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81)
콜로세움 -3-
“대박입니다, 대박!”
고물상이 싱글거리며 웃었다.
“역시 제 눈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와하핫! 5연승이라니. 5연승!”
“다이아 좀 버셨습니까?”
“다이아뿐이겠습니까! 돈도 몇 배로 불렸지요. 흐흐, 초인님 알아본 인간들이 돈을 걸어서 배당이 생각보다는 적었습니다만, 그래도 대박, 완전 대박입니다!”
나도 소소하게 용돈을 챙겼다.
돈에 구애 받지 않을 만큼 많이 벌긴 했지만 습관 같은 거였다.
언제 또 써야 할지 모르니까 벌 수 있을 때 버는 게 맞지.
5연승해서일까?
내게 개인 대기실이 배정되었다.
비키니 미녀들이 달라붙으려고 하자 귀찮아서 쫓아내 버렸다.
그러자 고물상이 묘한 얼굴로 날 쳐다본다.
“초인님은 여자한텐 관심이 없으십니까?”
“네. 별로요.”
“그럼 잘 생긴 놈들로 들어오라고 할까요?”
응? 뭐라고?
순간 소름이 돋았다.
저절로 머리를 격하게 흔들게 된다.
“절대, 절대 싫습니다. 절대로요!”
“어이쿠, 실수했습니다. 여자도 싫고 남자도 싫으면, 그쪽엔 아예 관심이 없으신가 봅니다.”
“예. 없어요.”
“인생의 가장 큰 재미를 외면하시다니······ 그래서 이렇게 강해지셨나 봅니다.”
원래 세계에서 당한 게 있어서 그렇다.
전세 사기만 당하고, 공사 현장에서만 당한 게 아니라는 말.
정말 호구 중의 상호구였지.
온 세상이 나를 억까하는 기분.
그래서 요즘 이런 생각이 가끔 들곤 했다.
‘꼭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할까?’
돈 있고 능력 있으니 이 세상도 살 만하다.
문제는 연이어 전개될 에피소드들.
고대신 부활, 핵전쟁, 차원 균열······
그것들을 막을 수만 있다면 이 세상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텐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고물상의 스마트폰이 띠리링 울렸다.
“오호.”
고물상이 재미있는 사건을 목격했다는 듯 웃었다.
“도전장이 왔습니다.”
“누구한테요?”
“4레벨 랭킹 1위, 종합 랭킹 10위한테요. 파괴왕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당연히 알지.
“들어봤습니다.”
“역시 초인님이십니다. 파괴왕이 초인님 경기를 본 모양입니다. 초인님과 특별 경기를 갖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자신 있나 보네요.”
“흐흐. 파괴왕을 얕보시면 안 됩니다. 초인님이 원샷원킬한 것처럼 파괴왕도 원샷원킬했었거든요. 요즘엔 쇼맨십에 불이 붙었는지 적당히 시간 끌면서 싸우고는 있습니다만.”
파괴왕.
NPC이자 SR급 캐릭터.
게임 시작 시점에서는 5레벨.
지금은 4레벨이라는 것을 보면 그때처럼 완성되어 있진 않겠지.
‘시작 특성이 뭐였더라?’
[실전 격투][거인의 힘][격투술]이렇게 세 개.
보이는가?
상위 특성을 두 개나 가지고 있다.
특히 실전 격투.
강타, 연격, 방어, 회피, 반격, 제압을 조합하여 만드는 범용 전투 특성이다.
맨몸 격투든 무기 전투든 다 적용이 된다는 말.
‘조금 어렵겠는데······’
관절기가 문제다.
파괴왕에게 거인의 힘이 없다면 우격다짐으로 어떻게든 벗어나겠으나 잡히면 그대로 경기가 끝날 가능성이 컸다.
나는 다이아가 들어 있는 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오늘 하루 번 다이아가 정확히 7개.
조금 아쉽다.
한 명이 다이아 제작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9개도 가능했을 텐데.
그래서 슬며시 욕심이 생겼다.
‘꼭 지란 법은 없어.’
내게도 장점이 있다.
백지 신체와 특성 전환.
맨손 격투를 벌이면 내가 불리한 건 사실이지만 스펙만큼은 내가 우위에 있다.
하나 더.
여기서 내가 실전 격투 특성을 조합하면 어떻게 될까?
‘충분히 가능해.’
실전 격투 특성의 마지막 조각, 제압.
그 특성 획득 조건을 떠올린 후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받아들이죠.”
“괜찮으시겠습니까? 특별 경기는 꼭 안 받으셔도 됩니다. 상대가 파괴왕이니까 주최 측에서도 이해할 겁니다. 랭킹도 심하게 차이가 나고요.”
“자신 있습니다.”
“그러시다면야 뭐······ 꼭 이기셔야 합니다!”
경기가 성사되었다.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무대가 마련된다.
“와아아!”
“슈퍼루키가 파괴왕과 맞붙는다고?”
“파괴왕이 특별 지명했대!”
“여윽시 파괴왕. 슈퍼루키가 잘 나가는 꼴을 못 보지!”
“자라나는 새싹은 밟아줘야 우리의 파괴왕 아니겠어?”
철창이 내려오기 전.
파괴왕과 마주 보고 섰다.
나도 파괴왕도 근육질의 거구.
키도 평범한 사람보다 머리 하나는 컸고 근육이 위압적으로 울룩불룩 돋아 있었다.
똑같이 거인의 힘을 장착한 까닭이다.
“흐흐.”
프로레슬링 마스크를 쓴 파괴왕이 이죽거리며 웃었다.
“애송이가 내 지명을 받다니, 간이 배 밖에 나온 게 아니냐?”
“간이 배 밖에 나온 건 너겠지.”
“흐흐. 실컷 떠들어라. 어차피 곧 처맞고 애처럼 엉엉 울게 될 거다.”
“너야말로.”
“타고난 몸을 믿는 모양인데 스펙 따위, 기술 앞에선 무의미하다는 걸 알려주지.”
가만히 몸을 풀었다.
스트레칭 쭉쭉 하고 제자리 뜀뛰기를 해서 몸에 열도 올리고.
가장 중요한 특성을 교체한다.
[거인의 힘][괴력][근력] [맷집][인내][반격]밸런스 따위 집어치웠다.
나 자신이 다칠 위험까지 감수하고 선택한 특성 세트.
촤르륵!
철창이 내려왔다.
땡! 하는 종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된다.
“죽여주마!”
비호처럼 몸을 날리는 파괴왕.
신속한 움직임.
내게 주먹을 날리려다 내가 몸을 틀자 바로 태클 자세로 전환한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
관절기부터 걸 줄 알았어!
쿠웅!
어떻게 손 쓸 새도 없었다.
실전 격투와 격투술의 조화.
내가 파괴왕이 달려드는 것을 인지했을 때 이미 파괴왕이 내 허리를 붙잡고 머리부터 거꾸로 들어 올리고 있었다.
“끝이다!”
잔뜩 희열에 차 외치는 파괴왕.
“우오오!”
“나왔다!”
“꽂아버려!”
환호하는 관중들.
게임에서 파괴왕의 특기가 이것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격투가 직업으로 분류되는 파괴왕.
세부적으로는 레슬러.
인간형 적을 만나면 파괴왕은, 무조건 달려들어 머리를 땅에 메다꽂곤 했다.
그런데 그거 알아?
공격 방법과 타이밍을 알고 있으면 아무리 대단한 관절기라도 쉽게 파훼할 수 있다는 거?
나는 처음부터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괴력을 발동하고 반격을 사용한 채로.
파괴왕이 잽 날리듯 페이크를 넣던 그 순간부터 진작.
뻐억!
주먹이 복부에 제대로 꽂혔다.
거인의 힘, 괴력, 근력의 삼중주.
더하여 반격까지 완벽히 발동.
“끄억!”
파괴왕이 흔들렸다.
그 틈을 타 나도 균형을 잡고 빠져나왔다.
그러나 파괴왕은 파괴왕이었다.
태생 SR 등급의 격투가.
내 팔을 잡아채서는 그대로 암바를 넣으려고 했다.
나는 이마저도 예측했다.
최초 공격이 빗나가면 선보이는 3연속 관절기!
그 두 번째가 암바였으니까.
뻐억!
이번에도 반격.
또, 괴력.
팔꿈치로 아까 때린 복부를 다시 후려갈겼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파괴왕의 얼굴이 심각하게 일그러졌다는 것을.
“끄아악!”
모르긴 몰라도 내장에 심각한 타격이 갔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내장이 파열되고도 남았을 위력.
파괴왕은 이마저도 견뎌냈다.
비록 팔은 놓쳤지만 우람한 팔뚝을 뻗어 내 목을 휘감으려고 한다.
초크.
하지만 느렸다.
상복부에 2연타를 맞은 까닭에 아주 약간의 틈이 생겼다.
타앗!
특성 교체와 함께 뛰쳐나간다.
[기동][도약]파괴왕의 손끝이 아슬아슬 내 목을 핥았다.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
거의 철창에 닿기 직전에 멈춰선 나.
그런 나를 노려보는 파괴왕.
“너······”
숨길 수 없는 놀라움이 두 눈동자 가득하다.
예지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리도 반격하고 피했냐는 얼굴.
그런데 이걸 어쩌나.
정말로 놀랄 장면은 지금부터인데.
“후우우.”
참았던 숨을 길게 들이쉰다.
새로운 힘이 느껴진다.
파괴왕을 주시하자 어디를 어떻게 잡아야 꺾을 수 있는지 저절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실제 현실과는 다를지라도 새로 얻은 특성이 주는 영감.
[제압] 특성.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나는 전광석화처럼 특성을 바꿨다.
[강타][연격][반격] [방어][회피][제압]설명도 필요 없는 여섯 가지 기본 전투 특성.
“으음?”
파괴왕이 멈칫했다.
이상하겠지.
자기처럼 장대한 체구를 자랑하던 내가 갑자기 쪼그라들었으니.
키 190에서 키 180으로.
우락부락 근육질 체형에서 호리호리한 체형으로.
그게 패착이었다.
이상함을 느낀 즉시 달려들었으면 혹시 몰랐다.
이번 경기가 파괴왕의 승리로 결정되었을지.
그러나 잠깐, 아주 잠깐 주저한 것이 승패를 가르고 말았다.
와장창!
마력 회로가 깨진다.
글자가 부러지듯 낱낱이 해체된다.
마력 회로를, 전신 신경계를, 심혈관계를 모조리 으깨듯 질주하는 통증.
고통은 이내 짜릿한 시원함으로 변했다.
온천에 들어간 듯한 쾌감이 척수를 타고 뇌까지 질주했다.
파앗!
머릿속에서 방아쇠가 당겨진 것 같다.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특히 저 앞에 서 있는 파괴왕.
자연스러우면서 꼿꼿한 자세가 얼마나 힘든 단련을 거쳤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실전 격투] 특성이 개화한 것.파괴왕이 불가해의 괴물을 보듯 나를 보았다.
“넌, 넌 뭐냐?”
“뭐가?”
“도대체 뭐냔 말이다! 대체,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그렇게 강해질 수가 있어!”
[거인의 힘][실전 격투][강타] [맷집][재생][활기]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알아챈 것이다.
내가 실전 격투 특성을 획득한 것을.
실전 격투를 얻기 전의 내가 덩치 크고 힘센 애송이에 불과하다면 지금은 어엿한 한 명의 전사.
맨손 격투로만 따지면 파괴왕에게 밀리겠지만 내게도 비장의 무기가 있다.
뚜벅뚜벅 걸어간다.
파괴왕이 두 주먹을 들어올린다.
복싱 자세.
레슬링 기술을 또 걸 생각은 없어 보인다.
장기로 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3연속 관절기가 파훼 당했으니 또 쓰고 싶진 않겠지.
나도 그게 낫다.
본격적인 그래플링으로 들어가면 기술적으로 너무 떨어지니까.
“죽어!”
휘익!
주먹이 날아온다.
터업.
팔을 들어막는다.
강타 특성을 방어 특성으로 바꾼 다음이다.
둔중한 충격이 팔을 타고 번졌지만 크지 않다.
쌔애액!
나도 주먹을 휘두른다.
다시 장착한 강타 특성 아래 주먹이 무시무시한 파공성을 터뜨린다.
파괴왕이 머리를 숙여 피했다.
이어 자세 낮춘 그대로 벼락처럼 접근하여 주먹을 내지른다.
뻐억!
이번에는 막지 못하고 그대로 맞았다.
격한 충격이 상복부를 관통하지만 괜찮다.
이미 장착한 방어 특성이 실전 격투 특성과 함께 피해를 효과적으로 막아줬으니까.
퍼억! 뻑! 뻑!
난타전이 벌어진다.
맞고 때리고 맞고 때린다.
확실히 파괴왕의 공격은 예리하고 정교했다.
사각에서 솟구치는 주먹이 내 턱을 부술 듯 후려치고 관자놀이를 강타한다.
내가 한 번 때리면 최소한 서너 번은 유효타를 맞는 느낌.
그러나 비등비등하다.
실전 격투 특성과 다른 하위 특성의 중첩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평타에 강타가 묻고 자동으로 방어가 발동하며, 다른 모든 전투 행동에 보정이 더해지는 실전 격투 특성.
여기에 얻어맞을 때는 방어를, 공격할 때는 강타를 같이 쓰면 어떨까?
반격할 때는 반격 특성을 쓰면?
그 결과가 지금 나오고 있었다.
“크으윽!”
한 대 얻어맞은 파괴왕이 이를 갈았다.
얼굴이 찐빵처럼 부풀어 있다.
얻어맞기는 내가 훨씬 많이 얻어맞았지만 내겐 특성 전환이 있었다.
방어, 맷집으로 피해를 줄인다.
재생, 활기로 상처를 치료하고 체력을 회복한다.
그런데 파괴왕이 날 이길 수 있을까?
절대로 불가능하다!
“끄아악!”
마침내 날린 최후의 일격.
파괴왕이 나동그라졌다.
“아직, 아직이다! 아직이란 말이다!”
바닥을 벅벅 기며 일어서려 하는 파괴왕.
나는 콜로세움에 처음 들어왔을 때 봤던 전사처럼 파괴왕의 허리를 짓밟았다.
“커허억!”
“항복해라. 허리 부러지기 싫으면.”
“젠장!”
이미 [제압] 특성을 장착했다.
관절기를 쓸 때 가장 강력하게 적용되는 특성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쓸 수 있지.
버둥거리던 파괴왕이 결국 축 늘어졌다.
억울함에 이를 갈고 머리를 바닥에 쿵쿵 찧으면서도 해야 할 말을 입에 담았다.
“항복······ 항복한다.”
잠시 정적.
그리고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졌다.
“우와아아!”
“파괴왕이 졌다!”
“세상에, 파괴왕이 지다니!”
“김전사! 김전사!”
“전사왕이다!”
“전사왕! 전사왕!”
뭐? 전사왕?
파괴왕도 그랬지만 뭐 이런 유치한 이름이 다 있어.
쌍팔년도 프로레슬링 선수들 이름보다 더하다.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고.
내가 슬쩍 외면하고 천장만 바라보자, 철창이 열리고 사회자가 들어와 내 팔을 들어 올렸다.
“승자는 청코너! 청코너의 전사왕! 놀랍게도 오늘 데뷔한 전사왕의 승리입니다! 등장 하루 만에 랭킹 1위 파괴왕을 꺾은 전사왕! 과연 그는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 다시 한번 소개합니다. 4레벨 전사 분야 랭킹 1위, 전사왕입니다!”
“전사왕! 전사왕!”
“니가 최고다!”
“전사왕! 다 죽여버려! 우아아! 전사왕!”
그만해······
내 HP는 이미 0이라고!
“자, 그럼 계약대로 다이아 생성을 진행하겠습니다.”
사회자가 들고 있던 오색 수정을 내밀었다.
파괴왕이 침중한 얼굴로 수정을 본다.
아쉽겠지.
여태 쌓아온 마력 회로를 허물 생각을 하면.
그런데 파괴왕의 대답은 내 예상 밖의 것이었다.
“특약 사용을 요청한다.”
“특약. 패배 시 특약 말씀이시죠?”
“그렇다.”
“그러려면 승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파괴왕이 내게 시선을 돌렸다.
특약이라니?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사회자가 차분히 설명했다.
“파괴왕이 랭킹 1위가 되었을 때 저희가 맺은 특약이 있습니다. 패배 시, 다이아 제작과 장기 계약 말고 새로운 선택지를 받는 특약이었지요.”
“그게 뭡니까?”
“간단합니다. 파괴왕은 지금 4레벨이고, 다이아를 만들면 서너 개밖에 안 나옵니다. 그러니 주최 측에 다이아 1개, 중개자에게 다이아 1개를 주고 승자와 따로 협상하여 타결되면 직접 다이아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특약이었지요. 승자 입장에서도 다이아를 더 받을 수 있으니 이익이잖습니까.”
그런 식으로 빠져나간다고?
하긴 안 그러면 콜로세움 유지가 안 되지.
랭킹 1위면 한 번 패했다고 폐기 처분하는 건 아깝기도 하고.
아마 파괴왕 말고도, 랭킹 1위 말고도 이런 특약을 맺은 선수가 꽤 있지 싶다.
나는 팔짱을 끼고 파괴왕을 주시했다.
“그래서 허락하면 뭘 줄 겁니까?”
파괴왕이 굴욕적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든 다이아 제작만은 피해야 할 상황.
파괴왕은 고민하지도 않고 조건을 불렀다.
“다이아 10개를 드리지요.”
“10개?”
“예. 전사님······ 전사왕님도 그게 낫지 않겠습니까. 제가 다이아 만들어도 많아야 4개밖에 안 나옵니다. 전사왕님은 겨우 2개 받을 거, 다섯 배는 더 받는 셈이지요.”
그 정도면 괜찮다.
하지만 정말로 괜찮은가?
거인의 힘과 실전 격투, 상위 특성을 두 개나 가진 파괴왕.
SR급 4레벨 초인의 마력 회로가 그 정도 값어치밖에 안 돼?
넥타르 마실 거 아니면 최소 몇 달은 쉬어야 하는데?
“부족합니다.”
“예? 부족하다니요? 다이아 10개가 부족합니까?”
“하나 더 주시죠.”
“하나 더요? 음, 다이아 11개라······ 그 정도는 드릴 수······”
“아뇨. 다이아 말고요.”
나는 파괴왕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모멸감과 치욕, 분노로 떨리는 눈동자.
그 안에 숨긴 비밀.
다이아쯤 파괴왕에게 별것 아니다.
그래서 요구했다.
파괴왕에게 가장 가치 있는 것을.
게임에서 등장할 때 차고 나오는, 개인 퀘스트를 완료하지 않는 한 장비 해제도 안 되는 그 물건을.
“무쇠주먹을 얹어 주시면 합의해드리겠습니다.”
SR급 마법 무구.
무쇠주먹.
파괴왕이 눈을 부릅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