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15)
특성 쌓는 김전사-215화(215/300)
215화 계승 –2-
구형원이 무릎걸음으로 기어 온다.
“자, 잠깐만. 검성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비굴한 모습이다.
몇 달 전이었지?
처음 만나던 그때, 폭풍 같은 위세를 뽐내던 첫인상과는 전혀 다른 이 모습.
구형원이 애걸하듯이 말했다.
“배상하라면 하겠습니다. 노예가 되라면 되고, 전 재산을 배상하라고 해도 기꺼이 감수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제발 무공을 폐하는 것만은 용서해 주십시오.”
두 눈이 지진 난 것처럼 흔들린다.
공포와 불안이 가시처럼 박혀 있다.
그럴 수밖에.
무려 7레벨 초인이다.
소드마스터이며 궁극경.
원래 세계로 치면 국회의원 정도가 아니라 중세 귀족 뺨치는 특권층.
그런 능력을 모두 잃어야 한다.
심지어 일반인보다 약해져서 평생을 골골거리며 살아야 한다.
그러니 이리 비는 거겠지.
내 노예가 되어서라도 초인이고 싶어서.
하지만 나는 천천히 머리를 저었다.
군단장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군단장님. 똑같은 처분을 원합니다.”
“독하구나. 그래, 네가 옳다.”
면전에서 내린 사형 선고.
구형원이 입을 벌린다.
반면 군단장은 무심하기만 하다.
“독하지 않으면 장부가 아니지.”
“검성! 할아버지!”
애타게 소리치는 구형원.
소용없었다.
군단장은 자비 없이 단전을 박살 냈고, 구형원은 아이처럼 엉엉 울다가 부관들에게 끌려 나갔다.
소름 끼치도록 조용해진 집무실 안.
“후우우.”
군단장이 자리에 앉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나는 내 발밑이 꺼지는 것도 모르고 엉뚱한 곳만 보고 있었구나.”
“송구합니다.”
“죄송합니다.”
“됐다. 너희도 명심해라. 이른 시일 내로 너희의 죄를 사죄해야 할 것이다. 이번 같은 일이 또 생기면, 나는 똑같은 처분을 내릴 테니.”
“명심하겠습니다.”
“피곤하구나. 검성만 빼고 모두 물러가라.”
“예, 군단장님.”
장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의자에 몸을 묻는 군단장.
얼굴에 피로감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나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네가 죄송할 게 뭐 있어. 다 멍청한 내 자식놈들이 문제지. 후우, 저놈들이 어릴 때 제대로 교육해야 했다.”
“그럴 상황이 아니지 않았습니까.”
“그야 그렇지. 하여간 네겐 미안하구나. 멍청한 자식놈들이 네게 폐를 끼쳤다.”
“신경 쓰시지 마세요. 전 전혀 안 다쳤습니다.”
“그래도 줄 건 줘야지. 검성, 네 덕에 군단의 암을 도려낼 수 있었다. 대가로 네 검을 조금 봐주마.”
내 검을?
나도 모르게 묘한 표정을 지었나 보다.
군단장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내 제자가 되라는 말이 아니니 그런 표정 짓지 마라. 너는 스승이 없으니 필연적으로 검에 잡티가 낄 수밖에 없어. 아무리 소드마스터가 됐고 궁극경을 밟았다 해도 이쯤에서 한번 점검하고 가야 8레벨이 될 수 있다.”
나는 특성 쌓아서 레벨 업하는 거라서 그런 거 구애 안 받을 텐데…….
하지만 군단장이 보이는 호의다.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겠지.
“가르침을 주신다면 기쁘게 받들겠습니다.”
“쯧쯧. 이거야 원 엎드려 절 받기로군. 인석아! 내가 한창일 때는 전국의 무사와 전사들이 일초반식이라도 가르침을 받겠다고 트럭 백 대는 꽉꽉 채워서 몰려왔다!”
“지금도 그렇지요. 사실상 동부군 전체가 군단장님 제자들 아닙니까.”
“그걸 아는 녀석이 하여간에…… 쯧쯧. 따라오거라.”
군단장이 집무실 한쪽,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널찍한 엘리베이터가 하강한다.
백 층 이상을 넘어 지하까지.
지하 가장 깊은 곳에는 군단장 전용 비밀 연무장이 있었다.
온갖 보강 마법진과 방어 마법진이 입체적으로 새겨진 그곳.
군단장이 연무장 한쪽에 서서 검을 뽑았다.
“자, 검성. 최고의 공격을 해 보아라.”
“괜찮으시겠습니까?”
“욘석아. 네가 내 털끝이라도, 아니 옷깃이라도 스치면 내가 칭찬을 해 주마. 아니지. 내기라도 할 테냐? 네가 내 옷깃을 스치면 정주, 그 녀석이 너한테 준 건물이랑 비슷한 놈으로다가 한 놈 주마. 어떠냐?”
“진심이십니까?”
“진심이지. 어린놈아, 7레벨은 시작일 뿐이다. 궁극이니 뭐니 하지만 초월경과는 차원이 달라. 차원이.”
나도 안다.
토르 교단 법황만 생각해도 그렇지.
내 멸절뢰는 공장 하나 부수는 게 최선이지만, 토르 교단 법황은 작은 도시도 부술 위력의 멸절뢰를 보여 줬으니까.
귀안으로 관찰한 태양 마탑주도 비슷했고.
“후으읍.”
궁금하긴 하다.
마르스-네피림-칼라라트리 연계.
그게 8레벨에게는 얼마나 통할지.
[마르스 검투법][실전 격투][대공습] [거인의 힘][금강체][불사]마르스 빌드를 장착.
특성을 전면적으로 개편한다.
내 전신에서 날카롭고 매서운 기운이 넘쳐흘렀다.
대놓고 특성 전환한 것.
“오호.”
군단장이 나직하게 감탄했다.
“그것이 말로만 듣던 천마지체구나.”
예전에 보긴 봤을 것이다.
전 사냥꾼 협회장과 일대일 결투를 벌일 때.
하지만 군단장은 전사 계열 초인이고, 귀안이나 육감 같은 감각 계열 특성은 없다.
그러니 긴가민가했겠지.
“흠…….”
묘한 얼굴로 자기 가슴을 두드리는 군단장.
“실로 기이하구나. 어린 녀석아. 아까 그거 몇 번 더 해 보아라.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
왜 저러지?
의아했지만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네피림의 검][검의 주인][마력혼] [묵호무적검법][토르 연공법][집중]네피림 빌드.
[칼라라트리][섬전][일기당천] [귀안][육감][춤]그리고 칼라라트리 빌드.
군단장이 헛웃음을 흘렸다.
“허허허.”
그러더니 후욱, 기세를 내뿜는다.
활성화되는 의기상인 특성.
그로 인해 불어닥치는 칼날 같은 마력 파장.
태풍처럼, 혹은 해일처럼 날 침식하고 있었다.
급히 마르스 빌드로, 삼위일체 빌드로 전환하지 않았으면 그대로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뭐지?’
이상하다.
군단장의 의기상인이 이 정도였나?
예전보다 훨씬 강해진 느낌이다.
만약 처음 만났을 때도 이 정도였으면 못 버티고 굴복했을 정도.
“천마지체가 대단하다, 대단하다, 이야기는 들었다만 정말로 굉장하구나. 지금 이건 내 고유 초능력이란다. 마법사들한테 들으니 과분하게도 [영웅]이라고 부르더구나.”
영웅!
아케인 서울 최강 특성 중 하나.
자신보다 격이 높은 상대와 싸울 때 전방위적으로 강해지는 특성이다.
보스 몬스터와 고레벨 악당 한정 최강 버프기.
제한이 있긴 해도 증가 폭을 따지면 일기당천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일기당천에 거인의 힘, 금강체를 합쳐야 비교될 지경.
“저도 군단장님 고유 초능력에 대해선 들었습니다. 그게 발동한다고요? 저한테?”
“그래.”
천마지체는, 전능자는 영혼에서 비롯되는 힘.
신격이 될 정도로 업을 쌓았다는 영혼의 격이 특성 전환을 쓸 때 노출되는 모양이다.
군단장이 눈을 형형하게 빛냈다.
“이거 적당히 할 수가 없겠구나. 들어와 보아라. 전력을 다해서. 지금 나는 평소보다 두 배쯤 강할 것이다.”
두 배로 강해지셨다고요?
완전 개사기네, 그거.
[묵호무적검법][묵호무적심법][검의 주인] [폭주 기관차][의기상인][영웅]군단장의 특성창.
모두 상위 특성에 영웅 마력 회로가 불이 들어와 깜빡이고 있다.
잠깐이라도 집중력을 놓쳤다간 바로 검이 날아갈 터.
배에 힘을 주고 땅을 박찼다.
탓!
돌진은 가볍게.
대공습의 힘으로 급격히 방향을 꺾는다.
눈속임에 이어 정면으로 돌진.
마르스 검투법이 독니를 드러내고 군단장의 심장을 노렸다.
“좋구나!”
군단장이 탄성을 지른다.
이어 밀쳐 오는 검.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단순한 찌르기.
혹은 섬광.
나도 뻔히 아는 묵호무적검법의 묵호섬뢰.
느릿느릿 뻗어오는 그 검이, 평범한 일검이 어느덧 세상을 잡아먹고 있었다.
“이이익!”
네피림 빌드로 전환.
흑백 검강을 피워 낸다.
당연히 마르스 검투법이 보여 준 검로를 따라간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검로로 검을 쓴다 한들, 저 반격을 튕겨 낼 수는 없다는 사실을.
꽈앙!
날 가볍게 압도하는 군단장.
흑백검강?
궁극의 강기 검법?
다 필요 없었다.
순수하고도 지고한 검리가 군단장의 반격에 깃들어 있었다.
그 검리가, 검의가 네피림의 검을 부수며 날 짓눌렀다.
칼라라트리 발동.
번개가 되어 빠져나온다.
이 와중에도 군단장의 품으로 파고들며 반격을 노린다.
공간을 뛰어넘다시피 한 공격.
퍼억!
그러나 공격을 격중시키기 직전.
나는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을 느꼈다.
분명 칼라라트리를 쓰는 중이었는데도, 무적 상태였음에도 화끈한 충격이 나를 튕겨 낸 것.
“커헉!”
피가 뿜어진다.
분수처럼 토해져서는 허공을 수놓고 있다.
정신이 멀어지려는 것을 겨우 붙잡았다.
대공습을 장착, 이탈로 균형을 잡는 한편 불사와 회복 계열 특성으로 셀프 치료를 했다.
“이런! 괜찮으냐? 나도 모르게 흥이 났구나.”
“전 괜찮습니다. 어떻게 하신 겁니까?”
“어떻게 하긴. 영체화나 원소화 능력의 변형 같은데 그쯤은 강기만 제대로 써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나만 아니라 다른 8레벨들 다 마찬가지지. 그 잡기술 쓸 거면 머리 한 번 더 굴려서 쓰란 말이다. 알겠냐?”
칼라라트리 보고 잡기술이라니.
어쨌든 좋은 경험이다.
8레벨한테 안 통한다는 걸 몰랐으면, 나중에 대놓고 쓰다가 당했을 수도 있어.
혹시 8레벨 보스와 싸우게 되면 폭딜과 속성딜로만 써야겠다.
가령 성녀라던가, 성녀라던가…….
“그리고 너 말이다. 그 천마지체를 쓸 때 조금씩 파탄이 보인다.”
“파탄이라뇨?”
“아주 잠깐이지만 멈칫멈칫하는구나.”
“예? 그럴 리가 없는데요.”
“그럴 리가 없기는 무슨 그럴 리가 없어. 내가 너보다 널 잘 본다, 이 어린놈아!”
“움직이는 건 그대로 아닙니까? 저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여기가 문제지, 여기가.”
군단장이 자기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생각의 단절이 일어나고 있다. 동작은 잘 이어 간다만 마력 흐름이 아주 잠깐 멈칫하고 있어.”
“마력 흐름이요?”
“그래. 한 0.01초 정도?”
0.01초?
그 정도면 상관없지 않나?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군단장이 정색했다.
“0.01초면 목이 잘리고도 남는 시간이다. 네 적을 생각해라.”
하긴 그렇다.
성녀.
그리고 불완전하게나마 부활할 옛 아버지.
둘을 상대하려면 티끌만큼도 부족한 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
나는 허리를 굽혀 감사를 표했다.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뭘. 이제 시작인데.”
“예? 더 가르쳐 주신다고요?”
“당연하지, 욘석아. 아예 안 가르쳤으면 모를까, 한번 가르쳤으면 완벽히 가르치는 게 내 철칙이다. 자. 다시 들어와 보거라.”
8일.
내가 군단장에게 가르침을 받은 시간이다.
확실히 스승의 존재는 컸다.
사흘이 지나자 나도 내 마력 흐름의 파탄을 인지하게 되었고 닷새가 더 지나 여드레가 됐을 때에는 특성 전환으로 인한 마력 파탄을 완벽히 교정하게 되었다.
즉, 자연스럽게 특성 전환을 할 수 있었다.
굳이 정신을 집중할 필요 없이.
이 특성에서 저 특성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할 필요 없이.
숨 쉬는 것처럼.
물 흐르듯 편안하고 쉽게.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성장이다.
그런데 마지막 날, 군단장은 내게 엄청난 선물을 안겼다.
“뒤로 돌아서 앉아 보아라.”
“이렇게요?”
“그래. 이 악물고, 절대 말하지도 소리 내지도 마라.”
“그게 무슨…… 어어?”
“좀 닥치라니까.”
군단장이 내 등에 손바닥을 가져다 댄 것.
무협에서 흔히 명문혈이라고 부르는, 2번 요추와 3번 요추 사이에.
뜨거운 기운이 몰려온다.
묵호무적심법의 강맹한 마력이, 내공이, 그 진체가 명문혈을 통해 내게 주입되고 있다.
단전 없이 비어 있던, 마력 회로 일부만 뻗어 나간 내 아랫배.
거길 깨끗이 청소함은 물론 강제로 단전을 형성한다.
뜨겁다.
용암 같은 기운이 아랫배를 지지는 듯하다.
불에 달군 칼로 쑤시는 느낌 같기도 하다.
신음이 나오고 정신이 혼미해지지만 참았다.
이것이 뭔지 너무나 잘 아니까.
참지 못하고 소리를 냈다간 나도 군단장도 위험해진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아니까.
격체전력.
다른 말로는 내공 전수.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까지…….’
곧 답을 알게 되었다.
완성된 단전 안으로 꾸물꾸물 들어가는 내공.
내공에 감싸고 있는 어떤 마력 회로.
그 정체를 눈치챘기 때문에.
[영웅]군단장이 넘겨준 것은 자기 진신 마력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고유 특성까지 넘겨주었다.
수십 년간 쌓아 온 인생을.
독립운동을 하며, 6․25에서 인민군, 중공군과 싸우며 빚은 증거물을 송두리째.
[묵호무적검법][묵호무적심법][검의 주인] [폭주 기관차][의기상인]6개였던 마력 회로 중간이 비어 있다.
조만간 새로운 특성으로 보충되긴 하겠지.
그러나 그것이 어떤 특성이건간에, 아케인 서울 최강 특성인 영웅만은 못할 것이다.
“군단장님…….”
삽시간에 늙어 버린 군단장.
얼굴에 주름살이 깊게 파여 있다.
40대 정도로밖에 안 보이던 군단장은 더 이상 없다.
거의 구 노인, 자기 장남과 비슷해 보일 지경.
저절로 머리를 숙이게 된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흥. 내가 좋아서 한 거다. 죄송하고 말 것도 없다.”
군단장이 내 배를 쿡쿡 찔렀다.
“어차피 당분간은 못 쓴다. 소화될 시간이 필요하니 봉인해 두었다. 8레벨이 될 때, 넥타르를 마셔서 네 단전을 깨워라. 그러면 영웅 능력이 활성화될 거다.”
단전이 개방되는 것은 덤.
원래 내 마력의 근원은 심장이지만 단전도 나쁘지 않다.
듀얼 코어이자 두 개의 심장을, 두 개의 엔진을 단 셈이니까.
나는 더욱 깊이 머리를 숙였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떻게 해야 이 은혜를 갚을 수 있을까요?”
“됐다. 정 마음에 걸리면 나중에 천마 놈 한번 꺾어 주던가. 알지? 일본이 100년의 적이면 중국은 1000년의 숙적인 거.”
“알지요.”
그 말이 이 세상에도 있었나 보네.
군단장은 엘릭서와 넥타르를 연거푸 마셨다.
그러자 생체 시계 되돌아가듯 젊음을 되찾는다.
80대 다 죽어 가는 노인에서 50대 초반 정도로 회복된 것.
완벽하지는 않지만 건강해 보이는 모습.
그걸 보니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옛다!”
“이건 또 뭡니까?”
“입어 봐라.”
군단장이 까만 추리닝 한 벌을 내게 던졌다.
검은색 일색.
묵색 호랑이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흑색 바탕에 묵색 줄무늬라 여간해서는 알아보기 힘들 지경.
대련하느라 걸레짝이 된 추리닝을 벗고 새 추리닝을 입자, 희한하게도 포근하면서도 강한 힘이 치솟는다.
이거 보통 물건이 아닌데?
“묵호보의다.”
“예? 묵호보의요? 그건 무복 아닙니까?”
“마법 회로만 추출해서 새로 추리닝을 만들었지.”
“이건 너무 과합니다.”
“뭐가 과해? 난 한번 밀어주면 화끈하게 밀어주자는 주의다. 그깟 옷 한 벌 따위, 내가 너한테 준 거랑 비교하면 한 푼어치도 안 돼.”
“하지만…….”
“하지만이고 저지만이고 다 필요 없이 내 조건은 하나다.”
군단장이 검지를 치켜들었다.
꼿꼿이 선 손가락이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성좌경. 그리고 천하제일인. 흠, 요즘엔 지구제일인이라고 부른다지? 내가 살아 있을 때 9레벨 찍어라. 그러면 내공값이랑 능력값, 옷값 다 하는 거다.”
군단장은 몇 년 안에 죽는다.
내공 전수까지 했으니 더 빨리 죽겠지.
늦어도 3년.
빠르면 1년 이내로.
새삼스레 어깨가 무겁다.
그러나 악동처럼 웃는 군단장을 보니 안 하겠다는 말은 할 수가 없다.
묵직하게, 내 진심을 담아 맹세했다.
“반드시 9레벨이 되어 군단장님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암. 그래야지. 그래야 하고말고.”
가슴 벅찬 것은 잠시에 불과했다.
3주 만에 집에 돌아와 추리닝과 아랫배를 매만지길 잠깐.
켜놓은 TV에서 요란하게 뉴스 속보가 울렸다.
[속보입니다. 송파구에 위치한 신화병원에 원인 불명의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수백 명이 죽거나 다쳤으며, 적어도 수백 명이 붕괴한 병원 건물에 매몰된 것으로 보입니다…….]병원 테러.
좀비 사태 전조 중 마지막.
에피소드 2 시작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