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4
114화.
“어억?”
갑자기 벽을 뚫고 들어온 뿔이 달린 거대한 남자, 가르덴을 보며 팔레스는 순간 당황 섞인 숨을 토해냈다.
하지만 의외로 냉정을 찾는 건 빨랐다.
성적으로만 치자면 나이트 아카데미의 생도 중 2위라고 할 수 있었고, 사고만 없었으면 위대한 신성 기사단에 들어갔을 인재.
차고 있던 검을 그대로 뽑아 드는 소리에 팔레스의 일행들도 반응하여 함께 앞으로 나선다.
가르덴이 부수고 들어온 강당의 벽 뒤로 보이는 달려오는 교수들.
그 모습이 이들에게 더욱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지만.
“어억!”
검이 제대로 휘둘러지지 않는다.
휘청거리며 몸이 앞으로 쏠릴 뿐이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손이 초록빛으로 변한 걸 다시금 깨닫는다.
상태가 이상하다.
급작스럽게 움직이려고 들자 현기증이 나고 동시에 몸에 힘이 쫙 풀리며 검을 놓치게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이건, 존중하며 서로의 실력을 확인하는 대련이 아니었다.
쾅!
“커억!”
주먹으로 얻어맞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폭발적인 타격음.
앞으로 몸이 쏠리는 팔레스의 복부에 정확하게 주먹을 꽂아 넣은 가르덴.
그 상태로 주먹을 올려 팔레스를 번쩍 들고는 그대로 생도들 사이로 던져버렸다.
몸이 초록색으로 변한 팔레스를 아무도 받아주지 않아 바닥에 널브러졌다.
생도들이 거리를 벌리며 그를 중심으로 둥근 원이 생겨난다.
잔혹한 선택이었지만 지금 팔레스의 몸 상태를 봤을 때 거리를 벌리는 건 현명했다.
“어, 어억!”
“뭐지? 왜…… 이러지?”
팔레스의 패거리들 역시 휘청거리며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멈추지 않고 다음 생도에게 다가가려던 가르덴이었으나 밖에서 치고 들어온 교수들에 의해 결국 저지당한다.
“네노옴!”
콰앙!
수인의, 그것도 소 수인의 달리기를 따라잡을 수 없었던 교수진.
그나마 그가 멈춘 지금에서야 검을 휘두를 거리가 좁혀졌고 그렇게 되니 자연스럽게 가르덴은 밀리기 시작했다.
“크르으으!”
치명상은 피하고 있었지만 어쨌든 피해는 누적되어 간다.
전신에 검상이 늘어나며 그가 서있는 바닥이 피로 뚝뚝 젖어들었다.
뒤늦게 강당으로 들어온 헥토르 교수.
이미 승부는 결정된 듯 교수들은 가르덴을 벽으로 몰아붙여 포위 중이었고.
“파이팅!”
“교수님들 멋져요!”
“수인 같은 거에 지지 마세요!”
생도들은 팔레스 무리를 잊고 그저 교수들의 검술을 보며 탄성을 내뱉거나 응원하고 있다.
자신들에게 가르침을 주던 교수들의 실전 검술을 보니 흥분한 것.
평소에는 교단에서 교편을 잡거나, 예시를 들어주는 수준에서 그쳤기에 정확히 알 수 없었던 교수들의 강함.
생도들은 자신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얼마나 강한지 다시 한번 체감하는 중이었다.
그런 응원에 힘입어 교수들은 더욱 정교하면서도 빠르게 가르덴을 몰아넣기 시작했고.
쿠웅!
결국 그의 무릎이 강당의 매끈한 나무 바닥에 닿으며 깊은 울림을 알려온다.
단순히 무릎을 꿇는 행위가 아닌.
레지스탕스의 리더로서는 굴복이나 다름없는 치욕스러운 상황.
“끝난 건가.”
학장실에 있느라 한 차례 늦게 온 헥토르는 다른 교수들의 질타 어린 시선 속에서도 묵묵히 상황을 파악했다.
파악된 수인은 윙보드의 리더인 가르덴 하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그는 생도들이 대피한 강당으로 달려왔고 결국 체포되었다.
“…….”
너무 허술하지 않은가?
벨레스 테오도른과 협력했다고 하더라도 고작 혼자서 아카데미를 침입했다?
애초에 어째서 나이트 아카데미를 습격한 걸까?
레지스탕스의 주적인 기사를 키우는 교육기관이긴 하지만.
굳이 윙보드의 리더가 체포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올 필요가 있었을까?
‘가르덴이 감정적인 면이 강한 수인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번 작전은 너무 허술한 데다 아무런 이득도 없지 않은가.
“헥토르 교수, 늦었으면 생도들 통제라도 하세요.”
“그렇게 멀뚱히 구경하고 있어서 되겠습니까?”
톡 쏘아붙이며 헥토르를 질타하는 교수들.
마나에 재능이 없기에 같은 교수들에게도 차별을 당하고 있는 그.
여러 공훈이 있기에 학장은 그를 신뢰했으나, 학장의 총애는 다른 교수들이 헥토르를 더욱 싫어하게 만드는 이유로 추가될 뿐이었다.
“헤, 헥토르 교수님? 좀 도와주시겠어요?”
그때 헥토르의 뒤에서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
평소 늘 티격태격하는 에밀리 교수가 진땀을 흘리며 쓰러진 팔레스를 가리킨다.
“상태가 많이 안 좋아요. 무슨 상황인지 몰라도 일단 병원으로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헥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상황이 끝났다면 자신이 할 일은 이런 것뿐이었다.
하지만.
“크흐.”
처음에는 숨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가르덴에게 검을 내밀고 위협 중인 다른 교수들도 의아해했으나.
다시 보았을 때, 그의 입꼬리는 슬쩍 올라가 있었고.
미소는 뒤틀린 증오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멍청한 놈들.”
급진적인 과격파.
인간을 향한 절대적인 분노와 폭력적인 행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으며, 인간의 목숨을 실로 가볍게 여기는 테러리스트.
수인보다는 마수가, 마수보다는 괴물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존재.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와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는 결코 인간에게 호의적으로 작용할 수 없었다.
“……?”
이변을 감지한 헥토르 교수가 녹색으로 변해 쓰러진 생도들을 보고는 정답에 도달하려던 순간.
푸슈우우욱!
상황은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
쓰러진 생도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녹색 연기가 순식간에 강당을 뒤덮는다.
“꺄아아악!”
“뭐, 뭐야!”
“도망쳐! 밖으로 나가!”
“미, 밀지 마!”
갑작스레 강당 전체에 퍼져 가는 녹색의 연기.
연기를 살짝 흡입한 헥토르 교수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마시는 순간 몸이 썩거나, 내장이 녹아내리는 독 연기는 아니었다.
불쾌하긴 하지만 따로 향도 느껴지지 않으며 평범한 공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헥토르는 그렇게 느꼈으나….
“우욱!”
바로 옆에 서 있던 에밀리 교수는 그렇지 않았다.
표정이 일그러지며 피부가 점차 녹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에밀리 교수님!”
그걸 본 헥토르는 다급하게 에밀리를 들쳐 업었다.
녹색 연기를 흡입한 다른 생도들도 하나둘 힘을 잃고 쓰러지기 시작한다.
“젠장!”
이를 으득 물며 에밀리를 업은 헥토르.
그는 입구 쪽으로 달림과 동시에 외쳤다.
“침착해라! 코와 입을 막고 잠시 숨을 참아라! 앞에 있는 사람 밀지 말고! 고개는 숙이고 밖으로 나가는 거다!”
그의 말이 조금은 효과가 있었는지 생도들은 코와 입을 막고 몸을 숙인 채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연기를 마신 생도가 옆에 있으면 부축해서 같이 나간다! 서로 협력하는 거다!”
정작 헥토르 본인은 코와 입으로 연기를 흡입하고 있었으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다른 이들은 눈치채지 못한 듯했으나 헥토르는 단번에 이 연기가 무슨 효과를 지녔는지 알아냈다.
‘체내의 마나를 오염시킨다.’
그러니 몸에 마나가 일절 없는, 무재능인 자신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었다.
밖으로 나가는 생도 중 하나에게 에밀리 교수를 부탁한 뒤, 헥토르는 강당 안을 누비며 생도들을 구출했다.
그는 재빠르면서도 신속한 몸놀림으로 쓰러진 생도들을 어깨에 둘러매고, 양손에도 한 명씩 쥐어가며 세 명씩 구출하고는 있었지만.
‘늦다.’
생도 숫자가 워낙 많다 보니 시간도 상당히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
“크하하하하!”
자신을 무릎 꿇렸던 교수들을 무참히 때려눕히고 있는 가르덴.
체내의 마나를 순식간에 방출해 낼 수 있는 게 아니니 당연히 교수들도 연기에 당해서는 픽픽 쓰러져 가고 있었다.
퍼억!
퍼억!
퍼억!
퍼억!
쓰러진 교수들을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때려눕히고, 내던지고, 뼈를 부러뜨리고 있는 가르덴의 모습에서는 광기마저 느껴졌다.
저 일방적인 폭력행위를 보니 가르덴이 어째서 나이트 아카데미에 왔는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이곳이 중요시설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가능하니까, 하는 것뿐이다.’
잎담배를 통해서 생도들을 일종의 폭탄으로 만들었고, 그걸 통해서 인간을 학살할 수 있으니 온 것뿐이다.
오롯이 증오로 얼룩진 그의 눈동자에 합리적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저 죽일 수 있으니 죽인다.
딱 그것뿐.
생도들의 목숨이 우선이기에 이를 으득 물면서도 계속 구조 활동을 이어가던 헥토르였으나.
“크흥!”
쓰러지는 생도들 사이에서 홀로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헥토르는 눈에 띌 수밖에 없었고.
교수들을 가지고 노는 것에 질린 가르덴은 곧장 그를 향해 앞으로 내달렸다.
그런 와중에도 바닥에 쓰러진 생도를 짓밟으며 고통을 주는 걸 보면 가르덴이 얼마나 잔혹한 성정을 지녔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후읍!”
들고 있던 생도들을 바닥에 다시 내려놓은 헥토르는 검을 뽑아 들며 대응했다.
연기 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여기서 쓰러지면 정말 얼마나 큰 피해가 날지 모른다.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겠지.
나이트 아카데미도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피하면 뒤에서 대피 중인 생도들이 위험하다.’
많은 것을 짊어진 헥토르의 검이 돌진하는 가르덴에게 닿았으나.
콰앙!
“커억!”
돌진하는 수인을, 인간의 근력으로, 그것도 마나도 없이 막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검이 부러지고 강당의 하늘로 붕 떠오른 헥토르는 피를 토하며 추락했다.
철푸덕.
꼴사나울 정도로 한 방에 패배한 헥토르.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가르덴은 이죽거린다.
“인간이 우리 수인에게 이길 수 있었던 이유가 뭔지 아나?”
널브러진 생도들을 축구공마냥 발로 뻥뻥 차대며 다가오는 가르덴.
“그 빌어먹을 마나 때문이다. 우리보다 마나량이 많고, 마나에 친화적이기 때문에. 딱 그거 하나 때문에!”
인간에 비해 적지만 수인도 체내에 마나는 있다.
그렇기에 가르덴 역시 연기에 피해를 입어야 했지만.
구릿빛 근육들 안으로 녹색빛이 은은하게 떠오른 게 보였다.
“그래서 우리가 너희의 노예로 살아온 것이다! 모든 면에서 우리가 월등함에도!”
면역? 적응? 진화?
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괴물이 하는 말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오랜 기간, 신체 능력이 인간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며 감각적으로도 예민한 수인들을 노예로 부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
인간이 수인보다 마나를 잘 다루고 태생적으로 보유한 마나의 양이 많기 때문.
물론, 기사들 중에 수인들보다 신체 능력이 뛰어난 자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지금의 헥토르는 가르덴을 상대로 이길 수 없었다.
이 연기가 단순히 마나를 흩트리는 것뿐만 아니라 가르덴에게 뭔가 효과를 주고 있는 듯 보였다.
‘끝인가.’
이리 분석해서 뭐 하겠는가.
가르덴의 거대한 발굽은 일말의 자비도 없이 헥토르에게 내리 찍힐 것이 분명했다.
“쓰레기 같은 인간 놈들. 여자든, 아이든 가릴 것 없이 모두 죽여주마.”
헥토르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운다.
발굽이 그대로 그의 머리를 박살 내려는 순간.
콰아앙!
강당의 한쪽 벽이 부서졌다.
가르덴이 안으로 등장했을 때와 똑같이 달려 들어온 검은 군마.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탄 은발의 생도.
검은 불꽃을 뿜어내는 군마의 발굽이 허공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순식간에 바닥에 널브러진 생도들을 지나쳐, 너머에 있는 가르덴에게 도달할 수 있었고.
“흡!”
생도들은 지나친 군마는 가르덴에게 정면으로 돌진했다.
정면 힘싸움에서 밀려본 적이 없는 가르덴이 뿔을 앞으로 내밀며 검은 군마의 돌진을 받아내려 했으나.
“끄으으읍!”
힘에서 밀린 가르덴의 몸이 붕 떠올라 강당의 벽에 처박힌다.
푸르릉!
군마는 숨소리와 함께 입에서 검은 불꽃을 뿜어내며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치켜 올렸고.
“아, 굿보이.”
위에 올라타고 있는 은발의 생도, 이안 아이넬은 웃으며 군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