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74)
화염 쌓는 김마법 -2-
“여깁니다.”
살짝 비켜주었다.
두꺼운 안개 장막을 뚫고 들어가면 신세계가 열린다.
“우와!”
김마법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총천연색으로 물든 별천지.
초록색 소담한 나무들 사이 흐드러지게 핀 빨갛고 노랗고 파란 꽃송이들 사이로 불꽃송이 새들이 한가롭게 유영하고 있었다.
“삐이익!”
“빼액!”
맑은 노래와 함께 군무를 추는 불사조들.
기이하게도 뜨겁지 않다.
따스한 봄바람만 첫사랑 추억처럼 살랑살랑 피어오를 뿐이다.
허공을 가득 채운 붉은 궤적이 눈동자를 가득 채웠다.
“정말로 불사조 계곡이네요······”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그래도 이렇게 쉽게 찾을 줄은 몰랐죠. 이렇게 가까이 있을 줄도 몰랐고요.”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죠.”
사실은 신수 불사조가 설치한 결계 때문이지만.
김마법이 부리나케 동영상을 찍었다.
전파도 차단되는 결계 밖으로 나가 동영상을 보내자 마탑주가 빛과 함께 공간이동해서 넘어왔다.
혼자가 아니었다.
어제 태양불꽃 방어 시현에서 본 장로들을 동반하고 있었다.
“김 초인! 정말로 불사조 계곡을 찾은 거요?”
“말씀드렸잖습니까. 이미 알고 있었다고.”
나는 귀찮게 밀땅하고 어쩌고 하지 않았다.
마탑주가 불사조 계곡을 언급했을 때, 바로 위치를 알고 있다고 까발렸다.
그래서 김마법과 대동했고 이곳으로 직행했다.
“허허, 참.”
마탑주가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앞으로는 뒷골목 소문에도 신경을 써야겠구먼. 불사조 계곡 위치 같은 특급 비밀이 뒷골목에 굴러다닐 줄 누가 알았겠어?”
“워낙 쓰레기 정보가 많으니까요. 저도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믿지 않았을 겁니다.”
거짓말은 아니다.
스마트폰 화면 통해서 많이 봤으니까.
나는 미리 준비한 은신 마법칩을 쓰고 마탑주를 인도했다.
마탑주와 다른 마법사들은 각기 비슷한 마법을 쓰고, 김마법은 마탑주가 준 은신의 망토를 쓰고는 나를 따라왔다.
결계 안.
마탑주가 보인 반응도 김마법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허허허!”
불사조들이 들을까봐 웃음을 터뜨리는 마탑주.
“이야!”
“불사조가 이렇게 많다니!”
“허······ 정말 놀랄 노자로군.”
장로들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탑주가 기꺼운 얼굴로 내 등을 두드렸다.
“앞으로 불사조 공급은 걱정 안 해도 되겠군! 저 정도 숫자면 백 년은 쓰고도 남겠어!”
“대놓고 잡아가면 불사조가 눈치채고 산란장을 옮길 겁니다.”
“흠, 적당히 잡을 것이냐, 최대한 잡고 볼 것이냐, 그게 문제로군. 양식만 가능하면 좋은데 말이지.”
“신수 사냥하시게요?”
“그건 불가능하지. 내가 9레벨도 아니고.”
마탑주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기색이다.
“탑주님. 약속하신 것은······”
“그건 내가 책임지고 지급하도록 하겠네. 아무렴 탑주씩이나 되어서 한 입으로 두말 하겠나? 자네가 우리 탑의 숙원을 해결해 주었어. 어쩌면 우리 마탑에 또 하나의 학파가 설립될 지도 모르지. 그깟 마법 하나쯤은 전혀 아깝지 않아.”
마탑주의 확탑.
새벽같이 일어나 산을 탄 보람이 있었다.
빙그레 웃으며 감사 인사를 하려고 할 때였다.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탑주님? 마법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흠, 조 장로.”
표독한 인상의 할머니 마법사.
나한테 수작을 부렸다가 추방된 마법사의 스승이었다.
마탑주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내가 불사조 계곡 탐색 보상으로 건 게 있다네.”
“그러니까 무엇을 거셨는데요?”
“흠. 태양불꽃을 걸었지.”
“예에?”
“불사조 계곡 위치를 알려주고 그걸 확인하면, 내가 개인적으로 태양불꽃을 전수하기로 약조했네.”
“말도 안 됩니다!”
조 장로가 바로 반발하고 나섰다.
“태양불꽃은 우리 마탑의 대표 마법입니다. 아무리 탑주님이라고 한들, 개인적인 보상으로 내결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인 보상?”
마탑주가 대놓고 얹짢은 기색을 비쳤다.
“개인적인 보상이라니 말이 너무 심하군. 우리 마탑의 2대 연구 목표가 뭔가? 지극화 구현과 새로운 마력 회로 설계가 아닌가? 불사조 계곡은 새로운 마력 회로를 위해 필요한 거였네. 그 보상으로 태양불꽃을 건 것인데, 내 사리사욕을 위해 쓴 것처럼 호도하면 참 곤란해.”
“개인적인 감정이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오로지 마탑을 위해서였다고요? 정말로 그렇습니까?”
“조 장로.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슬슬 마탑주의 눈에 열기가 돌기 시작한다.
아무리 자기 손자를 위해 움직인 거여도 대놓고 지적하면 누가 좋아하겠어?
아예 명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조 장로가 입을 열려고 했지만 마탑주가 한 발 빨랐다.
“내 손자를 들먹일 거라면 그 입 닥치시게. 감히 탑의 기밀을 유출하고 탑의 손님을 죽이려 한 개새끼와 교육을 잘못한 그 부모, 그 스승까지 찢어 죽이기 전에. 알아듣겠냐? 이 씨발 창년아?”
와, 급발진 쩐다.
누가 화염 속성 마법사 아니랄까 봐 성질 한 번 화끈하네.
책임 마법사도 그렇고 마탑주도 그렇고.
과연 그 사제에 그 사형이다.
다른 장로들이 급히 진화에 나섰다.
“자, 자. 조금만 진정하십시다.”
“탑주님, 이 좋은 날에 왜 그러십니까.”
“조 장로 자네도 그래. 이번 일로 감정이 썩 좋지 않은 건 알겠지만 탑주님께 그러면 쓰나.”
“마법에 입문하지 못한 건 탑주님 손자분만이 아니네. 내 손자 다섯 중에 둘이나 제대로 마법을 못 쓰고 있어.”
“마탑 마법사 중에 자식 문제로 골머리를 썩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아나?”
“탑주님께서 말씀하신 불사조 화염술이라면 그 많은 사람들이 구원받을 걸세.”
“우리 마탑 전체로 봐도 이득이고.”
“됐습니다.”
욕을 얻어먹은 조 장로는 단단히 마음이 상한 모양.
찬 바람을 폴폴 날리며 몸을 돌리더니 마법을 사용해 사라졌다.
마탑주가 대놓고 혀를 찼다.
“쯧쯧. 조 장로는 젊었을 때만 해도 안 저랬는데 돈맛을 보더니 사람이 변했어.”
“자식처럼 키우던 제자를 추방해야 했으니 마음이 오죽하겠습니까? 탑주님께서 이해하시지요.”
“다 지가 교육을 잘못한 거지 누구를 탓해? 에잉, 쯧쯧쯧.”
마탑주가 서늘한 눈으로 다른 장로들을 돌아보았다.
“하여간 내 직권으로 태양불꽃을 여기 이 김 초인에게 주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걸로 알겠네.”
“잠시만요. 탑주님. 그래도 제한은 걸어야 합니다.”
“무슨 제한?”
“다른 마탑이나 금오 그룹에 유출되면 큰일 아닙니까. 안 그래도 우리 마탑 마법 하나라도 훔쳐가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 이번에 추방된 박 마법사에게도 그것 때문에 공들여서 마법을 걸지 않았습니까.”
“으흠.”
마탑주가 한 번 헛기침을 한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일리가 있을 테니 당연한 일.
내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
“그것은 염려하지 마세요. 제가 탑주님과 장로님들 보는 앞에서 기억칩을 사용하고, 필요하다면 마법 맹약을 하겠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말씀입니다. 어떤 내용으로 맹약하시겠습니까?”
“사용 불가, 유출 불가, 복사 불가입니다.”
“오호.”
장로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실 내게는 의미 없는 항목이다.
애초에 태양불꽃은 마법사 계열 제한이 걸린 마법이자 특성이니까.
복사 불가는 나를 위해서도 필요했다.
아니면 누군가 나를 납치해서 뇌에서 태양불꽃 마법만 뽑아낼 수도 있잖아.
“확실히 저 정도면 괜찮겠습니다.”
“전사 계열 초인이신데도 말이 통하는 분입니다그려.”
“이름이 전사라고 해서 뇌도 근육으로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늘.”
“장로님도 그러셨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허허허.”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장로 하나가 의아하다는 듯 묻는다.
“잠깐만. 김 초인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본인이 쓰지도 않을 거고, 팔아먹을 것도 아니면 태양불꽃을 원하는 이유가 뭡니까? 차라리 태양불꽃이 깃든 마법석을 몇 개 받아 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합리적인 의심.
나는 조용히 흑염을 일으켰다.
아주 약하게, 손가락 하나 끝에만, 촛불 켠 것처럼.
장로들은 물론 마탑주, 김마법의 시선이 내 손끝에 집중된다.
“이걸 강화하고 싶어서요.”
“허?”
“으흠?”
“전 전사지만 흑염을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 태양 마탑에 와서 지극화에 대해 듣고 욕심이 생겼지요. 바로 저만의 지극화를 피우고 싶다는 겁니다.”
“허허허!”
“거참.”
“그게 쉬운 일인 줄 아는가? 우리도 벌써 십 년 이상을 투자한 사업이라네!”
“안 될 수도 있지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 잘 압니다. 하지만 마법사분들의 수학적 접근과 전사로서의 감각적 접근은 다르지 않겠습니까? 혹시 아나요. 제 지극화가 태양 마탑 분들 지극화보다 더 나을지요.”
장로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푸하하하!”
“으허허!”
“원, 농담도 잘 하시구먼.”
“자네 혼자 대충 만든 지극화가 우리 마탑에서 전력으로 만든 지극화보다 나을 거라고?”
“그렇게 확정적으로 말씀드리진 않았습니다만? 그리고 대충이라니요. 절대 대충 만들지 않을 겁니다.”
다들 말도 안 된다는 기색.
희미한 조소와 우월감이 날 보는 시선 아래에 깔려 있었다.
이래서 전사란, 하고 중얼거리는 목소리도 들렸고.
“재미있군, 재미있어.”
마탑주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끼어들었다.
“그럼 내기하겠나?”
“내기라뇨?”
“자네가 만든 지극화, 우리 마탑이 만든 지극화를 비교해서 누가 더 잘 만들었는지 겨뤄보세.”
“그거 재미있겠네요.”
지극화와 지고화 사이에 우열은 없다.
파괴력은 지극화가 강하지만 소모 마력이나 시전 시간은 지고화가 나으니까.
“그렇지? 좋아. 그럼 판돈은 뭘 걸겠나?”
“진심으로 내기하시게요?”
“당연하지! 판돈 없이 하는 내기가 어디 있나? 왜? 자신 없어?”
마탑주가 빙글빙글 웃는다.
나는 두 손을 살짝 벌려 보였다.
“그런데 저는 걸 만한 게 없습니다만.”
“있잖나.”
마탑주가 날 똑바로 쳐다본다.
여전히 싱글싱글 웃는 입가.
그러나 웃지 않는 눈.
농담인 것 같으면서도 진지한 얼굴로 나를 보며 말했다.
“자네 자신.”
“예?”
“내기에서 지면 우리 마탑 보안실로 들어오게. 아, 무료 봉사하라는 소리가 아니야. 대우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해주겠네. 최고 연봉, 최대 복지, 최적 워라밸이 뭔지 보여주지.”
내기를 빙자한 실질적인 영입 제안.
장로들이 피식 웃었다.
“허허. 탑주님 너무 노골적인 것 아닙니까?”
“김 초인이 아주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그럴 만 하지요.”
“김 초인이 우리 탑에 해준 게 있으니······”
장로들도 호의적인 반응.
태양불꽃 방어 시범에서도 그렇고 불사조 계곡 탐색에서도 그렇고 점수를 많이 딴 모양이다.
하지만 말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면 어떻게 해?
“좋습니다.”
나는 선선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 조건, 받아들이지요.”
“잘 생각했네!”
마탑주가 순수하게 기뻐했다.
“그럼 바로 계약서부터 써······”
“제가 이기면 마탑 차원에서 제 소원을 하나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으응?”
마탑주가 손을 품에 넣다 말고 정지한다.
자기 귀를 못 믿겠다는 표정.
“내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자네 혹시 뭐라고 했나?”
“제가 이기면 마탑 차원에서 제 소원을 한 가지 들어달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자네가 이기면? 자네가 이기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설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하는 법이죠.”
나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장로들은 머리를 흔들고 마탑주는 실실 웃음을 흘렸다.
“흐흐흐. 정말이지 재미있는 농담이군. 좋네. 자네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나 본데 그래야 더 재미있는 법이지. 내 이름으로 확답하겠네. 만약 자네가 만든 지극화가 우리 마탑이 만든 지극화보다 나으면, 아니 비슷하기만 해도 우리 마탑의 패배를 인정하고 마탑 차원에서 자네 소원을 하나 들어주지!”
“탑주님, 너무 가혹한 조건 아닙니까?”
“비슷해야 승리라니요.”
“최소한 80점, 아니 70점 정도만 쫓아와도 엄청나게 잘한 거지요.”
“인간적으로 70점까지는 봐 줍시다.”
장로들도 한 마디씩 거들고 나섰다.
70점? 80점?
웃음밖에 안 나온다.
나중에 결과 나오면 아주 기절하시겠어.
완벽한 동률.
즉, 100점이 나올 테니까.
“어떤가? 파괴력, 사정거리, 마력 소모, 시전 시간, 난이도 이렇게 다섯 항목에서 각각 채점하여 총합을 견주겠네. 70점 이상이면 자네 승리야. 그 밑이면 우리 마탑 보안실로 들어오는 거고. 동의하나?”
“동의합니다.”
“으하하! 잘 생각했네. 미래의 보안실장! 아니, 태양보안 사장! 우리도 이 기회에 민간군사기업 시장에 진출해야겠어!”
“축하드립니다, 탑주님.”
“역시 탑주님이십니다.”
“인재 보는 눈은 탑주님을 따라올 사람이 없지요.”
기한은 2년.
그 안에 각자의 지극화를 만들어서 확인하기로 했다.
2년이 되기 전이라도 둘이 협의하면 바로 시작하는 거고.
‘2년이면 충분해.’
어쩌면 태양 마탑이 지극화 완성하기 전에 내가 지고화 만들지도 모르겠는데?
가장 얻기 힘든 태양불꽃을 이미 가져왔잖아.
좋아.
상향 조정이다.
목표는 120점.
마탑주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지.
“초인님. 괜찮으세요? 괜히 하기 싫으신데 할아버지한테 말린 거 아니에요?”
조용히 있던 김마법이 묻는다.
“그럴 리가요. 제가 하고 싶어서 수락한 겁니다.”
“어······ 정말 자신 있으세요?”
“그렇다니까요.”
벌써부터 그날이 기대된다.
태양 마탑에 요구할 소원을 미리 생각해 둬야지.
8레벨 마법검도, 사치 끝판왕 비공선도, 강남 건물주도 다 가능할 것이다.
“검증부터 하지.”
마탑주가 손을 뻗었다.
무형의 마력이 가까이 있던 새끼 불사조를 잡아서 끌어왔다.
불사조 계곡을 탐사했던 목적.
김마법이 화염술사로 전직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