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11)
특성 쌓는 김전사-211화(211/300)
ㅍ
211화 동부군의 어둠 –1-
한참이나 서류를 들여다보다가 물었다.
“군단장님도 알고 계실까?”
김철권이 단호하게 머리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아셨으면 가만히 계셨을 분이 아닙니다.”
반면 최선수는 회의적인 표정.
“아주 모르시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이 정도까지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셨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그 군단장님이신데…….”
“군단장님도 사람이야, 사람. 자기 자식들이 이리 개판을 쳤을 줄 누가 알았겠어?”
그랬다.
서류에서 발견된 이름은 구진주, 그리고 구형주.
동부군 군단장의 차녀와 삼남이자 사단장이고 소드마스터인 자들이었다.
나는 서류를 넘기며 짧게 한숨을 쉬었다.
“가관이네.”
공장에 돈만 대고 끝이었으면 그러려니 한다.
문제는 초인들까지 공급했다는 것.
내가 최하층에서 목격했던 그 초인들.
어쩐지 레벨이 높다 했지.
공장 안에서 목격한 연구원이나 경비병들은 절대 못 잡을 레벨이었어.
“동부군에선 별 움직임 없어? 나 같으면 어떻게든 입을 막으려고 할 텐데.”
“아직까진 없습니다.”
하긴 공장을 턴 게 겨우 며칠 전이다.
연달아 전방 사단, 대학교, 폐교회를 털어서 언론이란 언론은 다 몰려와 있다.
나한테 인터뷰 한 꼭지라도 따려고.
이 시점에 접촉해 오긴 어렵겠지.
그러다 언론이 냄새를 맡고 터뜨리기라도 하면 큰일 날 테니.
“다른 곳에선 별 내용 없었어?”
“아직 파악 중입니다. 인력이 모자라서…….”
“알았어.”
다른 거점이라고 만만치는 않았다.
공장 못지않게 악업과 범죄가 그득하니 쌓여 있었다.
어쩌면 이들도 다른 4대 세력과 연관되어 있을지 모르지.
에피소드 2 당시, 4대 세력이 퀘스트만 내주고 거의 움직이지 않았던 이유도 이것 때문 아닐까?
자기들이 싸질러 놓은 똥이라서.
나는 서류를 쥐고 몸을 일으켰다.
“이 건은 내가 해결하지. 김 이사랑 최 이사는 재개발이랑 내가 파헤쳐 놓은 지점 뒤처리에 신경 써 줘.”
“예, 검성님.”
“맡겨만 주십쇼.”
군단장에게 직접 찾아갈까?
묵호검을 앞세우면 프리패스일 것이다.
아냐.
안 그래도 묵호 구가가 날 못마땅하게 생각하는데 조금이라도 아군을 확보해서 가는 게 낫겠지.
레드 쿠거를 운전하며 전화를 걸었다.
[구형원 사단장]이젠 나와 같은 레벨이 된 그 인간.
군단장의 손자이며, 요즘 나름대로 잘나가는 중이다.
서울 테러 당시 아주 발 벗고 뛰어다닌 탓에.
[어, 이게 누구야?]구형원이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우리 바쁘신 검성님이잖아! 뉴스는 봤네. 암 덩어리들을 아주 집도하고 계시던데? 그래, 이번엔 또 무슨 일이지? 또 저번처럼 골치 아픈 일을 들고 온 건 아니겠지?]“사실 골치 아픈 일 때문에 전화 드렸습니다.”
[하, 거 참. 자네랑 얽힐 때마다 일거리가 늘어나네. 또 뭔데?]“직접 뵙고 말씀드리죠.”
구형원과 만난 것은 철원 시국의 한 카페.
나는 아무 말 없이 서류를 건넸다.
표지의 [TOP SECRET] 글자를 본 구형원이 눈살을 찌푸린다.
서류를 받고 정독 시작.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입이 떡 벌어졌다.
“이게 진짜라고?”
“예. 확실합니다.”
“아니야. 아무리 고모랑 삼촌이라고 해도 이런 짓을 했을 리가 없어. 투자는 했을 수 있지. 자율 전투 로봇이잖나. 그런 게 있으면 국방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나? 마수 사냥도 그렇고? 그런데 초인 납치? 생체 실험? 심지어 가서 참관까지 하고, 향응을 받았다고? 불가능해. 불가능한 일이야.”
과연 그럴까?
군단장이 죽은 후 죽고 죽이며 내전을 벌였던 이들이다.
대충 셋으로 갈라졌었지.
구정주, 구진주, 구형주, 이렇게.
사실 구정주, 즉 구 노인이 안 낀 게 이상하다.
그 사람이야말로 군단장 자식 중 끝판왕이었거든.
탐욕스럽고 옹졸하기로는.
단지 우연의 일치인지, 저번에 나한테 발리고 손을 턴 건지는 잘 모르겠다.
“불가능해…… 아닐 거야. 그래, 아니겠지.”
구형원이 눈을 꾹 감았다.
손이 파르르 떨린다.
자연히 비밀 서류도 찢어질 것처럼 흔들렸다.
“왜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
“고모와 삼촌은 우리 동부군의 2 사단장, 3 사단장이네. 개인적으로는 소드마스터이기도 하지. 고작 이런 작은 공장을 후원하고 얻을 게 없어. 물론 자동 전투 로봇을 도입하면 우리 군이 강해지긴 하겠지만, 뭐 때문에 이런 무리수를 둔단 말인가?”
“흑마법 때문이겠죠.”
“뭐?”
“자동 로봇보다 초인 접합, 그 자체에 관심을 둔 거라고 생각합니다.”
“초인 접합이 어째서?”
“생각해 보세요.”
나는 구형원을 향해 살짝 몸을 기울였다.
“초인 접합은 결국 기계와 생체, 영체 결합입니다. 그걸로 강제로 레벨을 올리는 거죠. 그렇다면 현재 7레벨인, 궁극경인 분들이 거기서 뭘 생각하셨겠습니까?”
“억측이야. 그깟 사술로는 제대로 8레벨로 오를 수가 없어.”
“완전한 8레벨이 될 필요가 있습니까?”
“완전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지.”
“그건 젊으신 사단장님 생각이지요. 여든 넘으신 분이라면 생각이 다를 겁니다.”
구형원이 입을 다문다.
레벨 업에도 한계가 있다.
마법사나 사제라면 모르겠으나 전사와 강화병은 확실히 그렇다.
육체의 전성기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이라는 게 정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레벨 올리기가 어려워진다.
환갑이 넘으면?
불가능하다고 봐야지.
“흑마법으로 레벨을 올린다라…….”
“조금 많은 돈이 투자되긴 했습니다만 이 정도는 두 분께 과잣값 아니겠습니까. 초인 잡아넣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실험체로 쓰인 초인들은 대부분 범죄자들이다.
테러 연맹 소속 초인도 몇 보였다.
어차피 죽일 거, 혹은 비싼 돈 들여 봉인할 거 실험체로 써먹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
“후우우.”
구형원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내 선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네.”
“압니다.”
“설마 이걸 군단장님께 보여 드릴 생각은 아니겠지?”
“당연히 보여 드려야지요.”
“자네!”
구형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안 그래도 세상이 시끄러운데 평지풍파를 일으킬 생각이야? 그러지 말게. 내가 자리를 만들어 보겠네. 고모와 삼촌은 말이 통하는 사람이야. 적당한 대가를 받고 조용히 묻어 두는 게 어떻겠나? 요즘 군단장님께서 썩 몸이 좋지 않으신데, 연로하신 분께 누가 되는 수가 있어.”
적당히 묻고 지나간다?
내가 7레벨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했겠지.
좀비 사태가 코앞이 아니었으면 진지하게 고민해 봤겠고.
하지만 타협은 내 선택지에 존재하지 않았다.
게임에서 에피소드 1과 에피소드 2는 1년 이상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이 세상에선 반년으로 단축되었다.
그러면, 그렇다면 에피소드 2와 에피소드 3은 얼마나 간격이 있을까?
1년? 반년?
어쩌면 3개월 이내일지도 모르지.
옛 아버지 교단과 싸울 때 일익을 담당해야 할 동부군.
지금 기회에 동부군 내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야 한다.
그래야 제 능력을 발휘할 테니.
“자네 혹시…….”
구형원의 눈이 삼엄해졌다.
“동부군에 욕심이 생겼나?”
욕심이라.
나는 흐릿하게 웃어 보였다.
속이 다 썩어 문드러진 동부군?
줘도 안 가진다.
“전혀요. 하지만 말입니다. 구 사단장님, 잘 생각해 보세요. 제가 적당히 묻고 지나간다고 해서 두 분과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관계를 수립할 수 있을까요? 하하호호 웃으면서?”
“그건 아니겠지.”
“발견 즉시 파쇄했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이 서류를 제가 사단장님께 보여 드린 순간 저와 두 분의 관계는 완벽히 정립되었습니다. 적으로요. 서로를 짓밟아야 할 관계로요. 그렇지 않습니까?”
“허, 못 하는 소리가 없군. 지금 자네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잊었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하는 구형원.
서류를 들더니 내 앞에 내팽개친다.
“가지고 돌아가. 그동안 쌓은 정리가 있어서 말로 하는 거야. 가져가서 불태우게. 이 서류만 아니라 다른 증거도 전부. 검성, 검성 하며 떠받드니 자네가 뭐라도 된 것 같나? 천만에. 자네는 아무것도 아니야. 군단장님께서 자넬 아끼시긴 하지만 팔은 결국 안으로 굽는 법일세. 이깟 서류를 보여 드린다 한들 어쩌시겠나? 자기 친자식을 죽이시겠어? 아니면 감옥에 보내시겠어? 근신 처분 정도 내리고 마시겠지.”
나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구형원이 틀렸다.
동부군 출신 캐릭터 개인 퀘스트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군단장 아들이자 참모차장이 민간인 대상 범죄를 저질렀다가 목이 달아난 것.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여기서라고 다를까?
“거절하겠습니다.”
“뭐? 지금 뭐라고 했어?”
“거절한다고요. 지금 바로 군단장님께 이걸 가져가겠습니다.”
혹시나 했던 내가 바보지.
구형원도 결국은 무호 구가의 일원이고, 탐욕과 욕망에 불타는 초인에 불과했다.
처음부터 그랬지.
내가 자기한테 위협이 될 것 같지 않으니 태도를 바꿨었다.
오늘도 서울 테러 때처럼 공적 쌓을 일이 있을까 싶어 날 반갑게 맞이한 거고.
그런데 봐라.
자기 권력에 영향이 갈 것 같으니까 바로 안색을 바꾸잖아.
이게 동부군 상층부의 민낯이었다.
본색이고 본심이었다.
구형원이 백호검을 쥐고는 이를 갈았다.
“보자 보자 하니 내가 호구로 보이나 본데. 내가 자네를 막겠다면 어쩔 텐가?”
“해 보시죠.”
나도 묵호검을 쥐었다.
마력 파장이 묵직하게 피어오른다.
서로의 마력이 부딪치고 살벌한 기세가 드리워졌다.
조금 전만 해도 적당히 소란스럽던 카페.
지금은 죽음과 같은 침묵만이 지배한다.
앙다문 입술 위.
까만 눈동자에선 불꽃이 튀고 있다.
거기서 나는 보았다.
열등감을.
군단장의 손자 중에서는 가장 뛰어나다는 구형원.
하지만 나와 알게 모르게 비교당했고, 처음 보았을 때의 레벨 격차가 따라잡힌 것까지 해서 가슴 속에 칼을 벼려 놓았던 것.
일면식도 없었다면 차라리 나았겠지.
첫인상이, 처음 보았을 때는 분명 보잘것없었던 나에 대한 기억이 구형원을 무모함으로 내몰고 있었다.
파앗!
검광이 피어난다.
강기가 검은 호랑이처럼 날 향해 달려든다.
소드마스터다운 발도.
강맹하고 패도적이며 훌륭한 공격.
그러나.
까가가강!
거친 쇳소리가 연속으로 울려 퍼진다.
그 끝에서 치솟는 백호검.
콰아앙!
“꺄아악!”
“엄마!”
카페 천장은 물론 2층과 3층까지 관통하며 하늘로 날아가 버린다.
구형원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축 늘어진 오른팔, 오른손.
피가 뚝뚝 흘러내린다.
목젖에는 묵호검이 살짝 얹혀 있었다.
워낙 칼날이 예리한 덕에 목에 핏방울이 살짝 맺혀 있다.
나는 구형원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호구로 보이냐고요?”
이어 차갑게 일갈했다.
“그래. 호구로 보인다. 어쩔래?”
일초지적 주제에 말이야.
하여간 사람이 예의를 지키면 꼭 얕보는 놈이 있다니까.
바로 군단장한테 안 간 걸 고맙게 여겨야지 지가 아직도 내 머리 위에 있는 줄 알아.
현실은 일초지적이고, 자기 사단을 다 끌고 와도 안 될 놈이.
“하, 하하하.”
구형원이 비틀거리며 웃는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흐느적흐느적 꿈틀거린다.
“이건 꿈이야…….”
소드마스터라고 다 똑같은 소드마스터가 아니다.
조금 전 나는 마르스 검투법과 검의 주인을 함께 사용, 구형원의 자세를 무너뜨렸다.
직후 네피림의 검으로 전환.
더없이 강한 힘으로 백호검을 후려쳤다.
그 결과가 바로 이 장면.
단 한 수에 구형원을 제압한 것이다.
구형원이 냉정하게 자신을 다스렸다면 조금은 더 버텼겠지.
그러나 열등감 폭발로 평정심을 잃은 상태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무릎을 꿇는 수밖에.
“군단장님 얼굴을 봐서 살려 두는 걸로 알아라.”
검을 거뒀다.
허리띠에 꽂아 넣자 구형원이 비로소 무너져 내린다.
공허한 얼굴로 날 올려다보는 구형원.
무시하고 몸을 돌렸다.
철원 시국 어디서나 보이는 마천루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동부군 본부.
흔히 호왕궁이라고 알려진 건물을 향해서.
“크, 큰일 났습니다!”
“사단장님. 지금 막 검성이…….”
“서류 확인했습니다! 어서 움직이셔야 합니다!”
뒤에서 이리저리 전화를 거는 소리가 들린다.
역시 두 사단장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내가 철원 시국에 들어오는 시점부터, 어쩌면 공장을 습격했던 때부터 날 주시하고 있었던 것.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동부군 사병들이 막아서는 것쯤이야 애교.
“비켜.”
“검문에 협조해 주십시오!”
“안 하면 어쩔 건데.”
“검문에 불응 시, 무력을 동원하겠습니다!”
“해 봐. 묵호검을 때려잡아 보라고.”
나는 묵호검을 뽑아 칼날 부분을 잡았다.
손잡이를 내밀어 쿡쿡 찌르자 동부군 사병들이 찝찝한 표정으로 물러난다.
묵호검은 누구나 아는 군단장의 애검이자 신물.
그 앞에서 이래라저래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묵호 구가 출신 장교가 아니라면.
“이익! 뭣들 하는 거냐! 강제 검문 실시해!”
“하지만 중위님, 그게 좀…….”
“묵호검 아닙니까. 묵호검.”
“다 비켜! 내가 직접 실시한다!”
검을 뽑고 나서는 중위.
나는 무시하고 몸을 들이댔다.
찔러 보라는 듯 들이밀자 중위도 어쩌지 못했다.
검 끝이 내 가슴을 찌르기 전, 검을 거두며 한쪽으로 밀려나고 만다.
“이 일은 이 일은 반드시 따져 물을 겁니다!”
“그러든가. 너 이름이랑 계급 기억해 놨어.”
겨우 3레벨따리 주제에 무슨.
검기도 못 쓰는 쪼렙이 칼침 놔 봐야 금강체 장착한 내 피부도 못 뚫는다.
그렇게 군단 본부까지 쾌속 돌파.
일단 본부에 들어가자 아무도 날 막지 못했다.
되레 얼굴 한 번 봤던 부관이 날 호위하여 호왕탑 최상층에 데려간다.
“군단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군단장 집무실.
문이 열렸다.
예전에 한 번 봤던 광경이다.
전망대를 연상시키는 집무실 안, 군단장은 물론이고 고레벨 초인들이 줄을 지어 앉아 있었다.
하나같이 표정이 좋지 않다.
날 잡아먹고 싶다는 눈으로 쏘아본다.
“그래. 무슨 일이냐?”
군단장이 침착한 얼굴로 물었다.
“이 난장을 치면서 온 걸 보니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본데, 한번 말해 보거라.”
“예. 군단장님.”
머리 한 번 숙이고 고발 시작.
곧, 노여움이 홍염처럼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