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75)
화염 쌓는 김마법 -3- [3권 끝]
마탑으로 돌아온 직후.
김마법은 바로 불사조 회로 이식 수술을 받았다.
집도의는 마탑주.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거라고 했다. 처음 시도하는 수술이라 신중하게 움직일 테니 더더욱.
“못 본 사이에 일을 많이 만드셨습니다.”
나를 초대했던 책임 마법사가 다가왔다.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허허, 초인님을 초대한 보람이 있습니다그려. 흑염 데이터만 얻어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학파가 만들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마요.”
“벌써 소문이 파다합니다. 화염술의 길이 열렸다고요. 마탑에 마력은 타고났지만 암산을 못 해서 마법사의 길을 걷지 못하는 자가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그들이 모두 마탑주 손자님의 성공만 기원하고 있습니다.”
“컴퓨터로 보조할 수 있으면 참 좋은데요.”
“그러다가 EMP 폭탄 한 방 얻어맞으면 끝장입니다. 그리고 5레벨 이상으로 올라가려면 본인이 다 직접 계산해야 해요. 그게 안 되면 4레벨이 한계입니다.”
책임 마법사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자기도 사실은 손녀가 있다는 둥, 마력은 훌륭한데 머리가 영 안 따라줘서 걱정이었다는 둥, 이번에 한 시름 놨다는 둥······
그러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곤 내게 속삭였다.
“초인님. 이건 제 손녀 때문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사실 저번에 있잖습니까. 저번에 추방된 마법사요.”
“아······ 예. 기억합니다.”
“제가 은밀히 알아 보았는데 금오 그룹 뒷돈을 받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금오 그룹.
5대 재벌 중 하나.
재계 2위.
굉장히 공격적이면서 약탈적인 사업 확장으로 유명하다.
게임에서는 빌런에 가깝게 묘사되고.
“금오 그룹이요?”
“예. 우리 마탑 정보를 빼간 거면 마탑 차원에서 경고를 했겠습니다만 특이하게 초인님 정보만 요구했습니다. 그것도 그 마법사만 아니라, 제 제자에게도 초인님 정보를 사겠다고 제안했고요.”
“콕 찝어서 저만요?”
“예. 콕 찝어서 초인님만.”
나는 얼굴을 살짝 굳혔다.
재벌이 마탑 정보를 은밀하게 빼내는 거?
있을 수 있다.
그게 바로 산업 스파이 아니냐.
그런데 내 정보를 사려고 했다고?
“아마 초인님을 영입하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초인님은 어디서나 탐내는 인재입니다. 마탑주님도 영입 제안을 하셨다면서요?”
“예. 그랬지요.”
“허허. 2년 뒤에는 한솥밥을 먹겠습니다.”
“그건 두고 봐야 알지요.”
“허허허허.”
금오 그룹. 금오 그룹이라.
기억만 해두자.
다만 피해다니는 게 좋겠다.
거기 회장이 굉장히 권위주의적인 인물이라 자기 영입 제안을 거절하면 싸우자는 뜻으로 받아들이거든.
어디 소속될 생각은 없지만 금오 그룹이나 옛 아버지 교단은 절대 싫다.
차라리 태양 마탑에 들어가고 말지.
벌컥!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수술실 문이 열렸다.
마탑주가 활짝 웃으며 나왔다.
“으하하! 대성공이야!”
날 보더니 성큼성큼 다가와 등을 후려갈겼다.
“김 초인! 다 자네 덕분일세! 우리 손자가 드디어 마법사가, 아니 초인이 됐어!”
“축하드립니다. 탑주님.”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으하하! 김 초인 자네가 정말로 큰 공을 세웠어! 사장 자리가 아깝지가 않다니까? 굳이 2년 기다릴 필요가 뭐 있나? 어때? 지금 바로 취임식 하는 게?”
“벌써 다 이긴 것처럼 말씀하지 마세요. 그러다 나중에 정말 큰코 다치십니다.”
“으하하하! 패기하고는! 50년 전 나를 보는 것 같다니까! 으허허허!”
마탑주가 탑이 떠나가도록 쩌렁쩌렁 웃는다.
마력 실린 웃음에 탑이 진동할 지경.
소식을 들은 마법사들이 몰려나왔다.
다들 축하합니다를 앵무새처럼 외치고, 장로들도 기뻐하며 마법 폭죽을 터뜨렸다.
웃지 못하는 마법사는 단 한 명.
조 장로.
똥 씹은 듯한 얼굴로 마탑주를, 나를 한 번씩 쳐다보곤 자기 연구실로 돌아갔다.
쾅!
문 닫히는 소리가 시위하듯 멀리서 울렸다.
“요놈아! 정신 차렸으면 나와봐라!”
“예, 예, 나갑니다.”
백지장처럼 새하얀 얼굴을 한 김마법이 밖으로 나왔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휘청거리는 몸.
그러나 달라졌다.
마력 파장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시각화한다면 노을처럼 은은한 붉은색.
나는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이 느낌······
이 위협······
나보다 그리 약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제대로 느끼지 못할 만큼 강하지도 않았다.
마탑주가 자랑스럽게 외쳤다.
“마법 이놈아! 불 한 번 대차게 뿜어봐라! 마탑 역사에서 첫 번째로 화염술사가 탄생했으니 시범을 보여줘야지!”
“여기서요?”
“그래! 흠, 그렇지. 김 초인 자네가 한번 막아보면 어떻겠나?”
“좋습니다. 제가 해보죠.”
마법 저항과 화염 저항, 흑염은 계속 장착하고 있다.
왼쪽 팔뚝에 찬 방패를 펼치고 앞으로 나섰다.
김마법이 난처한 얼굴로 날 쳐다본다.
“죄송합니다, 초인님. 할아버지가 워낙에 극성이셔서요.”
“그럴 만도 하죠. 김마법 씨······ 김마법 초인님께서 전직한 역사적인 순간 아닙니까.”
“헤헤헤.”
“전력을 다해 공격해 보세요. 아시죠? 저 태양불꽃도 15초는 버틴 거. 아무리 불사조 화염이라도 전 안 죽습니다.”
“그럼 갈게요.”
널찍한 마탑 복도가 졸지에 화염술 시현장이 되었다.
김마법이 길게 숨을 몰아쉬었다.
지팡이도 마력 증폭 장치도 없다.
대신 전신 피부가 달아오르더니 마력 회로가 붉게 빛났다.
피부 바깥으로 뚫고 나올 듯이 강렬하게.
화아악!
두 손 사이에서 분출되는 화염!
뜨겁다.
열풍이 나를 덮친다.
이글대는 열기가, 맹렬한 불길이 날 잡아먹겠다고 달려든다.
치익, 치지직.
살갗이 짓무르고 내 머리카락은 또다시 수난을 겪었다.
나는 냉정하게 화염술의 위력을 평가했다.
‘제법이네.’
화염 방사기나 소이탄 위력은 된다.
어엿한 3레벨 초인.
알보병은 수십이든 수백이든 학살하고도 남겠지.
하지만 약점이 있다.
“좋네요. 3레벨 초인이 된 걸 축하드립니다.”
“아······”
잠깐 몸을 떨며 감흥에 잠기는 김마법.
금방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초인님한테는 안 통하네요.”
“당연하죠. 제가 이래 뵈도 마법에 좀 강합니다.”
“그래도요······”
“앞으로 많이 노력하셔야지요. 화염 속성 영약 같은 거 없습니까? 그거 퍼먹으세요. 영약 많이 먹고 마력 많이 쌓는 게 최곱니다. 마법사처럼 마력, 신체, 정신 균형 이런 거 필요 없어요.”
“진짜요?”
“그럼요.”
김마법이 눈을 반짝였다.
당장이라도 영약 창고에 달려가고 싶다는 눈치.
마탑주가 크게 한 번 웃고는 나를 자기 집무실로 데려갔다.
이번에는 단둘이 아니었다.
김마법은 물론 장로들도 함께 둘러앉았다.
“우선 사의를 표하고 싶네.”
마탑주가 운을 뗐다.
“자네 덕에 우리 마탑의 숙원 하나가 해결되었어. 자네는 내 손자만이 아니라 마탑의 유망주들, 부모들의 한을 해소해 준 거라네.”
“별말씀을. 의뢰받고 한 일인데요.”
“허허허. 겸손하기는. 사람이 어찌 그리고 실력도 좋고 성품도 그리 뛰어난가?”
“타고난 천품이지요.”
“우리 마탑에 어울리는 인재입니다.”
“어서 2년이 지났으면 좋겠습니다. 허허허.”
장로들도 덕담한다고 흘흘 웃었다.
마탑주가 웃다 말고 정색한다.
허공에 손짓을 하자 빛이 터지면서 수정 상자 하나가 나타났다.
수정 상자 안.
작은 투명 USB처럼 생긴 기억칩이 둥둥 떠 있었다.
“약속한 태양불꽃일세.”
“감사합니다.”
“지금도 이해가 안 가는군. 어째서 필요도 없는 걸 달라고 한 건가?”
“저한텐 필요합니다.”
“불사조 화염술의 단초를 준 것은 고맙네만 그냥 줄 수는 없네. 당초 자네가 얘기했던 대로 마법 맹약을 하도록 하세나.”
사용 불가, 유출 불가, 복사 불가.
기쁜 마음으로 마법 맹약을 마쳤다.
기억칩을 깨뜨리자 내 머릿속에 황금빛 태양이 떠오른다.
숫자와 마법 문자, 기하학적인 도형으로 조성된 태양.
장착할 수는 있지만 쓰지는 못한다.
그놈의 마법사 제한 때문에.
마탑주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어떤가. 좀 알겠나?”
“전혀요.”
특성 전환 시도도 안 했다.
성녀가 내게 강제 세례 하던 때가 눈에 선하다고.
마탑주도 성녀와 동급의 괴물이니 눈앞에서 특성 전환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지금이야 호의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언제 표변할지 어떻게 알아?
“자네가 원한다면 마법 대학에 입학시켜주겠네. 마검사로 전직하는 건 어떤가?”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사양하겠습니다. 저도 머리가 썩 좋은 편은 아니어서요.”
“그거 아쉽군.”
말만 그렇지 별로 아쉬워하는 기색이 아니다.
그냥 해본 말.
“태양불꽃만으로는 좀 아쉽지 않나? 자네가 갖고 싶다고 해서 주긴 했는데 어쨌든 당장 쓸 수는 없으니 말일세.”
“전 충분히 만족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내가 만족이 안 돼. 자네한테 받은 게 있으니 나도 그만큼 보답해야지. 가져오게.”
끼이익.
문이 열리고 마법사 넷이 골프백 하나를 낑낑대며 들고 가져왔다.
내가 들고 다니던 골프백과 비슷한 형태.
훨씬 고급스러웠다.
까만 마력사를 엮어서 만들었고, 표면에는 금실로 마법진을 아름답게 조형해 놓았다.
막 들고 다니기에는 미안할 정도로.
‘어?’
그런데 이상하다.
고작 골프백 하나인데, 안이 텅 빈 것처럼 겉이 보송보송한데, 마법사 넷이 달라붙어서 낑낑대고 있지 않나.
쿵!
골프백을 내려놓자 땅이 울렸다.
마탑주가 빙글거리며 골프백을 가리켰다.
“들어보게나.”
뭐지? 함정 카든가?
골프백을 한 손으로 들고 바로······
어?
무겁다.
내가 평소 들고 다니던 그 골프백보다, 총과 수류탄을 꾸역꾸역 집어넣은 그 골프백보다 배는 무거운 느낌이었다.
1레벨이었으면 근력 없이는 못 들었을 정도.
“도대체 안에 뭘 넣으신 겁니까?”
“글쎄? 뭘까?”
마탑주는 악동처럼 웃기만 했다.
겉을 만져도 묘한 질감만 느껴졌다.
내용물이 만져지질 않았다.
구름처럼 푹신하고 슬라임처럼 물컹한 감촉이 전부.
‘혹시?’
들어본 적이 있다.
급히 골프백을 열고 안을 살폈다.
5만 원권 지폐가 골프백 안 가득 차 있었다.
골프백이 아니라 자동차 트렁크처럼 광활한 공간 안에.
고작 스무 뭉치 서른 뭉치가 아닌, 최소한 백 단위로 세어야 할 개수로.
“맙소사!”
저절로 입이 떡 벌어진다.
마법 가방이다!
그것도 평범한 생활 마법이 아니라 공간 확장 마법이 걸린!
마법 중에 가방 부여하기 힘든 게 시간 마법과 공간 마법이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 골프백은 4배율 정도 되는 것 같다.
이만하면 부르는 게 값.
거의 자동차 트렁크 하나를 가지고 다니는 거잖아.
무게 감소 마법은 안 걸려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엄청나다.
“어떤가, 마음에 드나?”
“예. 정말로 마음에 듭니다. 어, 혹시 이거 저한테 주시는 겁니까?”
“이 정도는 줘야지. 안 그래도 자네 골프백이 영 눈에 거슬렸다네. 3레벨 초인씩이나 되는 인간이 뭐 그딴 쓰레기 같은 걸 들고 다녀?”
그야 공짜니까.
총포상 주인이 서비스라고 줬던 물건.
그래도 튼튼해서 막 쓰기 좋았다고.
“안에 돈은 뭡니까? 설마 이것도 주시게요?”
“어, 그래. 용돈하게.”
“용돈이요? 하하하. 거의 50억은 되는 것 같습니다만.”
“그 정도 되지.”
“50억이 용돈이라고요?”
“암, 용돈이지. 입 심심할 때 과자 하나씩 사 먹게.”
심드렁하게 대꾸하는 마탑주.
이게 8레벨의 삶이냐?
예전에 제일보안 서 대표도 용돈이라며 10억을 찔러주더니 마탑주는 한술 더 뜬다.
나는 골프백을 어깨 하나로 들어보았다.
무려 100킬로그램에 가까운 무게.
정중히 감사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그래, 그래. 앞으로도 혹시 힘들거나 곤란한 일 생기면 언제든지 전화하게.”
마탑주가 자기 지갑에서 명함을 한 장 꺼내 주었다.
황금도 태양도 없는 밋밋한 사각 흰색 명함.
장로들이 눈을 빛냈다.
“탑주님께서 김 초인이 아주 마음에 드신 모양입니다.”
“저걸 주실 줄이야.”
“탑주님 개인 번호 아닌가?”
“거참. 대통령한테도 안 주신 번호를······”
어쩌면 이 명함 한 장이 태양불꽃보다, 공간 확장 골프백보다, 현금 50억보다 더 값지지 않을까.
폭풍 같았던 출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뒤늦게 피로가 몰려왔다.
마법 욕조에 몸을 담그고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8레벨이라······”
동네 친근한 할아버지처럼 굴던 마탑주.
그러나 언뜻언뜻 내비치는 마력 파장은 진짜였다.
격노해서 마법을 일으키면 산을 무너뜨리고 강을 메우고도 남겠지.
나도 8레벨이 되고 싶다.
8레벨을 넘어 세상의 정점, 9레벨에 등극하고 싶다.
그러려면 4레벨부터 되어야겠지.
나는 마력천 물에 비친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지금이 딱 적당해.”
신체는 충분히 발달했다.
마력 회로도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실전 경험도 충분히 쌓았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디 탈 난 곳도 없다.
모든 지표가 레벨 업 시점이라고 소리 지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마셔줘야지.
아껴둔 넥타르를.
그리고 도약하는 거다.
4레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