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family's escort warrior RAW novel - Chapter 72
72. 적어도 호위 대여섯쯤은 죽어야 말이 맞지요.2015.07.10.
“팽월이에요.”
“들어오거라.”
팽오운은 이전과 달리 자리에 앉아 그녀를 맞이했다.
팽월이 자리에 앉자 팽오운이 말했다.
“그래, 뭐라 하더냐?”
“거절당했어요.”
“음.”
팽오운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중원 오대세가인 팽가의 식구가 되는 제안의 거절이라.
이유가 궁금했다.
“다 돌아봤다네요.”
“뭐?”
“천하를 다 돌아봤대요. 다 봤기에 이제는 쉬고 싶어 장씨세가에서 온 거라 하더군요.”
“재밌는 친구로군.”
팽오운의 희미한 미소를 보였다.
“겁이 없는 거죠.”
반면 팽월은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어처구니없는 말을 변명 삼아 꺼낸 그에게 단단히 화가 난 것이다.
“오라버니, 이렇게 된 것 애초에 계획대로 진행했으면 해요.”
“…….”
팽오운은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 더 신중해지려는지 입술을 굳게 다문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팽월이 말했다.
“언제까지 고민하실 건가요? 기회는 지금밖에 없어요.”
“고민하는 게 아니다.”
“그럼요?”
“명분이 부족한 게야.”
팽월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차피 소위건이 죽은 사실은 장씨세가에서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석가장 잔존 세력들도 남아 있고 그들의 습격을 받았다고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제 말이 틀렸나요?”
“맞는 말이다.”
“그런데요?”
팽오운은 무슨 생각인지 시선을 내린 채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먼저 소위건이 홀로 쳐들어와 장씨세가 호위무사만 죽였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는 말이다. 비록 그가 잔악한 흑도의 인물이긴 하나 복수를 꿈꾸는 인물이 아니다. 석가장처럼 거래로 시작된 관계에선 더더욱 그렇지.”
팽오운은 거듭 말을 이었다.
“거기다 지금 강호의 유명 인사들이 팽가에 와 있다. 그런 상황에 흑도의 인물이 팽가의 외성을 돌파하고 들어왔다 생각해 보거라. 팽가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그거야 적당한 말로 둘러댈 수 있는 문제잖아요.”
“월아, 이 문제는 그렇게 가볍게…….”
꾸욱.
“오라버니.”
순간 팽오운의 눈이 격동한 것처럼 흔들렸다.
자신의 손을 팽월이 두 손으로 붙잡았던 것이다.
“이번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잖아요. 이번 일만 잘 해결되면 중원제일가도 꿈이 아니에요. 우리 본가에겐 둘도 없는 기회라구요.”
“…….”
“더 이상 우리가 척박한 하북 한 귀퉁이의 세가로 평생 살아갈 수는 없잖아요. 세가를 위해 아니, 저를 위해서도 부탁드려요, 오라버니.”
자신의 손을 잡은 그녀를 보며 팽오운의 눈빛은 계속 흔들렸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
그 느낌 때문인지 뭐라 쉽게 말을 내뱉지 못했다.
잠시 뒤, 팽오운이 손을 밀어냈다.
그리고 팽월의 얼굴이 굳어질 무렵, 그가 입을 열었다.
“한 시진 뒤, 일을 시작하마.”
“고마워요, 오라버니.”
“참고로, 묵객은 반드시 묶어야 한다. 그가 나서면 일이 복잡해져.”
“걱정 마세요. 설득을 못 시키더라도 그자는 제가 반드시 붙들고 있을게요.”
“나가 있거라.”
“네. 나오지 마세요.”
드르르륵.
팽월이 밝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서 힘 있게 방문을 나섰다.
팽오운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 살랑이는 옷자락까지 눈에 담았다.
애틋한 눈빛이었다.
허나, 그 순간은 극히 짧았고 방문이 닫힐 때 그는 탁자 밑으로 시선을 내렸다.
“천하를 다 돌아봤대요.”
듣지 않았지만 왠지 들리는 듯하다.
그때처럼 당당히 천하를 거론하는 그의 목소리가.
“천하를?”
팽오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중심에 우뚝 솟아 있는 곳.
바라보기만 해도 거대해, 감히 품을 생각조차 못 하는 그곳.
그곳을 돌아보았다는 말이다.
“실로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놈이구나!”
드르륵.
그는 자리에서 일어선 뒤 문 쪽으로 걸어가 방문을 세차게 열었다.
어느덧 희미한 웃음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싸늘히 식어 있었다.
*
“거절하더군요.”
장로 팽인호는 찻잔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맞은편에 앉은 팽오운은 그의 말을 담담히 듣고 있었다.
“가주 장원태는 성격이 곧은 자입니다. 적당한 타협안에는 응하는 듯 태도를 취하지만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에는 목숨을 걸 정도로 강한 성정을 보입니다.”
“…….”
“뭐 그 성정이 그의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린 격이니까, 우리야 잘된 것 아니겠습니까.”
그는 한쪽으로 꼬았던 다리를 폈다.
조용히 듣고 있던 팽오운이 그때쯤 눈을 맞추며 입을 열었다.
“석가장의 증빙 서류는 어떻게 했소?”
“주었습니다.”
팽오운은 의구심 어린 시선으로 팽인호를 바라보았다.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장씨세가 호위무사를 처리한 후, 그가 머무르는 객방에 놓아두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러모로 생각해보니 그게 더 나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이참에 장씨세가를 압박할 수 있기도 하구요.”
딸깍.
그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왜 방문객들에게 따로 객방을 배정했는지 아십니까?”
“수리가 안 된 방이 있다 하지 않았소.”
“그렇기도 합니다만 사실 따로 객방을 배정할 만큼 부족한 정도는 아닙니다. 장 가주가 머무르는 쪽은 외문 가장 가까이 있습니다.”
팽인호는 알 수 없는 말을 계속 해댔다.
“쉽게 말해, 누군가 침입했을 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지요.”
“…….”
“다른 객방은 장씨세가 사람들이 머무르는 곳과 떨어져 있어 소란이 일어도 알아채지 못할 겁니다. 적들이 침입해 들어와도 말이지요.”
그는 가늘어지는 눈초리와 함께 말을 이었다.
“장 가주가 가져간 석가장 증빙 서류. 그것이 석가장 잔존 세력의 침입을 정당화시키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허나, 석가장이 쳐들어 왔다고 하더라도 본가의 무인들이 장씨세가의 호위를 서고 있소. 그들은 어떻게 속일 것이오?”
“죽여야지요.”
“일 장로.”
팽오운이 미간을 찡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팽인호의 표정은 흔들림 없이 굳건했다.
자신의 생각에 추호의 의심도 없는 그런 시선이었다.
“의심을 살 여지를 두어서는 안 됩니다. 장씨세가 사람들을 배분해 죽여야 하며, 적절한 숫자를 남겨 그들을 습격한 자들이 석가장 잔존 세력이란 걸 알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거기서 우리 쪽의 피해를 두려워해선 안 됩니다.”
“…….”
“적어도 호위 대여섯쯤은 죽어야 말이 맞지요.”
“꼭 이 방법밖에 없소?”
“예.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본가를 위해서도, 공자님을 위해서도.”
팽오운의 눈빛은 다시 의문으로 바뀌었다.
팽인호는 그런 그를 향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지금 장씨세가 호위를 서는 자는 우리 쪽이 아니라…… 대공자 측 사람들이지요.”
팽오운의 눈썹이 역팔자로 변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 그의 포석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장씨세가 인물들을 죽이며 석가장의 존재를 알리는 것.
그들을 호위하는 팽가 몇몇 무인을 죽여 명분과 이해를 돕는다.
하지만 이번 계획에 있어 가장 께름칙한 것이 팽오운의 신경을 자극했다.
“본가의 감시를 뚫고 왔다는 걸 장씨세가가 어떻게 믿겠소?”
“믿을 겝니다.”
“어떻게 말이오.”
“석가장엔 뛰어난 고수가 있지 않습니까. 이를 테면…….”
“…….”
“소위건이요.”
순간 팽오운이 눈을 치켜떴다.
“그는 좋은 구실이 되어 줄 겁니다. 소위건을 살려 보낸 건 장씨세가니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우리가 명분으로 확보하기에 좋은 패입니다.”
팽오운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실로 완벽한 계획이라 할 수 있었다.
명분이면 명분, 실리면 실리, 내정이라면 내정이라 할 수 있는 것까지.
“좋소.”
팽오운은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잘 결정하셨습니다. 헌데 그 전에, 묵객의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팽월이 맡기로 했소.”
“그렇군요.”
팽인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하지요.”
그 말과 함께 팽오운은 몸을 일으켰다.
예리한 날처럼 그의 동작에는 위엄이 느껴졌다.
그가 고개를 돌리며 방문을 나서자 거친 바람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가 사라졌다.
잠시 뒤.
두 손을 모아 무슨 생각을 하던 팽인호가 고개를 돌렸다.
“호고(虎告).”
“옙.”
창가 벽 쪽 길게 내려온 천 사이로 한 사내가 나왔다.
방 안에 있으면서도 장막 뒤에 미동도 없이 서 있어 뭔가 신비한 느낌을 자아내는 사내였다.
“활영궁사(活影弓士)에게 팽오운을 도우라 이르라.”
“예?”
호고는 눈을 껌뻑였다.
그리고 드는 의문은 곧장 질문으로 이어졌다.
“팽오운은 본가를 대표하는 고수입니다. 그를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확실히 해두려는 것이다.”
“허나, 그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이…….”
“책임은 내가 지겠다.”
팽인호는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광휘라는 자, 개방 출신일 수도 있다. 오호단문도의 무공을 알아본 것을 보고 판단했지. 그런 녀석이니 뭔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팽오운이, 장씨세가 호위무사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높은 이때, 혹여 시간을 지체하다 명문 제자나 명가의 가솔들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더 문제가 커질 것이다.”
호고라 불리는 자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듯한 눈빛을 내보였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일러두겠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활짝 열린 기다란 창문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삼 층인 이곳 건물의 지붕 위로 올라가서는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크흠.”
사내가 사라진 창가 쪽을 바라보던 팽인호가 읊조렸다.
뭔가 답답했다.
계획은 완벽한데 계속 뭔가 자신의 목을 죄는 느낌이 들었다.
“기분 탓이겠지.”
아마도 같은 팽가의 피까지 흘리게 된다는 죄책감 때문이리라. 그는 그렇게 자신의 꺼림칙함을 규정하고 활짝 열린 창문을 닫았다.
*
“그르르릉.”
“…….”
“커어어엉.”
“…….”
“커어어어어엉!”
“이런 망할!”
묵객은 귀를 파고드는 굉음에 침상에서 일어나 투덜댔다.
도저히 잠을 청하려고 해도 청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내 그는 곧 고통을 주는 원흉을 찾아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봐, 형장! 잠 좀 잡시다. 잠 좀!”
“…….”
“휴우…….”
“커어어엉!”
“내 저놈을 당장!”
묵객의 얼굴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
자신의 말을 알아듣고 잠시 누그러졌다 생각했는데 전혀 그런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저런 고약한 잠버릇은 난생처음이었다.
“빌어먹을!”
그는 결국 잠을 청하지 못하고 침상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휘이이잉.
밖은 쌀쌀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고즈넉했다.
“휴우.”
묵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방 쪽을 바라보았다.
착각인지 모르지만 문틈으로 여기까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내 빨리 저놈을 요절을 내든가 해야지.”
그는 혼잣말로 읊조리며 객방 주위를 벗어났다.
“어디 가십니까?”
경계를 구분한 목책 사이를 지났을 때 팽가의 사내가 다가와 물었다.
몇 명이 이곳 주위를 순시하는 듯 보였다.
“잠시 바람 좀 쐬러 가오.”
“살펴 가십시오.”
다른 객방을 둘러보려는 듯 그들은 인사를 하며 묵객을 지나쳐갔다.
“저들도 참 고생이군.”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묵객이었다.
팽가의 무인들은 대부분 남자답고 예의가 발랐기 때문이다.
“아, 계셨군요.”
그때 어둠 속에서 앞으로 누군가 걸어왔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아름다운 미모에 묵객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팽 소저, 이 야밤에 무슨 일이오?”
“그게……. 긴히 할 말이 있어서요.”
말을 하던 팽월이 달빛 아래에서 곱게 웃었다.
“긴히?”
그러자 팽월이 묵객에게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여기서 좀 그렇고…… 따로 조용한 곳으로 옮기면 안 될까요?”
“조용한 곳이라면…….”
묵객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팽월은 그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싫으신가요?”
“아, 아니오. 마침 불쾌한 놈 때문에 거슬렸는데…….”
“불쾌한 놈요?”
“아, 그런 게 있소.”
묵객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래, 갑시다. 따로 자리를 마련해서 긴히 나눌 이야기라…… 중요한 것이겠지요?”
“네, 아주.”
문득 팽월이 곱게 웃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아주 중요한 이야기랍니다.”
*
장원태가 배정받은 방 안은 다른 객방과 달리 넓고 고급스러웠다.
관청에서 받은 물품들로 보이는 것들이 한쪽에 진열되어 있었고, 다른 쪽은 고급스런 도자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방 가운데에는 고풍스런 탁자와 의자가 보였다.
사락사락.
그는 방 안으로 들어온 뒤 의자에 앉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팽인호와 만난 후 받아온, 지금 책상 위에 펼쳐놓은 증빙 서류 때문이었다.
“운수산이라니요. 지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장씨세가에서도 부담이 없지 않습니까? 이것과 석가장의 영토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석가장은 우리가 스스로 가져온 것입니다. 그리고 운수산에 뭐가 있는지 일 장로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
“정녕 이렇게 저를 난처하게…….”
“진정하시지요, 장 가주. 실례했습니다. 이 사람이 일이 많다보니 귀 가문의 사당까지는 미처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일 장로…….”
“가져가십시오. 저희 것이 아니니 당연히 드려야겠지요. 허, 이걸로 작은 이익이나마 당겨 보려고 했건만…… 이 사람이 실례한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그냥 드리겠습니다.”
생각에 잠겼던 장원태의 시선이 탁자 위에 올려진 증빙 서류로 다시금 향했다.
준다고 받아들이긴 했지만 확실히 껄끄럽다.
왠지 이것을 단순히 호의로 보기엔 더욱 그렇다.
“대체 무슨 생각인가.”
장원태는 곰곰이 그의 행동을 되짚어 보았다.
따로 자신을 불러 얘기한 것.
석가장의 증빙 서류를 주면서 운수산을 거론한 것.
그것이 실패하자 아무런 이유 없이 이것을 건넨 것.
아무런 뜻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팽인호란 자가 그런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래, 역시 이건 받아선 안 되는 물건이야. 다시 돌려줘야겠다.”
장원태는 결정했다.
받아도 지금 받아선 안 된다.
정식으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것을 받아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설 때였다.
“누구냐!”
밖에서 난 다급한 목소리가 문틈으로 들려왔다.
장원태의 눈이 커지며 문틈으로 향했다. 팽가 무사들이 이 주변을 호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소리도 필시 그들의 목소리일 터였다.
“컥!”
“컥!”
두 번의 단말마의 비명이 들린 뒤 주위가 조용해졌다.
정적.
그 정적은 장원태의 손이 파르르 떨릴 만큼 극한의 긴장감을 자아냈다.
잠시 뒤.
끼이이익.
문이 열리자 장원태는 사색이 된 표정으로 뒤쪽을 돌아봤다.
그곳에선 한 괴인이 그의 방으로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게 제때 우리 걸 내놓지 그랬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눈을 마주친 그의 표정을 보던 장원태의 자세가 굳었다.
결코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 서 있었던 것이다.
“설마 너, 너는!”
“오랜만이군. 잘 있었나?”
단구의 노인이 웃어보였다.
그는 석가장의 장주 석대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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