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39)
특성 쌓는 김전사-39화(39/300)
변이체 사태 -1-
변이체 사태
커다란 조각상이었다.
황소 같기도 하고 용 같기도 한 사제 교단네 신상.
중요한 건 형태가 아니다.
심장 대신 박힌 마력핵에서 번지는 마력 파장이 진짜였지.
[성역]소유자의 의지에 의해 일정 공간을 안전지대로 만든다.
성역에는 소유자가 허락하지 않은 존재는 침입하지 못한다.
마력핵의 용량을 넘어서는 강자가 침입하면 추방함과 동시에 강하게 경고를 발한다.
추방도 못할 강자라도 저지 효과 정도는 발휘된다.
나는 신상을 길게 쓸어 보았다.
‘4레벨짜리네.’
최고수가 3레벨인 교단이 4레벨 신상을 보냈다.
이거 하나 만들려고 고생 꽤나 했을 텐데······
그리고 성검.
[성검] 고유 특성을 가진, 누가 뭐래도 1티어 무기.고유 특성답게 매우 강력하다.
암흑 속성 적에게 추가 피해를 주는 [광격], 모든 능력치를 증가시키는 [강화], 모든 종류의 공격에 저항하게끔 하는 [보호], 이 세 특성의 복합 특성이니까.
대신 다른 아티팩트처럼 숙련도를 쌓아도 성검 특성을 가져오진 못한다.
성검 특성 획득은 성기사만 가능한 일.
‘고맙다, 김사제.’
수억을 써가면서 황금과 제물을 마련한 보람이 있었다.
황금 지팡이에 성검에 성역 신상······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느낌이다.
신상과 성검을 들고 지하 수련실로 내려갔다.
구석진 곳에 신상을 설치한 후 활성화.
우우웅.
무형의 파장이 내 집을 뒤덮었다.
이걸로 한 시름 놓았다.
사실 보안이 부족한 감이 있었는데 성역이면 충분하겠지.
채앵!
성검을 뽑아본다.
생긴 것은 전형적인 서양의 롱소드.
표면에 새겨진 신성 문자가 유려하게 반짝인다.
칼날을 따라 빛이 한 모금 흐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여기에 손에 찰싹 달라붙는 손잡이.
‘비싸겠다.’
N급 성검도 비싼데 R급 성검이라니.
허공에 몇 번 휘둘러 보았다.
신성 문자가 반짝이며 공간에 낙인을 찍는다.
찍힌 낙인이 흘러 은하수 궤적을 남겼다.
갑자기 흥이 올랐다.
자세를 잡고 파산검법을 전개했다.
산 부수기, 산 가르기, 산 꿰뚫기.
그냥 동작만 취한 것도 아니다. 일점과 참격, 강타, 연격을 번갈아 가며 썼다. 하나씩 썼다가 둘을 합쳐서 쓰고, 셋을 합쳤다가 연속으로 펼치고, 아주 전력을 다해 마력을 쏟아냈다.
“허억, 허억, 허어억.”
며칠 새 마력이 많이 안정화됐지만 아직도 멀었나 보다.
금세 마력이 떨어지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대신 내 앞에 명멸하는 은색 빛무리가 사금파리 폭풍 치듯 일렁였다.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손을 댔다간 갈기갈기 찢기고 말겠지.
사그라드는 빛무리를 넋 놓고 보다가 다시 성검을 움켜쥐었다.
‘열심히 해야지.’
많이 강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멀었다.
지금도 총알 한 방이면 황천길 떠날 수 있다고.
단검파 혼자 쓸어버렸다고, 사이비 교단 주교와 수호자를 가볍게 제압했다고 자만하면 안 된다.
아케인 서울에 나 정도 초인은 쌔고 쌨으니까.
“후읍! 흡! 흡!”
수련에 골몰한다.
파산검법을 수련하고, 에인헤랴르 연공법으로 마력을 운행하고, 지치면 마법 욕조에 들어가 마력천 물에 몸을 담근다.
효과는 어마어마하게 좋았다.
잠재된 마력이 모두 마력심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이 속도라면 넥타르의 마력을 모두 흡수하고도 남겠다.
집밖에는 아예 나가지도 않았다.
밥 먹을 때, 화장실 갈 때를 빼면 1층에도 안 올라갔다.
잠?
그런 사치는 다 집어치웠다.
마력천에서 마력 연공만 해도 수면을 대체할 수 있으니까.
몸에 부담이 가긴 했으나 대단히 빨리 강해지고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잠재된 마력이 드디어 끝을 보일 정도.
“쿨럭!”
너무 달린 걸까?
부작용이 찾아왔다.
피를 한 번 울컥 토하고는 입을 닦았다.
“너무 무리했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는 법인데.
마력이 너무 빨리 강해져서 생긴 부작용.
육체가, 특히 심장이 마력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격하게 운동을 하든 전투를 치르든, 하다못해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서 시간을 보내든 간에.
우선 특성을 전반적으로 바꿨다.
[마력심][마력 안정][명상] [활기][인내][재생]내 몸을 강화하고 보호할 특성 위주로.
‘그래도 놀고 있을 수는 없지.’
이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뻔히 아는데 드러누워 있을 수는 없다.
뭐라도 해야 한다.
몸을 일으켰다.
먼저 침실로 가서 금고 안을 확인했다.
이 집에 이사 올 때만 해도 20억이 넘게 있었는데 지금은 그 절반으로 줄었다.
대신 그만큼 얻은 것도 많으니까.
황금 지팡이를 집어넣고는 금고를 잠궜다.
‘돈이나 벌까?’
광질?
그딴 건 안 한다.
황금 지팡이 팔면 그만인데 뭐하러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해?
대신 스마트폰을 들었다.
[최선수 소장] [초인님 아니십니까! 어쩐 일이십니까?]“아, 네. 오랜만입니다.”
[예!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저는 뭐 잘 지냅니다. 사무소에는 별일 없고요?”
[하하하. 요즘엔 일복이 터졌습니다. 아주 난리가 났다니깐요!]“예? 왜요?”
[다 초인님 덕분이죠. 벌써 소문이 짜 하니 났습니다. 초인님이 저랑 계약 관계라는 거요. 덕분에 여기저기서 의뢰가 마구 들어오고 있습니다.]“혹시 제가 해야 하는 의룁니까?”
[대부분은 아닙니다. 몇 개 괜찮아 보이는 의뢰를 킵해두긴 했습니다만 초인님 쉬신다고 하셔서 연락은 안 드렸고요.]“그래요? 잘됐네요. 마침 실전이 필요해서요. 적당히 실전을 치를 수 있는 의뢰가 있으면 받고 싶습니다.”
[실전이요? 좋지요! 혹시 원하시는 조건이 있습니까?]“예. 3레벨 초인 상대는 힘들지만 1레벨이나 2레벨 초인, 혹은 변이체가 상대인 의뢰가 있을까요? 그런 의뢰가 딱인데요. 꼭 사람이 아니라 마물이어도 됩니다.”
그런데 1레벨 2레벨 마물이 있어야 말이지.
이 좁은 땅덩이의 마물은 몽땅 토벌된 지 오래.
휴전선 근처로 가면 많이 있지만 거기도 동부군과 서부군이 꽉 잡고 있다.
두 군단이 사냥 허가를 내주는 것은 오직 3레벨 이상의 초인뿐.
최 소장은 잠깐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이름 하나를 꺼낸다.
[하나 있긴 있습니다만······ 거참, 이걸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뭔데요?”
[제 1 매립지, 아시죠?]“당연하죠.”
[얼마 전에 다른 인력사무소에서 청소팀을 보냈는데 그만 그 안에서 전원 변이가 됐답니다.]“잠깐만요. 전원 변이?”
[예. 드론을 넣어 확인했는데 최소 변이체 여섯이 돌아다니는 중이라고 합니다.]“미친. 몇 레벨인지는 모르고요?”
[거기까진 모른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변이됐을 정도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오염 마력에 노출됐다는 뜻이고, 2레벨 한두 마리가 있어도 이상하지가 않지요.]“맙소사.”
최소가 1레벨 여섯 마리.
어쩌면 2레벨이 있을 수도, 여섯이 아니라 한두 마리 더 있을 수도 있다.
“그러면 보통 청소부 협회가 처리하지 않나요?”
[그게, 뒷구멍으로 들어온 의뢰입니다. 청소부 협회에 연락할 수가 없다고요.]“왜요?”
[뻔할 뻔 자죠. 높으신 분들의 사정 아니겠습니까. 청소팀 중에 한두 명 변이되는 거야 청소팀에서 알아서 유야무야 시키고, 문제 되면 인력사무소 관리 소홀이라고 떠넘기면 되지만 청소팀 전체가 변이되는 건 공무원 목 여럿 날아갈 문제죠. 특히 이번 청소부 협회장이 좀 대가 센 사람입니다. 야망도 있고요. 관리국이랑 대립각 세우고 있어서 거기 의뢰했다간 좋다고 기자들한테 기사거리 던져줄 겁니다.]그렇지.
청소부 협회장 박대엽.
게임에서도 주요 빌런으로 등장하잖아.
“그래도 오래 놔두면 안 되지 않습니까? 매립지에 고인 오염 마력 청소 안 하고 방치하면 대괴수급 오염체가 탄생한다고 알고 있는데요. 대폭발할 수도 있고요.”
[그야 그렇습니다만 며칠 정도는 괜찮지요. 최소한 한 달 정도는 썩어야 합니다. 정 방법이 없으면 그 전에 청소부 협회에 연락하겠지요. 초인 용병을 쓰거나요.]용병!
말이야 바른 말이지 3레벨 초인을 용병으로 쓰면 그깟 변이체 몇 마리 못 잡겠나.
돈이야 엄청나게 깨지겠지만 모가지 날아가는 것보단 낫다.
원래 세계의 공무원과 이 세상 공무원은 대우와 사회적 위상이 하늘과 땅 차이거든.
“변이체라······”
위험하긴 해도 산탄총 갈기면 된다.
총 앞에선 모두가 평등한 법.
여섯 마리 전부 2레벨이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보수는 어떻게 됩니까?”
[돈은 많이 못 준답니다. 1레벨 변이체 마력핵 하나당 1억, 혹시 2레벨 변이체가 나오면 3억을 주기로 했습니다. 대신 전리품은 초인님이 갖는 조건이고요.]“짜네요. 자기 자리가 걸렸는데 그거밖에 못 준대요?”
[저도 그게 마음에 걸려서 어필을 좀 해봤는데, 현금은 힘들고 대신 아티팩트를 하나 주겠답니다. 성공 보수로요.]“어떤 아티팩트입니까?”
[그게 말입니다, 초인님······]최 소장이 조금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혹시 마총에 관심 있으십니까?]“마총이요? 당연히 관심 있지요. 아, 혹시 마총 준대요?”
[바로 그렇습니다.]마총은 마검의 총 버전.
총은 공격력이 더 중요하니 성총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곤 했다.
“문제가 있나요? 저주받았다거나······”
[마검이랑 마총이 대부분 그렇죠. 저도 사진만 한 장 받았지, 감정서를 받진 못했습니다. 그쪽 말로는 감정을 아예 안 받았다고 합니다.]“저주 물건이랑 마검 취급하면 대부분 그렇죠. 저주 안 밝히고 파는 게 더 비싸잖아요.”
[확실히 그렇습니다.]“사진 한 번 보여주세요.”
혹시 내가 아는 물건일 수도 있으니까.
띠링!
곧 사진이 전송되어 스마트폰 화면에 떴다.
영화에서도 게임에서도 흔히 나오는 콜트 M1911을 빼다 닮은 권총.
차이점이라고 하면 총열을 따라 흑금이 길게 박혔고, 거기에 이글거리는 불꽃 문양이 새겨져 있다는 점이다.
아는 권총이다.
흔히 [흑염]이라고 불리는 R급 마총.
‘이게 여기서 나오네.’
옛 아버지 교단에서 배교자를 총살할 때 쓰는 마총.
제대로 맞히면 꺼지지 않는 검은 불꽃이 타올라 희생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단, 저주가 붙어 있다.
사용자에게 흑염 디버프를 건다는 것.
여기에 마력 효율도 좋지 않다.
마력을 가공하여 흑염탄을 쏘는 물건인데 효율이 좋을 수가 없지.
그러나 내게는 둘 다 해당 사항이 없다.
난 이미 신열 디버프를 극복하고 흑염 특성을 얻었으니까.
마치 나를 위해 준비했다고 외치는 듯한 물건이었다.
‘이건 가야 해.’
주무장은 성검과 마총.
부무장은 돌격소총과 자동산탄총, 유탄 발사기.
이 조합이면 무서울 게 없다.
“괜찮은 총이네요. 수락하겠습니다.”
[진심이십니까? 무슨 저주가 있는지도 모르는데요? 마총은 저주 해제도 안 됩니다!]“제가 아는 총입니다.”
[어······ 기성품인가 봅니다.]“그렇죠. 옛 아버지 교단 처형총입니다.”
[아하!]“이제 아시겠죠?”
[하하하! 그럼요!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이거 완전히 초인님을 위한 총이네요!]“바로 그겁니다.”
흔히 말하는 성마 빌드.
성검과 마검, 마검과 성갑, 성검과 마총 등 다양한 조합으로 만들 수 있다.
내 경험상으로는 다른 종류 무기로 챙기는 게 가장 효과가 좋았지.
성검과 마검을 함께 쓰면 간섭 현상이 나타나지만 성검과 마총, 마검과 성총은 그렇지가 않거든.
최 소장이 스마트폰 너머에서 껄껄 웃었다.
[초인님과 함께 한 거야말로 제 생애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관리국에다가 초인님께서 의뢰 수락하셨다고 답변 넣겠습니다. 관리국이 몸이 잔뜩 달아 있으니까, 아마도 내일 바로 처리해달라고 할 겁니다.]“그럼 미리 가 있죠.”
[아닙니다, 아니에요! 초인님께서 가시는데 제가 모셔다드려야지요! 내일 아침 8시, 8시 어떠십니까? 제가 초인님 댁까지 모시러 가겠습니다!]“안 그러셔도 되는데······”
[아니죠! 제 생명의 은인이신데 그럴 수는 없죠! 하여튼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다음날.
최 소장 차를 얻어타고 제 1 매립지에 도착했다.
저번에는 쥐뿔도 없는 일용직 청소부로 왔었지.
그때는 말단 공무원 하나 나오고 끝이었는데, 오늘은 소장부터 말단까지 전부 마중을 나왔다.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악수를 청하는 반백 머리 남자.
가볍게 손을 흔들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변이체 여섯 마리라고 했지요? 혹시 레벨은 확인 못 하셨습니까?”
“예······ 아시다시피 오염 마력 때문에 마력 감지가 힘듭니다.”
“그렇겠죠.”
마법사를 부르면 간단하지만 이 인간들이 그럴 리 없지.
나는 골프백을 열어 무장을 시작했다.
왼쪽 허리에는 성검.
오른쪽 허리춤에는 수류탄 다발.
등에는 두툼한 자동산탄총.
오른손에는 유탄 발사기를 결합한 소총.
왼팔에는 새로 산 팔 방패.
츄리닝 아래에는 방호복.
단검파와 싸울 때처럼 완전 무장한 상태.
여기에 [치유] 목걸이와 [강건] 장갑도 빼놓을 수 없다.
쭈우웁, 쭈아압.
장갑이 내 피를 빠는 소리가 뼈를 타고 들렸다.
다이아는 쓰지 않았다.
강건 특성을 가져오면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건 좋은데 당장 쓰는 특성이 9개에서 8개로 줄어드니까.
일단은 킵.
당분간 페널티를 감수하고 쓸 작정이었다.
“들어가겠습니다.”
“예. 꼭 좀 부탁드립니다.”
그그그긍.
콘크리트 구조물 문이 열렸다.
심연의 괴수처럼 아가리를 벌린 어둠.
후욱, 비릿한 냄새가 풍겼다.
예전에 왔을 때와는 공기 자체가 달라져 있었다.
‘오염 마력······’
고작 며칠 청소 안 했다고 이렇게 돼?
총 쥔 오른손에 힘 한 번 꾹 주고 발을 옮겼다.
기기긱.
문이 닫히고 무저갱 아래보다 짙은 암흑이 나를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