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48)
특성 쌓는 김전사-248화(248/300)
248화 나무 대모 –3-
휘젓는다.
긴 나무 막대기를 휘휘 돌린다.
걸쭉한 액체가 부글부글 끓고, 익사한 짐승처럼 표면을 떠돌던 희귀 재료가 조금씩 녹아들었다.
여긴 어디? 난 누구?
백소린의 얼굴에 그런 기색이 역력하다.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쟈네트도, 칼리도, 서우진도, 김철권도, 김마법도, 김사제도 혼이 나간 얼굴로 마법 비료를 젓고 있다.
“조금만 더 힘내라.”
나는 마법 비료를 보고 말했다.
“거의 완성됐어. 한 99%쯤?”
“선생님…… 이거 너무 힘들어요.”
“어, 당연히 힘들지.”
마력이 들어가니까.
진흙 무더기처럼 보이는 마법 비료.
비중이 엄청나게 높다.
어지간한 힘으로는 꿈틀하지도 않을 지경.
최소한 5레벨 이상 초인이라야 마력을 주입하여 비료를 부드럽게 만들고, 제대로 섞어 줄 수가 있었다.
화아아!
나라고 놀고 있지는 않았다.
레드에 탄 채 지고화를 방사하는 중이다.
아주 살짝, 평범한 사람이 느끼기에도 따사로운 정도로만.
[지고화][마법뇌][마력혼] [집중][명상][기원]결코 쉽지 않았다.
차라리 전력으로 뿜어내는 게 쉬울 지경.
애초에 약하게 써도 나무 한 그루 잿더미 만드는 건 쉬운 것이 지고화, 최상위 특성이다.
그런데 따사롭게 봄바람 불 듯이 발사한다?
온풍기 트는 것처럼?
햇볕 쬐듯이?
지고화 제어하느라 내 머리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기원을 써서 [잘 자라라][예쁘게 자라라] 따위 축원을 읊어 줘야 하니 더더욱 그랬다.
[시작해도 되겠구나.]“가시죠.”
[알겠다.]과아아아.
머리 위에 뜬 하늘강이 고고하게 움직였다.
살짝 선체를 기울인다.
거기서 뻗어 나오는 강물.
아니, 순수한 물의 원소.
물빛 세례가 도도하게 내려온다.
나무집을 모두 철거하여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처럼 변한 괴물촌을 향해서.
[라아라라라라라]나무 대모가 기쁨의 노래를 불렀다.
태양처럼 따사로운 지고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
식물이라면 기꺼워할 수밖에 없는 조건.
나는 지고화를 유지하는 한편 손짓을 보냈다.
“비료 투여해!”
“갑니다! 흐읍!”
서우진이 용을 쓰며 나무솥을 들었다.
1톤은 가뿐히 넘을 무게.
하지만 6레벨 전사 계열 초인에게는 우습다.
서우진이 나무솥을 품으로 안고는 이리저리 흔들었다.
자연스럽게 마법 비료가 넘쳤다.
칼리가 분신을 써가며 마법 비료를 괴물촌 곳곳에 뿌렸다.
그러면 쟈네트가 마법 비료를 땅에 힘껏 다져 넣는다.
“다 된 겁니까?”
기대 어린 얼굴로 묻는 김철권.
나는 냉정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멀었지. 비료 계속 만들어. 내 계산으로는 지금 만든 것만큼은 더 만들어야 해.”
“검성님. 그러면 용이랑 새 시체 다 쓰게 생겼습니다.”
“다 써도 좋아. 다 비료 만들어.”
“아깝습니다…….”
“어차피 잡동사니야.”
아끼면 뭐 된다?
똥 된다.
신의 피를 구하려면 시체 세 구쯤은 아낌없이 내줘야 한다.
김마법이 손을 흔들었다.
“철권이 형! 조금만 더 힘내자고요!”
김사제도 옆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비료 만들다 보니까 신성력이 더 강해지는 느낌이에요.”
“야 너두?”
마법사나 사제는 그렇다.
격 높은 재료를 다루는 것만으로 세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
김사제는 원래 황금을 먹어야 신성력이 강해졌지만, 사실 그것만으로 강해지는 단계는 지났으니까.
“받은 것도 있으니까 열심히 해야죠!”
김마법이 자기 손을 활짝 펼치곤 가슴을 두드렸다.
손가락에는 북극의 반지가, 목에는 북극의 목걸이가, 몸에는 드래곤 세트 방어구가 빛나고 있었다.
내가 준 선물들.
그러니까 궁시렁거리긴 해도 다들 열심히 하는 거지.
이미 받은 게 있으니까.
꾸드드득.
한참 비료를 퍼 주자 비로소 반응이 있었다.
괴물촌 전체가 꿈틀거리며 나무가 일어서기 시작한 것.
모두 서 있던 대지가 크게 융기한다.
처음에는 괴물촌 정도 크기.
그러나 곧 범위를 넓혀서 수백 미터 반경이 그대로 솟구쳤다.
“모두 땅으로 내려가.”
나는 괴물촌 바깥으로 시선을 주었다.
“빙 둘러가면서 땅에 비료를 묻어. 넥타르랑 엘릭서도 계속 복제하고. 마력 물약도 까먹으면 안 된다.”
“친구야. 이거…….”
“오케이. 해결했어.”
화수분은 해골뱀이 임시로 맡았다.
미리 복제한 넥타르와 엘릭서로는 모자랐던 것.
지금도 한 땀 한 땀 넥타르와 엘릭서를 생산하는 중이다.
그러다 불운 게이지가 턱까지 차오르면 해골뱀이 나를 불렀다.
역천으로 불운을 초기화해야 하니까.
‘힘드네.’
고도의 정신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지고화를 유지하고.
역천을 주기적으로 사용하고.
재사용 대기시간이라도 없으면 좋겠는데, 한 번 쓴 다음에는 좀 기다려야 하니 더더욱.
대신 대모 나무가 쑥쑥 자라났다.
눈에 보일 정도 속도로.
거의 초당 몇 미터씩 커지는 것 같다.
대지 융기한 지 몇 분이나 지났다고 백 미터 마천루를 넘어 하늘강을 향해 질주했다.
[검성.]여신이 나를 불렀다.
[성장이 너무 빠르다.]“좋은 거 아닙니까?”
귀안과 육감을 장착했다.
예언자의 고리와 금오안도 최대한으로 발동.
찬찬히 나무 대모를 보니 여신의 말뜻을 알 수 있었다.
용의 군주관이 분석한 나무 대모의 미래 모습.
웅장하고 존귀한 나무 대신, 기괴하게 변형된 담쟁이덩굴과 곰팡이와 괴물꽃에 뒤덮인 뒤틀린 나무 한 그루가 꿈틀대고 있었던 것이다.
“왜 저러는 겁니까?”
[말했잖느냐. 성장이 너무 빠르다.]“그게 왜…….”
[나무 아이는 나무다. 나무는 사계절을 겪으며 생장과 수축의 시기를 주기적으로 거치지. 그 과정에서 필요 없는 부위와 과성장한 부위를 덜어 낸다. 그래야 온전한 세계수가 될 수 있지. 그런데 지금은 어떠냐?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모두 겪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여름만 맛보며 과다 성장하고 있다.]무슨 말인지 알겠다.
게임에서도 비슷한 컨텐츠가 있었다.
가지치기.
빛, 물, 양분을 무한으로 공급하다 보면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여기저기 터치해 줘야 했다.
‘암세포네.’
나는 나무 대모에 표기되는 빨간 점을 확인했다.
지금은 아주 작은 세포들.
그러나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나중에는 저것들이 변이 담쟁이덩굴, 곰팡이, 괴물꽃, 뒤틀림의 시작 따위가 되는 모양.
반사적으로 검을 꺼내려다가 멈칫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직접 가지치기를 할 수가 없잖아?
지고화 유지에만 온 정신을 쏟아야 한다고.
그렇다면 제자들을 써먹어야겠지.
“소린아. 쟈네트. 칼리. 그리고 우진아.”
“네!”
“말씀만 하세요!”
“왜요?”
“뭘 하면 됩니까?”
“비료는 거의 만들었으니까 다른 사람들한테 맡기고, 내가 지정하는 곳을 도려내. 알았지?”
“맡겨만 주세요!”
네 명 모두 드래곤 헬멧을 차고 있다.
당연히 첨단 장비가 이식된 상태.
용의 군주관처럼.
내가 보는 빨간 점을 공유해 주었다.
한편으로는 골프백을 뒤져 우박폭풍을 꺼냈다.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나무 대모는 격이 낮다곤 해도 신격은 신격.
겨우 6레벨인 제자들의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내가 손을 쓸 필요가 있었다.
퉁! 투퉁!
빙백을 장착하고 우박폭풍을 갈겼다.
얼음 유탄이 슝슝슝 날아갔다.
정확히 적색 점에 안착.
경망 맞은 소리와 함께 주위 공간이 송두리째 얼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내가 보는 적색 점 크기만큼만.
“얘들아, 가자!”
“응! 언니!”
“제가 먼저예요!”
“또 혼자 가려고? 템포 좀 늦춰!”
제자들은 경쟁하듯 돌진했다.
가장 빠른 것은 역시 칼리.
스르륵 사라지나 싶더니 얼음 그림자에서 치솟고 있었다.
다음은 백소린과 서우진.
예전 같았으면 백소린이 빨랐겠지만 서우진은 못 본 사이 [이형환위]를 깨우쳤다.
그 결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달려가고 있었다.
이동기가 없는 쟈네트는…… 사자후만 꽝꽝 터뜨렸고.
“조심해.”
혹시 몰라 주의를 주었다.
“괴물들이 태어날 거다.”
말이 씨앗이 되었다.
얼음 몇 개가 깨지며 괴물들이 기어 나온 것.
생명을 얻은 암세포.
식물과 벌레와 곰팡이를 뒤섞은 듯한 괴물들이, 뻐끔뻐끔 흉측한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우왝! 진짜 못생겼네.”
칼리가 괴물들 틈으로 파고들었다.
어느새 몸에서 빼든 핏빛 곡도가 춤을 추고 있다.
단순한 춤이 아닌, 여신 칼리에게 바치는 제례.
내 벼락 칼라라트리와는 다른 그림자 칼라라트리가 방어 관통의 힘을 품고 괴물들을 짓이겼다.
“너만 재미 보려고?”
폭주 기관차처럼 씩씩대며 달려든 백소린.
천살성은 천살성이다.
눈이 벌겋게 변해서는 괴물들을 쪼갠다.
투박하고 거칠면서도 정교함과 섬세함을 숨긴 움직임.
“좀 약하네. 3레벨 정도 되는 것 같지?”
서우진은 냉정하다.
무사답게, 절제되고 날카로운 검격을 연신 날리고 있다.
그렇다고 약하냐면 그렇지는 않다.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검기 꽃잎은 내가 보기에도 치명적.
“내 몫도 남겨 놔!”
쟈네트가 경쾌하게 외쳤다.
백소린과 칼리의 영향으로 확실히 밝아진 모습.
그러나 검만큼은 여전히 무겁다.
칠흑검에 깃든 흑백검강은 세계수마저 가를 기세로 괴물들을 쪼개고 있다.
나는 조용히 머리를 끄덕였다.
제자들은 모두 완성되었다.
머릿속으로 그렸던 특성 세트가 고스란히 재현되었고.
다만 6레벨밖에 안 되어서 검의 주인이 검 전문가에 머물러 있는 정도다.
‘레벨만 올려 주면 되겠어.’
계획은 다 짜 뒀다.
별로 어렵지도 않다.
네 명 모두 SSR급이니까.
SSR급의 성장 한계는 7레벨.
굳이 재구성 영약을 만들고 어쩌고 할 필요 없이 경험치만 채워 줘도 레벨이 오를 것이다.
“더 빨리! 더 빨리 움직여!”
“너무 멀어요!”
“계속 멀어지고 있고요!”
“내가 작전 짜 줄게. 그대로만 움직여.”
이럴 때 쓰라고 [작전]이 있는 거지.
내친김에 지휘, 명령, 통솔도 적당히 장착해서 활용했다.
용의 군주관 증강현실로 색색 화살표를 그려 공유한 것.
멀리 떨어진 곳은 백소린과 서우진.
너무 멀거나 접근하기 어려우면 칼리.
가깝고 뭉텅이가 큰 곳은 쟈네트.
자연히 제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도, 괴물들을 처리하는 속도도 훨씬 빨라졌다.
“후우, 후우, 검성님! 다 만들었습니다!”
그때쯤 비료 반죽도 완료.
그렇게 많이 퍼부었는데도 산더미처럼 많은 마법 비료가 쌓여 있었다.
거길 응시하자 타악, 마법 비료가 빛을 뿜는다.
오로지 나에게만 보이는 광채.
현실에서 빛이 난 건 아니고 내가 그렇게 인지하는 것이다.
아마 저 마법 비료는 지금까지 쓴 마법 비료보다 훨씬 더 높은 효율을 보여 주겠지.
[보급] 특성 획득.나는 손가락을 다섯 개 접었다.
‘장군까지 하나 남았어.’
대장 획득도 장군 조합도 시간문제.
옛 아버지 교단과의 전쟁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니 크게 도움이 되겠지.
“조금만 더 힘을 내! 이것들만 다 쓰면 끝이다!”
“으으, 검성님! 상여금 팍팍 주셔야 합니다?”
“당연하지. 6레벨 만들어 줄게.”
“형! 저도요!”
“재구성 영약 필요하지? 특성 영약도? 나한테 맡겨.”
셋이 마지막 힘을 냈다.
마법 비료도 비료다.
실로 극악한 냄새가 난다.
내가 예전에 개코 만든다고 문질렀던 수르스트뢰밍만큼은 아니어도 퍽퍽하고 비리고 텁텁하면서 고약한 악취가.
셋이 드래곤 헬멧 속에서 입과 코를 뻐끔거렸다.
가장 문제가 저거지.
보호 마법광마저 뚫어 버리는 거.
사실 저 정도니까 세계수에 양분을 공급할 수 있다.
보통 범상한 비료가 아니라, 이 말씀.
퉁퉁퉁!
“죽어!”
“으엑, 여기 너무 높아!”
“휴우!”
“우린 다 끝났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해가 뉘엿뉘엿 서녘 하늘로 넘어갈 무렵.
마침내 큰일 하나가 마무리되었다.
모든 비료를 투여한 것.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일직선으로 쭉 뻗은 나무 대모 꼭대기가 하늘 위 구름을 관통하고 있었다.
퍼억!
나는 마시고 있던 약병을 내던졌다.
하도 마력 물약을 마셨더니 물배가 찰 지경이다.
지고화 계속 유지하고, 제자들한테 작전 지시하면서 역천을 써야 했으니 할 수 없지.
[고생했다. 검성.]강의 여신이 하늘 위에서 말했다.
[다 끝났다.]그리고 연달아 울려 퍼지는 이질적인 목소리.
[……고마워.]위엄 가득한 강의 여신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훨씬 어리고 청초한 음색.
눈앞에 굳건히 서 있는, 세계수의 거대하고도 고고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신세를 졌어.]“아닙니다. 저야말로 예전부터 신세를 졌지요.”
[아니야. 그때 결과적으로 네가 내 아이를 구했잖아? 난 그때 꼼짝없이 해골 아기를 잃는 줄 알았어.]나무라 그럴까?
강의 여신처럼 물고기 인간들이 피를 받은 것도 아닌데 돌연변이를 자기 아이 취급하네.
나는 가만히 고개만 한 번 숙였다.
그러자 어린아이 같은 웃음소리가 내 정신을 스쳤다.
[정말로 큰 은혜를 입었네. 처음 봤을 때부터 생각한 거지만 검성, 너는 진짜 대단해. 내 어머니도 널 봤으면 참 신기해하셨을 거야.]“어머니요?”
[위그드라실 말이야. 라그나로크 때 불타 버린 분. 그분이 이 세상 모든 세계수와 신목의 어머니시거든.]맞다.
그런 설정이 있었지.
사르르르.
세계수가 한껏 기지개를 켰다.
그러자 줄기뿐이던 세계수에서 나뭇가지가 자라난다.
저 하늘 높이.
저 지평선 너머로.
대지 끝까지 뒤덮을 듯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신기한 광경이었다.
분명히 나뭇가지가, 그림자가 길어지는데 허공으로 녹아드는 모습은.
세계수의 전모는 오로지 초월자 이상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하, 심지어 나마저도 볼 수 있는 것은 거대하고 거대한 세계수 줄기와 뻗어 나간 나뭇가지 정도가 전부.
나뭇잎과 꽃잎은 보이지 않는다.
너무 멀고 아득해서. 혹은 인지를 초월해서. 감각 기관을 압도하고 있어서.
“와아아.”
“우와…….”
현현한 신.
신멸 전쟁 이후로는 처음으로 태어난 신.
그 신이, 세계수가 내게 말했다.
[참. 보상을 줘야지?]그럼요.
세상에 공짜가 어딨습니까.
과연 뭘 줄까?
세계수의 열매? 나뭇잎? 축복?
게임에서 나오는 보상을 머릿속에서 열심히 뒤질 때, 세계수가 상상도 못 한 일을 저질렀다.
우지끈!
나뭇가지 하나를 부러뜨린 것.
말이 좋아 나뭇가지지 어지간한 빌딩보다 더 큰 나뭇가지.
한편으로 내 머릿속에선 수줍은 목소리가 울렸다.
[선물이야.]어 그러니까…….
저걸 나한테 준다는 거지?
세계수의 나뭇가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