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73)
특성 쌓는 김전사-73화(73/300)
화염 쌓는 김마법 -1-
화염 쌓는 김마법
“인사하거라. 3레벨 초인 김전사 씨다.”
김마법이 입을 살짝 벌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전사······ 초인님? 김마법이라고 합니다.”
호기심과 놀라움이 뒤섞인 눈초리.
신기한 동물 보는 듯한 표정이다.
김마법은 눈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어떻게 사람 이름이 김전사?
얌마, 너도 만만치 않거든.
어떻게 사람 이름이 김마법이냐?
“반갑습니다. 김마법 씨. 김전사입니다.”
“편하게 대해주세요. 전 일개 견습 마법사입니다. 이제 겨우 1레벨이에요.”
“그래도 태양 마탑의 일원 아니십니까. 마탑주님 손자분이시면 언젠가 고레벨로 날아오르시겠지요.”
“그게······”
난처하다는 듯 흐리게 웃는 김마법.
마탑주가 혀를 끌끌 찼다.
“바로 그게 문제라네. 우리 마탑의 숙원이지.”
“예?”
사실 나는 제반 사정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도 모르는 척해야 하는 법.
마탑주가 알아서 설명을 시작했다.
“이놈은 마법사가 되기엔 너무 멍청해. 어떻게 1레벨로 각성은 시켰는데 도저히 그 위로 나아갈 수가 없어. 잠재력만 따지면 5레벨까지는 충분하다고 나오는데 머리가 딸려서 1레벨에 멈추게 한 할아비의 심정을 아나?”
문제는 이거다.
지능.
튜토리얼 캐릭터답게, 태생 N급 캐릭터답게 김마법은 나사 하나가 빠져 있다.
힘, 민첩, 체력, 지능, 정신, 마력 6대 능력치 중 지능이 다른 마법사들보다 낮은 것.
시작 특성은 [마력탄].
태양 마탑 출신인데도 [화염구]가 아니다.
그나마 학원 보내서 [마법] 특성을 장착하거나 개인 퀘스트를 완료해서 전직시켜야 쓸만해진다.
김전사가 시작 특성이 없고 능력치가 전반적으로 낮다는 것을 생각하면 비슷한 처지.
내가 괜히 처음 근린 공원에서 훈련하면서 헥헥거린 게 아니라는 뜻이다.
“머리가 안 좋다고요? 설마요. 똑똑해 보이시는데요.”
“할아버지 기대가 너무 높으셔서 그렇습니다.”
김마법이 내게 하소연하고 나섰다.
“제가 이래 뵈도 서울대 경영학과 다닙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마음에 안 들어하시니······”
“떽! 마법 학과에 입학했어야지 문과 선택한 놈이 말이 많다! 최소한 의예과나 물리학과 갔으면 내가 이러지도 않아! 원 참, 애비 애미가 둘 다 마법사인데 도대체 누굴 닮았는지 원.”
“할아버지 닮아서 그렇다니까요?”
“그랬으면 욘석아, 전교 1등이 아니라 전국 1등을 했겠지!”
대충 상황을 알겠다.
수포자라 이거지.
마법사인데 수학을 못 한다?
이것만큼 치명적인 게 없다.
게임에서 낮은 지능이 여기서는 이런 식으로 적용된 모양.
흥미진진하게 조손의 입씨름을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마법 씨가 수학을 못 하는 게 문제입니까?”
“그래! 이놈 아주 문과 머리라니까? 얼마 전에는 뭐, 웹소설 쓰겠다고 야단을 피워서 내 속을 썩게 만들었어.”
“할아버지도 젊을 때 시 쓰셨다면서요!”
“그거야 잠깐 취미 생활 즐긴 거지. 너도 취미로 해라. 안 말리마. 대신 초인 레벨부터 5레벨까진 올리고.”
“마법이 머리에 안 들어오는 걸 어떻게 해요?”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 요놈아!”
“언제는 머리가 문제라면서요!”
“요놈이?”
마탑주가 과장되게 팔을 들자 김마법이 머리를 감싸는 시늉을 했다.
사이좋은 조손이네.
내가 빙긋 웃자 마탑주가 헛기침을 했다.
“험, 험, 손님 앞에서 못 볼 꼴을 보였군.”
“아닙니다. 사이 좋으셔서 부럽습니다.”
“내 손주라곤 요 녀석밖에 없거든. 다른 놈들은 손자 손녀 많이도 낳아놨는데 난 이놈뿐이야. 내가 유일하게 부러운 게 그거라네. 아들놈이 힘을 좀 썼어야 했는데······ 에잉!”
“많이 낳는 것이 중요합니까? 얼마나 번듯하게 키우냐가 중요하죠. 서울대 경영 다닐 정도면 대한민국에서 0.1% 아닙니까.”
“끄응! 그건 아무래도 좋아. 그래도 어엿한 마법사로 성장하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되니 문제야. 재능은 솔직히 말해서 부족하지 않아. 우리 마탑과 동떨어져서 문제지.”
드디어 본론이 나온다.
마탑주가 커피를 원샷 때리고는 푸념하듯이 말했다.
“다른 마탑도 그렇지만 우리 마탑은 좀 심한 감이 있다네. 마법 구현에 대단히 정밀한 수학적 계산이 필요하다는 거지. 공식 계산에 실수하면 마법이 역류하거나 터져서 마법사를 병신 만들기 십상이야.”
“아티팩트나 마법 정령, 컴퓨터 의체의 도움을 받으면요? 하다못해 단말기만 삽입해도 되지 않습니까.”
“한계가 있으니까. 3, 4레벨까지는 자네가 말한 것들을 이용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 5레벨부터가 문제야. 적당히 넘긴 레벨의 벽이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어 앞을 가로막을 걸세. 넥타르나 암브로시아를 써도 소용없을 정도야. 할애비 입장에서 손자의 미래를 팔아 현재를 사줄 수는 없지.”
“하긴 그렇겠습니다. 그럼 말입니다. 수학적 계산이 필요 없는 마법을 가르치면 어떨까요?”
바로 정답을 짚었다.
마탑주도 머리를 끄덕였다.
“바로 그게 우리 마탑이 생각한 해결책이었다네. 사실 잠재력은 있는데 머리가 딸려서 마법사가 못 되는 녀석들이 꽤 있거든. 내 사촌형님도 결국 전향해서 사제가 되었고.”
어딜 가나 있을 법한 문제다.
마법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치는 지능, 마력, 체력.
마법사 가문에서 태어났는데 문과 머리다?
그만큼 비참한 게 없지.
초인이 되더라도 마법사는 되지 못할 테니.
“태양 마탑이면 역사가 긴 만큼 오래 연구했을 것 같은데 왜 아직도 숙원으로 남아 있는 겁니까?”
“우리 마탑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룬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네. 조선 시대, 아니 일제 강점기까지만 해도 개인이 모자란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갔어. 개인의 개성을 인정한 것은 세계대전 이후일세.”
“그렇습니까······”
조선시대 양반들이 유교 경전만 파던 것과 비슷한 모양.
“연구는 했지만 결과가 지지부진한 것도 문제일세. 일단 마력 회로 몇 개 개발은 했어. 그런데 파괴력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네. 아니, 3레벨 마력 회로가 그냥 불 좀 일으키고 끝나면 어쩌자는 건가? 이래서야 마법사라고 할 수가 없지. 마검사 마력 회로로는 괜찮지만 이 비리비리한 몸을 보게. 어디 전사 계열 초인으로 써먹을 수 있는 몸인가?”
김마법을 한 번 보았다.
확실히 호리호리하고 근육 하나 없는 몸이다.
학자나 마법사는 할망정 마검사는 절대로 불가능한 육체.
“마탑주님께서 고심하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저는 전사입니다. 마법사용 마력 회로 개발에 크게 도움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이래 뵈도 내가 한 마탑의 수장이다 보니 들은 게 좀 있다네.”
마탑주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서 대표네 아들을 치료한 게 자네라면서?”
“알고 계셨습니까?”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지. 그리고 오늘 흑염을 내 눈으로 보기도 했고.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 걸세. 나도 마법사지만, 마법사들은 마법 만능주의에 빠져서 편협해질 때가 많거든. 지구 최고의 화염 능력 중 하나를 가진 자네라면 기똥찬 아이디어를 떠올릴지도 모르잖나?”
기대 섞인 눈빛.
물론 100%는 아니다.
기대보다 의구심이, 냉정한 관찰이 기저에 짙게 깔려 있었다.
그럼 파괴해드려야지.
이 퀘스트의 종막이, 태양 마탑의 숙원이 어떤 식으로 해소되는지 그 정답을 아주 잘 알고 있거든.
“정령을 활용하는 건 어떻습니까?”
“정령?”
“예. 인조 정령 말고 진짜 정령이요. 문제는 마법 영창 아닙니까. 수식 계산이 안 되어서 마법을 시전할 수 없는 거니까요. 그런 건 정령한테 맡기고 마력만 공급하면 되지요.”
“흠, 그건 불가하네.”
마탑주가 대놓고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신들이 죽고 정령계와의 문도 닫혔다네. 마도과학 혁명 이후에는 자연계에서 정령들을 도저히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 가끔 엄청난 정령 친화력을 타고난 자들이나 겨우 정령사가 되는 판국이야. 당장 이놈한테 정령 친화력이 눈곱만큼도 없는데 어떻게 정령사가 되겠나?”
“정령과 계약을 맺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정령을 활용하라고 말씀드렸지요.”
“정확히,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게.”
“태양 마탑의 마력 회로는 기본적으로 불과 열, 태양을 재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맞네.”
“그럼 불의 정령을 재현하지 못할 게 뭡니까?”
“으응?”
“마력 회로에 딱 하나의 마법만 새기는 겁니다. 물론 발현 형태나 강도는 조절할 수 있어야겠지요. 마력은 사용자가, 마법은 마력 회로가, 이렇게 분담하면 문과 머리 아니라 돌머리도 마법을 쓸 수 있습니다.”
“흠.”
마탑주가 잠시 고민에 잠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마법사가 아닌데?”
“마법사는 아니지요.”
“음······”
“선택은 마탑주님과 마법사님들 몫입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손자분을 마법 정령과 아티팩트 들이부어서 3레벨, 잘 풀려봐야 4레벨 마법사로 끝나게 만들겠습니까? 아니면 잘 교육시켜서 6레벨, 어쩌면 7레벨이 될 화염술사로 키우시겠습니까?”
화염술사!
마탑주는 그 단어에 팍 꽂힌 모양이었다.
김마법의 올바른 성장 방향이기도 하다.
넥타르 먹여가며 화염술사로 전직시키느니, 태생 R급 화염술사를 채용하는 게 훨씬 낫지만.
“화염술사, 화염술사라······”
마탑주가 네 글자 단어를 입속에서 굴려본다.
이내 입가에 흐뭇한 웃음이 번졌다.
화염술사도 어쨌든 마법사 계열 초인이니까.
그러나 곧 얼굴을 굳혔다.
“한 가지 문제가 있네.”
“뭡니까?”
“정령계와의 문이 닫혀서 불의 정령을 소환할 수가 없어.”
현재 세상에 알려진 정령사는 단 한 명.
그나마 물과 얼음의 정령사다.
고려조부터 태양 마탑이 보관하고 있던 정령화는 엄격히 말해서 불의 정령과는 다르다.
설마 나보고 정령계 문을 열어달라는 얘기는 아니지?
다행히도 나는 대안을 알고 있었다.
“정령수를 사용하시지요.”
“정령수? 신수 말인가?”
“예.”
“신수, 신수라······ 그렇지! 불사조가 있었어!”
마탑주가 자기 무릎을 내리쳤다.
“불사조를 잡아 심장과 혈맥, 신경계를 복제해서 마력 회로를 만들면······ 이건 되겠군! 아니, 아예 불사조 회로를 그냥 이식해도 되겠어! 화염술, 불사조 화염술이야! 으하하! 왜 내가 이걸 몰랐지? 역시 자네에게 조언을 구한 게 신의 한 수였어! 하하하! 세상에 이런 복덩이가 있다니!”
“으헉! 왜 이러십니까!”
“왜 이러긴! 이 좋은 날에 춤을 춰야지!”
마탑주가 날 잡아 일으키곤 막춤을 추었다.
근엄한 얼굴, 엄격한 정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흥겨움이었다.
여든 넘은 노인이 그러고 있으니 나도 가만히 있기 뭐하다.
어쩔 수 없이 같이 춤을 추었다.
삐뚤빼뚤 고장 난 나무 인형이 된 듯이.
김마법도 한숨을 폭폭 내쉬면서 합류했다.
알고 보니 마탑주가 기분 좋을 때면 남몰래 손자와 막춤을 추곤 했다는 모양.
“하하하!”
마탑주가 통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진작 전사를 초대해서 얘기를 나눠볼 걸 그랬어. 확실히 전사는 마법사와는 시각이 다르다니까. 에잉, 머리 굳은 할배 할매들끼리만 백 번 회의를 하면 뭐해. 항상 똑같은 얘기만 나오는데.”
사실 그렇진 않다.
결국 마탑주는 불사조를 잡아 그 심장과 혈맥, 신경계를 이식한다는 결론을 내리거든.
거기서 만들어지는 게 [불사조 화염술] 특성.
지극화와 태양불꽃 만큼은 아니어도 꽤 쓸 만하다.
마탑주가 웃다가 말고 정색했다.
그러더니 날 주시한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보던 바로 그 표정.
“그래서 말인데, 자네에게 의뢰하고 싶은 것이 있네.”
“말씀하시지요.”
“불사조를 잡아 올 수 있겠나? 천년 묵은 신수까지는 필요 없네. 오십 년, 아니 이십 년 정도 묵은 새끼들이 가장 좋지. 그래야 거부반응 없이 내 손자놈에게 이식할 수 있으니까.”
“불사조 계곡을 찾으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만?”
“정확하게 들었네.”
불사조 계곡.
쉽게 말해서 불사조 군락지.
위대한 신수 불사조가 주기적으로 들러서 알을 까는 장소다.
당연히 불사조의 권능에 의해 감춰져 있고, 고레벨 초인들조차 찾아내기 힘들다.
“혹시나 해서 의뢰하는 걸세.”
마탑주가 명확히 조건을 달았다.
“불사조 계곡을 찾으면 자네가 원하는 어떤 것이든 보상으로 주겠네. 마탑주 명예 장로 자리를 달라고 해도 수락하지. 꼭 불사조 계곡이 아니더라도 괜찮네. 이십 년짜리 새끼 불사조, 내 손자 녀석에게 이식할 놈만 하나 가져와도 섭섭지 않게 보상하지.”
그러나 보상에서는 크게 차이가 날 것이다.
새끼 불사조?
진귀한 동물이긴 하지만 태양 마탑이 못 구할 정도는 아니다.
핵심은 불사조 계곡.
그렇다면 여기서 딜을 거는 게 좋겠다.
나는 정자세를 취하고 마탑주를 주시했다.
“무엇이든 주신다고요?”
“불사조 계곡을 발견했을 때의 일이네.”
“저도 새끼 불사조 몇 마리로 생색낼 생각은 없습니다.”
“다시 한번 약속하네만, 불사조 계곡 탐색에 성공하면 무엇이든 주겠네.”
“태양불꽃도요?”
“으음?”
“태양불꽃이요. 태양불꽃.”
당황해서 나를 보는 마탑주.
이내 피식 웃는다.
그냥 질러본 거라고 생각한 모양.
“아, 뭐, 태양불꽃도 내줄 수 있지. 자네가 쓸 수 있다면 말일세.”
“기억칩으로 주시는 겁니다. 기초 마법 배워야 한다느니, 마력 회로 각인해야 한다느니 하시면서 시간 끄시면 안 됩니다.”
“글쎄. 불사조 계곡만 발견하면 바로 준다니까. 왜, 내 말 못 믿겠나?”
“아뇨. 믿습니다.”
마탑주가 재미있는 농담이라며 웃었다.
나도 웃었다.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왜냐하면.
불사조 계곡 위치를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