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너 그러고 움직이게?”
집을 나서는 한성태를 보기 무섭게 정두식이 한 말이었다.
그의 물음에 한성태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무슨 문제 있어요?”
“아니, 문제까지는 없는데……. 불편하지 않겠어?”
“괜찮아요. 이게 입기가 상당히 불편해서, 차라리 미리 입어놓는 게 더 편하거든요.”
“그렇다면야, 뭐 상관없기는 한데.”
정두식이 뒷목을 긁적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반응에 한성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반응만 보면, 분장에 있어서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정작 정두식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큰 문제는 아니겠거니 하며 한성태는 바로 차에 올라탔다.
“학교 먼저 들린다고 했지?”
“네, 민식이하고 리나도 함께 움직이기로 했거든요.”
“민식이는 아는데, 리나는 누구야?”
“같은 과 1학년이요. 이번에 뮤지컬 도와주면서 알게 된 후배예요.”
한성태의 말에 정두식이 이해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성태는 스마트폰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웅, 웅!
아까부터 울리고 있는 스마트폰에 한성태는 피식,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김민석: 야, 어디야!
―김리나: 선배님, 저 지금 선배님 친구분이랑 같이 있어요.
―김민석: 김리나랑 둘이 있는데, 어색해 죽겠다.
―김리나: 이분 아까부터 엄청 불안해하던데 괜찮은 거 맞죠?
벌써 만났구나.
같은 장소에 있으면서, 두 사람의 반응은 서로 상반되어 보는 맛이 있었다.
―지금 가는 중. 한 20분 걸릴 것 같은데. 조금만 기다려줘.
문자를 보내놓고 한성태는 대본을 들었다.
오늘이 핼러윈이라고 해서 연습해야 한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시간이 날 때 틈틈이 연습해야 한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오늘만큼은 연습 생각하지 않고 즐기는 게 어떤지 제안합니다.]‘이거 연습하는 거 아니에요.’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대본을 보고 있는데 연습이 아닌 건 무슨 말이냐고 되묻습니다.]‘그냥 대본 보고 있는 거죠. 책 보는 거처럼. 연습이랑 달라요.’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는 천재의 생각은 범인과 다르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다고 중얼거립니다.] [‘절권도의 창시자’가 한성태는 자신이 끈질긴 것으로 인정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대본을 보며 신들과 대화를 나누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로 올 거지?”
“네.”
“알았어.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네, 오늘 태워줘서 고마워요, 형. 형 아니었으면 이태원까지 어떻게 갔을지 모르겠네요.”
“매니저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건데 뭘. 빨리 갔다 와.”
“네!”
정두식의 손짓에 한성태가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김민석과 김리나가 있는 장소까지 향하는 길.
웅성웅성.
어째서인지 걸음을 옮기면 옮길수록 주변이 시끄러워지는 것만 같았다.
볼이 뚫어질 것 같은 시선에 한성태는 슬쩍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야야, 이쪽 본다.”
“보면 어때. 우리가 뭐 잘못한 것도 아니고.”
어느샌가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이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스마트폰까지 들어 한성태의 모습을 찍고 있었다.
“핼러윈이라고 제대로 힘준 거 같은데?”
“몸 봐라. 저런 몸 만들려면 도대체 얼마나 운동해야 하는 거야?”
“괜히 인기 있는 배우겠냐. 한성태, 쟤 독하기로는 소문났잖아. 저 몸 만들려고 반년 동안 닭가슴살만 먹었다는 소문도 있어.”
“그 정도면 닭한테 미안해해야 하는 거 아님?”
한성태를 알아본 사람들, 그리고 그의 분장을 보며 감탄하는 이들.
한 명이 열 명이 되고, 열 명이 수십 명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찰칵찰칵.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을 때마다 번쩍이는 플래시가 눈을 따갑게 만든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라며 활짝 웃습니다.]아무리 사람의 시선을 즐겨도 그렇지, 이건 너무 부담스러운 거 아닌가?
그들을 둘러보던 것도 잠시 한성태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선에 적응되어도 부담스러움을 느끼는 건 여전하다.
“이야. 한성태, 미쳤네. 너 그러고 여기까지 온 거야?”
“응, 갈아입기 귀찮아서. 그냥 집에서 입고 왔어.”
“대단하다, 대단해. 그 정도면 사람 시선 부담스러운 거 거짓말이고, 그냥 즐기는 거 아님?”
김민석의 말에 한성태는 웃음을 흘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리나는?”
“지금 옷 갈아입는 중. 쟤도 보니까, 작정하고 준비한 것 같더라.”
“음, 너도 잘 어울리네.”
“……사람 놀리냐?”
한성태의 말에 김민석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음을 흘렸다.
전신 슈트를 입은 한성태와 다르게 김민석은 서양 느낌이 물신 느껴지는 양복을 입은 게 전부였다.
콧수염까지 붙이니 전형적인 집사의 모습.
한성태의 모습과는 비교가 많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너 은근히 잘 어울린다? 히어로물 찍어도 괜찮을 것 같아.”
“그래? 잘 어울리면 다행이네. 난 이게 괜찮을지 고민 엄청 많이 했거든.”
[‘천의 얼굴’이 그렇게 고민했으면 다른 거 하면 되는 거 아니었냐며 눈살을 찌푸립니다.]‘천의 얼굴’이 보낸 메시지에 한성태는 옅게 웃음을 흘렸다.
한성태가 현재 분장하고 있는 건 ‘박쥐맨’이었다.
그렇다 보니, 그 대척점에 있는 배역을 연기했던 천의 얼굴 입장에서는 조금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다.
“선배 왔어요?”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모습을 보였다.
그녀의 모습을 본 한성태와 김민석이 잠시 말을 잃었다.
한성태가 입은 박쥐맨 슈트와 마찬가지로, 김리나 역시 전신이 검은색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전신 타이츠.
그녀는 박쥐맨에 나오는 배역 중 하나인 ‘캣걸’의 분장을 하고 있었다.
“어때요? 잘 어울려요?”
“음……. 어, 괜찮네.”
“잘 어울려.”
그녀의 물음에 김민석과 한성태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어울리기는 하는데, 저러고 밖에 나가도 되는지 조금 걱정이 들었다.
“다행이네요. 이거 만들려고 엄청 고생했거든요!”
한성태의 걱정과 다르게 그녀는 자신의 복장이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한 바퀴 빙글 도는 그녀의 모습에 한성태는 풀썩, 웃음을 흘렸다.
그래, 그녀가 만족하면 되는 거다.
“그럼 갈까? 밖에서 두식이 형이 기다리고 있어.”
“오케이!”
“가요!”
한성태의 손짓에 그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야, 레전드 나왔다!]인터넷 커뮤니티에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조회 수만 천이 넘는 베스트 글.
「[야, 레전드 나왔다!]
지금 나 이태원이거든?
오늘 핼러윈이라서 다들 코스프레하고 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거든?
나도 해골 분장하고 있고.
그런데 이태원 전부를 씹어먹는 레전드가 나타났음.
박쥐맨하고 캣걸 분장한 애들인데.
와……. 멀리서 보는데도 바로 눈에 들어오더라.
사진 첨부한다.
한번 봐라.
지금 이태원에 있는 ‘백타’ 포차에 들어가 있거든?
지금 오면 볼 수 있다.
나 지금도 넋 놓고 보는 중.」
―에이스는죽었어: 어그로라고 생각했는데. 사진 보고 바로 택시 잡았다. 이태원이면 우리 집에서 10분 거리임. 바로 가서 본다.
―리모컨이어디갔지: 코스프레 퀄리티가 미쳤는데? 와……. 저 정도면 배우 본인이 온 거 아님? 캣걸도 캣걸인데, 박쥐맨은 그냥. 어우……. 헬스 5년 차인 내가 봐도 엄청난 근육임.
―생활백서: 저 정도면 이번 연도 핼러윈 레전드는 저 두 사람인 거 같은데? 그냥 찢어버렸네.
―범인형상: 왜 박쥐맨 뒤에 있는 집사는 언급 안 해주냐? 쟤도 분장 잘했는데.
―망치부순다: 뭐야, 저런 놈이 있었어? 전혀 몰랐네.
그 글은 한성태 일행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었다.
박쥐맨과 캣걸, 그리고 집사까지.
한순간에 얻게 된 화제성은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다.
커뮤니티는 온통 한성태 일행 이야기로 가득했고, 그들을 보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화제의 중심에 있는 한성태는 정작 그들의 관심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야, 이거 봤냐?”
핼러윈 분위기 물씬 풍기는 치킨집.
김민석이 한성태에게 자신이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불쑥 내밀었다.
그 행동에 김민석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바로 화면을 살펴보았다.
“……이거 뭐야?”
“대박이지? 지금 다들 우리 이야기만 하고 있어.”
“뭔데요?”
“이거. 지금 커뮤니티 반응인데. 다들 우리 분장 보면서 감탄하고 있는 중.”
“와…….”
김민석이 보여준 커뮤니티 반응을 본 김리나가 작게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장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더욱 놀란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주위 둘러봐봐. 다들 우리만 보고 있다니까?”
“알았어. 그런데 왜 이렇게 신났어?”
“재미있잖아. 내가 살면서 이 정도 시선을 얼마나 받겠냐. 이럴 때 즐겨야지.”
잔뜩 신나 보이는 김민석의 모습에 한성태도 웃음을 흘렸다.
확실히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조금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야. 너, 반응 이렇게 좋은데, 나중에 팬미팅 할 때 코스프레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선배가 코스프레하면 다들 좋아할걸요?”
“둘이서 아주 신났네. 나는 내가 알아서 할게.”
두 사람의 말에 한성태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그의 귀로 정두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야. 은근히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형?”
“요즘은 언플의 시대라고. 화제가 될수록 네 인지도도 높아질걸? 그리고 이런 건 이벤트로도 할 수 있는 거고.”
“아니, 형까지 왜 그래요.”
어떻게 된 게 다들 그를 코스프레 못 시켜서 안달이 난 것처럼 굴었다.
한성태도 조금은 당혹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당신이 꾸밀 맛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합니다.] [‘천의 얼굴’이 박쥐맨 분장을 한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잘 어울리기는 한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다음에는 어떤 분장을 할지 궁금하다며 내년을 기대합니다.]신들도 똑같았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던 한성태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래도,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전생보다는 행복한 날도 많고 즐거운 시간도 많았다.
전생이었다면, 이런 시간 자체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겠지.
‘좋은 게 좋은 거지.’
핼러윈의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즐기는 거다.
한성태는 웃으며 그들과 함께 거리를 돌아다녔다.
그렇게 빠르게 지나간 핼러윈.
―정두식: 성태야, 오디션 관련으로 감독님이 만나자고 하시던데, 시간 되지?
이제는 본업으로 돌아갈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