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
1화. 프롤로그.
높은 아카데미의 담장 너머로 솟아 올라있던 태양이 떨어진다.
환히 내리쬐던 빛이 꺼지고, 아카데미에 짙게 깔리는 어둠.
평소였다면 마나등의 불이 밝혀지며, 혹시라도 밤에 외부로 나가는 생도가 있지 않을까 경계하는 경비들이 있어야 했으나.
이제 이곳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토록 많던 생도와 교수들이 있던 아카데미가 완전히 텅 비어있는 모습을 보게 될 거라고는 상상한 적도 없는데.
쉽사리 볼 수 없는 풍경을, 천천히 음미하던 나의 귀에 들려오는 음험한 말발굽 소리.
“드디어 왔나.”
내려앉은 어둠에 몸을 맡긴 채로 아카데미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온 검은 갑옷의 기사들.
죽음을 몰고 다니듯 흉흉하고, 사방으로 공포를 흩뿌리는 흑기사들이었으나, 아카데미에 아무도 없다는 것에 당황한 듯 말머리를 당겼다.
그러다 의자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나를 보고는 가장 앞에 있던 기사단장이 천천히 말을 몰며 다가온다.
그는 투구조차 벗지 않은 채로, 울림 있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남은 건 네놈뿐이냐. 기사를 키우는 아카데미라 하여 기대하고 왔건만 신념 없이 다들 도망쳤는가.”
무언가 오해를 하고 있다는 건 알겠으나, 굳이 대답하지 않는다.
어차피 저 투구 안에 있는 건 진짜 사람이 아니라 본인이 아직 살아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뼈다귀들일 뿐이었다.
“대륙에 퍼진 종말. 그중 첫 번째 성운인 사탄. 그를 섬기는 흑기사단.”
그들은 내가 자신들을 알고 있는 게 크게 이상하지 않다고 여기는 듯했다.
하긴, 지금 대륙 전체에 퍼지고 있는 종말의 구름들을 모르고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겠지.
“기사단이라는 이름을 듣고 조금 궁금했어, 과연 대악마의 기사들은 얼마나 강할지 말이야.”
“우리 역시, 기사를 꿈꾸는 자들의 실력을 가늠하고자 이곳에 찾아왔으나 헛걸음했군. 이곳에 기사란 없었다.”
이미 다들 도망쳤다고 착각해서일까 평가가 상당히 신랄하다.
“기껏 우리를 맞이하고 있는 자도 기사가 아니라 지팡이를 쥐고 있는 마법사라니.”
“기사야, 허리에 검도 있는데.”
두르고 있던 로브를 슬쩍 들춰 허리춤에 있는 검을 보인다.
“그대, 이름은?”
그래도 꼴에 기사단이라고 나름 예의를 차리는 걸 보니 헛웃음이 나왔지만 질문에는 답해준다.
“이안 아이넬. 그보다 네가 착각한 게 하나 있어.”
나는 웃으며 지팡이로 바닥을 쿵 내리찍었다.
일순, 내 뒤의 바닥에서 은빛 섬광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이에 사탄의 기사들은 당황하며 뒤로 물러났다.
“지금 이곳에 기사가 없다니?”
바닥에서 솟아 올라오는 은빛 갑옷을 입은 기사들.
그 모습은 제각각이라 몸집, 성별도 다양했으며 각자 패용한 무기의 종류도 다채로웠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적을 짓밟을 준비가 되었다는 듯 전신으로 광활한 투기를 뿜어냈다.
“내가 바로 기사단이야.”
내가 있는 장소가, 기사들이 모이는 장소이다.
다시 한번 지팡이로 바닥을 쿵 내리찍는다.
은빛의 기사들은 그에 맞춰 무기를 뽑아 들고 앞으로 나섰고….
“가자, 사자들아.”
나의 기사들이 아카데미에 더러운 구둣발로 들어온 적들을 향해 맹렬히 돌진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