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family's escort warrior RAW novel - Chapter 133
133. 뿌려라.2016.02.10.
스스스슥.
공중을 도약한 다섯 명이 눈 깜짝할 사이에 광휘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일 장 내로 접근했을 때 제각기 공격을 시도했다.
쉭쉭!
두 개의 검.
피이이익-!
한 줄의 은사.
휘익! 휘익!
두 개의 단검.
다섯 방향에서 매서운 병기들이 날아들었다.
스윽.
광휘는 기다렸다.
그리고 날카로운 병기들이 지척까지 다가오던 그때야 비로소 지면에 몸을 납작 엎드렸다.
“……!”
야월객들의 눈빛이 변했다.
피할 공간이 없었기에 반격을 하거나 막아내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바닥에 드러누울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휘릭.
광휘가 엎드렸던 몸을 하늘이 보이게 빙글 돌렸다.
그러고는 들고 있던 구마도를 이용해 접근했던 세 명의 야월객의 발을 노려 휘둘렀다.
패애애애액!
지면에서 거대한 도가 회전하자 야랑, 묘영, 혼사가 지면에서 급히 도약했다.
광휘 역시 자리에서 일어선 뒤 그들을 따라 곧장 도약했다.
그사이 수라귀와 비부가 움직였다.
수라귀는 소매에서 세 개의 구슬, 탄혈주(彈血珠)를 날렸고 비부는 철주판(鐵珠板)을 꺼내 손가락으로 수십 개의 주판알을 튕겨 날려 보냈다.
쉬쉬쉬쉭! 타라라라락!
강철도 뚫을 수 있다는 탄혈주와 쇠로 만든 수십 개의 주판알.
상대를 향해 세차게 날아들었다.
스윽.
광휘는 구마도로 전신을 막으려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상황이 역전되었다.
세 명의 야월객이 역습을 당하는 입장에서 다시 역습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이 온 것이다.
따따다다다당!
허나, 그것은 오히려 그들의 위기를 불렀다.
설마 그 상황에서 광휘가 반격을 가하리란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피해!”
광휘가 사방에서 날아드는 암기들을 튕겨내자 비부가 가장 빨리 알아채고 외쳤다.
일부 암기가 앞서 도약했던 세 명의 야월객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외쳤을 때는 이미 상황이 종료된 후였다.
“컥!”
“윽!”
“흡!”
구마도로 튕겨낸 주판알을 피하지 못하고 세 명의 야월객이 몸을 휘청거렸다.
척. 척. 척.
그리고 지면을 밟자 야랑이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비틀거리다 중심을 잡았다.
“괜찮아?”
묘영이 허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그녀도 광휘의 반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말을 하지 않았지만 혼사 역시 어깨를 부여잡은 채 힘겨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당의 태극혜검(太極慧劍)이야.”
수라귀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러고는 방금 전 당한 수법에 대해 얘기했다.
“주판알에 공력을 실었다. 날아오는 공격을 튕겨내는 순간 더 강하게 쳐 내는 건 태극혜검의 사량발천근과 흡사해.”
“그럼 저건?”
혼사가 광휘를 가리키며 물었다.
우득! 우드득!
구슬 때문에 전신에 크고 작은 관통상을 입은 광휘. 그런 그의 부상이 치유되고 있었다.
곧 쓰러질 것 같았던 그가, 버티는 것을 떠나 반격을 시도할 수 있었던 건 이 때문이었다.
주르륵. 툭. 툭.
출혈이 멎어 들고 있었다.
상처의 근육이 급속히 수축되어 몸이 스스로 지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림경기공(少林硬氣功)의 소림권법(小林拳法).”
“……!”
비부가 짧게 대답하자 일순간 야월객들의 표정이 변했다.
몸을 보호하고 적에게 심대한 타격을 주는 소림 외가권.
그중 최강의 무공이라는 소림권법이라니.
“말도 안 돼. 저놈은 내공이 없어.”
수라귀가 침음했다.
광휘는 고도의 내공 수련자만이 할 수 있는 기예를 선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내공을 깊이 익힌 자 특유의 신체 현상. 태양혈이 불룩하다든가, 눈매가 깊이 들어간다든가 하는 현상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았다.
“……설마 반박귀진?”
화로의 불(火)이 너무 뜨거워지면 오히려 푸르게(靑) 빛난다. 단련의 경지가 극에 달하게 되면, 오히려 특유의 현상이 사라지고 평범하게 변한다.
“소림과 무당의 비기를 익힌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모르지. 문파와 연이 닿았을 수도 있겠고. 확실한 건, 이 순간 우린 모든 전력을 다 기울여야 한다는 것.”
야월객이 지금 광휘의 모습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었다.
“제기랄. 소림과 무당의 무공이라니…… 이런 놈이 일개 세가의 호위무사를 왜 하고 있는 거야?”
“한가하게 떠들지 마! 온다!”
묘영이 날카롭게 그들의 말을 끊었다.
콰아아악!
광휘에게서 강렬한 공세가 뻗어져 나왔다. 야월객 다섯은 각 방향으로 흩어지며 욕설을 내뱉었다.
*
“으아악!”
“꺄아아악!”
“으아아아앙!”
대청 안은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고 있었다.
“크억!”
모습을 숨긴 채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가하는 자객들. 옆에서, 혹은 뒤에서 일어나는 살육에 양민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며 비명을 질러댔고 어린아이들은 경기를, 여자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모두 움직이지 마! 움직이지 말라고!”
곡전풍과 황진수, 능자진은 필사적으로 고함을 질러댔다.
허나,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쓰러지자 너 나 할 것 없이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다.
“막아! 누구도 여길 나가게 해선 안 돼!”
능자진, 곡전풍, 황진수를 제외한 세가의 호위무사들 십여 명은 어깨를 바싹 붙이며 문 앞에 섰다.
그들은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정문을 통제하고 있었다.
“사, 살려주십쇼!”
그때 아이를 가슴에 껴안은 사내와 여인이 입구 쪽으로 달려왔다.
“떨어져! 오지 마!”
그들을 본 능자진이 급히 검을 세우며 위협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여인은 손을 비비며 발작적으로 울음을 터뜨렸다.
“피가…… 피가 터져요! 자객이 왔어요! 이대로 있다간 모두 죽을 거예요!”
“우리가 찾을 테니 빨리 물러나라고!”
“무사님! 제발!”
“으아아아!”
그때였다. 눈이 뒤집힌 사내가 능자진을 몸으로 밀어붙이려고 달려왔다.
“잇!”
능자진이 검을 쓰려하다 멈칫했다.
아직 그가 자객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 살검을 뿌리기에 주저해버린 것이다. 세가의 무사들 역시 순간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주춤거렸다.
쾅! 푸욱!
“억!”
그때 정문 앞까지 다다른 사내가 가슴을 부여잡으며 고꾸라졌다.
입구 쪽에서 등장한 사내가 미련 없이 칼을 쑤셔 넣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건 내 전문이지.”
외발의 무사.
때마침 소위건이 등장한 것이다.
“아아아아…….”
“으으으으…….”
사내가 흘린 피로 소위건 주위 바닥이 붉게 물들자 입구 쪽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얼굴에 공포가 서렸다.
지아비를 잃은 여인은 넋이 나간 채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황 노인, 혹시 저 사내는…….”
“아니네.”
능자진은 혹시나 소위건이 죽인 사내가 자객일 수도 있다 판단하며 물었지만 황 노인은 참혹한 얼굴을 하고 고개 젓고 있었다.
그 모습에 능자진은 피가 터져 나오도록 입술을 깨물며 버럭 고함을 질렀다.
“물러서지 마라! 여기서 자객을 빠져나가게 하면 이 장원 전체가 위험에 빠져든다! 그렇게 되면 여기 있는 사람들도 어차피 다 죽게 돼!”
“아아아악!”
하지만 통제는 불가능했다.
또다시 비명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도망가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광경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영감, 칼 놓으시오.”
두 손으로 힘겹게 들고 있는 노인을 향해 곡전풍이 외쳤다.
그러나 그는 이미 실성한 얼굴로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
“난 살 거요. 난 살아야 하오.”
“노인, 칼 놓으시오!”
“내게 다가오지 마! 다가오지 말라고! 이익!”
“쳇!”
슈슉.
곡전풍이 다가오자 노인이 급히 칼을 휘둘렀다.
콱!
그런 그를 향해 곡전풍은 몸을 살짝 비튼 뒤 자루로 머리를 때려 기절시켰다.
‘제길,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곡전풍이 인상을 쓰며 주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으아아아!”
“크아아아!”
또다시 이어지는 엄청난 비명.
이전보다 더 큰 혼란이 찾아왔다.
그로 인해 점점 세가의 무사들의 정신도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이쪽에 선택을 강요하는군.”
한편, 소위건은 팔짱을 낀 채 능자진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능자진이 그를 보며 물었다.
“선택?”
“그래. 애꿎은 양민을 죽일 것이냐. 아니면 너희들이 죽을 것이냐. 큭! 재미있는 짓거리지?”
“…….”
“확실한 건, 여기서 멈칫거리는 거야말로 저놈들이 제일 좋아하는 반응이라는 거다. 이게 이 바닥에서는 제일 흔하게 쓰이는 수법이라고.”
능자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또한 이들이 이런 식으로 나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이젠 어떻게 해야 하나…….’
능자진은 머리를 굴려봤지만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 고민만 할 뿐이었다.
“곡전풍! 황진수!”
그때였다.
갑자기 노천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놀라서 돌아보는 두 사람에게 그는 심각한 얼굴로 어린애 머리통만 한 주머니 둘을 내밀었다.
“노 사부, 이건?”
“뿌려라.”
“예?”
“곡전풍, 너는 뛰어올라서 위에서! 황진수, 너는 빠르게 바깥을 돌면서! 어서!”
“노, 노 사부. 하지만 이건…….”
“잔말이 많아! 어서!”
“옛!”
‘독 아닙니까?’라는 물음을 속으로 품은 채 곡전풍도 황진수도 서둘러 군중 속으로 뛰어들었다.
휙휙휙!
파스스스스!
곡전풍은 노천의 독 영약을 통해 내공이 대폭 증진되어서 대청의 높은 곳까지 뛰어오를 수가 있었다.
그리고 황진수는 예전에 비해 엄청난 반사 신경을 가지고 있었기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무리의 바깥에서, 혹은 천장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분말이 가득 뿌려지자, 울고, 광란하느라 넋이 빠진 인파 속에서 새로운 반응이 나타났다.
“크으으으…….”
“아아아악! 따가워! 아파!”
“노, 노 사부! 이건!”
“독(毒)이지. 뭐.”
경악하는 능자진을 향해 노천은 뭐 대수냐는 식으로 귀를 후비후비 파 보였다.
“자객이 양민들 속에 숨어들었다. 그래서 구분하기 힘들다? 그럼 뭐 다 같이 정리해버리면 되잖아?”
“다, 다 같이 죽여버리자는 겁니까!”
“안 죽어. 안 죽어. 그냥 지랄맞게 아프고, 목이 따가워서 숨도 안 쉬어지고 그렇겠지만. 어쨌든.”
틱.
노천이 파서 던진 귀지가 젊고 신경질적인 촌민 하나, 아까까지만 해도 죽기 싫다며 갖은 난리를 쳐대고 있던 양민 하나를 향했다.
“이참에 다 묶어버려. 꼼짝도 못 할 테니까.”
“어…… 움직이는 놈도 있는데요?”
능자진이 멀뚱하게 대꾸했다.
과연 그의 말처럼, 대부분의 양민들은 노천의 독에 중독되어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지만, 일부 몇몇, 고통스럽게 숨을 몰아쉬지만 몸을 곧추세우고 있는 사람들도 분명 있었던 것이다.
“이런 돌대가리! 내가 뿌린 게 뭐야? 독분이지? 독분을 맞고도 버티는 놈이 뭐겠어? 강호인이야!”
“달리 말해 자객이지!”
휙! 휘휘휙!
노천의 말을 바로 알아챈 소위건이 대신 말을 받고는 신속하게 공격해 들어갔다.
그리고 그때쯤.
콰장창.
대청의 두꺼운 나무 벽을 부수고 열 명이 넘는 자들이 밖으로 나갔다.
노천은 그런 무리를 보며 픽 웃었다.
“그리고 저놈들도.”
타타타타탓.
노천의 말이 끝나자마자 황 노인만을 남기고 대청의 모든 호위무사들이 그들을 뒤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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