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38)
특성 쌓는 김전사-38화(38/300)
황금 쌓는 김사제 -4-
“가관이다. 가관이야.”
주교가 까마귀 우짖듯이 말했다.
“누가 너희에게 마음대로 회합을 열 권한을 주었지? 이러다 이단심문관에게 발각당하기로 하며 어쩌려고?”
매섭게 김사제를 쏘아보는 주교.
2레벨 사제가 항변하듯이 말했다.
“주교님. 교단의 사제라면 누구든 회합을 열 권한이 있습니다. 주교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흥! 교법을 준수했을 때의 이야기지. 변절자 주제에 회합 주최라니, 어림도 없는 소리!”
“변절자라니요?”
사제들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주교가 품에서 편지를 한 장 꺼내 흔든다.
신상을 통해 단체 전달되고 구현되었을, 김사제가 작성했던 편지.
편지에 찍힌 지장이 달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주교가 포효하듯이 외쳤다.
“분명 3개월 전만 해도 1레벨이었던 자가 갑자기 3레벨이 되었다! 이게 무엇을 뜻하지? 우리 교단의 방법으로는 이렇게 빠르게 승급할 수가 없다. 백억을 태워도, 이백억을 태워도 2레벨이 한계다! 교단의 형제들을 팔아넘기고 신성력을 하사받은 것이 분명하다!”
“서, 설마요!”
“사제 녀석이 그랬을 리가요!”
“저 순한 놈이 우릴 배신했을 리가 없습니다!”
“돌아가신 김 주교님의 유일한 아들 아닙니까! 분명 혁신적인 방법을 찾았을 겁니다! 김 주교님처럼요!”
주교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마지막 말을 한, 김 주교를 언급한 사제를 죽일 듯이 쏘아본다.
뭐라고 버럭 외치기 전, 2레벨 사제가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주교님께서 사제 녀석을 의심하는 건 이해합니다. 우리 교단은 실로 엄혹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무턱대고 변절자라는 낙인을 찍을 수는 없습니다. 우선 김 사제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혹시 압니까? 김 사제가 정말로 좋은 레벨 업 방법을 찾았을지요.”
“흥!”
분명히 합리적인 말.
그러나 주교는 코웃음만 한 번 쳤다.
쿵! 하고 황금 지팡이를 땅에 내리찍더니 거느리고 온 덩치들을 보며 명령했다.
“멍청이들이랑 말을 섞은 내가 잘못이지. 잡아 와!”
“예, 주교님.”
주교가 데려온 덩치는 십여 명.
양옆에 서 있던 덩치 둘이 나섰다.
칼날 같은 기상.
육중한 근육질 체구.
두툼한 방호복과 초대형 삼단봉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리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마력 파장.
나와 비슷하다.
전사 계열 2레벨 초인. 김사제네 교단에서는 수호자라 불리는 자들이다.
사제들이 벌컥 화를 내며 일어섰다.
“주교님! 이건 횡포입니다!”
“멋대로 수호자들을 동원하시다니요!”
“수호자들은 주교님의 사병이 아닙니다!”
“시끄럽다! 교단의 정의를 바로 잡는 일이다. 수호자들은 어서 타락한 사제를 잡아 와라!”
주교가 호령하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지팡이 끝에서 불길한 황금 불꽃이 타올랐다.
거기 새겨진 능력은 [고통].
사제 계열 특성 중에서 상당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특성이었다.
나섰던 사제들이 찔끔하여 물러났다.
수호자들이 침중한 얼굴을 하고 다가왔다.
“사제야. 미안하다.”
“좋게 좋게 가자. 주교님께서도 잠깐 저러다 마실 거다.”
자기들도 꺼림칙한 모양.
그러나 교단의 명령은 지엄하고 하급자는 상급자를 절대로 거역할 수가 없다.
“초인님.”
김사제가 벌벌 떨며 나를 보았다.
어리긴 어리네.
본인도 주교면서 왜 같은 주교한테 겁먹고 그래?
배에 힘 딱주고 내가 주교다! 외치면서 강하게 나가야지.
어쩔 수 없다.
고등학생이나 됐을 애한테 뭘 바라겠어.
내가 다 떠먹여 줘야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력 파장을 발산한다.
우우웅.
웅장한 무형의 힘이 기지개 켜듯 뻗어나간다.
흑염도 최대한으로 개방한다.
대기가 진동하고 시선이 파르르 쏠린다.
다가오던 수호자들이 눈가를 찌푸리며 멈춰 섰다.
주교도 내 기세를 느꼈는지 경계하는 눈초리를 던졌다.
[에인헤랴르 연공법][마력심][위압] [마력 회복][마력 흡수][흑염]도저히 2레벨이라고 볼 수 없는 특성 세트.
마법사나 가능할 거대한 마력이 전사의 위압감을 품고서 쏟아져 내렸다.
수호자들이 얼굴을 굳힌다.
반사적으로 허리에 찬 삼단봉에 손을 가져간다.
“흥.”
나도 따라서 허리에 찬 검 손잡이를 잡았다.
검을 잡은 나는 허당이지만 수호자들이 그걸 알까?
[파산검법]이걸 장착하고 위압감을 쏟아내자, 묵직하던 기세가 섬뜩하도록 예리하게 바뀐다.
마치 숙련된 검사처럼.
수호자들이 식은땀을 흘렸다.
“다, 당신은 누구요?”
“나?”
뒤쪽, 김사제를 향해 한 번 턱짓했다.
“김사제의 챔피언이다. 사제 씨를 데려가겠다고? 자신 있어? 자신 있으면 해봐. 머리통 분리될 각오는 하고.”
눈에 힘을 주고 수호자들을 노려본다.
수호자들의 떨리는 눈동자 안.
내가 비친다.
살기가 철철 넘치는, 짐승처럼 눈을 번들거리는 내가 있다.
살인을 망설이던 나는 이미 없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인 끝에 살인마가 된 나만 남았을 뿐.
“우리 교단의 일이다! 외부인은 끼어들지 마라!”
“못 들었어? 사제 씨 챔피언이라니까? 챔피언, 대전사(代戰士)라고. 강제로 집행하고 싶으면 뒤에서 땍땍대지 말고 앞으로 나와. 그 잘난 지팡이로 공격해 보라고.”
“이 무엄한 자가!”
“할 말 없으면 꼭 무엄이니 어쩌니 하더라. 사제야, 뭐하냐?”
“네? 네?”
“니가 어떻게 3레벨이 됐는지 설명해.”
나도 모르게 존대 따위 집어치웠다.
김사제는 오히려 그게 더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벌벌 떨던 게 무색하게 살짝 웃으며 말했다.
“제가 3레벨이 된 건······”
차분하게 설명한다.
나와의 첫 만남부터 황금 먹기를 강권 받은 것.
실제로 황금을 으깨어 차에 타 마시자 신이 직접 반응하고 신성력이 폭증한 것까지.
주교가 입에 거품을 물었다.
“이단! 이단이다!”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고 지팡이를 휘두르는 주교.
그러나 사제들의 반응은 딴판이었다.
“하지만 신님께서 허락하셨다는데······”
“마음에 안 드셨으면 신성력을 안 내리셨겠지.”
“안 내리기만 하셨겠습니까? 즉각 신성력을 회수하셨겠지요. 신님께서는 관대한 분이 아닙니다.”
“사제 녀석이 3레벨이 된 걸 보면 이게 맞는 것 아닌가?”
“그러게 말입니다.”
그들도 이미 느낀 것이다.
김사제가 말할 때마다 은은하게 번지는 3레벨 신성력을.
수호자들도 그랬다.
이젠 아예 뒤로 빠져 김사제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김사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오직 한 명.
주교 하나뿐이다.
“섭금번제(攝金燔祭)는 이단 중의 이단이다! 감히, 그딴 이단 행위를 저지르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이단이 아니에요! 신님께서 허락하셨다고요!”
“헛소리! 신님께서 섭금번제를 허락하셨을 리가 없다! 수백 년 전에 이미 이단 판명받았단 말이다!”
“그건 비효율적이라 그랬던 거고, 이 방법은 훨씬······”
“시끄럽다, 이단놈아! 내가 네놈을 정화해서 신님께 바치겠다! 변절자놈! 이단놈! 고통의 화염 속에서 영원토록 참회하라!”
주교가 지팡이를 높이 들었다.
화염이 치솟는다.
금빛 신성력이 들불처럼 피어오른다.
활활 소용돌이치며 지팡이 끝에 불꽃을 조각하는 그 순간.
뻐억!
나는 주교에게 이단 옆차기를 날렸다.
“커허억!”
신음을 터뜨리며 나동그라지는 주교.
“주, 주교님!”
“주교님!”
“아, 안 돼!”
“초인님! 뭐 하시는 거예요!”
각양각색의 비명이 내 귀를 어지럽혔다.
싹 다 무시했다.
주교의 멱살을 쥐고 한 손으로 들어 올렸다.
퍼억! 퍽퍽!
그리고 주먹질 몇 방.
강퍅한 주교의 얼굴이 금세 찐빵처럼 부어오른다.
처음부터 알아봤지.
실전 경험 없다는 거.
전사 계열 초인에게 호위도 없이 앞으로 나선다? 고작 십여 미터 거리에서?
날 잡아 잡수 하는 격.
지팡이도 빼앗고 주교를 질질 끌고 오자 아주 난리가 났다.
“주교님을 놔드려라!”
“이 교적놈!”
“무슨 짓이냐!”
“초인님······ 이건 너무 하시잖아요······”
심지어 김사제까지 날 비난하는 눈으로 쳐다본다.
순둥이 같으니.
이쯤 되면 호구지. 호구.
자기 죽이려고 고통 마법을 발동시킨 놈을 편들면 어쩌자는 거야.
나는 김사제 옆에다 주교를 거칠게 패대기쳤다.
“끄억!”
주교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낸다.
사제들이 벌 떼처럼 내게 항의했다.
“아무리 김 사제의 챔피언이라고 해도 주교님을 폭행하다니!”
“우리 교단을 우습게 본 것이 아니고서야!”
“수호자들은 뭘 하는 거냐? 주교님을 지켜라!”
하여간 이놈이고 저놈이고 입만 살아서는.
나는 주교의 머리채를 잡아서는 쭉 들어올렸다.
“이거 놔! 놓으란 말이다!”
주교가 몸부림을 치지만 옆구리를 한 대 때리자 조용해졌다.
수호자들이 가까이 오긴 했으나 제대로 행동하진 못했다.
내가 손만 가볍게 휘둘러도 주교가 죽어버릴 수가 있으니까.
“신성 모독한 새끼를 좀 팼기로서니, 그게 죄가 됩니까?”
“신성 모독?”
“그건 또 무슨 소리요?”
“할 말이 없으니 아무 말이나 지껄이나 본데, 우리를 너무 무시한 것······”
“사도 후보에게 감히 이단이니 어쩌니 지껄였으니 신성 모독이지요.”
“으응?”
“어?”
사도 후보.
생뚱맞게 등장한 단어에 다들 뇌 정지가 온 모양이다.
눈을 끔뻑거리고 입을 뻐꾸기처럼 헤 벌린다.
“사도 후보?”
“사도 후보라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의문에 찬 시선이 쏟아진다.
나는 가만히 김사제를 돌아보았다.
김사제의 눈이 흔들렸다.
주위를 돌아보고는 나를 보고 눈을 깜빡인 다음, 떨리는 손으로 자기를 가리켰다.
“저, 저요?”
“그래. 너. 네가 사도 후보다.”
“말도 안 돼요.”
“왜 말이 안 되는데?”
“우리 교단에 훌륭하신 분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 많은 분을 제치고 제가 사도 후보라뇨······ 말이 안 돼요.”
사실 김사제가 아니어도 괜찮다.
조건은 3레벨. 그리고 황금 섭취.
그중에서도 다른 교단과 관련 있는 황금 예술품을 삼킬 것.
게임 스토리 상 김사제가 그 조건에 맞았을 뿐이지.
나는 미리 준비한 황금 알갱이를 꺼냈다.
옛 아버지 교단의 미니어처 황금 신상을 녹여서 은단 크기로 만든 것이다.
‘옛 아버지 교단은 사제네 교단의 주적이지.’
3천 년 전 과거.
재물의 신은 교단 연합군에게 살해당했다.
1억 어치 황금으로 3레벨 사제를 찍어내는 교단이다.
그 시대에는 가치가 훨씬 컸겠지만, 다른 교단들 보기에 얼마나 눈꼴 시렸겠어.
교단 연합군 중 핵심이 옛 아버지 교단.
따라서 재물 교단의 사도 조건은 옛 아버지 교단과 관련된 황금 예술품을 먹는 것으로 완결된다.
내가 어제 김사제에게 괜히 황금 예술품 석 점을 먹여놓은 게 아니라고.
“먹어.”
“이, 이게 뭔데요?”
“먹으면 알아.”
김사제가 불안함에 눈을 떨면서도 순순히 황금 알갱이를 받았다.
그리고 섭식.
파파팟!
황금빛이 터진다.
더없이 화려하고 현란한 빛이, 신성광이 움트듯 제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이런! 결계! 결계를 쳐!”
“결계! 빨리!”
“기적이다!”
레벨 업?
아니다.
4레벨이 되려면 황금을 쌓고 쌓아야 한다.
이건 사도 특성 개화였다.
이름마저 잊힌 신이 드디어 외부와의 소통 창구를 개척하고 단말을 내려보내는 것.
사제들이 안간힘을 쓰며 결계를 만들었다.
수호자와 덩치들은 무릎 꿇고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주교는 넋이 나간 것처럼 한마디만을 되뇌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나는 여전히 주교를 제압한 채 김사제의 전직 장면을 구경했다.
어제 미리 전직시키지 않은 이유?
이놈 때문이다.
멍청하고 무능력한 주제에 욕심 많고 질투심 많기로는 빌런 캐릭터 중에서도 원탑이거든.
살려놓으면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존재.
그래서 일부러 전직 조건 완료 직전에 멈췄고, 주교직만 인정받는 척 편지를 쓰게 했지.
금빛 폭발.
그렇게 표현해야 할 시간이 지나갔다.
드디어 김사제가 눈을 떴다.
“아······”
눈에서는 성광이 빛나고 머리 뒤에서는 후광이 회전한다.
“헤일로다.”
“헤일로야.”
사제들이 감탄하며 김사제 머리 뒤 후광을 주시했다.
만지면 만져질 것 같은 금속성 고리.
종교화에서 묘사되는 후광보다는 행성의 고리를 연상시켰다.
“어?”
김사제는 실제로 만져보기까지 했다.
“이거 어떻게 없애죠?”
“기도해.”
“기도하면 돼요? 어, 이런 거로 기도하면 신님이 화내지 않을까요?”
“3천 년 만에 얻은 사도한테 화를 낸다고? 절대 안 그러니까 나 믿고 기도해 봐.”
“어······ 그럴게요.”
김사제는 곧이곧대로 무릎 꿇고 기도를 올렸다.
그러자 눈에서 번쩍이던 성광도 머리 뒤에서 회전하던 빛의 고리도 언제 그랬냐 싶게 사라진다.
“돼, 됐어요!”
“그렇다니까.”
“제, 제가 진짜 사도 후보에요?”
“아니지.”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사도 예하시지.”
“어······”
혼란스러운 표정의 김사제.
내버려 두고, 아까 나한테 항의했던 사제들을 쏘아보았다.
“자, 정식으로 묻겠습니다.”
“무엇을······”
“사도 후보한테 이단이니 뭐니 한 새끼를 좀 팼기로서니, 그게 죄가 됩니까?”
아까와 똑같은 질문.
그러나 눈앞에서 기적을 목격한 이상 사제들이 할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니지요.”
“죄가 안 됩니다.”
“흠! 흠! 아까는 저희가 조금 성급했습니다. 김 사제가, 아니 사도 예하께서 사도 후보라는 생각은 전혀 못 해서······”
“허허. 알고 보니 대전사께서 김 사, 사도 예하의 챔피언이 아니라 우리 신님의 챔피언이셨나 봅니다.”
“암요, 암요.”
“그러니까 사도 예하께서 사도 예하이신 걸 알아보신 게지요.”
“우리에게 새로운 번제 방법도 가르쳐 주셨고요.”
“이분이야말로 우리 신님의 대리자 아닙니까?”
태세 전환하고는.
그리고 뭐? 신의 대리자?
이상하게 나를 엮으려고 하기 전에 새로운 화제를 꺼냈다.
“사제야. 니네 신한테 하나만 더 물어봐.”
“뭘요?”
“질투와 시기에 빠져서 같은 교단의 주교를 암살하고, 그 아들인 주교 후보는 크지 못하게 교묘하게 방해하고, 사도 후보를 이단으로 몰아붙여서 죽이려고 한 자를 어떻게 심판해야 하는지 말이야.”
“네?”
김사제는 못 알아들은 눈치.
그러나 사제들은, 또 수호자들은 얼굴을 심각하게 굳혔다.
내가 지칭한 주교가 누구인지 알아들었기 때문에.
“허······”
“설마 설마 했는데······”
“저게 진짜일까요?”
“신님께서 주시는 답을 들으면 알겠지요.”
김사제가 어리둥절 해하면서도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착한 녀석.
“어······ 죽이라고 하시는데요?”
“아, 안 돼!”
어리바리한 얼굴로 말하는 김사제.
최후를 직감하고 절규하는 주교.
망설이지 않았다.
근력 특성을 장착하고 양쪽 턱을 잡은 다음 그대로 돌려버렸다.
우드득!
소름 끼치는 뼈 소리.
주교의 몸이 축 늘어졌다.
사제와 수호자들이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김사제 혼자 놀라서 펄쩍 뛰었다.
“왜, 왜 이러시는 거예요! 주교님은 왜요!”
“신탁받았잖아. 이놈 죽이라고.”
“네?”
“니네 신이 죽이라고 했다고.”
신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화가 났겠어.
수천 년을 반정령 비슷한 상태로 존재하다가 겨우 제대로 된 공양을 받고 조금이나마 자아를 되찾았는데, 그걸 방해하려는 놈이 있네?
착한 신도 아니고 황금 밝히는 이기적인 신이니 당연히 치우려고 들겠지.
안 죽이고 놔뒀어도 신성력을 회수했을걸?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는 눈동자.
나는 김사제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몰라도 돼. 애는 공부나 열심히 해.”
“애 아니거든요?”
“고등학생이면 애지, 애. 아직 미짜잖아.”
어딜 미성년자 주제에 어른 행세를 하려고 해.
추악한 진실은 잠시 몰라도 좋다.
언젠가 김사제도 주교와 자신에게 얽힌 진실을 알게 되겠지.
그때야말로 김사제가 진정한 성인이 되는 날이 아닐까.
“아.”
김사제가 잠깐 멈칫했다.
“신님께서 레반트 지역으로 가라네요.”
“거기가 니네 교단 시작한 곳이잖아. 뭐라도 있나 보지.”
“네······ 고대 보물 창고 찾아서 거기 있는 황금 바치라고 하시네요. 힘이 부족하신가 봐요.”
“그럴 만하지.”
게임에서도 나오는 내용이다.
개인 퀘스트 완료 직후 김사제는 잠깐 파티를 이탈한다.
준수한 능력의 사도 직업이 되어 돌아오지. 레벨도 올라가고.
그런데 여기서는 좀 다른가 보다.
“그······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그래? 할 수 없지. 공적인 일이잖아. 보물 창고 찾아서 번제도 잘 지내고 교단도 잘 추슬러. 쉬운 일은 아닐 거야.”
기왕이면 나도 성물 좀 챙겨주고.
말하는 것으로 봐선 신이 살아 있을 때 숨겨 놓은 보물 창고인 모양. 그때야말로 교단 전성기였으니 내용물도 어마어마하겠지.
김사제가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고마웠어요. 형! 형 아니었으면 저 정말 아무것도 못 했을 거예요. 아,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그럼.”
“신님께서 계속 재촉하셔서 저 지금 바로 출발해야 할 것 같아요. 의뢰비는 우편으로 보낼게요! 대한민국 지부에 형이 쓸 만한 게 있을지 모르겠네요. 며칠만 기다려주세요!”
“얼마든지 기다릴게.”
며칠도 걸리지 않았다.
겨우 다음날.
김제사 이름으로 커다란 택배 세 개가 배달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풀어헤쳤다.
첫 번째는 주교의 황금 지팡이.
내 전리품이었다.
‘이건 팔자.’
과연 몇억을 받을까?
아니, 몇억 수준이 아니지.
수십억도 가볍게 호가할 물건이다.
그리고 두 번째.
상자 속에 미려하고도 실용적인 검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아하하.”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R 성검]처음으로 얻은 R 등급 무기.
마검과 함께 모든 검사의 워너비, 성검.
이것 하나만으로도 김사제를 도와준 보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
세 번째 상자를 개봉한 후 성검 따윈 깡그리 잊게 되었다.
상자 속에서 빛나는 성물 한 점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