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72)
특성 쌓는 김전사-72화(72/300)
태양 마탑 -4-
“으아아아! 안 돼!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스승님! 도와주세요!”
선임 마법사가 짐승처럼 끌려갔다.
나는 가만히 선임 마법사를 지켜보았다.
“의외네요.”
“뭐가 말입니까?”
“솔직히 저는 박 마법사가 근신 처분 정도 받고 끝날 줄 알았습니다.”
선임 마법사, 박형주에 대해서는 최 소장에게 들었다.
태양 마탑 아홉 장로 중 한 명의 제자라고.
사적으로도 외조카라던가?
그래서 그 개판을 치고도 여태 잘 붙어 있던 거지.
이번에도 자기 배경을 믿고 망나니짓을 했고.
책임 마법사가 엄격한 표정을 지었다.
“외부에서 우리 마탑을 어떻게 보는지는 압니다만, 우리 마탑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조직이 아닙니다.”
“그건 알죠. 어설픈 조직이 천년 넘게 살아 있을 리가 없잖아요. 태양 마탑은 삼국 시대부터 있었다면서요.”
“허허, 잘 알고 계십니다그려. 예, 맞습니다. 그리고 우리 마탑이 그 오랜 기간 살아남은 것은 엄격한 규율과 오직 진리를 추구한다는 신념 때문이었지요. 아무리 실력이 있다 한들, 장로의 혈족이라 한들 선을 넘은 자는 가차 없이 쳐냈습니다.”
“선을 넘었다······”
“그동안 박 마법사가 경징계만 받은 것은 어디까지나 마탑 내에서 사고를 쳤기 때문입니다. 조 장로가 고생 많이 했지요. 하지만 마탑 내 기밀을 외부에 팔아먹고, 자기 권한을 남용해서 제가 초빙한 초인님을 욕보이려 들다니요? 조 장로가 아니었으면, 추방이 아니라 파문당하고도 남았을 짓입니다.”
책임 마법사는 여러모로 시원하다는 얼굴이다.
얼마나 깽판을 쳤으면 저래?
나는 슬며시 성검 손잡이를 쓰다듬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 녀석을 저놈 배때기에 박아주지 못한 것.
“추방당하면 어떻게 됩니까?”
“뇌에 마법 낙인을 찍고 더는 새로운 마법을 배우지 못하게 만듭니다. 제자를 들이는 것도 불가능하지요.”
“마법사 생명이 끝나는 거네요.”
“파문보다는 낫습니다. 파문은 척추와 전신 신경계 마력 회로를 완전히 제거합니다. 사람 하나 폐인되는 건 순식간이지요. 추방은 어쨌든 지금까지 익힌 마법을 쓸 수는 있습니다.”
무협식으로 얘기하면 단전 파괴에 사지근맥 절단.
“쌓인 게 많으셨나 봅니다.”
“조 장로가 오냐오냐한 게 잘못이지요. 마법 교육과 마력 훈련만큼 중요한 게 인성 교육입니다.”
마법사는 옷만 한 벌 달랑 걸치고 쫓겨났다.
책임 마법사가 내게 속삭이듯 말했다.
“탑주님께서는 저놈 뒤에 재벌 하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재벌이요?”
“예. 요즘 우리 마탑이 조용히 마법 연구만 하다 보니 졸부놈이 우릴 만만하게 본 모양인데 저놈 가는 거 추적해서 아주 본때를 보여줄 작정입니다.”
내가 모르는 뒷사정이 있는 모양.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책임 마법사가 내게 작은 상자를 건넸다.
“그리고 초인님. 부족하지만 이번 일에 대한 심심한 사과의 선물입니다.”
한 손에 들어올 크기의 나무 상자.
즉석에서 열어보았다.
황금색 물약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엘릭서.
게임에서는 피 1만 있어도, 어떤 상태 이상에 빠져도 단번에 회복시키는 기적의 물약이다.
이 세상에서도 마찬가지.
목이 잘려도 심장이 부서져도 뇌파만 정지하지만 않았다면 살려낼 수 있는 보물 중의 보물.
그야말로 여벌의 목숨.
나는 기쁘게 선물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생명을 선물로 주셨네요.”
“어흠! 개인의 일탈이라고는 하나 마탑 일원이 마탑 내에서 사고를 쳤으니 당연한 대가이지요.”
책임 마법사가 내게 은근한 눈빛을 보냈다.
일 크게 만들지 말자는 뜻.
그건 나도 동감이다.
태양 마탑이 오리발을 내밀었으면 모를까 성의를 보여줬으니 더더욱.
아쉬운 점은 보상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나는 엘릭서보다는 태양불꽃을 원했다고.
‘태양불꽃을 달라고 해볼까?’
안타깝지만 불가능하다.
태양불꽃은 태양 마탑의 간판 마법이니까.
짧은 시전 시간, 준수한 마력 소모, 막강한 화력.
유구한 역사 속, 태양 마탑이 개발한 마법 중에서도 손꼽히는 상위권 마법.
“한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
“말씀해 보시지요.”
“예전부터 제 소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4대 마탑의 4대 마법을 겪어 보는 겁니다.”
“음? 4대 마법을요?”
“예.”
책임 마법사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양불꽃의 설계자였으니까.
완성은 마탑주가 직접 했지만.
“초인님은 아직 3레벨 아닙니까. 제가 초인님을 경시해서가 아니라, 3레벨 초인은 태양불꽃을 아주 잠깐도 버티지 못합니다. 1초만 노출돼도 타죽고 맙니다. 나중에, 5레벨 정도 되셔서 다시 오시면 어떻습니까? 이번 일도 있고 연구 일도 있고 하니, 태양불꽃을 겪는 정도는 제 직권으로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5레벨이 되어서?
나쁘지 않다.
어차피 지고화를 조합해도 마력 소모 때문에 5레벨이 된 다음에나 쓸 수 있으니.
하지만 말이다.
지금 얻을 방법이 있는데 왜 굳이 그때까지 기다려야 해?
조곤조곤 설득에 들어갔다.
“마법사님도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마법 방어에 강점이 있습니다.”
“음······ 봤습니다. 훈련 시설 로그를 보니 마법 저항 초능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방어 능력을 보여주셨지요. 아, 이 자료는 기밀이니 밖으로 유출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 정도는 알지요. 이번에 보여주신 공평한 처리만으로도 믿음이 갑니다. 어쨌든 제가 완벽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는 태양불꽃을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략 30초 정도?”
“허허허, 30초라니요. 5레벨 초인도 그렇게는 못 합니다.”
“마법 방어 능력만 한해서 그렇습니다. 흑염 때문이기도 하고요.”
“오호. 흑염······”
“아시잖습니까? 화염 속성 마법 상대로 흑염이 어떤 능력을 보여주는지. 마법사님도 직접 보신 적은 없으시겠습니다만.”
꿀꺽.
책임 마법사가 마른침을 삼켰다.
흑염의 능력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상대의 모든 마력을 불태우며 고통을 주는 것으로.
당연히 화염 마법도 잡아먹는다.
그렇다면 말이다.
태양불꽃 같은 상위 마법을 상대로 하면 어떨까?
잡아먹을까?
아니면 잡아먹힐까?
책임 마법사의 눈이 번뜩였다.
태양불꽃의 설계자로서 호승심이 드나 보다.
흑염에 대한 호기심도 한몫했고.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흑염 자료를 얻을 수 있으니 저흰 좋습니다만 초인님 신상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보고 놀라지나 마세요.”
“으허허, 그렇게 자신 있으십니까? 자그마치 태양불꽃인데요.”
“흑염이 있으니까요.”
“그러시다면야 탑주님 허가를 받아오겠습니다. 제가 직접 조작할 테니 불상사는 없을 겁니다. 부디 최대한 오래 버텨주시기 바랍니다.”
책임 마법사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탑주와는 사형제 사이라 그럴까?
금방 허가가 떨어졌다.
태양 마탑 연구부에서도 가장 내밀한 곳.
아무것도 없이 텅 빈 실험실.
대포를 연상시키는 원통형 구조물이 내게 겨눠졌다.
실험실 바깥에는 참관인들이 바글바글하다.
그중에는 내가 아케인 서울에서 수만 번은 봤던 태양 마탑주도 있었다.
마탑주의 눈에 어린 흥미를 읽고, 나는 길게 심호흡을 했다.
‘태양불꽃을 얻는 방법은 세 가지.’
첫째, 마탑주의 제자로 들어가는 것.
둘째, 마탑주를 일대일 결투로 꺾고 굴복시키는 것.
둘 다 나에겐 불가능한 방법이다.
마법사 계열 초인에게만 가능한 경로였으니까.
마지막 세 번째.
태양 마탑의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것.
그리고 히든 퀘스트는 마탑주의 호감도를 일정 이상으로 올려야 개방된다.
[시작하겠습니다.]원통형 구조물이 나를 겨눈다.
그 끝에는 태양을 연상시키는 금빛 구체가 매달려 있다.
과아아아아.
마력 집중진이 마력을 공급한다.
공기가 빨려 들어가며 와류를 형성한다.
기이한 진동이 공간을 뒤흔든다.
마력 파장이 진중하게 퍼지며 내 감각을 억누른다.
준비만으로도 사위를 짓누르는 위력.
책임 마법사가 마이크로 외쳤다.
[태양불꽃, 15초간 사출합니다!]딸깍, 불이 들어왔다.
잠시 정적.
이내 세상이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콰콰콰콰.
화염이 쏟아진다.
세계를 태우고도 남을 불길이다.
불꽃이 닿지도 않았는데 피부가 쓰라리다.
본능적인 공포가 뇌를 마비시킨다.
하지만 나는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
[마법 저항][화염 저항][흑염] [마력 방어막][인내][결의]여기에 내 방호복 하의에 부여된 [극기].
모든 능력을 발현하며 태양불꽃에 맞섰다.
눈을 부릅뜨고 황금색 불길을 노려본다.
아울러 마력 방어막 전개.
섬세하게 주의를 기울였다.
정신을 집중하여 오로지 내 몸에, 방호복과 결합하듯이 펼쳤다.
원래는 구체 형태로 전개되어야 할 마력 방어막.
여태 무수히 많이 쓰고, 또 실전에서 그렇게 활용한 보람이 있었다.
방호복의 유려한 표면을 따라 방어막이 흐르듯 완성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방어막은 차라리 어떤 물체를 닮았다.
방호복을.
혹은 갑옷을.
[마력 갑옷].아쉽지만 내 마력량으로는 마력 갑옷을 유지하기 어렵다.
특성 획득으로 만족하고 마력 방어막을 그대로 사용.
마침내 태양불꽃이 나를 덮쳤다.
‘으으으으윽!’
비명을 지를 뻔했다.
방어막으로 막아도, 마법 저항과 화염 저항으로 견뎌도 이 정도라니!
뇌리가 새하얗게 변한다.
신열을 온몸으로 겪던 때와 같다.
어떻게 보면 더 힘들었다.
신열을 강제로 정신을 현실에 고정시켰지만, 태양불꽃은 정신줄조차 태워버릴 만큼 강력했으니까!
‘괜찮아. 버틸 수 있어.’
아랫입술을 깨물며 견뎠다.
혀를 몇 번이나 짓씹으며 겨우 정신을 다잡았다.
핏발 선 눈으로 정면만 노려본다.
흑염이 번지는 것이 보인다.
꾸물꾸물 턱없이 느린 속도지만, 굼벵이 솔잎 갉아먹듯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어쩌면 이거······
[15초 경과! 태양불꽃 사출 중단합니다!]벌써 15초가 지났어?
황금색 빛이 뚝 끊어졌다.
하도 강한 빛을 정면에서 봐서일까?
눈이 흐리고 아팠다.
본능적으로 눈을 비비던 때, 갑자기 바깥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저, 저럴 수가!”
“태양불꽃이!”
“3레벨이라고요? 저 초인이? 6레벨이 아니고요?”
“3레벨 주제에 어떻게!”
“마력 공급이 제대로 안 된 것 아닙니까?”
왜들 저러지?
나는 내 상태부터 먼저 확인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다.
노출된 얼굴 피부도 손도 멀쩡했다.
다만 방호복 표면이 조금 녹아서 눌어붙어 있었다.
조금 자랐던 머리카락도 모조리 타 버렸고.
이 정도면 태양불꽃에 15초나 노출된 것 치곤 굉장히 선방한 거다.
흑염의 영향이 컸다.
태양불꽃이 아니라 다른 마탑의 간판 마법이었으면 여기서 끝나진 않았겠지.
누군가 탄식하듯 흘리는 말이 내 귀에 꽂혔다.
“지극화 개발을 서둘러야겠습니다.”
이게 그거냐?
나비효과?
어쩌면 지극화는, 지극화를 고유 특성으로 가진 캐릭터는 내가 알던 것보다 더 빠르게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참관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몇 명만 빼고.
낯익은 노인이 사람들을 거느리고 다가왔다.
“대단히 인상 깊었네. 김 초인.”
머리를 까맣게 염색한 노인.
정장에 넥타이 차림.
누가 보면 대기업 회장님 같은 풍모.
태양 마탑주.
나는 정중히 허리를 굽혔다.
“영광입니다, 마탑주님.”
“나를 아나?”
“대한민국 사람 중에 마탑주님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4대 세력.
군단, 재벌, 마탑, 교단.
그 안에서도 강중약이 있다.
태양 마탑은 명백히 강에 속하는 세력.
특히 마탑주는 대한민국에 5명밖에 없는 8레벨 캐릭터 중의 하나다.
그 성녀와 동급의 괴물이라고.
‘미리 특성을 전환해 놓길 잘했지.’
혹시 성녀처럼 내 특성 전환을 알아볼지 모르는 일이니.
마탑주가 빙그레 웃었다.
“허허, 말을 참 잘하는구려. 김 초인, 이 늙은이에게 잠시 시간을 내어주겠나? 차 한 잔 대접해 드리리다.”
“영광입니다. 염치없지만 한 잔 얻어 마시겠습니다.”
마탑주를 따라나섰다.
유독 날 표독하게 쏘아보는 할머니 마법사가 있었으나 무시.
게임에서도 악역이었던 인간이니 여기서도 비슷하겠지.
마탑주가 날 데려간 곳은 마탑에서도 가장 높은 곳.
본인의 집무실이었다.
“굉장하네요.”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던 것과는 박력이 다르다.
바닥은 지상.
분명히 마탑 고도가 이 정도로 높지 않은데 서울과 부산, 심지어 백두산과 한라산이 한 시야에 담겼다.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광경.
반대로 천장은 우주였다.
태양을 보면 태양이 내게 확 다가와 그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고, 달을 보면 곰보투성이 얼굴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된다.
말이 안 되는 소리를 마법적으로 구현한 장소.
그곳이 마탑주의 집무실.
마탑주가 소탈하게 웃고는 직접 커피를 내려 내게 건넸다.
“드시구려. 그럭저럭 마실 만할 거요.”
“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나는 커피에 대해 잘 모른다.
솔직히 말해서 커피믹스가 가장 맛있다고.
하지만 향을 한 번 맡는 순간 몸이 이완되고 정신이 맑아지는 게 좋은 원두라는 사실만은 확실했다.
“좋네요.”
“후후, 이 늙은이의 유일한 취미라네.”
커피향이 침묵 위로 아른아른 피어올랐다.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나도, 마탑주도.
그러다 마탑주가 침묵을 깨트렸다.
“오늘 일은 매우 인상 깊었네. 아무리 흑염이라 한들 태양불꽃을 그리 효과적으로 분쇄할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 왜 유 마법사가 그리도 김 초인의 역성을 들었는지 알겠더군.”
“과찬이십니다.”
“지극화 개발은 우리 마탑의 숙원이라네. 하지만 지극화 개발만큼이나 숙원인 사업이 또 하나 있지.”
마탑주가 가만히 마력 파장을 뿜었다.
집무실 쪽문이 열리고 20대 초반 남자가 들어왔다.
“할아버지. 부르셨습니까?”
대나무처럼 비쩍 마르고 뿔테 안경을 쓴 남자.
누군지 안다. 모를 수가 없지.
저 얼굴을 스마트폰 화면에서 얼마나 많이 봤는데.
아케인 서울의 튜토리얼 캐릭터 중 하나.
튜토리얼 캐릭터 중에서는 유일한 금수저.
김마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