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yo Black Prince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23장 또 다른 난세의 시작(2)
임안.
“보아라. 벌써 잇따라 승전의 장계가 올라오고 있지 않으냐!”
“…폐하.”
우려 섞인 표정을 짓는 사숭지와 달리 대전 내의 신료들과 황제는 흡족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사옵니다! 고려가 지금 고토를 탈환하기 위해 요동을 치고 있으니 몽고는 이를 막기 위해 요동에 진력을 다하고 있는 지금이 적기라 할 수 있사옵니다.”
송의 대군은 결국 회수를 넘어 몽골을 쳤다. 사숭지의 노력으로 겨우 연기하고 있던 출정은 어느 날 갑자기 허포에 표류한 고려의 배에 의해 순식간에 파탄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지금 보고의 내용을 들었는가? 고려가 지금 몽고와 전쟁을 벌여 대승을 거두고 요동을 치고 있다고 하고 있다. 거기다 몽고에도 사람을 보내 도발을 하고 있으니 요동에서 누가 우세하고 열세인지는 일목요연하구나.”
고려의 사신은 지금 고려의 북방에선 고려군 10만 명이 몽골군에 맞섰다가 우리 태자가 대승을 거둔 뒤 군대를 이끌고 요동으로 건너간 상황이며, 몽고 조정에 이 전쟁에 대해 제대로 담판을 짓자고 전하고자 자신이 바다를 건넜다가 파도에 떠밀려 남송에 왔다고 대답했다.
사실 갈라전으로 간 김경손의 고려군 약 1만, 북계에 주둔 중인 이자성의 5천 병력, 동요군을 막기 위해 왕식이 끌고 간 5천 명 병력과 이후 증원된 안경후의 3천 2백 명.
여기에 통주 전투 이후 충당된 병력과, 갈라전에 있던 이안사와 아부한 두문 등 갈라전 여진 병사들을 추가한다 해도 10만은커녕 반도 안 된다.
그러나 고려의 사신은 동요와 몽골군이 침입한 구역(북계,갈라전)에 있는 기록상 병력인 완안자연이 말하였던 갈라전의 호왈 동원이 가능한 병력 2만 명과 장부상 기록된 북계의 주진군(州鎭軍) 약 4만 명까지 더한 후 호왈 10만(실제론 이렇게 해도 약 8만 3천 2백 명.)이 전부 몽골과 싸우고 있다는 듯이 말한 것이다.
여기에 사신의 몽고에 대한 투박한 태도와 애매한 발언에 남송에선 고려가 10만 대군을 이끌고 요동을 치고 있으며, 사람을 보내 담판을 짓자고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고 이해를 한 것이다.
고려가 몽골과 전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금세 남송에 퍼졌고 이에 불안을 느낀 신중론자들은 어떻게든 전쟁을 막기 위해 사태를 주시하자고 주장했지만, 고토 수복론자들의 열망은 신중론자들의 주장을 묵살하기 충분하다 못해 넘쳐 흘렀다.
“폐하. 고려 사자의 말을 듣기는 하였으나 본조는 아직 요동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옵니다. 하오니 조금만 더 사태를 지켜보는 것이….”
“아니옵니다. 폐하. 이미 고려에 왕래하던 상인들 사이에서도 고려가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요동에 진격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옵니다. 지금 하남에는 적이 없으며, 당분간 요동에 신경을 쓰고 있으니 지금이야말로 기회입니다.”
“그렇사옵니다. 이적들이 서로 싸우고 있는 지금이 고토를 수복할 때이 옵니다.”
“폐하. 아니 되옵니다. 지난 정강의 변을 잊으셔선 아니 되옵니다. 해상의 맹 이후 요의 잔적을 믿고 금을 치려다가….”
사숭지 또한 어떻게든 전쟁을 막아보기 위해 과거의 치욕을 언급했지만 정청지는 사숭지의 말을 끊고는 도리어 사숭지의 말을 곡해하여 황제를 부추겼다.
“그렇사옵니다. 요가 수도를 잃고 도주한 뒤 본조는 그런 거란의 잔당과 협력하여 금을 치려고 하였지만, 금이 잔당을 쓰러뜨리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해 정강의 변을 당했습니다. 그러니 그런 실수를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적들이 싸우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적극적으로 나서 고토를 회복해야 함이 마땅할 것이옵니다.”
“정 재상! 지금 무슨 소리요? 지금 내가 그런 말로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아시지 않소이까! 폐하! 부디 심사숙고하여 결정을 내려주시옵소서! 고려가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으나 아직 몽고에 큰 타격을 주었다는 보고는 올라오지 않았사옵니다. 고토를 수복하기 위해 천군을 출병한다 하더라도 아직은 좀 더 사태를 두고 본 연후 하여도 늦지 않을 것이옵니다.”
사숭지는 정청지가 자신의 말을 꼬아, 되려 주전을 주장하자 열불이 터져 올랐으나 전쟁을 막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마음을 굳힌 황제는 사숭지가 아닌 정청지에게 손을 들었다.
“아니, 이번에는 정 재상의 말이 맞도다! 짐 또한 고려의 세자가 이전에 몽고군의 원수(살리타이)를 죽이며 몽고군을 격퇴한 적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바가 있다. 고려조차 몽고를 두려워하지 않아 고토를 회복하려는데, 어찌 천조가 이적들이 두려워 웅크리랴. 그것이야말로 재상이 말한 대로 옛날의 실수를 번복하는 것이렸다. 지금 본조가 치고 나간다면 몽고는 이중으로 전쟁을 하게 되어 쉽게 이길 수 있으나 고려와의 전쟁이 끝난 후 나간다면 본조는 홀로 북적과 싸우게 되니 이것이야말로 우책이로다. 다행히 이전 출병이 언급되었을 때부터 준비를 하고 있으니 빠르게 군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출병 문제는 정재상에게 일임하니 반드시 완수하라!”
“천군을 준비하는데 만전을 기울여 본조의 천군이 개봉과 낙양에 반드시 입성케 하겠나이다.”
수복이 확정이 나자 신하들은 전부 고개를 숙였다. 어찌 되었든 조정은 황제의 의사에 결정이 나는 것이 송이라는 정치 체계였으니 말이다.
“천자 만세! 만세! 만만세!!”
그리고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남송의 20만이 넘는 대군들이 회수를 넘어 몽골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기가 6월 초순이었다. 이미 몽골의 주력이 빠진 하남에서 송의 대군을 막을 수 있는 병력은 없었다.
그리고 그런 파죽지세 같은 진군의 장계를 받은 황제를 비롯한 수복론자들은 전쟁에서 승리라도 한 듯 기뻐했다. 그러나 그러한 자축의 분위기 속에서 사숭지는 불안을 지울 수가 없었다.
‘허어. 아직 큰 피해가 없이 진군을 하고 있다곤 하나 실상은 결국 비어 있는 땅을 진군한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전투도 벌이지 않고 있는 것에 불과한데 어찌 저렇게 승리의 안도를 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이번 전쟁의 주목표는 고토를 회복하여 호응을 받아 현지에서 수비를 굳히며 몽고를 장성 밖으로 몰아내는 것인데, 연운 16주는 말할 것 없고, 개봉과 낙양도 본조의 품에서 떨어진 지가 100여 년이 다 되어 가는데 몽고 이적의 기세가 등등한 지금 정녕 하북의 백성들의 호응을 쉽게 받을 수 있을지….
만일 받지 못한다면 전선을 유지하기 위해선 결국 본조에서 모두 부담을 해야 할진데 그 군비와 군량은 어찌 부담하고, 이것에 대해선 어찌해야 한다는 말만 하고 구체적으로 모색을 하지 않는단 말인가.’
“폐하. 고려의 사신은 어찌하겠사옵니까?”
사숭지의 말에 희희낙락하던 황제는 처음으로 관심을 보였다.
“…그러고 보니 고려의 사신은 아직 본조에 있는가?”
“지난 회의에서 폐하께서 허포에서 명주로 이송시킨 뒤 따로 지시를 내리기 전 까지는 명주에는 과거 양국의 통교 할 때 세운 객관(客館) 고려사관(高麗使館)에 있으라고 하였습니다.”
“비록 지금은 양국의 국교가 단절되었고 본의 아니게 본조에 방문하였다 하더라도 고려는 과거 본조의 제후국이었다. 과거의 예에 따라 접대하고, 고려로 돌려보내라.”
“통과를 허락하는 것이 아니라 고려로 돌려보내는 것이옵니까?”
“고려와 본조가 대립을 하는 것이 아니니 어찌 일국의 사신을 홀대하거나 방해를 하겠는가. 그러나 지금 그가 가려는 곳은 전쟁으로 위험한 곳이니 길을 열어 보내준다면 사람의 목숨이 위험하니 이를 관망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과거 고려의 사신을 접한 예를 따라 접대한 뒤 후한 위로품과 함께 잘 설득하여 돌려보내도록 하라!”
“폐하. 과거의 예를 따르라는 것은 어느 때이옵니까? 본조가 고려의 사신이 오면 분에 넘치는 접대를 해주어 상소가 잇따라 올라온 예가 있사옵니다. 그저 신변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그냥 보내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그렇사옵니다. 과거 고려와 힘을 이용해 연려제요(連麗除遼)와 연려제금(連麗除金)을 목적으로 했으나 그들은 우리들의 성의를 받기만 할 뿐 절대 움직이지 않아, 소식은 고려와의 통교가 터럭만큼도 이득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정강의 변 때도 제후국이면서 본조를 돕지 않은 고려에 구태여 위로품이나 과거의 예로 대접할 필요는 없사옵니다.”
신료 중 몇이 과거 고려 사신을 접대하면서 든 비용을 운운하며 말하였지만 송 황제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과거 본조가 고려를 통해 연려제요(連麗除遼)와 연려제금(連麗除金)을 목적으로 고려와 외교를 하긴 하였으나 고려는 안전하고 본조도 움직이지 않아 먼저 쳐달라는 청을 번번이 무시하여 양국은 협력을 할 수 없었다. 허나 지금은 이미 고려가 군을 일으켜 요동을 치고 본조도 회수를 넘어 진격하고 있지 않으냐? 그렇다면 저들도 본조의 협력을 구할 것이고, 본조 또한 고려의 힘을 빌릴 수 있을 것이다. 짐이 틀린 말을 하였느냐?”
사숭지도 황제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어차피 전쟁이 벌어졌다면 고려와의 관계를 맺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예로부터 원교근공(遠交近攻 : 먼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친다.)과 이이제이(以夷制夷 : 오랑캐로 오랑캐를 물리친다.)가 중원의 방식이 아니던가. 이미 몽고와의 전쟁이 결정된 이상 어떻게든 고려와 힘을 합치는 것은 결코 우책이 아니었다.
“폐하께서 하신 말씀이 모두 옳습니다!”
“짐은 고려가 이번 전쟁에서 고토를 수복하였으면 하는구나. 고려의 고토 요동은 중원을 지키는 관문이자 성벽이지만 동시에 달단 놈들에게 향한 관문이기도 하지 않느냐?”
“그렇사옵니다. 고려가 요동을 가지게 된다면 몽고는 결코 본조에 집중할 수가 없을 것이옵니다.”
“그렇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 고려가 있어야 본조가 편안할 것이요. 우리가 있어야 고려도 편할 것이로다. 고려 사신이 돌아갈 때 통교의 뜻을 은근히 전하고, 조정과 연결되어 있는 상인들을 보내도록 하라.”
상인을 먼저 보내 비공식적으로 조정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은 송의 외교법 중 하나였는데 과거 고려 문종도 이런 방법으로 송의 의사를 확인하곤 정식 사신을 보내 재수교를 이룬 적이 있었다.
“명을 받들겠나이다.”
송나라가 아무리 후대에 문약하고 군약신강(君弱臣强)의 나라라고 손가락질을 받는다라고 한들 나라의 정점은 엄연히 황제였고, 그런 황제의 명은 지엄하고 절대적이었다. 하물며, 전쟁에 아군을 확보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었다.
* * *
“그래서 왕태자는 저들이 어떻게 움직일 거라고 생각하는가?”
“그중 그 들이 가장 먼저 노릴 곳은 십중팔구 낙양과 개봉일 것입니다.”
“그곳에 뭐가 있다고…”
빈정거리는 구유크의 말대로 그들이 노리는 도시들은 옛날의 현란한 문화를 뽐내던 대도시가 아니였다. 몽골과 금나라의 오랜 전쟁으로 인해 거의 폐허화 되어 있어 실제 원 역사 남송에서도 20만 대군으로 두도시에 입성할 수는 있었지만 초토화가 되어 오래 진주 할수도 없었다고 하였다.
“저들은 금이 멸망한 지금 어떻게든 옛 영토를 회복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전공과 업적을 보이기에는 옛 수도였던 낙양과 개봉이 최적이지요. 아마도 그곳을 점령 후 점진적으로 주변 마을과 성들에 사람을 보내 자신들에게 귀의시킨 뒤 하남 지역 전부를 수복하려고 들 것입니다. 그 후 대국과 화의를 맺고 전쟁을 마치는 것이 저들이 가장 바라는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어리석은 놈들이군.”
“예. 그렇기에 대국을 치는 것이지요.”
진짜 어리석다는 말 밖에 할수 없다. 정말로 하북 지역이 송 때와 비슷하다고 여긴 것일까? 아니면 자신들은 금과 달리 몽골을 밀어내고 지킬 수 있다고 여긴 걸까? 뭐가 되었든 남송은 지금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차라리 지금은 놔두고 몽골이 이대로 중국 지역에 병력을 비워두고 있는 상태에서 서방 원정까지 했을 때 총력을 다해 장성 이북까지 밀어낸다는 작전을 했다면 그나마 더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것도 아주 어렵다는 점과 우리 쪽에선 몽골의 관심을 때 마침 돌려주는 지금 상황이 쌍수 들어 환영해주고 싶은 사태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지. 그에 비해 고려는 우리에게 덤비지 않으니 참으로 현명한 나라다. 알아서 고개를 숙이고 번국으로서 일을 하니 어찌 그들과 같은 취급을 하겠느냐.”
“그리 봐주시니 할말이 없사옵니다.”
따까리 짓거리 잘한다는 말에 속이 뒤집어질 것만 같았지만 드러내지는 않았다. 어찌 되었든 지금은 자세를 굽힐 때다. 남송에 시선을 돌려 그 문제에만 집중하고 이쪽은 관심을 두지 않아 원 역사와 달리 군대를 아예 안보낸다는 결과만 나와도 이쪽에선 만만세다. 그런데 구유크는 갑자기 말 없이 나를 보더니 갑자기 이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압록강 이남으로 귀국이 관리를 하게 되는데 내가 듣기로 압록강은 어느 산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이 경우 그 강의 발원이 되는 산은 어찌 되는 것이냐?”
압록강이 나온 산이라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