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06)
특성 쌓는 김전사-206화(206/300)
206화 오래된 내기 –3-
공기가 무겁다.
집요한 눈길이 내 일거수일투족을 쫓아온다.
“저도 모릅니다.”
“하? 모른다?”
“그래도 들은 것은 있죠.”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었다.
“토르 교단 법황님은 절 보고 전능자라고 하셨습니다.”
“전능자?”
“수호자 연맹 총재이신 혈왕님께선 저를 천마지체라고 하셨고요.”
“천마지체!”
마탑주가 눈을 가늘게 뜬다.
소름 끼치도록 날카로운 눈동자.
진실의 저울을 연상시키는 눈빛을 보며, 나는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예. 제가 그 천겁지고성이 맞는 것 같습니다.”
“허!”
마탑주는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게 실존했다고?”
“천마님도 천겁지고성이라고 하시던데요?”
“허, 허허허.”
“탑주님은 천마님을 직접 뵌 적이 없으신가 봅니다.”
“나도 뵌 적 있네. 수십 년 전에, 내가 자네 나이 때였지. 그래서 못 알아봤던 건가…….”
마탑주가 날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쳐다본다.
온갖 욕망이 휘몰아치고 있다.
가장 진한 것은 역시 호기심.
그리고 탐욕.
내가 조금이라도 약했다면, 6레벨이거나 인맥이 약하거나 하다못해 지고화만 없었어도 어떻게 나왔을지 모른다.
그러나 마탑주는 화염 마법사.
지고화의 화염 저항 덕에 나는 진실을 말할 수 있었다.
만약 화염 속성이 아니라 속박과 봉인에 능한 냉기 마법사, 대지 마법사였으면 이렇게 독대하진 못했겠지.
다 주판 튕겨 보고 지른 거다.
“아깝군.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그래서 마법이도 저한테 붙이신 모양입니다.”
“그랬지. 자네랑 친한 그 사제도 대미궁에서 데려오느라 힘 좀 썼네. 옛 아버지 교단이 안 놔주겠다고 아주 발악을 했거든.”
“이젠 숨기시지도 않으시네요?”
“말을 들어 보니 그 전능자, 천마지체라는 게 천겁지고성이란 같은 개념 같은데 당연한 거 아닌가? 미래의 천마에게 어설프게 수를 쓸 순 없지. 마법이 건과 그 사제 건은 내가 자네에게 사과하겠네. 아니, 사과하겠습니다.”
마탑주가 갑자기 말을 올렸다.
그러면서 고개를 푹 숙인다.
8레벨 초인의 사과.
태양 마탑이라는 거대 집단의 사과.
나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뭐 좋다.
이 정도 성의를 보여 주는데 어깃장을 놓기는 그렇지.
성녀처럼 날 보자마자 잡아먹으려고 든 것도 아니고, 그동안 내게 큰 도움을 줬으니까.
앞으로도 도움을 줄 거고.
“좋습니다. 없던 일로 하지요.”
“허허, 역시 우리 검성께서는 도량이 아주 크십니다. 가시는 길에 제가 금괴…… 흠, 아니지. 다이아와 마법 무구를 적당히 담아 드리겠습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시죠. 마법이 할아버님인데요.”
“아닙니다. 미래 천마를 함부로 대할 수는 없지요.”
“제가 어색해서 그럽니다. 제 할아버지뻘이신데.”
“초인끼리 나이가 무슨 소용입니까? 레벨 높으면 형이지요. 10년 내로 9레벨이 되실 분이니 예행 연습한다 치겠습니다.”
마법사들은 원래 이런가?
나이도 관계도 다 집어던진 모습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한참 방실거리며 덕담을 늘어놓던 마탑주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소원이 있으시다고요.”
“예. 탑주님도 예상하셨겠지만 태양 마탑과 동맹을 맺고 싶습니다.”
“그 동맹은 옛 아버지 교단이 상대일 거고요.”
“그렇습니다.”
“음…….”
곤란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는 마탑주.
“옛 아버지 교단은 우리 마탑으로서도 상대하기 힘든 집단입니다.”
“압니다.”
“대한민국 안에서라면 조금은 상대가 되겠지만 세계 단위로 넓혀 보면 아무래도 차이가 크지요. 일본, 중국, 미국, 유럽 어디든 우리 마탑과 비교되는 마탑은 몇 개씩 있어요. 하지만 7대 교단은 세계 어딜 가든 7대 교단이지요.”
그런데 태양 마탑이 4대 마탑으로 꼽히는 이유?
서울이라 그렇다.
개도 자기 집 앞마당에서는 먹고 들어가는 법.
서울에서 싸운다면 태양 마탑은 옛 아버지 교단과 자웅을 겨룰 수 있었다.
단, 해외에 있는 전력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들어온다면?
전력을 집중한다면?
그게 바로 에피소드 3, 고대신의 부활이다.
옛 아버지 교단 혼자서 대한민국과 맞짱을 뜬다고.
“먼저 옛 아버지 교단을 공격하자는 게 아닙니다.”
나도 차분히 설득에 나섰다.
“옛 아버지 교단과 저는 불편한 사이가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먼저 공격할 생각은 없어요. 이대로 서로 소 닭 보듯 하는 관계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으니까요.”
“그러면…….”
“그런데 말이죠. 마탑주님도 아시겠지만 옛 아버지 교단이 절 그냥 놔두겠습니까? 자기들 신 부활의 그릇으로 쓰겠다고 이미 공언했는데?”
“으흠!”
마탑주가 헛기침을 한다.
역시 알고 있구나.
옛 아버지 교단이 날 가지고 무슨 일을 꾸미는지.
아마 4대 세력 전부가 듣지 않았을까?
“태양 마탑과의 동맹도 그 때문에 맺으려는 겁니다. 제가 먼저 옛 아버지 교단을 치지는 않겠습니다. 옛 아버지 교단이 절 먼저 공격하거나, 대규모 반란을 일으켜서 대한민국과 서울을 공격하지 않는 한은요.”
“흠…… 그럴 일이 있겠습니까? 검성께서는 본인 가치를 과소평가하시나 본데, 구로성채 재개발 이후 검성을 중심으로 엮인 세력만 해도 옛 아버지 교단을 간단히 밀어 버릴 수 있습니다. 성녀가 뇌가 있다면 함부로 검성을 공격하지 못하지요.”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렇다.
동부군, 금오 그룹, 태양 마탑, 토르 교단, 가이아 교단.
여기에 서부군도 한 발을 걸쳤지.
무려 여섯 개 세력이다.
6강 중 절반, 3강이 들어와 있고.
“그리고 대규모 반란이요? 허허허. 우리가 어디 동남아 허접한 나라도 아니고, 교단 하나에 당할 리가 없지요.”
“광신도들입니다. 자기네 신의 부활이 걸려 있다면 절 공격하는 것도, 대규모 반란을 일으키는 것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요.”
“수백 년 동안 시도했어도 못 한 일입니다. 그게 되겠습니까?”
“가능하죠. 옛 아버지 교단에 돈이 없습니까, 힘이 없습니까? 마법적 의식의 재료, 대규모 제물, 신의 그릇, 부족한 건 신의 그릇뿐입니다. 제가 8레벨이 되고 9레벨이 된다면 신의 그릇으로도 완성되겠지요. 성녀는 그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8레벨, 혹은 9레벨이라…….”
마탑주가 눈을 감는다.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린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습니다. 당장 천마나 대마법사 멀린 님만 해도 준신 소리를 들었지요. 지브릴은 곧잘 자기 신을 자기 몸에 강림시키곤 했고요.”
“그렇지요?”
“검성께서 옛 아버지의 그릇이 된다라…… 옛 아버지는 모든 마법사의 대적자이고 지구에 존재했던 신 중에서 가장 마도과학을 탄압했던 신격이지요. 좋습니다. 설마 성녀가 그리 무모한 짓을 저지를까 싶습니다만, 옛 아버지 교단이 선제공격한다는 전제하에 검성의 동맹이 되도록 하지요.”
즉석에서 마법 맹약을 교환했다.
[하나, 김전사를 갑이라 한다.] [하나, 태양 마탑을 을이라 한다.] [하나, 갑과 을은 상호방위맹약을 맺는다.] [하나, 상기한 상호방위맹약은 오로지 옛 아버지 교단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하나, 상기한 상호방위맹약은 갑과 을이 선제공격 당하거나, 옛 아버지 교단이 대한민국이나 서울특별시를 대상으로 대규모 반란을 일으킨 경우에만 발효한다.]됐다!
마탑주는 선방했다는 기색이다.
앞으로 옛 아버지 교단에게 압력을 가해 날 공격하지만 않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겠지.
유감스럽게도 틀렸다.
옛 아버지 교단은 이미 대한민국을, 서울을 공격했다.
서울 테러의 흑막이 바로 옛 아버지 교단이니까.
피의 수레바퀴는 구르기 시작했고 이젠 누구도 멈추지 못한다.
“이걸로 다 끝난 겁니다. 내기 판돈도 지극화 보상도요.”
“이러시깁니까? 내기야 그렇다고 쳐도, 지극화 구현을 두 번이나 단축시켜 드렸는데 이렇게 나오시면 섭섭하죠.”
“음…… 필요하시면 마법 무구나 다이아, 넥타르 같은 건 챙겨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필요하신 게 있습니까?”
마탑주가 내 장비들을 쓱 훑어본다.
내가 여전히 오른손 검지에 끼고 있는 일식의 반지도.
일식의 반지는 태양 마탑 8대 보물 중 하나.
그 정도 급이 아닌 한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마탑주한테 요구할 게 하나 있지.
“잠시 밖으로 나오시겠습니까? 보여 드릴 게 있습니다.”
“그러시지요.”
태양 마탑 외부 마법 실험장.
보통 원거리 화력 실험하는 공터에서 자리를 잡았다.
잠시 물러났던 장로들이 합류했다.
그새 상위방호맹약에 대해 들었는지 이러쿵저러쿵 떠든다.
“동맹을 맺었다며?”
“옛 아버지 교단이 대상이라네.”
“원 참, 탑주님도 이럴 때 보면 참 소심하단 말이야.”
“그러게. 차라리 완전한 상호방위맹약을 맺으시지.”
“그랬다가 여기저기 끌려다니면 어쩌라고?”
“검성이 미래 동부군단장으로 유력하니까 나쁘지 않…… 헉! 저게 뭐야!”
마법사들이 떠드는 사이 하늘배를 꺼냈다.
차곡차곡 펴서 실험장에다가 놓는다.
다행히 공터가 아니라 야산 수준이라 항공모함 크기 하늘배를 주차하고도 남았다.
그런 다음 격납고 개방.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이 드러나자 마탑주는 물론 장로들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진다.
그럴 수밖에.
내가 하늘배 격납고에 넣어 둔 물건이 뭐야?
바로 황금용과 시체룡 시체다.
자원이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도 용의 시체는 귀하기 짝이 없다.
특히 도축 특성을 가진 초인이 제대로 도축한, 신화 속 배의 격납고에서 온전히 보관된 물건이라면 더더욱.
“오오오!”
“용! 용이다!”
“이거 진짜야?”
“맙소사, 이 때깔 좀 봐!”
“심장! 심장을 보자!”
“어…… 이놈은 심장이 없는데?”
“뇌는 그대로 있어!”
“척수도!”
“미쳤어! 미쳤다고! 이놈 점화석을 갈아서 촉매로 쓰면 지극화가 더 강해지겠어!”
장로들이 아주 발광을 했다.
마이 프레셔스를 외치는 영화 속 어떤 괴물을 보는 듯한 광경.
마탑주가 스르륵 옆에 다가와서는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눈동자가 아주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저거 우리한테 주는 겁니까?”
“글쎄요. 수수료로 적당히 떼어 드리죠.”
“수수료라고요?”
“제 요구는 간단합니다.”
착, 착, 착.
장비 셋을 끌렀다.
금오모, 금오대, 금오신.
금오 세트.
여태 잘 써먹었지만 조금 아쉬운 점은 있다.
SR등급이라는 것.
셋을 모으면 SSR 취급이긴 하지만 SSR 등급으로 세트 구성하는 것보단 약하지.
“이 셋을 강화해 주셨으면 합니다.”
“마법 무구 강화라…….”
마탑주가 금오 세트를 받고는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금오 그룹 성가네 가보 아닙니까 이거?”
“맞습니다.”
“이거 강화하려면 재료가 엄청나게 필요합니다. 품도 많이 들어가고요.”
“반의 반을 드리죠.”
“반의 반이요?”
“예. 대신 물건은 확실하게 만들어 주세요.”
뿔이든 뼈든 비늘이든 피와 살이든 전부 1/4.
나머지는 내 몫이다.
피와 살도 격납고에 보관하고 있을 작정이었다.
나중에 다 쓸 일이 있으니.
나는 차근차근 요구 사항을 늘어놓았다.
첫째, 금오 세트를 3피스에서 2피스로 줄일 것.
대신 모든 능력은 유지되어야 한다.
이러면 각각의 피스가 확실히 SSR 등급이 된다.
3피스에서 2피스로 준 만큼 장비 하나를 더 착용하게 되고.
둘째, 새로운 아티팩트 제작.
황금용과 시체룡의 조합이다.
빛과 어둠의 조화.
생명과 죽음의 융합.
모르긴 몰라도 대단한 작품이 튀어나올 것이다.
“허허허.”
마탑주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조건을 추가했다.
셋째, 자투리 재료로 세트 방어구 제작.
내가 쓸 건 아니었다.
제자들한테 선물로 주고, 이리저리 선물로 줄 거였다.
최소한 열 세트.
어떤 계열이든 쓸 수 있도록.
마탑주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너무 많은 걸 원하시는 거 아닙니까?”
“대신 시체 일부는 여러분 몫 아닙니까. 더해서 시체룡 심장도 드리죠. 제가 황금용 심장은 먹긴 했습니다만 시체룡 심장도 연구용으로 가치가 상당할 겁니다.”
“그야 그렇습니다만.”
“또, 아티팩트 제작에는 저도 참여할 생각입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왜긴.
이것 때문이지.
[장인][지고화]장인 특성은 아케인 서울에서도 귀하다.
조철 정도는 되어야 [야장]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방어구 제작은 장인보다 야장이 낫지만 장인도 썩 떨어지진 않지.
지고화를 생각하면 더 그렇고.
“생각해 보세요. 황금용과 시체룡은 속성이 양극단이라 재료를 섞어서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 지고화와 마탑의 지극화를 같이 쓰면 어떻겠습니까?”
“지고화와 지극화를 말입니까?”
“예. 두 용의 뼈와 뿔을 평등하게 녹여 버리는 겁니다. 마탑주님도 아시다시피 태양불꽃으로는 힘듭니다. 용의 뼈나 뿔을 녹일 화력이 안 나오죠. 하지만 지고화나 지극화라면 가능합니다.”
“으흠!”
지극화는 폭발성 마법.
혼자서는 용의 뿔과 뼈를 녹이기 어렵다.
하지만 지고화랑 함께 하면 가능하지.
사실 태양 마탑 출신 SSR 캐릭터의 개인 퀘스트기도 했다.
그 캐릭터는 지고화 탑재 SSR 캐릭터와 함께 데뷔하는데, 설정상 둘이 커플이라 개인 퀘스트도 함께 진행이 되거든.
“탑주님.”
책임 마법사가 다가와 마탑주에게 속삭였다.
“이건 해야 합니다.”
용의 시체 때문만이 아니다.
합법적으로 지고화를 연구할 기회.
태양 마탑 입장에선 할 이유는 수두룩 뻑뻑한데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단 1도 없는 셈이다.
나도 개이득이다.
SSR 캐릭터의 개인 퀘스트 보상으로 얻는 마법 무구.
아케인 서울 방어구 중에선 거의 끝판왕이니까.
더구나 내가 선택한 재료는 그 퀘스트에서 취급했던 재료보다 상위 등급이고.
“좋습니다.”
마탑주가 손을 내밀었다.
“우리 함께 궁극의 아티팩트를 만들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