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09)
특성 쌓는 김전사-209화(209/300)
209화 외골격 공장 –2-
일단 방어부터 해야겠지.
왼팔을 들었다.
아이기스가 전개되고, 마력 방패와 신성력, 지구 특성이 결합하여 정육면체 울룩불룩한 방패를 만든다.
퍼퍼퍽!
그 위를 두드리는 총알 세례.
마법부여총이다.
나름대로 속성 특성이 주입되어 있다.
하지만 내 아이기스를 뚫기에는 백년도 이르지.
불똥만 퍽퍽 튀고 끝.
“죽어!”
“이거나 먹어라!”
진짜는 뒤이어 쏟아지는 칼질이었다.
마법 추진기를 터뜨린 초인들이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벼락처럼 떨어지는 장검.
그리고 마법 몽둥이와 삼단봉.
‘이게 다야?’
조금은 실망스럽다.
게임에선 6레벨 7레벨이 득실거리는 던전이라고.
그런데 내게 총질하고 칼질한 초인들이라고 해봐야 고작 3레벨.
지금 나로선 손가락 하나만 찔러도 죽을 놈들이다.
화악!
불을 일으켰다.
지고화.
쌍권총을 뽑을 필요도 없었다.
손가락을 튕기지도 않고, 의식적으로 집중해서 뭘 할 필요도 없이 의지만으로도 충분했다.
용의 군주관이 작동하며 머리가 차가워진다.
머릿속에 수학 공식과 공학 조감도가 좌르륵 출력된다.
냉엄과 용뇌의 효과.
그 덕에 지고화가 수십 갈래로 흩어져 초인들을 단숨에 휩쓸었다.
“으어억!”
“이거 뭐야!”
체육관처럼 넓은 공간.
담배를 피거나 잡담하고, 혹은 졸며 시간을 때우던 초인들.
모두 반응이 빨랐지만 내 생각의 속도보다는, 지고화가 날아간 속도보다는 늦었다.
단숨에 지고화에 휘감겨 재가 되었다.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마, 맙소사…….”
“살인이다! 살인이야!”
“으아아, 으아아아!”
“경찰 불…….”
“미쳤어? 도망쳐!”
가운 입은 놈들이 도망친다.
마법사 계열 사제 계열 골고루 섞여 있다.
마학자인지 초인이 아닌 놈도 보인다.
급히 엘리베이터 쪽으로, 비상 통로 쪽으로 달리지만 내 손에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
느릿하게 쌍권총을 빼어 들었다.
탕! 타타탕!
쌍권총이 불을 뿜는다.
부여된 속성은 영탄.
도망치던 놈들이 뒤통수에 한 대씩 얻어맞곤 픽픽 쓰러졌다.
다 그렇지는 않았다.
가끔 섞인 초인들이 방어막을 전개해서 막아 낸 것.
“어쭈?”
반항을 해?
번개처럼 빠르게 속성을 교체하여 쏘았다.
대구경 권총으로 파괴 한 방, 이어서 소구경 권총으로 영탄 한 방.
그러면 끝이다.
어디 한 군데 터진 채로 게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어째 좀 약하네.’
이상한 일이다.
마취되어 적출당하던 초인들은 대개 5레벨.
명실상부하게 고레벨 취급받는 자들.
그런데 고작 3레벨따리들한테 잡혀서 해체당하고 있다고?
앞뒤가 안 맞잖아.
“쿨럭! 크허억!”
대머리 연구원 하나가 중앙 제어기에 기대어 피를 토했다.
“넌 뭐냐? 넌 뭔데 우리를 공격하는 거냐? 왜?”
“왜냐니. 여길 봐라. 공격 안 하게 생겼나. 제보받고 들어왔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제보? 흐하하하!”
가슴에 [연구소장] 직함이 또렷하게 박혀 있었다.
게임에선 시체 골렘과 합체해서 등장했는데 여기선 아직인 모양.
그래도 연구소장답게 5레벨이었다.
내 총알도 두 방은 버텼고.
“빌어먹을. 그놈들 의뢰를 받는 게 아니었는데.”
“의뢰?”
“빌어먹을 놈! 네놈이 누구든 간에 내 필생의 역작을 어쩌진 못할 거다! 일어나라, 나의 로봇아!”
연구소장이 중앙 제어기를 내리쳤다.
시간을 끌면서 제작 중인 로봇을 기동하고 있던 것.
사실 그래서 나도 보고만 있었다.
여기 널린 로봇과 외골격 중에 뭐가 훗날의 강화 골격 시체 골렘인지 몰라서.
과아아아.
공기가 휘몰아친다.
마력이 급격히 주입되고 있었다.
천장과 바닥, 벽을 통해서. 거기 깔린 마력 케이블을 통해서.
퉁! 투퉁!
얼마나 마력을 많이 공급하는지 전력이 다 끊길 정도.
연구 시설을 밝히던 마력등까지 꺼졌다.
환기 장치까지 가동이 중지된다.
어둠 속에서 텁텁한 웃음소리만 이리저리 울려 퍼졌다.
“흐하하! 공포로 맞이하라! 21세기 흑마법의 정수, 수천 년 마도과학의 정화! 초인 접합 전투 로봇이다!”
드디어 기동되는 전투 로봇.
제어기 바로 뒤에 서 있던 로봇이 몸을 일으킨다.
미완성 상태.
보이는 것이라곤 외골격과 구동계뿐.
아, 외골격에 결합된 심장, 뇌, 신경계, 영혼도.
그나마 마법 합금으로 덮어놓아 내용물이 안 보인다.
나야 귀안으로 다 꿰뚫어 봤지만.
“죽여 버려라! 마왕! 저놈을 죽여 버려!”
움직임이 제법 빠르다.
해골 같은 외골격 다리를 길게 뻗나 싶더니 거리를 좁혀 온다.
순식간에 연구소장을 지나쳐 내게 도달.
앙상한 팔을 높이 들었다가 내리쳤다.
꽈앙!
피할 수 있었지만 굳이 막아 보았다.
아이기스에 방어 계열 특성을 장착해서.
상당한 충격이 전해진다.
나는 속으로 전투 로봇의 움직임과 충격량을 계산해서 레벨을 따져 보았다.
‘7레벨은 확실히 아냐.’
시체룡이나 화신과는 절대 비교가 안 된다.
그렇다고 6레벨이냐면 또 그것보다는 위.
‘6레벨 던전 보스 정도.’
5레벨일 때 6레벨을 잡고 다니던 나다.
던전 보스?
다를 거 없지.
그런데 7레벨이 된 지금, 6레벨 던전 보스쯤 한주먹 거리에 불과했다.
꽈앙! 꽈앙! 꽈앙!
딴생각하는 사이에도 전투 로봇이 팔을 마구 휘둘렀다.
모조리 막아냈다.
방패 전문가는 없어도 방패술은 있다.
흑마법으로 인공지능에 접합한 사제의 영혼이 뭔 짓을 해도 내 방어를 뚫을 수는 없었다.
연구소장의 얼굴에 금이 갔다.
“빌어먹을! 멍청한 새끼! 무기를 써! 무기를! 전기톱을 쓰라고!”
그제야 멈칫하는 전투 로봇.
오른팔을 휘젓자 달려 있던 초대형 전기톱이 불꽃을 튀기기 시작한다.
그래, 저런 놈이었지.
오른팔에는 전기톱.
왼팔에는 초대형 기관포.
어깨에는 미사일 발사대.
가슴에는 사악한 성물.
지금은 무기 중에 전기톱밖에 안 보인다.
더구나 시체 골렘 특유의 무게감도, 흑마력 뿜뿜하는 생체 근육도 없다.
아무리 구동계가 있어도 무게에서 오는 폭력을 대신할 수는 없는 법.
다른 전투 로봇이 있나 싶어 살펴봤지만 더는 없는 것 같다.
지금 전기톱을 가동한 전투 로봇이 덩치도 가장 크고 완성도도 가장 높았다.
“끝내자.”
묠니르를 손에 쥐었다.
타닥타닥 전깃불이 튀기 시작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전투 로봇은 무감정하게 전기톱을 높이 들어 올린다.
이어서 낙하.
쿠아앙!
공기를 가르며 전기톱이 떨어진다.
미동도 하지 않고 주시하자 연구소장이 얼굴에 화색을 띠었다.
“그렇지! 바로 그거지! 죽여 버려!”
멍청하기는.
전기톱이 내 머리를 내리치기 직전.
나는 가볍게 몸을 던졌다.
특성 하나를 발동하면서.
[섬전]몸이 승화한다.
그대로 번개 덩어리로 변한다.
쭈우욱 늘어나다시피 하며 전기톱을 관통한다.
그 뒤의 팔도, 어깨 관절 구동계도, 마법사의 뇌와 사제의 영혼이 담긴 머리통도.
이어서 물질 육체가 돌아왔을 때.
나는 전투 로봇의 두 어깨를 밟고 서 있었다.
기긱. 기기긱.
전투 로봇이 고장난 태엽 인형처럼 삐걱거린다.
감지기도 인공지능도 성능이 떨어져 나를 놓친 바람에 나오는 현상.
그사이, 나는 아이기스를 높이 치켜들었다.
[방패술][마력 방패][마력 폭발] [마력혼][마력 집중][훈련]하늘배 갑판에서 훈련했던 그대로.
6레벨 전투 로봇은, 연구소장 필생의 역작은, 내게 있어 훈련용 허수아비에 불과했던 것.
내리찍었다.
잔뜩 마력을 응축해서는 휘두르고, 타격 시점에 정확히 터뜨렸다.
꽈아아앙!
충격파가 터진다.
원래는 사방으로 번져서 힘을 실없이 흘렸어야 할 폭발.
대신 지면을 따라 흘렀다.
정확히 말하면 전투 로봇 어깨를.
구동계를 부수고, 골격을 망가뜨리고, 금속 덮개 내부의 장기를 찢으며 내달렸다.
[충격파] 특성.올림포스에서 대균열 가면서 훈련한 보람이 있었다.
“합!”
힘껏 뛰어올랐다.
전투 로봇이 천천히 침몰한다.
뻣뻣하던 무릎이 꺾이고, 망가진 구동계가 떨어지고, 땅에 전기톱을 박으며 갈라진 가슴팍에서 핏물 같은 유동액을 흘리고 있었다.
공중에서 몸을 뒤집었다.
[방패술][방패 치기][방패 막기] [방패의 벽][마법 반사][충격파]모아 온 방패 특성을 하나하나 장착한다.
그리고 조합.
투웅!
심장이 크게 한 번 튀었다.
그것으로 끝.
7레벨이라 그런지 더 빨리 조합된 느낌이다.
검 전문가와 총잡이 등 무기 계열 특성을 이미 조합한 적도 있고.
[방패 전문가]조합까지 걸린 시간은 약 1초.
내가 공중에 체류하는 동안 완성되었다.
바로 바꿔 낀다.
[방패 전문가][실전 격투][일기당천] [거인의 힘][마력혼][대공습]공중에서 허공을 박찬다.
대공습으로 도약, 불사조 신발로 도약, 마지막으로 공중 돌진까지.
파아앗!
공기가 갈라진다.
전투 로봇 뒤통수가 화악 커진다.
내 충격파를 정면에서 얻어맞고 마비된 전투 로봇.
거기다가 방패를 후려갈겼다.
강하하고 돌진하던 힘을 욱여넣어서.
새로 조합한 방패 전문가의 방패 치기는 물론, 실전 격투의 강타와 일기당천의 파괴, 학살 따위를 모조리 동원해서.
꽈아앙!
폭음이 터진다.
단단한 마법 합금이 유리처럼 깨져 나간다.
그 안에서 폭죽처럼 치솟는 유동액.
그리고 뇌수, 뇌 조각.
전투 로봇이 완전히 쓰러졌다.
마력 파장도 전기 반응도 느껴지지 않는다.
완전한 침묵, 죽음.
내가 반격하고 쓰러지기까지 30초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연구소장이 왈칵 피를 토했다.
눈을 찢어지도록 부릅뜨고 있다.
두 눈동자가 나를 샅샅이 훑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달걀귀신 같은 얼굴은 물론 허리에 찬 묵호검, 묠니르, 왼팔의 아이기스를 차례대로.
이윽고 경악이 얼굴 가득 번졌다.
“너, 너!”
아예 손을 들어 삿대질한다.
“그 검, 묵호검! 너, 너, 묵호검주였구나! 검성이었구나!”
이제 알아봤냐?
금오모 대신 용의 군주관을, 흑금 광채 마법광을 뒤집어써서 몰라봤던 모양.
나는 묠니르를 허리에 꽂고 권총을 뽑았다.
이대로 영탄을 날려 기절시킬 작정이었다.
이런 잔챙이는 죽일 필요도 없다.
최선수에게 인계하면 알아서 처리해 주겠지.
“흐흐흐, 흐하하하!”
연구소장이 목젖이 보이도록 크게 웃었다.
“너였구나! 너였어! 암, 당연하지! 천하의 검성이 아니면, 감히 누가 우리 교단을 이토록 핍박하겠느냐!”
우리 교단?
게임에서는 적당히 얼버무렸던 내용.
보스 설명에서 연구소장은 집착의 결과 본인을 시체 골렘 완성에 바쳤다고만 나와 있었다.
진실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숨겨진 진실이, 사정이 머릿속에서 차곡차곡 조립되었다.
퍼억!
연구소장이 자기 눈알을 꺼내 던졌다.
피는 터지지 않는다.
대신 마법 의안이 증발하며 안구에 숨어 있던 마법진이 현현, 흑마법이 발동되었다.
“크아악!”
“커억!”
기절했던 경비병들이 뚜둑뚜둑 일어선다.
눈코입에서 피가 쏟아진다.
심장이 과부하 하며 마력이 폭주한다.
아울러 급속하게 썩어 흐물흐물해지는 육체.
아케인 서울에서 흔히 보이는 흑마법, [좀비]였다.
“놈을 죽여!”
“카아아!”
초인 좀비들이 달려든다.
잠재력 격발로 1레벨이 높아진 상태.
그러나 나는 시큰둥하기만 했다.
3레벨에서 1레벨이 높아져도 4레벨밖에 안 된다.
날 잡으려면 6레벨이 아니라 7레벨을 떼로 몰고 와야 한다고.
챙!
묵호검을 뽑았다.
초인 좀비를 잡을 방법은 많다.
아까처럼 지고화를 뿌려도 되고 무적총으로 한 번에 쓸어버려도 된다.
이번에는 다른 방법을 쓸 생각이다.
[지고화][마력혼][일기당천] [신성력][성광][광휘]지고화를 뿜는다.
신성력과 함께 검에 주입한다.
성광과 광휘가 번지며 묵호검이 성스러운 황금염에 휘감긴다.
누가 봐도 성기사.
거룩한 하늘의 힘을 받은.
그대로 전진했다.
대공습이고 뭐고 필요 없었다.
멀쩡히 차고 있는 불사조 신발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검을 휘휘 내저었다.
특별히 힘을 주지도 않고. 마치 빗자루로 쓸어 담듯이.
전혀 날카롭지 않은 공격이다.
그러나 좀비 초인들은 지고화에 얻어맞고는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
모든 사악한 존재에 추가 피해를 주는 지고화.
여기에 신성력과 성광까지 더해졌다.
이걸 버티면 4레벨이 아니라 7레벨 보스 좀비겠지.
파앗!
수십 초인을 쓸어버린 묵호검.
새하얀 빛이 검기처럼 자라나 있었다.
나는 그걸 보고 실소했다.
이거 [성검] 특성이잖아.
성기사가 아니면 얻지 못하는 특성이지만, 신성력과 지고화에 힘입어 개방된 모양이다.
‘아쉽네.’
검의 주인이 없었다면 바로 성검 기사를 조합했을 것이다.
성검 기사, 성휘 기사, 성관 기사가 서로 배타적이지만 않아도 조합했을 거고.
“흐흐흐. 흐하하하!”
숨넘어갈 듯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성검을 유지한 채 천천히 몸을 돌렸다.
연구소장이 자기 심장을 꺼내서는 미친 듯이 웃고 있다.
역시 그 교단의 광신도답다.
내가 바라보자 연구소장이 입을 삐죽 비틀었다.
“검성, 검성, 검성. 교단의 대적자, 교단의 파멸자! 흐흐흐, 좋다. 네놈이 내 역작을 부쉈으니 네놈의 왕국도 내가 부숴 주마!”
와직.
심장이 조각났다.
피가 거품처럼 흘러 입체 문양을 그린다.
피눈물을 흘리는 해골.
그 위로 세례 하듯 축축하게 떨어지는 핏물.
본 적이 있다.
아케인 서울 게임에서.
에피소드 2, 좀비 사태에서.
“흐하하하하!”
연구소장이 길게 웃어젖혔다.
“죽음이, 파멸이 네 왕국을 부수리라!”
촤아악!
연구소장이 핏물이 되어 무너진다.
바닥에 질척이며 깔리는 핏물.
그러자 숨겨진 마법진이 드러났다.
내가 있는 연구 시설은 물론, 공장 건물과 다른 건물에도 다 깔려 있을 마법진이.
솨아아아.
천장에서 녹색 연기가 분사되었다.
녹색 연기와 마법진이 어우러져 구체적인 마법을 형상화한다.
바로 [좀비].
초인 경비병을 초인 좀비로 만들었던 그 마법.
게임에서도 이런 광경을 보여 주었지.
좀비 사태가 일어나던 밤.
병원에서, 학교에서, 공장에서, 쇼핑몰에서, 극장에서, 저런 연기 저런 마법진이 빛나며 사람들을 좀비로 만들었다.
어쩌면, 어쩌면 말이다.
대처를 잘못한다면 여기서 좀비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에피소드 2를 내 손으로 촉발하고 마는 것.
“흥.”
나는 콧방귀만 한 번 뀌었다.
자기 자신을 인신 공양해서 발동한 좀비 마법?
미리 깔아 놓은 마법진?
기숙사와 공장에 모아 둔 예비 희생자들?
다 의미 없다.
좀비화의 천적.
금척이 내 골프백에 고이 잠들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