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4
아담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어머니가 매우 아름다우셨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었다. 보기보다는 나이가 많았지만 무척이나 젊고 활기에 차 있었다.
문을 옆을 돌아보니 엘레비아가 대기실에 있는 전자 레인지에서 쇠고기 팩을 데우고 있었다. 아담은 그것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배고프다는 생각 보다는 아버지가 해주었던 요리를 떠올렸다. 갑자기 어머니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4살인가 5살 위의 누나가 하나 있다는 말을 해준 생각이 났다. 물론 이제까지 한번도 본적은 없었다.
‘…..누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자신은 알바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살아있다면 25살정도 되었을 것이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 나가고 있을 것이다.
‘살아가는 방법이라……’
자신이 군인의 길을 선택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일단 성인이 된다면 군인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군인이 꼭 되어야 한다고 한다면 명령만 받는 사병보다는 그래도 자신의 운명을 조금이라도 선택을 할 수가 있는 간부를 선택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담은 군인의 길에 와 있었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 중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각자의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살아 남을 것이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살아 남는다……’
자신에게 살아 남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삶의 대부분을 전쟁과 함께 보낸 어머니도 자신과 같은 이런 경험을 한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병사들이 겪는 이런 마음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아담은 쇠고기 팩을 뜯어서 잘 데워진 쇠고기 스테이크를 소스도 없이 입으로 베어 먹고 있는 엘레비아를 보면서 웃음부터 나왔다. 저정도 나이의 여자애라고 한다면 자신의 치장에 보다 신경쓸 나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엘레비아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치장보다는 살아남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나라가 어떻게 되어 가려는 것일까?’
예전에는 대규모의 전쟁이 벌어졌우 경우 어지간한 일개 행성의 인구가 우주공간의 먼지로 사라져 버렸었다. 지금 다시 그럴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인가 싶었다. 이런 대규모의 전쟁은 피해야 하지만, 자신으로서는 그것을 피해갈 힘도 막을 힘도 없었다. 그저 폭주하는 기관차에 매달린 객차처럼 단지 달려나갈 뿐이었다.
5월 14일 06시 20분 파츠 베이스군의 통신 방해가 극심해진 상황에서 에이센군 사령부는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통신방해가 극심해 졌다고 하는 것은 파츠 베이스군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는 증거로 받아 들일 수가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움직일까?”
다들 바짝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에이센군 지휘관들은 파츠 베이스군들이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현실로 받아 들이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적들이 움직임에 나섰다고 하는 것은 매우 우려할 문제였던 것이기 때문이다.
사령부에서는 적들이 초반의 병력 집중 방식을 버리고 활동적인 반격으로 나왔다고 하는 것때문에 적의 움직임을 알아내기 위해서 고심하고 있었다.
08시 30분 크라우프 페트릴 중위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예하 소대를 한번 돌아본 다음에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사령부에서는 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하면서 정확한 적의 움직임에 대해서 파악해 내려 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그렇게 쉽지가 않은 모양이었다. 적들이 초반의 병력 집중 방식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공세로 나섰다고 하는 것에서부터 보다 활동적인 반격으로 나왔다고 볼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거 참……전쟁이 아직은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야!”
중대원들 모두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이제 드디어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하는 것이었다. 개전한지 4일이 지났지만 별 다르게 적과의 교전 상황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깊게 숨을 몰아 내쉬며 중대장인 크라우프가 돌아 나가자 디네스 펜터 호리스 중사는 문득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생각나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녀 뿐만이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말에 편지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디네스는 부모님께 편지를 쓴 후 2살 아래 동생인 사라에게도 편지를 썼다. 자신은 아무 걱정 없이 잘 있다고 편지쓰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편지를 군에서 검열을 한다고 들었다. 규정상 군사에 관계된 일은 쓸 수가 없었고, 현재 처해진 상황에 대해서도 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것 때문이 아니어도 디네스는 부모님들을 걱정끼칠 수가 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편지의 내용은 그저 잘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을 조금 길게 늘여서 쓴 정도였다.
편지란 글로 쓰는 것이 아니라 가로세로 5cm정도의 얇은 디스크에 정해진 용량의 편지전용 디스크에 영상을 기록해서 보내는 것이었다. 한 장의 디스크에는 보통 5분 정도의 용량을 저장할 수가 있었다. 얼굴을 보고 말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편지 기록기는 거의 대부분이 개인 소지할 수가 있도록 되어 있었다.
디네스는 편지 기록기에서 디스크를 꺼내고 작은 플라스틱 케이스에 넣고 봉투를 꺼내어 주소를 적었다. 행성계의 이름, 거주행성, 거주 대륙, 거주 구역을 차례로 적었다. 최대한 자세하게 기록을 했다. 마지막으로 수신자를 적은 다음 입술을 한번 지긋이 깨물었다. 다시 한번 편지 쓴 내용을 되짚어 보고는 그것을 집어넣고 봉해 버렸다.
다들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집에서 오는 편지를 기다리고 있었고, 또한 언제 받아 볼지 모르는 편지를 쓰고 있었다. 편지를 모두 작성한 디네스는 전투에 참가하기전 작성하게 되는 서류들을 작성했다. 군인 유족연금 급여를 받게될 수령인을 적도록 한 것이다. 디네스는 그것을 동생인 사라로 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했던 것이다.
디네스는 시에나가 편지를 쓰는 것을 딱 한번 보았다. 수취인이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한번 편지를 붙이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연금 급여를 받게 되는 서류를 작성하고 가족들에게 편지를 보낼 때 편지 디스크를 내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디네스는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지내다 보니 시에나가 그렇게 말 수가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매우 다정다감한 사람이라는 것도 알 수가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구석에 앉은 채로 다들 편지를 쓰고 있는 것을 쓴웃음을 지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약간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스스로 말하기를 고아원 출신이라고 했었다. 이에 디네스는 자신만의 생각으로 여러 가지 짐작을 하고 있었다.
디네스는 사라가 학교에 잘 다니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야 언제나처럼 광산에서 일을 하고 계실 것이고, 어머니는 늘 그렇고, 그런 탄광촌 같은 곳에서 사라는 그래도 그렇게 자라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앞날도 걱정이었다. 아직 디네스는 16살이었다. 일도 하고 남자도 사귀어 보고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싶었다.
누구나다 꿈꾸고 있는 그런 삶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 듯 자신을 엄습해 왔다. 하지만 고개를 저으면서 그것을 떨쳐 버리고 있었다.
“이거참. 전쟁이라……”
빌리 테이터 준위가 약간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대규모의 전쟁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던 것이다.
“환장하겠지……”
폴 리드 슈레이 준위도 한숨을 내쉬었다. 제 5중대 중대장 직할 소대의 대원들 중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사람이 시에나였다. 그녀는 이제 침대에 반쯤 기대어 도서관에서 빌린 사진관련 책들을 읽어 보고 있었다. 그녀는 제대하고 나서 패션디자이너나 사진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그쪽 책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어떠냐. 그냥 싸우는 거지 뭐……”
알리시나 엘자 뢰싱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알리시나는 약간 입술을 지긋이 깨물면서 아무말 없이 앉아 있는 시에나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거의 말이 없기 때문에 말을 걸기도 좀 어려웠다.
“시에나는 늘 말이 없네……”
알리시나의 물음에 다들 그녀를 바라보았다.
“별로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시에나는 책에서 약간 얼굴을 들어 자신에게 말을 거는 소대장을 바라보았다. 머리를 풀고 있어서 어께까지 내려오는 그녀의 단발 머리카락이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 하얀 얼굴에 짙은 검은 머리칼에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보기에도 상당히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그녀가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리려 했을 때 알리시나가 말을 이었다.
“아참, 늘상 하고 싶었던 말인데……전술 훈련때 단독 행동으로 나서기를 좋아하는 것 같은 데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데 말이야……”
“노력하죠……”
시에나는 짤막하게 대답했다. 이에 울컥한 알리시나가 뭐라고 말을 하려 했을 때 안드레아 폴릭이 시에나에게 조용하게 말했다.
“이봐……개인기가 뛰어난 것은 아는데 혼자 움직이려 하다가 오래 못살아 제대하고 사진작가도 하고 패션 디자이너도 하고……뭐 중대장하고 결혼할 생각 아니야? 오래 살아야지……”
“내가 죽으면 뭐 딴여자하고 살겠죠 뭐……”
시에나는 곧바로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그렇게 대답을 했다. 순간 다들 놀란 얼굴이었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하고 잘 못지내……”
질리아 엘더 폴린이 그렇게 말을 했다. 시에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감정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무관심한 것이었다.
“어차피 다들 죽을 거잖아?”
순간 소대원들은 일순간에 말을 잃었다.
파츠 베이스군의 신속한 움직임은 선두를 서고 있는 할트레인 빈스 중장의 기동함대에 의해 결정되고 있었다. 그의 함대는 에이센군의 중앙 부분과 우익 사이의 속도 차에 의해 벌어진 간격으로 전격적으로 진출하게 되었고 이것이 에이센군의 정찰함대에 포착된 것이 16일 15시 30분 경이었다.
“적함정 포착했습니다. 정찰함들로 보입니다.”
고속으로 은빛 궤적을 그리면서 달아나기 시작하고 있는 에이센군의 함정들이 빈스 중장에게 보고되고 있었다.
“이것은 생각못했을 것이다.”
빈스 중장은 아군의 기만 작전으로 에이센군이 정면에만 온갖 신경을 쓰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크게 우회해서 우익의 왼쪽 정면으로 진출했던 것이다. 지금 자신들을 발견한 정찰함들은 주역에 넓게 분산 베치되어 있던 함정들일 것이다.
“……전함 전투 태세를 갖춰라!”
그는 사령부의 계획이 제대로 이어지기를 간절하게 빌었다.
작전회의 시에 총참모장인 카레트 중장은 타르고라고 하는 29살짜리 중좌에게 작전을 설명하도록 지시했다. 빈스 중장은 그 내용을 되짚어 보았다.
적 함대는 모두 해서 9만에서 12만 척 사이로 추정되고 아군은 10만 척이었다. 적들은 3만 척 단위로 3방향에서 아군을 향해서 압박해 들어오고 있었다. 아군 5만척으로 이들 중 6만척을 가로막고 다른 아군한대 5만척으로 적의 3만척을 상대하도록 하는 작전이었다. 아군의 배가 적들보다 기동력이 전체적으로 우수했기 때문에 충분하게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하는 전제가 깔려 있는 작전이었다.
“음……어쨌든 전쟁에서는 승리를 해야 한다. 그래야 해!”
중장은 누가 작전을 내었든 유케울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나와 싸우는 것이 성미에 맞는 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웅크리고만 있는 다면 오히려 적의 작전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겁먹고 움츠리는 것 보다는 나은 것이다.”
확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 작전이 엉터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작전대로 함대를 움직이도록 했다.
빈스 중장은 고개를 돌려 수많은 광점의 무리들이 기함을 중심으로 우주 공간을 헤쳐 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하나의 빛은 수백의 생명들이 내뿜고 있었던 것이다. 전쟁이 벌어진다고 한다면 많은 빛이 어둠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보다 많은……’
보다 많은 적을 죽이고 마찬가지로 아군의 손실을 최대한으로 줄이도록 하는 것이다. 빈스 중장은 지휘관이라는 압박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이런 정도의 대규모 전쟁에서 6천척이라는 제한된 병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의 행동에 다라 승패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다.
“에이센군의 움직임을 놓치지 마라!”
빈스 중장은 참모들에게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는데 주력하도록 계속해서 지시를 내렸다. 적의 움직임만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다면 절반은 승리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적들의 상당수는 전함이다. 따라서 기동력이 약하다. 그렇지만 정면승부는 매우 위험 해……’
그의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전투 방식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이 오가고 있었다.
…복구합니다…^_^;;;
깊게 숨을 몰아 내쉬고 있던 아담 조슈아 디제 중위는 자신의 바리스타인 엘윈의 콕핏에서 내려와 캣워크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무중력 공간이었기 때문에 몸이 공간을 날아서 캣워크로 내려섰다. 난간을 잡고 부드럽게 착지했다.
“우주공간에 꽤 익숙한 모양이네?”
검은색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를 지닌 풍만한 몸매를 지닌 백인 여성이 옆에 서 있다가 말을 건넸다. 라디아 파드 중위였다. 아담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인공의 건조물 보다는 자연그대로가 좋은데……흙을 밟고 싶어 진다.”
라디아의 말에 아담은 맞는 말이라고 했다. 자신들이 타고 있는 배는 그대로 전장으로 향해 달려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언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다.
“흙을 다시 밟아야지……이런 무중력의 공간에서 흩어 진다면 좀 억울한데……”
아담의 대답에 라디아는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센 놈들 중에서도 에이스파일럿들이 나올 것이라고 했는데 말이야……”
라디아의 말에 아담은 문득 전의 프로스베인에서 벌어진 전투를 떠올렸다. 그곳에서 만났던 에이센군의 파일럿의 움직임을 떠올렸다. 그때는 결판을 내지 못했었다. 다시 만나서 결판을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극심하게 벌어지는 전장에서 같은 적을 만나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 파일럿이 전사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누구인지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만나서 비등하게 전투를 벌였던 에이센의 파일럿이 누구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던 것이다. 이곳에서 다시 만날 수가 있게 된다면 좋겠다 싶었다.
“당연하겠지. 하지만 만나고 싶지는 않아……쉬운 상대였음 좋겠어.”
아담의 대답에 라디아는 핏 웃음을 지었다.
“맞는 말……상대하는 적들이 쉬워야 할 텐데 말이야!”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에이센군에게도 에이스부대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과 전투를 벌여 누가 더 위인지 승부를 겨루고는 싶었지만, 아군의 피해가 막대할 것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마주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런 것은 서로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식?”
아담의 물음에 라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 있으면 같이 식사할래? 전투 시작되면 배고프잖아……”
“그러자! 나도 배가 꽤 고팠는데 말이야!”
두 사람은 중력 블록 안쪽으로 걸어 들어 갔다.
엘레비아 아네스 린제이 타르고 소위는 자신의 엘윈의 콕핏안에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다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망할 자식……반드시 찾아내 죽여 버리겠다!’
엘레비아는 자신의 실력에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프로스베인에서 보았던 그 에이센 파일럿도 상당한 솜씨를 보였다. 게다가 자신보다 경험도 많은 것 같았다. 실력의 차이를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도 상대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바리스타가 암석에 처박히고 콕핏을 열고 나와 상대가 확인을 하려고 했으나, 그가 뛰어나와 콕핏안으로 까지 들어가서 총격전을 벌였다. 이 사실을 물론 상부에 말하지 않았다.
‘차라리 그때 죽었다면……’
그녀가 참을 수 없는 것은 상대에게 받은 심한 모욕감이었다. 자존심이 구겨질대로 구겨졌기 때문에 상대를 죽이지 않고서야 배겨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상대방은 에이스파일럿이었다. 자카운으로 그 정도의 기동력을 낼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면 일급의 솜씨를 지니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젊은 나이에 그만큼의 고속 기동 능력과 실력을 갖추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엘레비아는 길게 숨을 몰아 내쉬면서 콕핏의 시트에 등을 기댔다. 다른 생각을 해야겠다 싶었다. 어쨌든 그녀석과는 전장에서 평생 만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른 전선으로 전출되거나 같은 전선이라고 해도 상대방이 자신과 만나게 될 확율이 얼마나 될지는 구이 계산할 가치도 없었다.
양군이 서로 위치를 포착하게 된 것은 16일 19시 50분 경이었다. 치열하게 벌어진 에이센군과 파츠 베이스군과의 위치확인 작업에서 가장 먼저 성과를 올린 것은 파츠 베이스군이었다. 이들은 서로의 유효 포격 범위 안으로 좁혀 들어가면서 공격해 들어오는 에이센함대의 우익, 에이센군으로 보면 좌익 함대의 왼쪽 측면을 비스듬하게 선제 공격해 들어 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숫자로군!”
빈스 중장은 자신의 턱을 한번 손으로 쓸어 만진 다음 모니터를 가득 메울 것 같은 수많은 광점의 무리들을 바라보면서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 힘차게 앞으로 내렸다. 그것과 동시에 수많은 질량과 높은 에너지의 집합체들이 쏟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지휘관의 디스플레이에는 푸른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아군과 붉은 색으로 되어 있는 에이센군 사이에 수많은 직선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적들도 마찬가지였다. 신속하게 대응하고는 있었지만 반응이 다소 느리고 움직임이 우왕자왕하는 것 같았다. 침착한 대응이기는 했어도 아군이 나타날 방향에서 판단 착오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섵부른 단정은 금물이었지만 에이센군의 함열이 일시적으로라도 흐트러 진다면 좋은 현상이었던 것이다.
“쏴!”
일단 난전 상태로 지속될 것이 분명했지만 자신들은 유케울과의 보급선이 짧았고, 에이센군은 원정이 되는 것이니 보급선이 길지게 되어 장기전으로 간다면 자신들이 훨씬 유리한 것이었다.
20시 05분 빈스 중장이 에이센군에 최초 포격을 가했다는 보고를 받은 유케울의 야전군 사령관 암브로이즈 차수는 입술을 한번 지긋이 깨물었다. 참모장인 카레트 중장은 자신이 제안하게 된 이번 작전이 가져오게 될 결과에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미 제안된 일이었고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카레트 중장은 래리가 지적한 에이센군의 안고 있는 위험을 되짚어 보았다. 일단 장기전이 된다면 에이센군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이다. 그들은 속전 속결해야 했고, 그렇게 하려 한다면 아군과 유케울에서 결전을 시도하려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이렇게 반격에 나섬으로서 적들은 시간을 지체하게 되고 필연적으로 전투가 격렬해 지게 된다면 비상물자의 소비가 늘어나게 되면서 에이센군의 보급품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것이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에이센군들이 적지에 고립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때 대규모의 병력으로 대반격을 가한다면 충분하게 자신들에게 승산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에이센군의 목적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카레트 중장은 확전을 피해야 한다 생각하면서 계속해서 전장의 상황을 주시했다.
전쟁은 쉽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지만, 일단 일어나면 쉽게 끝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 우연하게 일어나는 것 같은 전쟁도 수많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 지면서 일어나게 되는 것이었다. 결코 전쟁은 우연이 아니었다.
폭풍우가 몰아치듯 벌어지고 있는 전투는 순식간에 수많은 생명들을 한순간에 모두 불타오르게 만들고 그대로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있었다.
양측의 격렬한 포격으로 선체가 갈라지고 폭발하고 녹아 버리고 흩어지고 산산히 부서지는 가운데 그 사이를 뚫고 바리스타들이 전진해 들어갔다. 파츠 베이스군의 선공이었다.
“멋있다.”
우주 공간을 가로질러 나가면서 아담은 자신의 기체인 엘윈의 콕핏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광경을 그렇게 탄성을 질렀다. 그렇게 밖에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정말로 멋있었던 것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것 같은 짙은 암흑의 공간에서 별빛만이 아련하게 빛나고 있었고 그 사이 형형 색색의 불꽃들이 교차되고 있었다.
“적의 바리스타부대다!”
후방에 위치하고 있는 EWACS기로 부터의 통신이 떨어졌고 아담은 마른 침을 한번 삼켰다. 이렇게 우주 공간을 가로 지르고 있는 사이 수많은 생각이 교차되었다. 엄밀하게 따진다면 40년 넘게 전쟁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40년 전과 지금의 전쟁 무기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어차피 과학 기술이 한계까지 다다른 지금 획기적인 다른 과학이 발달되기전까지는 인류의 한계는 이 정도에서 멈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아담은 자신의 엘윈의 모니터를 통해서 에이센 함대쪽에서도 수많은 작은 광점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했던 것이다.
“후욱……”
그는 왼손으로 파일럿슈트의 목부분을 한번 쓸어 만졌다. 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조여져 있지 않는 다고 한다면 만약의 사태때 아까운 공기를 잃고 질식사 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는 포격의 범위 아래와 위쪽에서 서로의 바리스타들이 서서히 거리를 좁혀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도 그들 중의 하나였다. 방아쇠를 잡고 있는 집게 손가락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적들과 조우하게 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3분 정도였는데 그 시간이 정말로 길게 느껴졌다. 정말로 그렇게 긴 시간은 다시는 되돌리고 싶지가 않았을 것이다.
“각하! 바리스타부대간의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포격전이 한창 전개되고 있었고 그 사이로 바리스타들이 발진하게 되면서 빈스 중장은 총력전으로 나섰다. 초반의 희생을 무릎쓰고서라도 자신들이 기세를 올려 줘야지만 작전대로 모든 것이 진행될 수가 있었기 때문에 에이스 파일럿들을 대거 투입했던 것이다. 그는 이 작전이 유효한 효과를 내기를 간절하게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