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손을 뻗어 녀석에게 닿으려는 순간.
[잠깐.]놈의 목소리가 길게 울려오며 나를 멈춰 세운다.
뭔가 들킨 건가 했으나 표정의 변화 없이 그냥 무뚝뚝하니 쳐다본다.
“왜.”
뭐가 문제라도 있냐는 식으로 오히려 되받아치자 놈은 잠시 고민하더니 묻는다.
[영혼을 확인한다는 건 무슨 의미지?]“말 그대로야. 영혼을 옮긴다는 게 모두가 가능할 리가 없잖아.”
[…….]“정신력이 약하거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오히려 휩쓸려서 그대로 사라지는 경우도 있어.”
[그렇게 영혼을 많이 다뤄봤다고?]“장인의 악령이 들어간 검을 다룰 때, 당시 장인의 영혼이 약해서 그대로 사라진 걸 봤던 적이 있어.”
레이로즈 가문에서 마리아가 얻었던 도검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순전히 거짓말이다.
그냥 입에서 일단 되는대로 뱉어내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손에 닿게는 해야 할 거 아닌가.
“뿐만 아니라 정령들조차 옮기지는 과정에서 소멸하는 경우도 있었어. 단순하게 생각할 게 아니야.”
[……그런 거라면 나는 괜찮다.]“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야.”
왜일까.
어느 순간부터 내가 그를 설득하는 입장이 되어 있었다.
“네가 왜 괜찮다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럼 내가 확인해 봐도 되는 거 아니야?”
[네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그렇게 따지면 네가 사용할 몸을 가져왔을 때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애초에 나한테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할 거였다면 이딴 방식을 선택해서는 안 됐지, 멍청한 새끼야.”
나도 모르게 험한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누가 흑마법사 아니랄까 봐 하여간 부탁하는 방식도 더럽게 음습하다.
“그리고 썩지 않는 몸이라는 게 도대체 뭔데? 영원불멸한 몸이라고 말했는데 예시라도 좀 들어봐라.”
[…….]“사람 몸이 싫으면 인형 같은 거에라도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럼 그냥 원래 있던 봉제인형에 들어가 있어도 상관없는 거 아냐?”
[…….]“하도 오랫동안 인형 안에 담겨 있어서 애가 뇌도 솜을 바뀐 건가?”
대화의 흐름을 슬그머니 가져온다. 내가 손을 댈 수 없다면 오히려 저쪽에서 움직이게 만들면 될 뿐이다.
“생각 좀 해라. 응? 어떻게 할까? 지금 내가 손도 못 대게 하면서, 몸을 가져와도 제대로 믿지도 못할 거면서.”
[그래, 이건 내가 실수했군.]왜일까 녀석이 고개를 살짝 끄덕인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다음, 땅에서 수 십 갈래의 뿌리가 솟아 나온다.
[아예 네놈에게서 마법지식을 뺏으면 되는 거였어.]당돌하게도 내 손목과 발목에 휘감기는 나무뿌리들. 그대로 나를 다른 인질들과 마찬가지로 포박하려 했으나.
“이제야 좀 똑똑해졌네.”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졌다.
이미 몸 안에서 튀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던 마몬의 기운이 뿌리를 타고 순식간에 뻗어 나갔다.
[으읍!?]쏜살같이 장악해 가는 마몬의 기운들.
나무뿌리는 그림자라도 드리운 것처럼 검게 물들고, 그것들의 통제권이 점차 나에게로 넘어오는 게 느껴졌다.
‘생각 이상으로 빠르다.’
흑마법사라서 그런지 마몬이 계속 눈독 들이고 있긴 했다만.
아무리 그래도 속도가 지나칠 정도로 빨랐다.
벌써 인질들을 묶고 있던 나무뿌리들은 제압이 끝나서 사람들이 하나둘 풀려나고 있었고 봉제인형 벨이 있는 페트린에게까지 향하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단순히 일처리가 빠르고, 인질들을 구출해 냈다고 좋아했어야 하지만.
지금은 좀 달랐다.
지난번, 성검의 소유권 자체도 아예 먹어치웠던 걸 생각하면 마몬의 힘이 엄청난 속도로 강해지고 있는 건 내게도 불안함으로 다가왔다.
[끄으으으윽!]마몬의 기운이 점점 페트린을 옥죄여간다. 발버둥치는 페트린의 몸이 결국 바닥에 쓰러졌으나.
봉제인형 벨은 아직까지도 허공에 붕 떠오른 채로 저항하는 중이었다.
이만한 마몬의 힘을 상대로 저항한다는 건 그가 꽤나 뛰어난 마법사라는 반증일 수도 있었으나.
“어……?”
믿기 어려운 광경은 그 뒤로 계속 이어졌다.
[감히! 감히! 감히이이!]봉제인형 벨이 쏟아지는 마몬의 기운에 저항하고 있는 것.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 제페른의 악령이다! 어디서 굴러 온지도 모를 개뼈다귀 같은 놈한테 질 것 같으냐!]상대가 대악마 마몬이라는 건 모르는지 꽤나 험한 말을 쏟아내며 무시해 댄다.
발버둥이라 볼 수도 있으나, 내 눈은 뭔가에 홀린 듯 계속 그를 보고 있었다.
어떻게?
저항만 할 뿐 아니라, 오히려 마몬의 기운을 밀어내려 하는 제페른의 악령.
완전하게 밀어내진 못하지만 어쨌든 조금씩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기만 했다.
심지어 지금의 마몬은 옛 전성기 시절에 가까워져가고 있는 상태였는데 말이다.
성검도 먹어치웠던 마몬의 힘에 대항하고 있다?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인형이라는 몸의 한계 때문인 건지, 아니면 더 이상 정신력이 버티지 못했는지.
[안 돼! 안 돼! 안 돼에에에에!]결국 들개처럼 밀려드는 마몬의 기운에 찢기고 먹히며 그대로 사라져 버린 악령.
자신이 고작 인간의 영혼 하나에게 막혔다는 게 심기가 불편했는지 마몬의 기운은 노기가 실린 듯 넘실거리며 그대로 내 안으로 다시 돌아왔다.
“…….”
여러 생각이 들었다.
사건 자체는 별 볼일 없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쉽게 끝났지만.
그만큼 마몬의 힘이 내 안에서 엄청난 성장을 해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앞으로 내가, 마몬에게 대항하기 위한 실마리가 보인 기분이었다.
뽀옥.
바닥에 떨어진 봉제인형을 쥔다.
이제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인형.
“제페른…….”
놈이 왔다는 지역으로 추정되는 이름을 곱씹는다.
흑마법사인 녀석은 분명하게 마몬의 기운에 저항했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제페른에 갈 이유가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
뻐억!
“어?”
정말 뜬금없게도 갑자기 뺨에 훅 들어온 묵직한 통증. 휙 돌아가는 고개에 억지로 힘을 주며 확인하자.
내 왼손이 검게 물들어서는 나를 후려친 것이었다.
“이게 무슨……!”
당황하면서 왼손을 내리려 했으나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왼손은 곧장 내 목을 조르며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미친놈이!’
나와 함께 있는 마몬이었기에 녀석이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감정이 공유되어 들어온다.
일종의 다급함.
‘제페른으로 가지 못하게 하려고!’
내가 자신에게 대항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다는 압박감에 못 이겨 마몬이 결국 움직이기 시작한 것.
오른손으로 왼손을 밀어내며 바닥을 구른다.
겨우겨우 떼어내며 숨을 몰아쉬고 있자니 이번에는 왼손이 자유로워지고 오른손이 검게 물들어간다.
이대로는 안 된다 판단한 나는 아예 마나와 마몬의 기운을 섞어서 외부로 방출했다.
부우우우우웅!
거대한 폭풍의 눈 속에 있는 감각.
나를 중심으로 하늘을 향해 뿜어져 나가는 검은빛의 마나들은 하늘조차 먹어치우려는 듯 탐욕스럽게도 뻗어나갔다.
“끄으으으으으윽!”
마나와 마몬의 기운은 계속해서 뿜어져 나간다.
방대한 양의 마나를 가지고 있는 나와 비견되는 마몬의 힘.
하지만 결국 계속해서 쏟아져 나간 마몬의 기운도 어느 순간 한계에 봉착했고.
식은땀을 흘리며 나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이러면 안 되는데……!’
여기서 정신을 잃어선 안 된다. 다시금 마몬의 기운이 회복되는 순간, 마몬이 내 목숨을 앗아가려 들 것이 분명했다.
놈의 위협이 금방 찾아올 건 예상했으나 생각보다 빠른 상황.
나는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 입술을 으득 깨문다.
“후, 우우욱!”
숨을 거칠게 내쉬지만 손과 발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고, 현기증으로 머리가 어지럽다.
이렇게 끝인가 싶은 순간.
“이, 이안!”
“들것 가져와!”
두 시간이 지난 건지 아니면 하늘로 퍼져가던 불길한 검은 마나를 봐서인지.
테르토나 샤이먼과 호우만, 마탑의 마법사들과 경비대가 우르르 몰려오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그걸 보며 다급하니 한마디 외쳤다.
“손이랑 발! 묶어줘……!”
“뭐?”
테르토나는 갑자기 얘가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겠으나. 나는 한마디를 끝으로 그대로 고꾸라지며 의식을 잃었다.
* * *
덜컹! 덜컹! 덜컹! 덜컹!
다시 일어났을 때는 근처 마을의 병원이었다.
소독약 냄새와 더불어 푹신함과는 거리가 먼 침대 위에서 눈을 뜬다.
덜컹! 덜컹! 덜컹! 덜컹!
“아, 우욱!”
머리가 띵하니 울려오는 게 마나를 너무 많이 사용했을 때 오는 후유증이었다.
피로한 눈가를 누르려고 손을 움직이려 했으나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덜컹! 덜컹! 덜컹! 덜컹!
고개를 돌려보니 내 손이 침대의 끝에 묶여 있는 상태였다.
“아…….”
머리에 껴 있던 먼지를 치우는 기분이 들었다. 기절하기 전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르면서 내가 왜 이런 상태인지 이해하게 된다.
테르토나 샤이먼과 호우만이 그래도 내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가볍게 듣지 않아 다행이었다.
덜컹! 덜컹! 덜컹! 덜컹!
“도대체 뭐야.”
아까부터 계속 침대가 흔들리고, 덜컹거리는 소리가 난다.
허리 아래에서 나는 것 같은데 몸이 무거워서 고개를 들 힘이 없었다.
“이안!”
“거 봐. 내가 만든 영약도 먹었던 애니까 금방 일어난다고 했지.”
그때 병실 안으로 들어오는 테르토나와 호우만.
두 사람 다 깨어있는 나를 보는 순간 환하게 웃으면서 다가온다.
“정말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울지 마! 못생긴 얼굴 더 못생겨지니까!”
내 품안으로 울면서 파고든 테르토나를 못마땅해하는 호우만.
솔직히 나도 호우만과 같은 감상이었으나 일단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인질들은 괜찮아요?”
일단 악령은 확실하게 소멸시켰으니까 괜찮겠지만 문제는 인질들이다.
겉으로 봤을 때는 상태는 괜찮아 보였지만 또 어떤 상황일지 모른다.
하지만 둘은 안심하라며 내게 웃어주었다.
덜컹! 덜컹! 덜컹! 덜컹!
“인질들 모두 무사하다. 입원해 있지만 생명에 지장 있는 사람은 없어.”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네 몸이나 간수해.”
“다행이네요.”
사실 윤에서부터 시작된 사건이나 다름없었기에 사망자가 있다면 굉장히 찜찜할 뻔했는데.
그것만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덜컹! 덜컹! 덜컹! 덜컹!
“녹색 마탑에서도 너에게 감사해하고 있단다. 마탑이나 되니까 그냥 말로만 끝내진 않을 거야.”
“뭐, 일이 잘 끝났으니까 다행이네요.”
마탑에서 주는 감사의 선물이라. 주는 건 당연히 거절하지 않을 거고, 테르토나의 말대로 마탑 정도 수준이면 보통 걸 보내진 않을 거다.
어쨌든 자신들의 치부가 될 수 있는 사건을 내가 잘 끝내준 거니까.
심지어 8등급 마법사인 페트린까지도 내가 구해준 셈이다. 그냥 넘어가면 오히려 마탑의 명예가 실추되겠지.
덜컹! 덜컹! 덜컹! 덜컹!
그것보다.
“아니, 아까부터 도대체 뭔 소리입니까?”
계속 덜컹거리면서 침대가 흔들리는 게 거슬렸다. 무시하려고 해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
내 질문에 테르토나와 호우만은 어색한 눈으로 슬그머니 옆으로 시선을 돌렸고.
나는 억지로 목에 힘을 줘서 시선을 내린다.
그리고 그곳엔.
“이게, 도대체 무슨…….”
검게 물든 내 두 다리가, 묶인 줄을 풀기 위해서 거칠게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