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08)
특성 쌓는 김전사-208화(208/300)
208화 외골격 공장 –1-
달도 뜨지 않은 밤.
회색 마력 구름이 달도 별도 가린 세상.
나는 드높은 굴뚝 위에 앉아 대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심각하네.’
원래 세계에선 서울숲이 있는 지역이다.
서울숲 이전엔 경마장과 체육 공권, 골프장이 있었고.
이 세상?
녹지는 꿈도 꾸면 안 된다.
중랑천과 한강 사이. 카페 거리와 아파트가 있어야 할 지역에 공장이 잔뜩 깔려 있었다.
공장마다 매캐한 마력 매연을 뿜어 낸다.
불굴을 차고 있는데도 머리가 띵할 지경.
오염 물질과 음차원 마력이 잔뜩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력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이 매연에 노출되는 것만으로 변이 가능성이 생기겠다.
환경 보호?
정화 필터?
이 막장 세상에 그런 걸 기대하면 안 되지.
[최 이사. 이번에는 여기야.]탁! 타탁!
문자 하나 보낸 후 굴뚝을 딛고 뛰어내린다.
이 야밤에도 공장은 풀가동 중이다.
자원이 넘쳐나고 사람은 더 넘쳐나는 세상.
3교대가 아니라 2교대로 돌려도 일할 노예는 많다.
‘여기였지.’
성수동 공장 지대 가장 안쪽.
유독 큰 공장이 하나 있다.
가장 짙은 마력 매연을 내뿜고, 주변 도로마저 마력독에 오염되어 시커멓게 변한 공장.
담장을 높이 세우고 윤형 철조망까지 둘렀지만 나한텐 소용없지.
가볍게 안으로 뛰어들었다.
[귀안][육감][은신]발소리를 죽이고 건물 그림자에 숨는다.
때마침 경비병 몇이 다가왔다.
“어이, 들었어?”
“뭐가.”
“오늘 아침에 또 파업했다잖아.”
“미친놈들. 우리 사장님 같은 분이 어디 있다고.”
“그러니까 말이야. 밥도 주고 옷도 주고 잠도 재워 주고, 싫으면 출퇴근하든가.”
“1평짜리 고시원에 월세 오십 따박따박 내고, 지하철 세 번 갈아타면서 달에 이삼십 내 봐야 정신 차리지.”
“그걸로 끝이야? 식비는 또 얼마나 드는데. 나만 해도 백만 원씩 쓴다고.”
“네가 돼지라 그런 거고.”
“이 새끼가?”
경비병들이 멀어진다.
파업?
안 죽은 게 용하네.
이 세상은 말이 민주주의지 사실상 귀족정이라서 시위 한번 잘못했다간 다 죽는 수가 있다.
씁쓸하지만, 구로성채 재개발할 때 괜히 사람들이 날 미친놈 취급한 게 아니다.
경비병들을 따라가며 하는 말을 엿들었다.
이 공장이 나중에 던전이 되는 건 나만 안다.
아무리 내가 7레벨 초인이어도 막무가내로 때려잡을 수는 없다.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그러려면 범죄 현장을 잡고 제재 특권을 발동하는 게 상책.
지금 이놈들도 분명히 쓰레기 짓을 하고 있을 텐데……
터엉!
경비병들이 커다란 창고 같은 건물로 들어갔다.
안에는 5층 침대가 아파트 단지처럼 서 있다.
2층 침대도 아니고 5층 침대.
나무로 대충 만들었고 곰팡이까지 잔뜩 슨.
실제로 몇 개는 무너졌는지 위에 층 두세 개가 없다.
‘이건 뭐야.’
침대마다 노동자들이 녹색 담요를 덮고 코를 고는 중이다.
남녀 구분이 없다.
고등학생이나 될까 싶은 젊은이도, 환갑이 다 됐을 늙은이도 숨을 색색대며 잠을 청한다.
“으, 더워…….”
“흐으, 흐으으.”
가위눌린 듯 잠꼬대를 하는 사람들.
다들 땀을 뻘뻘 흘린다.
그럴 수밖에.
어느덧 초여름이니까.
환경 오염 때문에 열대야가 더 빨리 시작하는 세상이고.
에어컨?
그딴 건 틀어 주지도 않았다.
조그마한 창문을 열어 놓은 것이 전부.
환기도 안 되어 찌든 땀내가 코로 파고든다.
더구나 습도는 얼마나 높은지 모른다.
거의 쓰레기 사우나에 들어온 듯한 감각.
본능적으로 몸서리를 치게 된다.
입구에 누워 있던 중년 남자가 문이 열린 걸 느끼고 경비병들을 보았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비굴하게 웃는다.
“초인님들. 죄송하지만 선풍기 10분만 틀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창고형 기숙사.
천장에 대형 선풍기가 몇 개 보인다.
저거 갖고 누구 코에 붙이나.
딱 봐도 건물 안에 수백 명 이상이 자고 있는데.
초대형 에어컨을 수십 대는 돌려야 열을 빼지 싶다.
“뭐? 선풍기?”
경비병이 눈살을 확 찌푸렸다.
“아직 6월밖에 안 됐는데 선풍기? 지금 장난해? 사장님 말씀 못 들었어? 7월 말에 틀어 주신다고 하시잖아!”
“하, 하지만 너무 덥습니다!”
“이 새끼가 이거 아주 배때기에 기름기가 제대로 들러붙었네. 낮에 일을 얼마나 설렁설렁했으면 잠을 못 자? 일을 열심히 했으면 좀 더워도 잘 잘 거 아냐! 내가 재워 줘? 엉?”
경비병이 솥뚜껑 같은 주먹을 흔들었다.
[근력]특성이라고는 딱 하나.
레벨도 겨우 1레벨.
총 앞에서는 평등해지는 레벨이지만, 0레벨 노동자 앞에선 저승사자와도 같다.
남자가 고개를 조아렸다.
“아닙니다. 그냥 자겠습니다…….”
“똑바로 해. 알았어? 당신 자리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인간 쌔고 쌨다는 거 명심하고!”
“예에에…….”
경비병들이 눈을 부라리며 지나갔다.
짧은 소란에 몇 명은 잠이 깼다.
그러나 경비병들에게 항의하는 사람 따윈 없다.
동태처럼 썩은 눈빛 몇 번 끔뻑이고는 돌아누워 잠을 청할 뿐.
“빌어먹을.”
욕먹은 남자라고 다르지는 않다.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욕 몇 번 한 후 억지로 눈을 감았다.
2교대, 강도 높은 12시간 노동 때문일까?
곧 숨소리가 죽은 것처럼 낮아지며 수마에게 납치당했다.
‘쩝.’
나는 한참이나 그 앞을 떠나지 못했다.
원래 세계, 공장 다닐 때가 생각나서.
차라리 헬조선이 낫지.
전세금 사기당하기 전이라 15평짜리 오피스텔에 혼자 살았고, 에어컨만큼은 빵빵하게 틀고 살았으니까.
가끔 시켜 먹는 치킨과 맥주, 삼겹살에 소주는 인생의 낙이었고.
‘내 할 일이나 하자.’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하는 법.
백마 탄 초인도 아니고 이 불합리한 세상을 대개조해서 모든 사람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는 없다.
내 코가 석 자.
나부터 살고 봐야 한다.
손길 닿는 사람은 도와주겠지만 거기까지가 한계.
‘여기다.’
창고형 숙소 일부.
칸막이를 적당히 세우고 식당을 만들어 놓았다.
부엌과 식자재 창고가 연결되어 있다.
주위를 살피고 식자재 창고로 접근.
잠긴 문은 [개방] 마법칩으로 풀었다.
그러자 게임에서 그랬던 것처럼 집기가 와르르 쏟아진다.
‘흡!’
숨을 멈추고 손을 뻗었다.
후라이팬, 냄비, 깡통, 통조림, 그릇, 접시, 숟가락, 포크 따위를 모조리 받아 낸다.
영화 속 거미의 힘을 가진 초인이 그랬던 것처럼.
귀안과 육감을 써서 궤적을 확인.
가속과 기동으로 하나하나 낚아챈다.
은신으로 기척을 없애고 집중으로 주의력을 유지했다.
그 결과.
단 하나도 떨어뜨리지 않고 잡아채는 데 성공했다.
‘휴우!’
두 손 위에 차곡차곡 쌓인 집기들.
조심스럽게 원래 자리에 돌려 놓았다.
안 그래도 무너질 듯 집기의 산이 쌓여 있어 손길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원래 같았으면 꽤 어려웠을 텐데 이상하게도 쉬웠다.
손만 가져다 대도 집기의 산이 벌어지며 균형을 잡는 것.
‘아, 재주 특성이구나.’
따로 수련을 하지 않았는데 얻은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오죽 많이 무기를 교체했어야지.
검을 쓰다 묠니르를 던지고, 쌍권총을 뽑아 갈기고, 아이기스를 전개했다가 산탄총을 쏘고 그랬으니.
은신에 재주라.
여기에 기습, 암습, 회심, 치명이 붙으면 만들 수 있는 특성이 있었지.
귀안이랑 쓰면 좋은 특성이니까 하나씩 모아 가야겠다.
끼이익.
식자재 창고 문을 닫았다.
토끼 귀 특성을 이용, 귀를 기울였으나 바깥에서 특별히 들리는 소리는 없다.
안심하고 집기의 산을 주시했다.
‘여기 있을 텐데…….’
게임에서 이 공장은 외골격 좀비 던전이라고 불렸다.
정석은 공장으로 진입하는 것.
외골격 좀비와 좀비 반장, 골격 융합체, 원혼 빙의체 따위를 잡으면서 쭉쭉 내려가다 보면 강화 골격 시체 골렘과 마주친다.
규모가 큰 만큼 클리어 시간도 오래 걸렸지.
그래서 뒷문이 있었다.
바로 이곳.
5레벨 외골격 좀비 대신 허접한 1레벨 좀비만 득실대는 곳.
다 때려잡고 마법칩을 쓰든 열쇠를 찾아 쓰든 식자재 창고 안으로 들어오면 비밀 통로를 이용할 수 있다.
‘찾았다.’
집기의 산 아래 작은 철문이 보였다.
설정상으로는 직원 통로라고 했지.
하도 오래 쓰지 않아서 여기 사장도 잊어버렸지만.
[영체화]바로 특성 발동.
내 몸이 투명하게 변한다.
헤엄치듯 집기의 산을 뚫고 들어간다.
이어 철문도 가뿐히 통과.
좁디좁은 수직 통로가 저 무저갱을 향해 뚫려 있었다.
“으, 더러워.”
철 사다리가 다 녹슬어 있다.
거미줄은 물론 곰팡이, 오염 버섯, 돌연변이 이끼 같은 게 벽마다 잔뜩 끼어서는 흐느적댔다.
역겨움을 참고 내려간다.
섬전을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참았다.
목표 지점이 눈앞.
여기서 들키는 건 사절이라고.
그나마 수직 통로를 벗어나니 좀 낫다.
사람 둘 겨우 지나갈 콘크리트 통로가 공장 방향으로 나 있었다.
빛도 한 점 없는 깜깜한 통로.
대신 보안 장치도 다 망가진 상태.
귀안과 육감으로 전방을 살피며 전진했다.
통로 끝에 닿도록 날 막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염체들 빼고.
원래 오염체는 나라에서 인위적으로 만드는 마굴에 집중적으로 생성된다.
하지만 가끔 환경이 극악하면 자연 발생하기도 하지.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오염체들처럼.
“그르륵.”
“끅, 그륵, 끅.”
시커먼 덩어리 괴물.
오염 슬라임.
내가 이 세상에 와서 처음 상대했던 오염체들이, 꾸물꾸물 나를 향해 기어 오고 있었다.
“가지가지 한다.”
따악!
보물찾기 특성도 오염 저항 특성도 필요 없다.
손가락만 한 번 튕겼다.
그러자 황금빛 지고화가 뛰쳐나가 오염 슬라임을 꿰뚫었다.
지그재그로.
지상에 하늘벼락이 강림한 듯이.
과잉 화력이었나?
지고화에 얻어맞은 오염 슬라임이 화악 타올랐다.
그 단단한 0레벨 마력핵이 가루가 된다.
조금 아까웠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숨만 쉬어도 하루에 버는 돈이 수억이잖아.
7레벨이 된 지금 0레벨 마력핵을 줍는 건 궁상이지, 궁상.
‘도착했다.’
콘크리트 통로의 끝.
거대한 원형 철문이 내 앞을 가로막는다.
역시나 녹슬 대로 녹슨 문.
게임에선 던전 보스를 잡고 얻은 카드키를 써야 했다.
그래서 한 번은 정석 공략을 해야 진입 가능.
지금 나는?
사기 특성 영체화를 쓰면 그만이다.
스으윽.
유령처럼 변해 철문을 통과.
게임과는 확연히 다른, 어두컴컴한 지하 공동이 아니라 최신형 마도과학 공장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깡! 깡! 깡!
두툼한 프레스가 철판을 내리찍는다.
철판이 사람 몸통 형태로 변한다.
동시에 바닥에서는 마법진이 투사되어 내부에 찍힌다.
치익! 치이익!
이어서 몸통에 강철 팔다리가 붙는다.
마력 용접이 팔다리 결합은 물론 마력 회로까지 함께 잇는다.
노동자들이 달라붙어 연결 상태를 확인.
팔로 크게 원을 그리면 비로소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마력 심장을 넣고, 전자기기를 활성화하고, 구동 상황을 점검하고.
‘더 내려가야 하나.’
이 공장의 핵심은 저런 외골격 따위가 아니다.
외골격이 다였으면 게임에서도 강화 외골격 좀비만 나오고 끝났겠지.
진짜는 시체 골렘.
즉, 이 공장은 좀비 사태 전에도 시체 골렘이 될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는 뜻이다.
“죽겠네……”
“언제 교대지?”
“시작한 지 몇 시간이나 지났다고. 아직 새벽 2시밖에 안 됐어.”
“젠장. 5시는 된 줄 알았지.”
영체화는 쓸 수 없다.
은신은 기척은 줄여 주지만 그게 다다.
투명화도 보호색도 없으니 눈에 직접 보이면 그것으로 끝.
주의하면서 노동자들을 지나쳤다.
새벽 2시라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간.
낮이었으면 경비병이든 작업반장이든 나를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겠지.
지하로, 지하로 잠입.
층 몇 개를 지나쳤다.
내려갈수록 시설은 장엄해졌고 노동자들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마침내 마지막 층.
최신식 마도과학 보안문이 내 앞에 나타났다.
‘어떻게 들어가지?’
귀안으로 봐도 내부가 안 보인다.
문에 설치된 보안 마법진 때문이다.
문제는 더 있다.
보호 마법진이 모든 영적 존재를 추방하고 격퇴한다는 점.
내 영체화도 예외는 아니다.
게임에서는 이미 문이 박살 나 있어서 상관없었는데 여기서 막혀 버렸네.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3시 10분.
누군가 출근할 때까지 기다릴까?
아니면 때려 부수고 들어가?
내가 강화병이라면 세 번째 선택지가 있겠지만 전사 계열인 이상 선택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들어가자.’
속전속결이 진리다.
내가 있는 곳은 뻥 뚫린 통로라 숨을 곳도 마땅치 않다.
지금은 CCTV 사각에 서 있지만 누가 오면 바로 걸린다.
천장에 달라붙는 묘기를 부려도 결국엔 들키겠지.
철컥.
무장집에서 산탄총을 꺼냈다.
일기당천과 파괴 특성을 장착.
산탄총에 부여한 속성도 파괴 속성.
이어서 용의 군주관을 한 번 쓸어내렸다.
군주관이 투명화하고 흑금 광채가 헬멧처럼 내 얼굴을 감싼다.
고글, 방독면, 헤드셋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마법광.
누가 보면 영락없이 달걀귀신 같을 것이다.
타아앙!
바로 쏴 갈겼다.
묵직한 총성이 보안문을 두들겼다.
일기당천에 포함된 것까지 3중첩 파괴 특성이 터진다.
아무리 최첨단 마도과학 보안문이라도 견딜 수가 없지.
단숨에 찢어지며 경보음이 울렸다.
왜애애애앵!
“어어어?”
“뭐, 뭔데?”
공장 전체에 붉은빛이 번쩍였다.
보안문 안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머리를 치켜든다.
졸고 있던 경비 초인들이 나름대로 빠르게 반응한다.
바로 총을 쏴 대고 마법 추진기를 터뜨려 달려든 것.
“이 새끼!”
“여기가 어디라고!”
늦었다.
내 눈이 시설 안을 훑은 다음이었다.
마취되어 멍하니 눈만 뜨고 묶여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모두 초인들.
저레벨이긴 해도 분명히 마력 파장이 느껴졌다.
내장을 적출당하고 있었다.
흑마법으로 영혼을 뽑히고 있었다.
끄집어낸 주요 장기와 영혼은 그 옆 강화 외골격에 하나하나 접합된다.
확실했다.
전사의 심장.
강화병의 신경계.
마법사의 뇌.
사제의 영혼.
생체 변이와 의체 삽입을 모두 다루는 리바이어던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되는 전투 병기.
초인 접합 전투 로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