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struck a jackpot after a marriage RAW novel - Chapter 35
035 제 비밀을 하나 알려줄게요
“시상에 앞서 축하연설이 있겠습니다. 이 자리를 위해 저희가 아주 특별한 분을 모셨습니다. 이라는 아주 재밌는 작법서를 쓰신 분인데요.”
“웹소설의 신이라면 설마···.”
“역시 그 사람인가?”
박수정의 말에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충분히 뜸을 들였다고 생각한 그녀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부디 큰 박수로 맞이해주십시오. ‘핫산이가’ 작가님입니다!”
“와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오고, 정갈하게 차려입은 미중년이 앞으로 나왔다. 그는 마이크를 건네받으며 관중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핫산이가입니다.”
짝짝짝짝-!
그의 인기를 보여주듯 우렁찬 박수와 함성 소리가 다시금 터져 나왔다. 그것을 본 강바다가 슬그머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명한 사람이에요?”
“굉장히요. 유튜버이자, 의사이자, 웹소설 작가시거든요. 심지어 모든 분야에서 상위 10프로 안에 들어요.”
“···그게 가능한 일이에요?”
“뭐, 실제로 해내셨으니까요.”
나도 열심히 산다고 자부하는 편이지만, 저 양반이랑 비교하자면 손색이 있을 정도다.
특히 이 바닥에서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린 작품들로 유명한데, 를 비롯해서 같은 전문가물을 주로 쓰는 사람이다.
“이렇게 반겨주시니 좀 부끄럽네요. 주최측에서 축하연설을 해달라고 부탁하셨는데, 제가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인지라. 작가님들을 위한 짧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습니다.”
“오오-!”
사람들이 기대감 어린 목소리를 냈다.
보통은 발표자가 말을 길게 하면 별로 좋아하지 않겠으나. 여태껏 그가 작가로서 쌓아온 업적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핫산이가는 관중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며 자신만의 팁을 늘어놓았고, 작가들이 모인 만큼 반응도 매우 괜찮았다.
“저분은 작법서도 썼거든요. 기존에 나왔던 설명 위주의 글이 아닌, 웹소설 형식을 빌린 형태라 호평을 받았죠.”
“그 책도 읽어보셨어요?”
“네,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나는 갤러리와 온갖 작법서를 달달 외운 터라 크게 와닿는 내용은 없었으나, 이런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신선했다.
“여기 와인도 있네요.”
“드셔보실래요?”
“그래도 되는 거예요?”
“아까 물어보니 마셔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도수가 낮은 술이라 과음만 안 하시면 돼요.”
“그럼 저랑 같이 마셔요!”
짠-!
무엇보다 강바다와 잡담을 나누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기에, 시상식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좋은 강의를 해주신 핫산이가 작가님께 다시 한번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짝짝짝-!
그러는 사이 어느새 축하연설이 끝나고, 시상식이 이어졌다. 다시 마이크를 잡은 박수정이 특선과 우수상을 호명했다.
각각 스물다섯, 열 명의 인원이 앞으로 나왔고. 우수상부터는 짧게나마 수상소감을 이야기할 시간이 주어졌다.
“다음은 최우수상에 대한 시상이 있겠습니다. 이분들에게는 각각 5,000만 원과 단독 프로모션, 웹툰 제작을 지원해드립니다.”
“와아아아-!”
“지금 호명되시는 분께서는 앞으로 나와주십시오. 자손e, 허전함, 절대연참해, 번너클, 루이스홍구 작가님입니다. 여러분 부디 큰 박수로 맞이해주십시오!”
짝짝짝-!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호명 받은 사람들이 단상 위에 섰고, 각자의 소감을 발표했다.
“모두 아는 사람들이네요.”
“그래요?”
“실물은 처음이지만요. 저 작가님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저도 많은 영감을 받았거든요.”
“흐음. 그렇구나.”
그렇게 최우수상까지 시상이 완료되고, 대상에 앞서 분위기를 업시키기 위한 간단한 레크레이션이 진행됐다.
퀴즈쇼나 간단한 게임 등이 진행되며 각종 상품권 등 푸짐한 상품이 연회장에 뿌려졌고, 분위기는 점점 더 달아올랐다.
이제 하이라이트인 ‘대상’만을 남겨둔 상황. 긴장감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었다. 괜히 주변 카메라까지 의식되기 시작했다.
“···늘 씨.”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리는 건지. 딱히 중요한 발표를 하는 것도 아닌데, 대상을 받으러 간다고 생각하니 손이 덜덜 떨렸다.
이때부터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서 시야도 좁아지고, 주변의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하늘 씨!”
덥석-
그때 문득 내 손을 잡는 누군가. 고개를 들어보니 강바다가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띤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긴장돼요?”
“조금요.”
“흐응. 하늘 씨도 긴장하시는구나.”
“일단은 저도 사람이니까요.”
“제가 좀 풀어드릴까요?”
“어떻게요?”
사실 강바다가 손을 잡아준 것만으로도 마음에 충분한 여유가 생겼지만, 그녀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니 내용이 궁금해졌다.
호기심 반, 긴장 반으로 바라보고 있자니, 그녀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와인을 마셨기 때문일까, 평소보다 입술이 더욱 붉어 보인다.
“제 비밀을 하나 알려줄게요.”
“비밀이요?”
스윽-
강바다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리고는 귀를 가져다 대라는 듯 가볍게 손짓한다.
‘바다 씨의 비밀이라고?’
뭔지 궁금하긴 하다.
그게 이 상황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긴장을 풀어주겠다는 목적 자체는 달성했다. 그 빈자리가 걱정으로 채워져서 문제지.
‘벌써 취하신 건 아니겠지?’
얼굴색은 아직 멀쩡한데.
애초에 도수가 높은 술도 아니므로, 몇 잔 마셨다고 취할 가능성은 낮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사이 강바다의 표정이 점점 굳어가는 게 눈에 보였다. 나는 더 늦기 전에 얼른 귀를 가져다 댔다.
“···사실은 말이죠.”
꿀꺽-!
강바다의 뜨거운 입김과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가에 꽂혔다.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숨을 죽이자,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은 제가 황녀예요.”
아, 그러시군요.
나는 뭐라고 반응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러자 강바다가 낮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깜짝 놀랐죠?”
“아, 네···. 뭐. 그렇군요.”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비밀에 힘이 쭉 빠졌다. 설마 정말로 내가 황녀의 정체를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건가.
미적지근한 반응에 강바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가 전보다 조금 높아진 톤으로 말했다.
“제가 황녀라니까요?”
“와- 정말 놀라운 비밀이네요.”
“···못 믿으시는 거죠?”
“아니요. 믿어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Sea0707님.
덕분에 긴장감이 말끔히 사라졌어요!
물론 그렇게 말할 수는 없기에 적당히 얼버무렸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모든 게임이 마무리되고, 배경 음악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자, 그럼 이제 하이라이트로 넘어가 볼까요? 천하제일 공모전 대상! 그 수상자는···. 을 집필하신 ‘활자중독자’님이십니다!”
“와아아아아─!!”
내 필명이 호명되고.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나는 조금 뾰로통해 있는 강바다의 손등을 가볍게 두들긴 후, 그녀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덕분에 긴장이 풀렸어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기는.”
“진심인데요?”
“흥이다.”
짐짓 토라진 척 고개를 돌리는 강바다. 약하긴 해도 확실히 술기운이 올라왔는지 제법 귀여운 행동을 보인다.
“그럼 저도 비밀 하나 알려드릴게요.”
“······?”
강바다가 의문 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에 나는 조용히 웃음을 삼키며 무대 위로 올라섰다.
“대상 축하드립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한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대상이니만큼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시간이 꽤 넉넉하게 준비된 듯했다.
사전에 메일을 통해 미리 언질 받은 부분이라, 나는 선뜻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안녕하세요. 현재 활자중독자라는 필명을 사용하고 있는 김하늘입니다. 반갑습니다.”
“본명을 공개하셔도 되나요?”
“현실에서 중독자라고 불리는 건 사양하고 싶어서 말이죠. 필명을 너무 대충 지었나 봅니다.”
“하하하하─!!”
원체 분위기가 좋았던 터라 무슨 말을 던져도 관중들을 너그럽게 웃어줬다. 덕분에 나도 한결 편한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할 수 있었다.
“작가님께서는 곧 상금 1억 원을 받게 되실 텐데요. 세금을 제외하더라도 상당히 큰 금액인데, 어떻게 사용하실 예정인가요?”
“가장 먼저 저희 부모님께 선물을 보내드릴 겁니다. 봉사활동을 다니는 보육원에도 일정 부분 기부도 할 생각이고요.”
“훌륭하시네요! 그 외에 또 있을까요?”
“나머지는 저축이나 제 취미 생활을 위해 개인적으로 사용할 것 같습니다.”
“모범생 같은 답변이군요.”
당연한 말이다.
이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안을 도출하기 위해 인터뷰 기사만 수백 개를 확인했다. 이보다 더 안정적인 대답은 힘들겠지.
‘시청자 반응도 나쁘지 않네.’
단상 아래쪽에는 사회자를 위해 준비된 큼지막한 모니터가 있었다. 화면에는 채팅창이 떠 있었고, 실시간으로 채팅이 올라오는 중이었다.
: 정석이네
: 조정석인듯
: 채팅 수준 실화냐;;
: 카메라맨아 황녀님 좀 잡아줘!
: ㄹㅇ 황녀님만 잡으면 10만 명 쌉가능인데
현재 시청자 수는 약 7만 명. 적다면 적은 인원이지만, 유명 가수들을 초청한 연말 시상식도 아니므로 당연한 일이었다.
오히려 많은 편이라고 봐야겠지. 채팅을 보면 잠깐이라도 강바다의 실물을 보기 위해 남아있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이었으니까.
“그럼 다음 질문입니다. 작가님만의 인생 목표, 버킷리스트가 있을까요?”
“하고 싶은 거야 많죠. 전부 말씀드리려면 시상식 일정이 2박 3일로 늘어나게 될 겁니다.”
“그럼 가장 큰 목표 세 개만!”
“음···. 첫 번째는 작가로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싶어요. 아이돌, 드라마에 이어 한류의 중심에 당당히 서고 싶네요.”
오오-!
당찬 포부에 사람들이 감탄사를 흘렸다. 여기 모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웹소설 작가들이니만큼, 내심 비슷한 욕심을 가지고 있겠지.
자신의 작품이 만화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서 TV와 극장에서 방영되고. 전 세계 사람들이 여기에 열광하는 모습을.
: 이건 ㅇㅈ이지
: 국산 애니메이션 시장도 커졌으면.
: 황녀님을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있다고? ㄷㄷ
독자들도 자신이 애정하는 캐릭터를 스크린으로 만나볼 수 있다면 무척이나 기뻐하겠지. 이 시장에 속한 모두의 염원이나 다름없다.
“미디어팀의 일원으로서 저도 꼭 이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두 번째는요?”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고 싶습니다.”
“하하하!”
이러니저러니 해도 건강이 최고지.
정석적인 대답에 사람들이 웃음을 흘렸다. 박수정 역시 생각보다 부드러운 인터뷰 진행에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은요?”
“제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요.”
“네?”
의미를 단번에 이해하지 못한 박수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허나 눈치 빠른 네티즌들은 이미 알아챈 모양이다.
: 미친놈 ㅋㅋㅋㅋㅋ
: 어디서 감히 황녀님을!?
: ( ´-ω・) ┏√守━── ⦔
: 내가 분명히 경고했을 텐데···.
: 농담이지? 제발 누가 거짓말이라고 좀 해줘!
스윽-
내 시선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꽤나 떨어진 거리에 있음에도 신기할 정도로 강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강바다가 눈을 마주쳐왔다.
나도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앞선 모든 걸 제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주변에서 뒤늦은 환호와 뜨거운 시선이 함께 날아왔으나, 나는 이 넓은 공간에 우리 둘밖에 없는 듯한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어때요?’
‘진부한데요.’
‘클래식이라니까.’
‘···싫다고는 안 했어요.’
눈빛만으로 이야기를 나눈 우리들은 소리 없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 * *
“이것으로 천하제일 공모전 시상식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에프터 파티가 준비되어 있으니 모쪼록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짝짝짝짝-!
박수 소리와 함께 시상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무대에서 내려온 나는 곧장 강바다에게로 향했다.
“다녀왔습니다. 황녀님.”
“그,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왜요? 입에 착 달라붙고 좋은데.”
“···하지 말라면 하지 마요.”
피식-
나는 가볍게 웃음을 삼켰다. 조금 전에는 자기 입으로 황녀라고 말했으면서, 막상 불러주니 부끄러운 모양이다.
“고생하셨습니다!”
“팀장님이 제일 고생하셨죠.”
“그건 차마 부정할 수가 없네요. 그래도 두 분 덕분에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담당자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뒤풀이도 참석하실 거죠?”
“음. 글쎄요.”
고민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자 박수정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촉촉하게 젖은 목소리로 강바다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황녀님, 참석해주실 거죠?”
“그, 그렇게 부르시면···.”
“황녀님이 좋아하시는 디저트도 잔뜩 준비했어요! 오래 계시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맛만 보고 가세요. 맛만!”
역시 박수정은 눈치가 빨랐다.
에프터 파티에 참석할지 말지에 대한 권한이 사실상 강바다에게 있다는 것을 순식간에 파악하고 집요하게 공략한다.
게다가 강바다의 열혈팬답게 그녀의 취향에 걸맞은 고급 디저트를 잔뜩 준비해둔 모양. 이러면 거의 외통수지.
“그렇게 말씀하셔도···.”
강바다가 슬쩍 내 눈치를 살폈다. 뒤풀이에 가고는 싶은데 아무래도 내 의견이 신경 쓰이는 모양. 이러면 나도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다.
“뭐, 잠깐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하늘 씨가 그렇다면야···.”
“감사합니다! 저만 따라오세요!”
활기차게 안내를 시작하는 박수정. 그 뒷모습을 보며 웃음을 삼킨 우리는 천천히 그 뒤를 따라 파티장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