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Empir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36)
정신을 차린 요아힘은 침착해 보이던 모습은 어디 가고 벌벌 떨고 있었다.
너무나도 끔찍한 고통에 정신이 조금 나간 사람처럼.
하지만 심문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태였기에 그 상태 그대로 심문이 다시 시작되었다.
“다른 부대들이 후퇴 중일 때 혼자 우릴 공격한 이유는?”
“그, 그게 가짜 전차들만 있는 줄 알고······ 그리고 국방군이 후퇴할 때 저희 무장친위대 혼자 공격해서 승리를 거두면 저희의 입지가 더 늘어날 거라 생각하고 공격했습니다.”
“허 참.”
예상했던 이유에 추가적인 이유까지 들은 김상옥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둘 다 같은 나라의 군대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갈등하는 모습을 보니 이해가 되질 않았다.
“다음 질문. 연맹군은 카이로에서 방어만 할 줄 알았는데, 카이로 밖으로 나와 공세를 펼친 이유는?”
“······카이로가 포위되면 불리한 건 연맹군이니, 포위되는 일을 막기 위해 먼저 타격을 주기로 했습니다.”
예상했던 답이 나오자 심문을 지켜보고 있던 이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본 김상옥은 또 다른 질문을 했다.
“연맹군은 상황이 불리해질 시에, 수에즈 운하를 폭파할 생각인가?”
“······예.”
그 대답을 들은 서일은 한숨을 쉬었다.
“그럼 현재 폭탄을 설치해 둔 상태인가?”
“아닙니다. 연맹군에게도 수에즈 운하는 중요한 만큼,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폭파 계획만 있을 뿐. 폭탄이 설치되거나 다른 조치가 취해진 건 아닙니다.”
“그건 그나마 다행이군.”
고개를 끄덕인 서일은 또다른 질문을 했다.
“카이로에 있는 연맹군의 사령관은 누구지?”
이건 그동안 대한제국 원정군을 골치 아프게 만든 문제였다.
계속 조사를 했지만, 정확히 누가 사령관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도청을 해도, 현지인들을 통해 조사를 해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상하게 여기던 차에 요아힘을 잡은 것이었다.
그런데 질문을 들은 요아힘의 반응이 이상했다.
“······독일 아프리카 군단의 사령관은 롬멜 장군입니다.”
“독일군 말고, 이집트 전선의 연맹군의 사령관이 누구냐고.”
“그, 그게······.”
이전까지는 잘 대답하던 요아힘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러자 이검이 요아힘을 바라보며 주머니에서 또 약병을 스윽 하고 꺼냈다.
그걸 본 요아힘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없습니다! 현재 카이로에 있는 연맹군에는 사령관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뭐?”
전혀 예상치 못한 이상한 대답에 당황한 이검과 서일은 김상옥을 바라보았다. 통역을 제대로 한 것 맞냐며.
김상옥 또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모르는 사이 독일어로 예, 아니오가 서로 바뀐 게 아니라면······ 예. 통역을 제대로 한 게 맞습니다.”
“허 참. 카이로에 모인 병사가 몇인데 사령관이 없을 수가 있나?”
이검이 황당해 하자 잠시 생각하던 서일이 피식 웃었다.
“대충 알겠네. 8군단장. 포로에게 각 나라의 사령관들끼리 사이가 안 좋냐고 물어봐.”
김상옥은 곧바로 이를 통역해서 물었다.
그러자 요아힘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요아힘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는 사이가 나쁘지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령관들끼리 의견 차이가 심해서 싸우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의견 차이?”
“독일 아프리카 군단의 군단장인 롬멜은 빠른 기동전을 통한 공격을 주장했고, 영국 제8군의 사령관인 버나드 몽고메리와 프랑스 제3군단의 군단장인 모리스 가믈랭은 카이로에서 나가지 말고 방어를 해야 한다고 하며 갈등이 생겼습니다.”
“그중 한 명이 사령관이었다면 갈등이 있어도 큰 문제는 없었을 텐데. 처음부터 사령관이 정해지지 않은 것이었나?”
“그, 그게 원래 롬멜 장군이 사령관으로 임명됐어야 하는데, 영국과 프랑스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바람에······.”
“······개판이네.”
요아힘의 설명은 이러했다.
히틀러는 롬멜을 카이로의 연맹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했으나, 북아프리카에서 활약하던 몽고메리와 대전쟁 때부터 이름을 알린 가믈랭이 불만을 품었다는 것이었다.
몽고메리는 이집트는 영국의 땅이니 당연히 영국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고 했고, 가믈랭은 자신이 가장 연장자이니 당연히 사령관은 자신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이로 인해 세 사람 사이에 갈등이 심화, 일단 롬멜이 사령관이긴 하지만, 카이로의 연맹군 전체를 지휘하는 사령관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가짜 전차들을 가지고 싸울 때 연맹군 중 대부분이 독일군이었는데. 그것 때문이었군.”
이검은 이제 이해가 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이집트 사막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싸우고 포로로 잡은 적들은 대부분 독일군들이었다.
영국군과 프랑스군이 일부 섞여 있긴 했지만, 극소수에 불과했다.
왜 그런가 궁금했는데, 공격을 주장한 롬멜의 작전에 반대하며 아주 적은 병력만 지원해 준 것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이검은 이해가 안 된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힘을 합치고 독일군을 압박해서 자신들의 말을 따르게 할 수도 있을 텐데?”
“그게······ 그 두 나라도 서로 사이가 안 좋아서······.”
“······진짜 개판이네.”
원래도 사이가 좋지 않기로 유명한 영국과 프랑스다.
그랬던 두 나라는 유럽연맹이 결성되기 전부터 급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했으나, 처칠의 상륙 작전이 처참하게 실패하고, 영국에 연합군이 상륙할 때 프랑스가 도와주지 않으면서 다시 멀어졌다.
아니, 사이가 멀어진 게 아니라 다시 원수가 되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했다.
그 정도로 두 나라의 사이는 같은 편이라고 하기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여기에 몽고메리와 가믈랭이 서로를 싫어해서 갈등이 더 심해졌습니다. 가믈랭은 몽고메리를 얍삽하다며 싫어했고. 몽고메리는 가믈랭을 전장에서 시나 읊는 예술병 환자라며 싫어했습니다.”
“얍삽하다? 예술병?”
“몽고메리는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전투에만 나서는 스타일이고, 가믈랭은 평범한 명령을 내릴 때도 시적인 표현을 씁니다.”
“호오······ 몽고메리란 놈이 어떤 놈인지는 대충 알겠고. 가믈랭에 대한 특이사항은 더 없나?”
“음, 처음 만났을 때는 프랑스군의 활약을 기대했던 롬멜이 잠시 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에 전형적인 참모형 장군이라며 크게 걱정했다고 들었습니다.”
“흠······ 이걸 이용하면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요아힘의 이야기를 토대로 작전을 만들어 가던 이검이 또 질문했다.
“현재 카이로의 이집트인들은 불만이 없나? 자기들의 땅이 전쟁터가 되었는데 말이야.”
“당연히 불만이 컸습니다. 특히 유럽연맹을 향한 적대감이 커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런 놈들이 보이면 저희 무장친위대가 잡아서-.”
“······.”
요아힘이 자랑하듯이 말하자 대한제국 군인들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딱 봐도 민간인을 고문했다거나, 죽였다는 말이 나올 것 같았으니까.
그 시선에 겁을 먹은 요아힘은 헛기침을 하곤 다시 말을 이었다.
“······적당히 경고하고 돌려보냈습니다. 하지만 대한제국군에 대한 여론은 좋았습니다. 해방자가 다가온다면서요.”
에티오피아에 도착한 직후 주변 국가들을 해방시킨 대한제국 원정군이다.
안 그래도 영국의 지배에 불만이 많은 이집트인들이었기에 아프리카를 해방시키는 대한제국 원정군은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대한제국 원정군이 하루빨리 카이로를 해방시켜 주길 기원하는 중이었다.
“이집트 왕실도 마찬가지인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그럴 겁니다. 그들 또한 영국의 지배에 불만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유럽의 지원을 받은 중동 국가들이 오스만으로부터 독립할 때 함께 독립했던 이집트다.
그때만 해도 좋았지만, 도움을 주었던 영국이 이집트를 집어삼키며 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이 났다.
때문에 영국을, 그리고 유럽연맹을 향한 이집트인들의 분노는 컸다. 이집트 왕실 또한 마찬가지였고.
그 후 계속 심문이 이어지는 동안 이검과 서일은 밖으로 나왔다.
막사 밖으로 나온 이검이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이거 괜찮은 그림이 그려질 것 같은데?”
“각 군의 지휘관들끼리 싸우고, 내부의 반발도 심하고. 딱 좋네요.”
“여기에 능력 없는 지휘관까지. 하늘이 우리 손을 들어주려나 보다.”
이검이 조용히 웃자 서일이 물었다.
“어떤 작전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일단 가믈랭이란 놈을 사령관이 되게 유도할 생각이다. 요아힘의 말이 사실이라면 몇 가지 수작만 부려도 속이기 쉬울 테니까.”
“흠. 그럼 롬멜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겠네요. 휘하 사단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걸 통제하지 못했으니 지휘력을 의심받을 테니까요.”
서일은 몽고메리가 다음으로 크게 지면 자연스럽게 가믈랭이 지휘권을 잡게 되겠다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이집트 왕실과 접촉해서 내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겠군요.”
“민간인들뿐만 아니라 왕실에서도 불만이 많다니까 가능하겠지.”
“그들만의 힘으로 카이로에 있는 연맹군을 쫓아내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어느 정도 도움은 기대할 수 있을 테니까요.”
“여기에 몇 가지 수작을 더하면······.”
수에즈 운하가 파괴되는 일 없이 점령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 후 몇 가지 이야기가 더 나왔고, 서일은 좀 힘들긴 하겠지만 작전대로만 가면 가능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은 이집트 왕실과 접촉해 봐야겠군.”
“마침 저희 원정군에 합류한 이집트 군인들이 있으니 그들에게 협조를 구하면 되겠군요.”
원정군이 나일강을 따라 북상하는 동안 독립을 꿈꾸는 이집트인 군인들이 원정군에 합류했다. 그렇게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독립을 향한 그들의 열정만큼은 진짜였다.
“하지만 연맹군의 경계를 뚫고 카이로로 들어가고, 이집트 왕을 만나 협조를 구하려면 평범한 놈으론 안 될 텐데······ 아!”
고민하던 이검의 머릿속에 적당한 인물이 떠올랐다.
나이도 어리고, 계급도 낮았지만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사람이.
“나세르 소위. 얼마 전에 합류한 그 녀석 데려와.”
“예.”
잠시 후, 깔끔한 스타일의 할리우드 수염을 한 가말 나세르(Gamal Abdel Nasser) 소위가 이검의 막사로 들어왔다.
“충성! 부르셨습니까!”
“음. 부탁할 게 있어서 불렀네.”
“부탁······ 말씀이십니까?”
예상치 못한 말이라서일까. 나세르는 순간 흠칫했다.
원정군 사령관이 일개 소위에게, 그것도 이집트군인 자신에게 부탁이라니.
나세르가 당황스러워하자 이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무리한 부탁이지.”
“······이집트의 독립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하지만 곧 이내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바칠 수 있다는 것처럼.
“카이로로 들어가서, 이집트 왕인 파루크 1세에게 협조를 구하게. 나중에 우리가 원하는 때에 이집트군을 움직여 달라고.”
“······꿀꺽.”
하지만 부탁의 내용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걸 깨닫자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일개 소위 따위가 적이 득실거리는 카이로에 들어가는 것도, 왕을 만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정말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정말 가능하겠나?”
“카이로에 제 지인들이 있습니다! 지인들에게 부탁하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성공만 한다면, 이집트도 독립하게 될 거란 희망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나세르는 며칠 동안 훈련을 받은 후, 이검이 파루크 1세에게 쓴 편지와 무전 장비를 들고 카이로로 향했다.
그리고 열흘 후. 1940년 12월 15일.
“나세르로부터 무전이 왔습니다! 파루크 1세가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좋았어!”
첫 번째 작전이 성공하자 이검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몽고메리를 처리할 차례군.”
얼마 후.
콩고에서 에티오피아군이 대패했다는 소식이 이집트에 도착했다.
* * *
“뭐? 콩고에서 에티오피아군이 대패?”
“예! 그래서 이집트의 대한제국군도 당황하는 분위기라 합니다!”
예상치 못한 소식에 롬멜의 미간이 좁혀졌다.
“콩고라면 벨기에의 식민지일 텐데······ 벨기에군이 에티오피아군을 이겼다고?”
롬멜은 그게 정말인지 아닌지 정확히 판단할 수가 없었다.
이탈리아를 번번이 연패시킨 에티오피아다. 하지만 그건 이탈리아군의 처참할 수준의 전투력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벨기에군은 대전쟁 때도 꽤 활약한 강군(强軍)이다.
그런 벨기에군은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고, 에티오피아가 또다시 이탈리아를 이기자 콩고가 에티오피아와 손을 잡을 것을 우려해 꽤 많은 숫자의 병력을 콩고로 파병한 상태였다.
콩고에서 온 연락에 따르면 그 군대가 콩고로 들어온 에티오피아군을 거의 전멸시켰다고 했고.
“음······ 정말 확실한 것이겠지? 적이 가짜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은?”
“에니그마(Enigma)로만 해독 가능한 암호문으로 온 정보인 만큼 그럴 가능성은 적을 겁니다.”
“흠.”
하지만 그럼에도 롬멜은 쉽게 믿기가 힘들었다.
만약 이게 거짓이라면 독일이 만들고, 연맹군이 사용하는 암호 기계인 에니그마를 연합군이 해독했고, 똑같은 걸 만들어 중간에서 가짜 정보를 보낸 게 되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사실이라는 듯, 카이로에서 300km 정도 떨어진 아시유트까지 진격한 대한제국군 중 일부가 남하하기 시작했다.
아니, 일부가 아니라 꽤 상당수가 남하했다.
보병뿐만이 아니라 전차까지 포함된 최소 군단급 병력이 남하하는 게 목격되었다.
“듣자 하니 에티오피아가 기껏 점령한 케냐와 수단 남부까지도 위태로울 정도라더군요. 그래서 황급히 지원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에 지원군을 보낸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음······ 정말 사실인 건가?”
그럼에도 여전히 의심은 남아있었다. 적들이 뭔가를 꾸미고 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더욱.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적 병력 중 다수가 후퇴한 지금이 기회다! 지금 공세를 펼쳐야 한다!”
소식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난 몽고메리가 소리쳤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