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57)
특성 쌓는 김전사-57화(57/300)
백소린 -4-
[흐어어어······]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
유령 집합체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반투명한 내부에서 흐릿한 빛이 새어나왔다.
그러기를 잠깐, 구멍 뚫린 풍선처럼 쪼그라들며 소멸해버렸다.
동시에 사라지는 냉기 영역.
기온이 삽시간에 정상으로 돌아가자 얼었던 몸도 금세 풀렸다.
“끄, 끝난 거예요?”
“그래.”
잠시 서서 승리를 만끽했다.
유령 집합체가 사라진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다.
대신 처음 나타났던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해골 손이 지면 위로 삐죽 나와 있고, 해골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이 발랄한 노래를 부른다.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곰 엄마곰 애기곰♪]백소린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저건 대체 뭐예요?”
“핵이지.”
“핵이요? 마력핵?”
“맞아.”
“핵이 왜 스마트폰에 붙어 있어요?”
“그럴 수도 있지. 유령들한텐 흔한 일이다. 그리고 핵이 안 됐으면 전원도 이미 꺼졌겠지.”
“아, 전기······”
스마트폰에 접근한다.
치지직!
허공에 마력 전기가 튀었지만 무시.
가볍게 뚫고 들어가 스마트폰을 내려다보았다.
화면 잠금 상태인 스마트폰.
환하게 켜진 배경 화면에 한 꼬마가 귀엽게 율동하고 있다.
모르는 얼굴이다.
특별히 귀엽거나 예쁘지도 않다.
그냥 평범한 어린아이.
아마도······
여기 묻힌 인부 중 하나의 딸이겠지.
인부는 딸을 그리며 천천히 죽어갔을 것이다.
화면 속 딸을 보면서.
몸이 얼어붙고 숨통이 끊어졌겠지.
그 원념이, 한이 스마트폰에 응결되어 마력핵으로 변질되었고.
‘정말이지 좆 같은 세상이야.’
파직!
추출 특성을 장착하고 사용했다.
스마트폰이 쪼개지면서 결합되어 있던 마력핵이 나온다.
3레벨 마력핵.
거의 주먹 크기.
납작한 스마트폰에서 튀어나왔다고 하기엔 크기가 안 맞지만, 마력핵은 가끔 이렇게 현실을 왜곡하는 경우가 있다.
“마력핵이었네요······”
“그렇다고 했잖아.”
“진짜 마력핵은 처음 봐요!”
“앞으로는 지겹게 보게 될 거다.”
보스전을 승리했으니 보상을 받을 시간이다.
아까부터 보이던 냉동 창고로 움직였다.
살짝 열린 철문을 통해 냉기가 쏟아진다.
문에 손을 대자 손이 어는 것 같지만 물 저항을 장착하자 금방 괜찮아졌다.
“여긴 왜요?”
“생각해 봐라. 봉인 상태가 너무 허술하지 않았냐?”
“어······ 그렇긴 해요. 벽 하나 뚫으면 바로 금역이었으니까요.”
“아무리 돈에 눈이 멀었어도 이렇게 어설프게 덮어놓진 않았겠지. 그러다 금역 폭로되면 갤럭시몰도 타격이 커.”
“그럼요?”
“처음에는 이 정도 규모가 아니었던 거지. 그냥 작은 구덩이 수준이었을 거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증식한 거고.”
“금역이 커지기도 해요?”
“대개는 안 그렇지. 대개는.”
냉동 창고를 헤집는다.
대부분이 잡동사니.
공사하고 남은 쓰레기를 여기 쏟아부은 모양이었다.
어차피 묻을 거, 쓰레기 처리 비용도 좀 아끼자는 생각에서였겠지.
[탐지][보물찾기]푸른 점들이 무수히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유독 밝게 타오르는 점 두 개.
“소린아. 저기 좀 파 봐라.”
“네? 쓰레기를요?”
“어. 빨리.”
“네, 네.”
내가 직접 손을 쓸 필요는 없지.
백소린은 불평하지 않고 시원스레 땅을 팠다.
처음에는 검을 쓰려고 하기에 야삽을 골프백에서 꺼내 줬다.
“그거 무슨 아공간 주머니에요? 뭐가 끝없이 나오네요.”
“아공간 주머니는 무슨. 골프백이 원래 용량이 커.”
“총도 들고 다니시고, 물에다 전투식량에 야삽도······ 정말 전쟁하러 다니세요?”
“가끔 전쟁하긴 했지.”
백소린이 땅을 판다.
내가 지시하는 대로 열심히 파헤친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점 두 개.
마침내 마지막 삽질이 푸른 점을 떠내고, 보물 두 점이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냈다.
스아아아.
흐으으으.
암울하고 차가운 기운이 차올라 냉동 창고를 채웠다.
어둑한 힘을 뿌리는 검은 별이 하나.
허연 냉기를 뿜는 가시투성이 별이 하나.
백소린이 몸을 떨며 물러났다.
“저, 저게 뭐예요?”
“결정체다.”
“결정체요? 처음 들어요.”
“그럴 거다. 흔한 물건은 아니니까.”
기원은 모른다.
아케인 서울에서는 그냥 ‘결정체’라 부르는 재료 혹은 교환권.
잊힌 신의 육체 일부라는 설도 있고 고대의 마법사가 소환한 이계의 파편이라는 설, 속성 마력이 응집되어 변형된 물건이라는 설 등 주장이 분분했다.
‘이게 하급이구나.’
이 결정체를 쓰면 3레벨에서 5레벨까지 쓰기 좋은 특성이나 무구를 받을 수 있다.
뭘 받을지도 정해 놓았다.
나는 골프백에서 조그만 마법 상자를 꺼내서 두 결정체를 잘 갈무리했다.
“다 끝난 거죠?”
“고생했다.”
“으아아! 끝났다!”
백소린이 길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더니 내 손을 잡고는 기운 좋게 잡아끌었다.
“얼른 가요! 으,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어딜 가?”
“네? 끝났다면서요?”
“본편은 끝났지만 마무리는 해야지. 여기 그냥 놔두고 갈 거냐.”
“어······ 설마 정화하시게요?”
“그래야지.”
“돈이 엄청나게 든다면서요!”
“일반적인 정화 방법과는 조금 달라. 편법을 쓸 거다.”
정화가 아니라 파괴라고 해야겠지.
특수한 상황에서만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위험하기도 하고.
쇼핑몰 금역의 보스, 유령 집합체는 소멸했고 핵이 되던 결정체도 내가 갈무리했다.
금열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 원념 마력 왜곡 중 두 가지가 소멸한 것.
따라서 금역은 이미 붕괴하는 중이다.
속도가 아주 느린 까닭에 나도 백소린도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골프백에서 주섬주섬 물건을 꺼냈다.
TNT를 닮은 마력 폭탄.
붕괴 중인 금역에 치명타를 가할 물건이었다.
거의 수십 개를 꺼내서 지하 공동에 차곡차곡 쌓자 백소린이 질린 얼굴을 했다.
“진짜 전쟁하러 오셨어요?”
“신경 쓰지 말고 뛸 준비나 해.”
“뛰어요? 왜요?”
“이거 터뜨리면 금역이 붕괴하거든. 공간 왜곡에 휘말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네? 시한폭탄 만들면 되는 거 아니에요? 아니면 원격으로 터뜨려도 되고요!”
“이거 하급품이라 공기 노출되면 1시간 내로 상해. 불발탄 되니까 그전에 터뜨려야지.”
스마트폰을 조작했다.
내가 원격 신관을 설치하고 도화선을 연결하느라 걸린 시간만 거의 10분.
제작, 개조, 수리, 함정 특성을 총동원해도 그랬다.
“뛰어!”
“엄마야!”
남은 시간은 45분 남짓.
백소린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갔다.
빠르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가속 특성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라고 질 수 없지.
신속과 질주를 함께 사용하여 백소린을 단숨에 따라잡았다.
“더 빨리 달려! 늦으면 죽는다!”
“아, 안 돼요!”
“먼저 간다!”
“같이 가요!”
가뿐히 백소린을 추월한다.
쓰는 특성도 마력도 훨씬 위.
거리를 벌리자 백소린이 이를 악물었다.
“으아아!”
나를 목표로 삼아 돌진하는 백소린.
슈아아,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리며 백소린이 급격히 커진다.
역시 괜찮은 전투 감각.
나는 머리를 한 번 주억거리곤 다리에 힘을 주었다.
쿠앙!
땅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거의 십여 미터 이상.
마침 천장이 높고, 통로가 거의 30도 각도로 기울어져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도약!
착지한 다음 뒤를 힐끔 보자, 백소린이 얼굴을 잔뜩 붉히는 것이 보였다.
“하압!”
백소린도 도약!
착지한 다음 다시 돌진하여 날 따라잡은 다음, 돌파하여 재끼려고 한다.
“그렇겐 안 되지.”
나는 에인헤랴르 연공법을 극한으로 발동했다.
아울러 마력심이 심장을 펌프질한다.
마력 혈맥을 통해 전신으로 퍼지는 마력.
마력 회로가 불에 덴 듯 뜨거워진다.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여기에 허리띠가 빛나면서 마력이 집중되어 내 의도에 따라 완벽히 움직인다.
타타탓!
내 속도가 거의 두 배는 빨라졌다.
돌진을 쓸 필요조차 없었다.
신속과 질주.
두 특성만으로도 가속, 돌진, 도약, 돌파를 섞어 쓰는 백소린을 압도할 수 있었다.
“반칙이에요! 반칙!”
“억울하면 너도 3레벨 되던가.”
“아 진짜.”
“화낼 기운 있으면 마력이라도 한 번 더 돌려. 먼저 간다.”
“같이 가요!”
얼마나 질주했을까.
거의 1층에 도달한 시점.
내가 쥐고 있던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울기 시작했다.
왜애애애앵!
나는 격발기를 들었다.
“10초 후 터뜨린다.”
“자, 잠깐만요! 아직 시간이······”
5분 정도 여유는 있다.
하지만 오차를 감안하면 5분 일찍 터뜨리는 게 맞았다.
“10, 9, 8, 7······”
카운트다운 시작.
백소린이 눈에 힘을 주었다.
이를 악물고 젖 먹던 힘까지 짜낸다.
아직이었다.
백소린에게는 여력이 남아 있다.
[천살성][불굴][돌진] [도약][가속][돌파]폭주 기관차는 생성되지도 않았다.
놔두면 저절로 터득하겠지만 지금 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나는 격발기를 누르며 고함을 질렀다.
“격발!”
딸깍.
작은 소리가 울렸다.
이어 아래쪽에서 둔중한 충격이 올라온다.
충격파가 세상을, 이 공간 왜곡된 작은 세상을 뒤흔들었다.
벽면이, 천장이, 바닥이 물결처럼 출렁인다.
평형 감각이 왜곡되면서 시야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서, 선생님!”
세계 붕괴의 전조.
백소린이 애타게 나를 불렀다.
나는 속도를 높이며 외쳤다.
“죽기 싫으면 달려!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으아아, 으아아!”
“1분 안에 못 나가면 죽는다!”
이건 나조차 위험하다.
백소린에게서 신경을 껐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달렸다.
한편으로는 주머니 안을 확인했다.
미리 골프백에서 꺼내놓은 공간 이동 마법칩.
만약 내 계산이 빗나간다면 이것이 나와 백소린의 목숨줄이 될 것이다.
수직으로 꺾이는 골목이 나왔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이대로 머리부터 처박을 상황.
“이이익!”
이를 악물고 몸을 튼다.
속도는 줄이지 않는다.
눈에 힘을 주어 커지는 벽면을 노려보다가, 사선을 그리며 벽을 향해 뛰어든다.
타탓, 탓!
벽면을 박차며 도약!
거의 수직으로 서다시피 하며 벽면을 질주한다.
다시 지면에 내려선 다음 또다시 질주.
몇 번이나 그렇게 수직 골목이 나왔다.
똑같은 방법으로 돌파하여 달렸다.
그러자 몸이 가벼워지고,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고도 원하는 방향으로 꺾을 수 있게 된다.
마치 관성을 무시하는 것처럼.
[기동] 특성 획득.사용 후 대기시간이 있어 난사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좋은 특성이다.
달리다 보니 말간 흰빛이 눈에 들어왔다.
저 앞쪽, 금역 출구를 통해 형광등 빛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더욱 속도를 높인다.
모든 힘을 투사한다.
어느덧 붕괴가 내 바로 뒤까지 쫓아왔다.
느껴진다.
모든 것이 허물어지는 게.
마력이 덧없이 소멸하고 세계가 분해되는 것이 선명하게 내 감각을 자극한다.
소리도 빛도 바람도 완전히 흩어지는 중.
목덜미가 뻐근하다.
당장이라도 따라잡힐 것 같은 감각.
우지끈!
소멸에 앞서 붕괴가 나를 앞질렀다.
대나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땅이 무너진다.
대지진을 목격한 것처럼 그어지는 균열.
삽시간에 출구가 멀어진다.
땅이 무너져 큰 덩이가 남고 나를 지저로, 허무의 공간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렇게는 안 되지!
마력을 다리에 모아 날아올랐다.
수십 미터를 가로질러 안정적으로 착지.
출구가 눈앞에 있었다.
“선생님!”
절규가 터진 것은 그때.
뒤를 돌아본다.
무너지는 땅덩이.
그 위로 뛰어오른 백소린.
그러나 부족하다.
갓 각성하여 마력이 적은 백소린으로서는, 똑같은 도약 특성을 사용해도 내 절반 정도밖에 뛰어넘지 못한 것.
눈과 눈이 마주친다.
세상이 정지한다.
무너지는 세계, 소멸하는 공간 속에서.
백소린이 절망에 찬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발밑에는 아무것도 없다. 도약을 쓰려면 필수적인 디딤대가 없다.
그러나 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
도와주지 않았다.
주머니 속에 손을 넣은 채, 마법칩을 움켜쥔 채.
그저 믿는다는 눈빛을 보냈을 뿐.
‘너는 가능해.’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천살성이니까.
단순히 피와 살육에서 경험치를 얻는 괴물이 아니라, 끝없는 전투와 위기 속에서 성장하는 신화적 재능의 소유자니까!
백소린의 눈이 꿈틀거린다.
절망에 차 있던 눈빛이 바뀐다.
활화산 같은 의지가 얼굴 가득 번진다.
잃어버린 검 대신 두 주먹을 꽉 쥔다.
공중에서 자세를 취하는 백소린.
돌진, 도약, 가속, 돌파 네 특성이 엉겨붙는다.
천살성의 일부가 영향을 미친다.
그리하여 탄생하는 세 번째 특성.
[폭주 기관차]“우아아!”
백소린이 고함을 지른다.
기차 화통 삶아 먹은 듯 우렁우렁한 목청이다.
전신에서 증기가 뿜어진다.
어느새 붉게 변한 피부.
몸이 스르륵 미끄러진다.
성난 황소가 되어 나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린다.
돌진.
그냥 돌진도 아니고 공중 돌진.
단순한 돌진 특성만으로는 불가능하고, 폭주 기관차나 대공습 등 상위 특성이 있어야 사용 가능한 그것.
들이받으려 달려드는 백소린을 꽉 끌어안았다.
둔중한 충격이 가슴을 쳤지만 견딜 만했다.
그 힘을 그대로 이용하여 몸을 날린다.
출구를 통과하여 밖으로 나가기 무섭게 금역이 붕괴했다.
솨아아.
폭발음은 없었다.
진동도 전달되지 않았다.
다만 흐릿한 바람 소리가 슬며시 귀를 적셨을 뿐.
유령이 흘린 눈물 한 방울처럼 쓸쓸하고 막막하게.
완전히 소멸한 금역.
그 속에서 피어난다.
구사일생 특성이.
전사 계열 3대장 캐릭터 최후의 조각이.
[SSR 백소린]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