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워즈라고?”
나도 모르게 신소리를 낼 정도로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마수의 검술이 워즈의 것과 흡사하긴 했으나.
굳이 따지자면 정교한 가짜일 뿐 진짜와 비교했을 때는 몇몇 부분 부족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근데 너무 단호하게 저 마수가 워즈라고 하니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철썩이는 파도에 얻어맞고 있는 마수를 가리키며 되묻자, 과수원장은 목에서 핏줄이 튀어 나올 정도로 발악하며 외쳤다.
“그게? 그게?! 감히 일반 생도 주제에 은빛사자 기사단의 두뇌를 담당하셨던 워즈 님한테 그딴 말을 해!”
“아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저렇게까지 악에 받쳐서 소리를 지를 정도인가 싶기도 했고.
저걸 진짜 워즈라고 믿는 것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비록 지금은 이런 마수의 몸에 계시지만! 제대로 된 몸을 얻으시면 워즈 님께서 본 실력을 발휘하실 거다!”
“진짜 당황스럽네.”
농담이 아니라 내가 이안 아이넬의 몸으로 다시 태어났을 때와 엇비슷할 정도로 황당했다.
뭔가 말하기 어려울 정도.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나는 오른손을 뻗었다.
파직거리는 마나가 재빠르게 소환마법진을 그렸고, 그곳에선 거대한 덩치의 톰과 의족인 한나가 튀어 나왔다.
“어? 어?”
“저것들은!?”
갑자기 마법진에서 사람이 튀어 나오자 당황한 과수원장.
반대로 바레타는 이를 으득 물며 톰과 한나를 노려본다.
“이 개자식들! 너희 때문에 우리 배가 침몰했어!”
꽤나 격렬한 반응.
그녀의 해적선이 우리 단원들에게 침몰했으니 사실 당연한 거긴 했다.
“아직도 살아있었네?”
“징하긴.”
톰과 한나가 심드렁한 반응을 보여서 더 과격하게 대항할 줄 알았으나. 의외로 바레타는 냉정하게 머리를 식히며 이를 으득 문다.
“꼬맹아, 네가 저놈들의 주인이었구나.”
“주인은 말이 좀 그런데.”
단어가 마음에 안 들었으나 막상 톰과 한나는 크게 거부감 느끼지 않는 듯 보였다.
“주인이라고 불러드립니까, 단장?”
“소환수니까 엄연히 따지면 주종관계는 맞긴 합니다.”
“그런 소리 들으려고 부른 건 아니고.”
뒷머리를 긁적이며 나는 과수원장이 소중하다는 듯 끌어안고 있는 마수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게 워즈라는데?”
그리고 당연히.
“네에?”
“그게 무슨…….”
황당하단 표정으로 마수를 쳐다보는 두 사람.
할 말이 많아 보였으나 막상 무엇을 먼저 말해야 할지 몰라 입이 제대로 떼어지지 않는 듯했다.
그나마 한나가 침을 꿀꺽 삼키며 냉정하니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지 않습니까. 워즈는 저희랑 같이 있습니다.”
그제야 숨구멍이 트인 것처럼 톰은 자신의 무릎을 한번 후려치며 깔깔 웃어댔다.
“이거 걸작이네! 워즈한테 말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진짜 궁금하다!”
톰은 당장이라도 역소환돼서 워즈한테 떠벌리고 싶다는 듯 쩌렁쩌렁하니 웃어댔는데.
뭔가 반박을 하려던 과수원장의 표정이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일그러졌던 분노가 당혹스러움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 갑옷에 의족이면…… 한나? 그럼 옆은 톰?”
정확하게 두 사람의 정체를 꿰뚫어본 과수원장.
워즈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우리에게 토해내려 했으나 둘을 보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 그럼 아까 분홍머리의 남자는…… 막내 넬슨?”
“눈치가 빠른데?”
“흠, 저 여자가 워즈의 후손이죠? 딱 비슷한 분위기네요.”
“그치? 나도 보는 순간 알겠더라.”
시시콜콜한 잡담을 하듯 우리는 굴고 있지만, 막상 과수원장은 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은빛사자 기사단에 대해서 말하니까 갑자기 밝아졌던 걸 생각하면…… 우리를 꽤나 좋아하나 봐.”
다이니와 함께 과수원에 왔던 때를 떠올리며 중얼거리자 과수원장의 시선이 내게로 꽂혀 들어간다.
그러곤.
“주인…… 단장? 은발머리 기사……!”
털썩!
엉덩방아를 찧으며 그대로 넘어진 과수원장의 눈이 파르르 떨려온다.
나를 가리키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라, 라인…… 레이먼드?”
“쓰읍.”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알면 죽어야 하는데.”
마치 악당이나 할 법한 섬뜩한 대사이긴 했으나, 애초에 살려둘 생각은 없었다.
“미안하지만 지금 본 것처럼 나는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기사단을 이끌고, 소환할 수 있어.”
짝퉁을 가지고 자랑하던 사람의 앞에서 진짜를 꺼내 든 기분.
생각만큼 썩 유쾌하진 않았다.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워즈도. 나는 소환할 수 있다는 소리야.”
덧붙여서 잎담배 관련해서 얘기하려 했으나.
“아니야.”
과수원장은 고개를 젓는다.
절대로 그럴 리 없다며 과도한 부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럴 리 없어! 이걸 봐! 이걸 보라고!”
과수원장이 내민 건 반지 하나. 검은빛에 특이한 문양이 그려져 있는 독특한 물건이었다.
“가문의 반지야! 워즈 기사님께서 직접 착용하셨던 물건이라고! 이걸 이용해서 워즈 님의 영혼을 불러냈어! 절대로 가짜가 아니란 말이야!”
“…….”
“게다가 검술! 대대로 내려오던 워즈 님의 검술과 똑같았어! 수비적이면서도 상대의 허점을 노리는 날카로움! 네, 네가 소환한 넬슨을 상대로도 승리했다고!”
넬슨이 역소환당했다는 걸 알고 있었겠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언급 당하자 톰과 한나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너였구나? 우리 막둥이 때린 게.”
“후우, 쉽게 보내주진 못하겠네.”
우리가 갈구는 건 상관없지만 남이 막내인 넬슨을 때리는 건 참을 수 없다.
어찌 보면 끈끈한 정이라고 할 수 있고 또 어찌 보면 내로남불이라 할 수도 있으나.
어쨌든.
“그거 검술도 이상했어.”
내가 담담하니 대답하자 과수원장이 마수를 휙 내려다본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따지는 듯한 시선. 마수는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워즈의 검술이랑 흡사하긴 했어. 확실히 잘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워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워즈의 검술과 제대로 비교하고 들자면 분명히 부족한 부분이 너무 티가 나는 건 둘째치더라도.
“애초에 워즈는 목숨이 7개나 있는데 그렇게 바보처럼 싸우진 않아.”
좀 더 냉정하게, 전략적으로 싸웠겠지. 마치 체스를 두는 것처럼 말이다.
“아마 녀석이었으면 3번 정도는 의도적으로 빈틈이나 약점을 명확히 보여주며 죽었을걸?”
오히려 그런 방식으로 내가 상대의 약점을 확신하게 만든 다음, 허를 찌르며 싸웠을 거다.
“워즈라고 보기엔 너무 멍청하게 싸웠어.”
이게 바로 내가 놈이 워즈가 아니라는 것에 확신하는 이유였다.
“뭐, 마수의 몸에 들어가서 머리가 마수 수준으로 퇴화한 거면 몰라도.”
내 말이 신경을 긁었는지 발끈하며 벌떡 일어서는 녀석. 본인은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저런 감정적인 행동 하나하나가 워즈가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는 걸.
“그,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다고! 이 반지를 통해서! 워즈 님의 영혼을 불러냈단 말이야!”
바로 그거다.
내가 궁금한 점.
일단 저 마수는 워즈가 아니다.
그런데 워즈의 검술을 나름 잘 따라서 사용하고 있다.
“도대체 넌 누구인 거야?”
내 질문에 마수는 울퉁불퉁한 이를 갈며 쿵쿵 바닥을 두드린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녹색 기운은 놈의 살기를 표현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 녹색 기운.”
아까 짚고 넘어가려 했던 건데 말이 끊겼던지라 다시 한번 확인한다.
“가르덴이랑 다르게 이제는 확실하게 느껴지네. 거기서 대악마의 냄새가 확실하게 나는데?”
마몬과 레비아탄을 거쳐 오며 이제 이쪽 분야는 전문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잎담배를 통해 간접적으로 힘을 얻었던 가르덴이랑 다르게 숙주를 만나서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다만, 조금 거슬리는 부분은 따로 악마를 섬기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는 점.
“악마아아아!?”
그리고 그 부분은 확실히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내가 악마 따위의 힘을 사용한다고오!”
과수원장의 거센 외침.
무슨 버튼이라도 눌린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발작하듯 외치는 걸 보면 정말로 혐오스러워 하고 있는 게 눈에 보일 지경.
몸서리치면서 과수원장은 외친다.
“은빛사자 기사단의 영광을 재건하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 내가! 악마의 힘을 사용할 리가 없잖아!”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따라가기가 힘드냐 왜.”
이제는 어이가 없어서 한숨만 나온다. 어디 카페라도 있으면 가서 앉힌 다음에 얘기라도 듣고 싶은 지경.
“워즈 님이 내게 힘을 주셨고, 그 힘을 통해서 나는 현대에 기사단을 재건한다!”
“결국에는 너도 저 마수 자식한테 휘둘렸다 이거지?”
의외로 병사가 아니라 장군이었나.
워즈인 척하고 있는 마수.
그러니까 어쨌든 저놈이 잎담배도 퍼트리고, 과수원장과 마수들이랑 함께 상황을 만들었다는 건 알겠는데.
그때.
“몸이 움직이잖아!”
퍼억!
뜬금없게도 휘둘러진 주먹이 과수원장의 안면을 정타했다.
방금까지 녹색 기운에 잠식되어 괴로워하고 있던 바레타가 어느 순간부터 신체의 주도권을 다시 되찾았던 모양.
아무래도 과수원장이 나와 대화하면서 워낙 충격을 많이 받은지라 잠깐 놓친 듯했다.
“내가! 다시! 만나면! 후회할 거라고 했지!”
퍼억! 퍼억! 퍼억!
과수원장을 넘어뜨린 후 계속해서 주먹을 내리찍는다.
움찔움찔 거리며 과수원장이 제대로 된 저항도 못 하고 얻어맞았다.
“크흐하하하!”
바레타는 드디어 쌓인 게 좀 풀린다는 듯 정말 젖 먹던 힘까지 다해가며 주먹을 내리 꽂고 있었으나.
이번에는 그녀의 얼굴에 묵직한 주먹이 꽂혀 들어갔다.
퍼엉!
묵직한 게 타격음부터 남달랐다.
마수가 후려친 주먹이 정확하게 바레타의 얼굴을 강타했고, 그녀는 뒤로 떠올라 그대로 모래사장에 쓰러졌다.
아무래도 기절한 듯 보였다.
상당히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으나 우리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소란이었다.
“바, 반지! 반지!”
바레타의 기습으로 인해 과수원장이 쥐고 있던 반지를 떨어트렸고.
눈치 빠르게도 서둘러 달려 나간 톰이 재빠르게 반지를 주워서 내게 가져왔다.
“단장.”
조심스럽게 내게 건네는 반지.
아까부터 내가 이것에 눈독 들이고 있다는 걸 두 사람도 알고 있던 것이다.
“아, 안 돼에에!”
울퉁불퉁 붓고 코피가 흐르는 얼굴로 격하게 저항하듯 외치는 과수원장.
하지만 이미 반지는 내 손에 들어와 있었다.
받아 드는 순간 대악마들 특유의 찐득하면서도 인간에게 적대적이며 얕잡아보는 듯한 기운이 물신 풍겨온다.
썩 달갑지 않은 물건.
저주라도 받은 듯한 물건이었으나 그 와중에도 소환마법의 촉매가 된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불순물을 쳐낸다.
마몬의 힘을 통해서 녹색 기운을 먹어치우고 나서야 제대로 반지의 효용이 보이는 기분이었다.
파지지직.
다시금 마나가 차오른다.
땅굴에서 워낙 마나를 끌어서 사용한지라 두통이 지끈하고 경고해 왔으나 나는 억지 부리듯 마나를 뽑아낸다.
알프레도 교수조차 깜짝 놀랐던 거대한 마나의 바다. 그것을 통제하고 있던 마몬을 지금만큼은 밀어낸 기분이 들었다.
쑤욱!
손에서부터 뻗어 나온 마나가 앞으로 나올 기사에 걸맞게 차분하니 마법진으로 변해간다.
깔끔하게 그려진 마법진.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며 곧이어.
은빛갑옷을 입고, 장검을 쥐고 있는 마른 체형이지만 장신의 남자가 나타났다.
철컥.
울려오는 갑옷소리.
그는 다른 누구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은 채로 곧바로 내게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은빛사자 기사단의 워즈 탈레인. 300년 만에 단장을 뵙습니다.”
드디어 진짜가 나타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