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98)
특성 쌓는 김전사-98화(98/300)
쟈네트 -4-
“그, 그, 그, 그건!”
이건 예상 못했나 보다.
장필수가 몸을 사정없이 떨었다.
“그건 너무 가혹합니다! 다이아라니요! 차라리 절 죽이십쇼!”
“정말로? 정말로 죽여줘?”
나는 묵호검을 슬쩍 기울였다.
거무튀튀하지만 칼날만큼은 시퍼렇게 살아 있는 묵호검.
때마침 들어온 햇빛을 반사하며 예리하게 빛났다.
꿀꺽, 위아래로 움직이는 목울대.
나는 장필수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력 회로를 완전히 깨뜨리라는 것도 아니고, 조금 깎아서 달라는 건데 그것도 안 된다고? 레벨다운까진 안 가도 돼. 지금 레벨 유지하면서 만들 수 있는 다이아만 만들어. 그 정도는 괜찮잖아? 몇 달 쉬면 회복되니까.”
“그, 그래도······”
“싫으면 꺼져. 나도 전화 한 통 하고 잊어버릴 거니까.”
장필수가 갈등어린 표정을 짓는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다이아 몇 개 만들고 묻어버리는 게 낫다.
하지만 아깝긴 아까울 것이다.
힘들여 쌓은 마력을 덜어내는 일이니까.
옆에서 듣고 있던 젊은 마법사가 소리를 질렀다.
“이건 부당합니다!”
“뭐가?”
“저희가 실수를 조금 했기로서니 다이아라니요! 현금과 마법 무구, 희귀한 마법 재료를 달라고 하시면 기꺼이 드리겠습니다! 실수 한 번에 마력 파괴는 너무 부당합니다!”
“뭐가 부당한대?”
“이건, 이건 횡포입니다! 저희 잘못에 비해 너무 과합니다!”
“과하다······”
나는 마법사들을 빤히 쳐다보았다.
얘네들은 내가 왜 이러는지 아직도 모르네.
“그럼 당신네들은 왜 쟈네트한테 그런 건데? 쟤는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인신매매해서 생체 실험을 하려고 했어?”
“인신매매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제자로 받은······”
“그만. 다 아는 사람끼리 구라치지 말자고. 당신네들 일양 마탑 맞지? 과천에 있는. 당신네 마탑 지하 9층에 뭐가 있는지 이미 소문 다 났어. 알 사람은 다 알아.”
움찔, 장필수가 몸을 굳혔다.
다른 마법사들도 비슷했다.
지금까진 철석처럼 비밀이라고 생각했던 모양.
나는 팔짱을 끼고 마법사들을 노려보았다.
“죄없는 사람 생체 실험하는 건 안 부당하고 당신네들이 약점 잡혀서 협박당하는 건 부당해? 완전 내로남불이네. 당신네들 선택지는 딱 두 개야. 마력 깎아서 나한테 다이아 내든가, 아니면 그냥 돌아가든가. 아, 물론 그냥 가면 뒷일은 당신네들이 잘 감당해야지. 어떻게 할 거야?”
“이이익! 당신도 우리랑 똑같은······”
“이놈! 철현아!”
젊은 마법사가 소리 지르려 하자 장필수가 얼른 마법사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그래.
무슨 말 하고 싶은 건지 알아.
나도 너희도 똑같다고 하고 싶은 거지?
내가 정의로운 인물이었다면 당장 자기네들을 죽이고 마탑을 습격해서 사람들을 구출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러라고 있는 게 3레벨 초인의 제재 특권이니까.
맞다.
나라고 선하고 의로운 사람은 아냐.
그저 쟈네트 때문에, 또 다이아가 욕심나서 이러는 거 맞다.
하지만 말이지······
이놈들을 단죄하고 심판할 사람은 내가 아니다.
그럴 사람은 따로 있지.
나는 팔짱을 풀고 손을 깍지낀 다음 그 위에 턱을 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빨리 결정해. 나 바쁜 사람이야.”
“후우우!”
장필수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이아를 드리면 이번 일은 묻어두는 게 확실하지요?”
“스승님!”
“스승님······”
나는 크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그리고 당신네들도 초인 앞에선 그딴 옷은 입지 마. 대한민국이 얼마나 좁은데, 태양 마탑이랑 인연 있는 초인이랑 언제 또 만날지 몰라. 그러면 당신네는 정말 죽어. 나처럼 관대하고 자비로운 사람은 보기 드물단 말이야. 알아들어?”
“흐흐흐.”
장필수가 실성한 듯 흐릿하게 웃었다.
“충고 감사합니다. 암요, 다시는 초인과 연루되지 않을 겁니다. 후우, 왜 오늘은 욕심을 부려서······”
욕심을 부린 이유?
뻔하지.
선천강기 때문이다.
마력도 각성 못 한 0레벨,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소녀가 강기를 막 뿌려대니 눈이 뒤집힌 거지.
탐욕이 눈을 가린 것.
장필수가 두 손을 들었다.
“수정은 어디에 있습니까?”
“기다려. 가져오라고 할게.”
신원 시장 고물상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정을 달라고 하자 고물상이 앓는 소리를 했지만 결국 가져다주었다.
내 덕에 얻은 이익이 엄청났으니까.
나중에 콜로세움 무제한전을 시작하면 받을 수수료도 무시무시하고.
“후우······”
장필수가 넋 놓은 얼굴로 오색 수정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장필수 말고 다른 마법사들에게도 수정을 던졌다.
“뭐해? 빨리해.”
“저만 다이아를 만들면 안 되겠습니까?”
“되겠냐? 너희가 전부 만들어야지.”
“젠장.”
“쉬벌······”
젊은 마법사들이 반항기 어린 눈으로 날 쳐다본다.
그래서 어쩔 건데?
나는 묵호검을 보란 듯이 흔들었다.
정체를 알아봤으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겠지만, 이 마법사들은 견문이 낮은 듯 묵호검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한 마법사가 낮은 목소리로 뇌까렸다.
“일양 마탑은 이번 일을 기억할 것입니다.”
“어, 그러던가.”
너희야말로 알아둬야지.
쟈네트가 자기 부모님 일을 기억하고 있다는 걸.
SSR로도 모자라 전사 계열 3대장, 미래의 확정 8레벨 초인이 너흴 노리고 있는데 무섭지도 않냐?
하긴 알았다면 생체 실험할 생각도, 납치할 생각도, 부모를 죽일 생각도 못 했겠지.
약자라고 생각해서 멋대로 그 모든 일을 저지른 거다.
약자라고 생각해서.
우우웅!
장필수가 자기 마력을 수정에 주입한다.
마력 회로가 으스러지고 깨지는 것이 느껴진다.
탐지 특성과 육감 특성을 통해 보인다.
다른 마법사들도 욕설과 함께 마력을 방사한다.
서서히 달아오르는 오색 수정.
달뜬 무지갯빛이 태어나는 것을, 나는 기분 좋게 구경했다.
총 6개.
예상보다 적었다.
사칭이나 하는 쓰레기들이라 그럴까?
3레벨은 두세 개, 4레벨은 서너 개를 만드는데 이놈들은 3레벨이 두 개씩만 만들고 4레벨은 세 개를 만드는 것에서 그쳤다.
“돼, 됐지요?”
장필수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물었다.
“어, 됐다. 이제 꺼져.”
“약속은······”
“지킬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약속하신 겁니다!”
말뿐인 약속이다.
장필수는 마법 맹약을, 하다 못해 자필 각서라도 써달라고 했지만 거부했다.
내가 왜? 미쳤어?
못 믿겠으면 꺼지라고 사자후를 지르자 장필수는 눈물을 머금고 약속을 다짐받는 것으로 만족했다.
피를 토하며 금역을 빠져나가는 장필수와 마법사들.
백소린이 불만섞인 얼굴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선생님. 저놈들 진짜 저대로 보내줄 거예요? 그, 지하 9층에 비밀 연구소도 있다면서요!”
“지금이라도 태양 마탑에 연락해서 끝장낼 수는 있지. 그런데 소린아, 그렇게 끝내고 싶니?”
“네?”
“태양 마탑에 연락해서 끝내면 쟈네트는 어쩌라고?”
“네? 쟈네트가 왜요?”
나는 이제야 쟈네트를 돌아보았다.
쟈네트는 나를 보는 중이다.
맑기만 한 파란 눈동자.
아무런 감정이 읽히지 않는 그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서.
겉으로 보면 순진하고 연약해 보이기만 하는 쟈네트.
그러나 나는 안다.
개인 퀘스트에서, 혹은 다른 마탑의 비밀 연구소를 습격할 때 쟈네트가 얼마나 격정적이 되는지.
무슨 대사를 출력하고 어떤 감정표현을 화면에 도배하듯이 쏟아내는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저놈들을 죽이는 건 쟈네트의 몫이라고. 언제든 처리할 수 있지만, 내가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쟈네트, 넌 어떻게 생각하니?”
쟈네트를 직시하며 묻는다.
그러자 호수 같은 눈에 비로소 파문이 일었다.
“말도 안 돼요!”
백소린이 쟈네트를 끌어안았다.
“아직 어린애잖아요! 선생님! 어린애한테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선택은 쟈네트의 몫이다. 쟈네트. 지금이라도 네가 원하면 태양 마탑에 연락해서 저놈들 마탑을 끝장내도록 하마.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복수가 될 거다. 마탑원 전부 콩밥 먹는 신세가 되겠지.”
“······콩밥이요?”
한참 입을 다물고 있던 쟈네트의 반문.
나는 느리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콩밥. 아쉽지만 죽지는 않을 거다. 초인은 특권 계급이고 많은 부분에서 우대 받으니까. 재판이라고 예외는 아니야.”
“말도 안 돼······”
같은 초인을 생체 실험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러나 거기까진 가지 않았겠지.
쟈네트?
초인이 아니잖아.
그저 선천 초능력자일 뿐.
쟈네트가 주먹을 꽉 쥐었다.
뚝, 뚝, 피가 떨어진다.
그새 조금 자란 손톱이 손바닥 살을 파고든 것.
“신고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쟈네트!”
“선생님한테 배우면 저, 강해질 수 있을까요? 아까 그 마법사들이랑 마탑을 혼자 죽여버릴 만큼?”
“쟈네트······”
걱정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보는 백소린.
반면 쟈네트의 얼굴은 결연하게 굳어져 있었다.
“당연하지.”
나는 힘주어 쟈네트를 마주 보았다.
“충분히 가능하다. 힘들긴 하겠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겠지만 그것만큼은 장담할 수 있다.”
“그럼 할래요.”
쟈네트의 눈이 어둑해졌다.
“강해져서 저 새끼들을, 나쁜 마법사들을 다 죽여버릴 거예요.”
“쟈네트······”
“분명히 그렇게 될 거다.”
쟈네트가 밖으로 나갔다.
조금이라도 훈련을 더 해야겠다면서.
백소린이 쟈네트를 쫓아가고, 응접실에는 이제 나만 남았다.
가만히 다이아 6개를 들었다.
금고에 있는 다이아를 꺼내올 필요도 없다.
모조리 총검 허리띠에 밀어넣었다.
“흐읍!”
허리띠가 벌겋게 번쩍이며 투명한 빛을 분사한다.
한 방울 물방울처럼 뭉치는 빛.
[마력 집중] 특성.허공에서 출렁이던 마력 방울이 내게 스며들었다.
마력 회로가 출렁이며 새로운 형상을 각인한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마력심][마력 회복][마력 흡수] [마력 안정][마력 집중][마력 증폭]이 여섯 특성이 포개지고 겹쳐져 하나로 조합된다.
첫 인상은 뜨거움이었다.
용암과도 같은 강대한 마력이 내 마력 회로를 걸쭉하게 녹였다.
그리고 느껴진 것은 청량함이었다.
맑고도 상쾌한 기운이 강물처럼 전신을 타고 달렸다.
불과 물.
열기와 냉기.
그 대조적인 힘이 수천 번이나 날 내리친 끝에 완성되었다.
[마력혼]새로운 특성이.
“후아아.”
온몸이 저릿저릿했다.
물을 뒤집어쓴 것도 아닌데 흰 수증기가 증기기관차처럼 뿜어지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손을 꼽아 보았다.
‘이제 이식해야 할 특성이······’
얼마 안 남았다.
접이식 투구에 있는 탐지.
신발에 깃든 신속.
도끼에 부여된 격노.
반지 2개 중 하나가 가진 위기 감지.
이렇게 넷.
나머지는 시간 흐름에 따라 숙련되거나 다이아를 써서 다 가져왔다.
물론 성검, 마총, 무쇠주먹, 다산총, 묵호검은 예외다.
이것들은 고유 특성이라 애초에 못 가져오니까.
‘슬슬 장비를 싹 바꿔야겠어.’
5레벨이 멀지 않았다.
지금 쓰는 마법 무구들은 3, 4레벨에는 차고 넘치는 물건이었지만 본격적인 상급 초인인 5레벨에게는 부족한 감이 있다.
5레벨 정도 되면 슬슬 바꿔야겠지.
다산총, 무쇠주먹, 묵호검은 쭉 갖고 갈 거지만.
“하압! 합!”
“후욱! 헉! 아악!”
백소린과 쟈네트는 둘이서도 열심히 훈련하고 있었다.
백소린은 진검을 휘두르고 쟈네트는 내가 사준 묵직한 방패로 백소린의 공격을 막는다.
우는소리를 할 법도 한데 쟈네트는 이를 악물고 훈련에 골몰했다.
“쟈네트. 체력 단련 시간이다.”
“네!”
“선생님. 저는요?”
“너는 나랑 대련하자.”
“네!”
전승의 구체적인 방법은 모른다.
그저 반복 훈련시킬 뿐.
백소린에게는 서우진에게 받았던 것처럼 지도 대련을.
쟈네트에게는 토 나오도록 먹이고 토 나오도록 체력 훈련한 후 마력 제어 특강을.
그러고도 시간이 남으면 둘이 대련하게 했다.
강해지고자 싶어하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생각보다 빨랐다.
고작 2주 만에 쟈네트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마비된 것처럼 우뚝 섰다.
“어? 쟈네트?”
“조용. 중요한 순간이다.”
“아!”
방패를 든 쟈네트.
전신에서 백색 서광이 깨진 유리 조각 투과하듯 뿌려지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쟈네트의 각성 장면을 지켜보았다.
보인다.
조각조각 맞춰진 마력 회로가 어떤 형태를 이루는지.
그 형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선천강기][마력혼][금강체][방패술]SSR 쟈네트의 완성.
“하아아······”
쟈네트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신체 재구성까지 일어난 걸까?
키가 조금 크고 머리카락이 조금 자랐다.
어리기만 하던 얼굴도 이목구비가 또렷해졌다.
번쩍!
쟈네트가 손을 휘젓자 그 끝에서 섬광이 튀어나간다.
저 멀리 치달려 코스모스 하나를 똑 자르고 지나가는 빛무리.
정확한 조준에 완벽한 힘 조절이었다.
“성공했구나! 쟈네트!”
백소린이 방방 뛰다가 쟈네트를 끌어안았다.
성공한 것은 쟈네트만이 아니었다.
나는 빙긋 웃으며 백소린을 주시했다.
[천살성][불굴][폭주 기관차] [구사일생][참격][검술]백소린도 검술을 내게 전승받은 것.
“모두 축하한다.”
“선생님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
역시 SSR 캐릭터.
특히 쟈네트는 각성하자마자 3레벨을 찍어 버렸다.
선천강기과 마력혼, 금강체의 조합은 그만큼 사기적이었다.
그러자 백소린이 엉뚱하게 경쟁심을 불태웠다.
절대로 후배한테는 안 질 거라고, 바로 사냥하러 가겠다고 문을 박차고 나간 것.
“언니! 저도 같이 가요!”
쟈네트가 새끼오리처럼 백소린을 따라 나섰다.
내가 데리고 다녀도 되지만 실전 감각은 백소린한테 배우는 게 낫겠지.
실전에서 천살성을 따라갈 특성은 거의 없으니까.
나도 몸을 일으켰다.
‘방심하고 있으면 제자들한테 따라잡히겠어.’
서우진이야 재능 수저에 금수저니까 그렇다 쳐도, 백소린과 쟈네트에게까지 잡힐 수는 없다.
행선지는 정해져 있었다.
나는 스마트폰을 열어 비행기표를 확인했다.
[아헨]신멸 전쟁의 주요 무대였던 곳.
그 여파로 대미궁이 탄생한 도시.
아케인 서울에서 몇 안 되는 원정지.
그리고 에인헤랴르 연공법의 상급 연공법이 숨어 있는 장소.
쿠아아앙!
다음날 새벽.
내가 탄 비행기가 미궁 도시를 향해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