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71)
태양 마탑 -3-
‘뭐지?’
왜 위기 감지가 발동해?
설마 훈련 프로그램으로 날 어쩌려는 인간이 있나?
급히 통찰만 장착하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빨간색 선이 사방에 보인다.
보이는 마법사들마다 내게 적의를 쏘아 보내고 있었다.
‘난감하네.’
이래서야 누가 수를 쓰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위기 감지는 금방 끊어졌다.
당장 뭘 할 생각은 없는 모양.
‘전격 저항부터 빨리 얻자.’
전격 저항만 얻으면 된다.
그러면 여기 훈련 프로그램을 어떻게 돌리든 날 어쩔 수가 없다.
이미 내게는 신성, 암흑, 화염, 냉기, 대지, 이렇게 저항 다섯 개가 모여 있으니까.
“훈련 시작.”
명령어를 읊자 마법 정령들이 휙휙 날아왔다.
[전격 마법 시전 훈련을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마법 정령들이 전격 마법을 영창합니다.] [전격 마법을 사용하여 마법 정령을 맞추셔야 합니다. 시간 내에 맞추지 못하면 전격 마법이 사용자를 공격합니다.]우웅······
귀가 울렸다.
마법 정령이 목소리 대신 저주파를 내며 마법을 영창하는 것.
차분히 기다렸다.
정석은 인공지능의 안내처럼 전격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지만, 마탑의 마법 훈련장은 마법 사용 말고도 다른 쓰임새가 있었다.
내가 가만히 서 있자 주위 마법사들이 수군거렸다.
“뭐야, 저놈은?”
“마법은 안 쓰고 뭐한데?”
“전사잖아. 전사.”
“난 마검사라도 되는 줄 알았지.”
“변태 아냐? 전기 찜질 당하고 싶어서 왔나 본데.”
“으하하. 그거 말 된다.”
“전사들이 다 그렇지 뭐.”
이윽고 기다리던 시간이 도래했다.
파짓!
마법 정령들이 시간 차로 전기를 내뿜었다.
찌릿, 하고 전기가 올랐다.
별로 아프진 않다.
조금 따끔한 정도?
신열에 고통받아도 보고, 쌩으로 살도 째본 내게는 귀엽기만 했다.
제어 마법 정령을 향해 손짓하자 마법 정령이 둥둥 다가왔다.
“전격 강도 최대로.”
[경고. 경고. 최대 강도 전격은 심장 마비 혹은 심장 박동 이상으로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강도를 높이더라도 중간 단계에서 멈추시길 권고합니다.]“다시, 전격 강도 최대로.”
“동의한다.”
[전격 마법 강도를 최대한으로 올립니다. 마법 강도를 내리고 싶다면 두 손을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마법사들의 눈이 차가워진 것을.
“전격 강도 최대? 죽으려고 환장했나.”
“저번 주에도 한 놈 실려 갔었지?”
“전사잖아, 전사. 몸 단단한 거 자신 있다 이거지.”
“내기할까? 몇 분 만에 쓰러지는지.”
“몇 분? 나는 30초도 못 버틴다에 10만 원 건다. 전격 마법을 어떻게 몸으로 버텨? 전격 마법은 신경계에 작용한다고. 불수의근이 경련하는데 서 있을 수가 없지. 오줌 지리면서 쓰러질걸.”
“좋아. 난 20초에 10만 원.”
“나는 15초.”
“나는 10초.”
10초? 15초?
너무 짠 거 아니냐?
나는 속으로 피식 웃으며 영창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마법 정령들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영창은 진작에 끝났고,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라도 주는 모양.
경고음이 내 고막으로 파고들었다.
[최대 강도 전격 마법 발사합니다. 3, 2, 1, 발사!]파지지직!
번개가 나를 덮쳤다.
새하얀 섬광이 나를 지지고 또 지진다.
몸이 떨렸다.
전신이 푸들푸들 경련을 일으켰다.
심장이 멎어버린 것 같다.
신경계를 불태우는 이 느낌.
이가 따닥따닥 마주치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
자칫 쓰러질 뻔했으나 나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버텼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전격을, 번개를, 순수한 속성 마법을 흡수한다고.
전기가 내 몸을 지지면서도 해체된다.
마력으로 변환되어 조금이나마 흡수된다.
무모하기 짝이 없는 시도.
평범한 사람 같았으면 내부 장기까지 구워져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세 가지 특성이 조금씩이나마 마력을 흡수하게끔 도와주었다.
[에인헤랴르 연공법][마력심][마력 흡수]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선택한 특성 셋.
[인내][결의][소생]인내는 모든 피해를 감소시킨다.
결의는 정신 방어에 특화된 한편으로 마법 피해를 방어한다.
소생은 몸이 위험할 때 회복 능력을 크게 높인다.
이 여섯 특성의 조합으로 나는 멀쩡할 수 있었다.
비록 고통스럽고 몸이 푸들푸들 떨리긴 하지만 정자세를 유지했다.
10초 20초가 아니라.
무려 5분 이상을.
그쯤 되자 마법사들도 이상하다는 사실을 느꼈다.
“어······”
“뭐지? 왜 안 쓰러져?”
“저게 가능해?”
“마력 방어막 쓰고 있는 거 아냐?”
“아니야! 그냥 서 있어!”
“나도 예전에 최대 강도 도전했다가 한 대 맞고 실려 갔었는데······”
합쳐서 10분쯤 지났을까?
미친 듯이 날 지져대던 전기가 확연히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엄밀하게 말하면 마법이 약해진 게 아니라 내 방어 능력이 강해진 거였다.
[전격 저항]!드디어 마지막 조각!
‘그만할까?’
아니지.
여기까지 와서 그건 아쉽지.
제어 정령을 불러 훈련 방식을 바꿨다.
“시전 훈련 중단. 방어 훈련으로. 난이도 최상. 전격 강도는 최대.”
[경고. 경고. 최대 강도 전격은······]“오케 오케. 패스 패스.”
마법 정령들이 재정렬했다.
불규칙하게 떠 있던 것에서 내 정면에 벽처럼 늘어선 것.
마법사들이 대놓고 입방아를 찧었다.
“최상 난이도? 어쭈, 자신 있다 이거지.”
“전기 좀 지져져도 안 아픈가 보지.”
“전격 저항 아티팩트 가져온 거 아니야?”
“그거 말 된다.”
“그래서 그런 거였어? 어쩐지.”
“신성한 마법의 전당에 아티팩트로 사기를 치다니······”
“저런 놈은 본때를 보여줘야 해.”
하여간 입만 살아서는.
다 무시하고 전방에 정신을 집중했다.
마법 정령들이 붉게 달아오르다가 경고를 발했다.
[경고. 경고. 전격 강도가 재조정되었습니다.] [훈련 프로그램을 심각하게 벗어났습니다.] [훈련 프로그램 재조정. 경고 시스템 미작동.] [현재 선택 마법, 정규 3레벨 마법.] [3레벨 초인도 마비되는 수준입니다.] [훈련 중이던 사용자들은 모든 훈련을 중지하고 시설을 이탈하시기 바랍니다.]응?
전격 강도 재조정? 정규 3레벨 마법?
마법 정령들이 미묘하게 각도를 틀었다.
나를 정조준하는데 이상하게 목덜미가 섬찟하다.
더불어 빽빽 우는 위기 감각 반지.
즉시 통찰 특성 장착.
보였다.
겉으로는 마법 영창 중인 것 같던 마법 정령 중 몇이 이미 빨간색으로 변해 있는 것이.
“우웃!”
가까스로 몸을 날렸다.
번쩍!
허연 섬광이 내가 있던 자리를 지진다.
조금 전까지 맞았던 번개와는 차원이 다른 강도.
실전에서도 통할 전격 마법.
가슴이 서늘해지는 한편 분통이 터졌다.
‘어떤 새끼야!’
빠르게 주위를 돌아본다.
마법사들은 다 시설 밖으로 도망치는 중이다.
그중 한 마법사와 눈이 마주쳤다.
유리벽 너머 바깥.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어 손을 감춘.
아까 책임 마법사에게 따귀를 맞았던 선임 마법사.
‘저 새끼가!’
마법사가 나를 보고 웃는다.
음흉하게.
한 마리 하이에나처럼.
지가 맞을 짓을 해놓고 아주 염병을 하네.
내게 망신을 주고 싶은 모양.
초인도 마비당할 정도의 강도라고 했다.
마비당하는 게 무슨 문제냐고?
전격 마법이다. 전격 마법!
마법사들이 말한 것처럼 전격 마법에 당해 쓰러지면 괄약근이 풀리면서 똥오줌을 지리게 된다.
마탑에서 수련하다가 똥오줌을 지린 전사가 있다?
백 년은 비웃음을 당하고도 남겠지.
머리가 차가워졌다.
울컥, 화가 치솟는 한편 상황을 냉정하게 보게 된다.
‘그냥 나갈까?’
그래도 된다.
인공지능이 대피령을 내렸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저 찌질이가 날 비웃는 꼴을 봐라!
여기서 도망치면 저놈에게 지는 거 아니냐!
나는 몸을 바로 세웠다.
죽으면 죽었지 저딴 찌질한 마법사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사실 믿는 구석도 있었고.
아무리 강도를 높인다고 해도 훈련 프로그램.
공급되는 마력량에 한계가 있었고, 내 계산대로라면 나한테는 제대로 피해를 못 입힌다.
마법 정령들이 정렬한다.
미묘하게 각도를 틀어서 내 주위를 차례차례 조준한다.
피할 곳이 안 나왔다.
어디로 피하든 번개 몇 방은 맞아야 했다.
그 상태로 벌겋게 변하기 시작했다.
공격 직전.
나는 두 손을 모았다.
특성을 교체한다.
성녀의 세례와 싸우면서 가져온 [신성 저항].
마력천 물을 끓여 몸을 지져가며 얻었던 [화염 저항].
청소부 협회의 강령술사 카론이 선사한 [암흑 저항].
유령 집합체의 냉기 폭풍 속에서 획득한 [냉기 저항].
인간 사냥꾼의 마법 함정을 벗어나느라 개화한 [대지 저항].
마지막으로, 조금 전 훈련으로 맞춘 [전격 저항].
오로지 6대 속성 저항으로만 특성 칸을 꽉 채운다.
몸이 진동한다.
견고하게 자리 잡은 마력 회로.
거기 깃든 여섯 특성이 서로 공명하며 새로운 힘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게임이었다면 캐릭터 특성 칸이 흔들렸겠지.
네모 칸 자체가 와장창 깨지면서 글자들이 솟구치고, 글자 파편 사이에서 새로운 글자가 조립되었을 것이다.
현실에서도 비슷했다.
마력 회로가 깨지고 재조립되고 있었다.
어릿한 통증이 혈맥을 타고 심장으로 치달린다.
“크윽.”
내가 신음을 흘리는 것과 동시에.
마법 정령들이 번뜩였다.
선명한 백색 벼락이 나를 향해 질주한다!
콰지직!
벼락이 나를 강타했다.
확실히 강력한 벼락.
조금 전의 나였다면 바닥에 엎어져 추한 모습을 보였겠지.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나는 당당하게 몸을 일으켰다.
보란 듯이 어깨를 펴고 벼락 찜질을 맞았다.
그런 나를 어떤 상위 특성이 수호하고 있었다.
[마법 저항]여기에 전격 저항과 인내, 결의를 추가로 넣자 맞아도 맞은 것 같지가 않다.
그냥 간지러울 뿐이다.
처음 맞았던 훈련용 최저 강도 마법처럼.
“맙소사!”
“저거 뭐야!”
“가짜 아냐?”
“전격 마법이 아니고 섬광 마법이겠지?”
“어디······ 이크! 아니잖아! 3레벨 마법 맞아!”
“3레벨 마법을 그냥 몸으로 막는다고?”
“인간 맞아?”
나는 선임 마법사를 보며 여유만만하게 웃어 보였다.
그걸 도발로 받아들인 걸까?
하지만 뭘 어쩌지는 못한다.
호주머니 속에서 손을 꿈틀거릴 뿐, 훈련 프로그램을 또 조정한다거나 하는 짓은 할 수 없었다.
그랬다간 선을 심각하게 넘게 되니까.
태양 마탑은 삼국 시대부터 이 땅에 있었던 유서 깊은 명문.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해도, 규율을 어긴 제자까지 싸고 돌 정도로 만만한 조직은 아니다.
결국 선임 마법사는 이를 악물면서 손을 호주머니에서 뺐다.
[경고. 경고.] [사용자들은 모든 훈련을 중지하고 시설을 이탈하시기 바랍니다.]여전히 훈련 프로그램은 폭주하고 있다.
번개가 미친 듯이 날아온다.
맞아줘도 되지만 조금 아쉽다.
언제 또 마탑에 올지 모르는데 뽕을 뽑아야 하지 않겠어?
더구나 아케인 서울의 특성 획득은 훈련보단 실전에서 얻기가 쉽다.
시간 효율로 따지면 거의 서너 배는 보정이 붙는 느낌.
지금도 선임 마법사가 조작을 한 덕에 실전 취급이잖아.
살짝 특성을 바꿨다.
맞고만 있는 게 아니라 피하기 위해서.
통찰로 보는 마법 정령이 붉어지다가, 공격 시점을 예보하듯 빨갛게 물들었다.
파파팟!
번개가 꽂힌다.
허연 전기 다발이 나를 쫓아온다.
나는 이미 그 지점에 없다.
기동으로 방향을 꺾고 질주로 몸을 날리며, 신속의 보조를 받으며 요리조리 피해 나간다.
3레벨 마법은 확실히 강력하다.
그러나 맞지 않으면 다 소용없는 법.
몇십 번을 그렇게 피하자 내가 기대하던 특성이 떠올랐다.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몸.
자각한 즉시 공중제비를 돌면서 몸을 뒤로 날렸다.
어지럽게 쏘아지는 전격 사이를 유연하게 빠져나가며 거리를 벌리는 나.
[이탈] 특성이었다.인간 사냥꾼이 썼던 바로 그 특성.
‘완성이다!’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상위 특성 대공습.
그 조각을 다 모았기 때문에.
이제 신발의 신속 특성만 체화하면 조합해서 대공습을 완성할 수 있다.
“빌어먹을.”
감각을 최대한으로 높여서일까?
낮게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함께 맹렬하게 번개를 쏘던 마법 정령들이 푸시시 힘을 잃었다.
[훈련 프로그램 재조정. 훈련 프로그램 재조정.] [훈련 프로그램이 정상화되었습니다.] [현재 선택 마법, 기초 0레벨 마법.] [평범한 사람이 맞아도 살짝 찌릿한 수준입니다.] [언제든지 훈련 프로그램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선임 마법사는 이미 등을 돌리고 걸어나가고 있었다.
마법사들이 어안이 벙벙해서는 선임 마법사를 쳐다보았다.
머리가 좋기로 말하면 서러울 인종이 바로 마법사.
오늘 왜 이런 사단이 났는지 이미 다 간파했을 것이다.
“뭔 일이야?”
“왜 저래?”
“저 인간 박형주잖아.”
“아, 그 조 장로 제자? 재수없는 금수저 새끼.”
“저 인간이 원래 전사들 싫어하긴 하는데······”
“지가 뭐라고 훈련 프로그램에 손을 대?”
이번만은 나도 참지 않았다.
바로 책임 마법사한테 달려가서 선임 마법사가 벌인 짓을 항의했다.
훈련 프로그램 로그를 확인한 책임 마법사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 개새끼가 진짜······”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바로 다음 날 징계 위원회가 열렸다.
죄목은 기밀 유출과 권한 남용, 특수 폭행.
결정된 형벌은 추방.
마법사들이 파문 다음으로 두려워하는 형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