 봐도 이곳에서는 ‘강바다의 물건’이 보이질 않았다.
“왜 그러세요?”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화장실을 확인하자 더욱 확실해졌다.
칫솔이 단 하나뿐이다.
아무리 김하늘의 성격이 깔끔하다지만, 불시방문에도 함께 있을 정도면 평소에도 종종 들린다는 뜻인데. 이렇게까지 흔적이 없을 수가 있나.
‘···전부 가짜구나!’
결론이 났다.
두 사람의 결혼은 가짜다.
이유까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김하늘이 보내준 돈과 연관이 있을 거다. 뭔가 위험한 일에 엮인 것 같은데, 어떻게 오빠를 빼내야···.
“응?”
김구름이 문고리를 잡은 채 한참을 고민하던 그때. 바깥쪽에서 조용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곧바로 방문에 귀를 가져다 댔다.
– 하, 하늘 씨!?
– 가만히 있어요.
– 아, 안에 아가씨도 계시는데···.
– 잠깐이면 되잖아요.
···아니, 이 사람들이 지금!?
바깥에서 들려오는 은밀한 소리에 당황한 김구름이 얼른 문고리를 열었다. 그러자 눈 앞에 펼쳐진 황당한 풍경.
“···뭐해?”
퍽-!
강바다가 화들짝 놀라며 김하늘을 밀쳤다. 귀까지 시뻘게진 모습이 영락없이 부끄러워하는 꼴이다. 심지어 김하늘까지 고개를 돌리며 옷을 추스르는 모습.
그 어이없는 광경에 김구름은 모든 의심이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