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77
요즘 작가넘이 줄어든 비축분 때문에 발광을….
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저야 그것을 보면서 기뻐(?)하지만요…(피어오르는 암흑 오러…)
아, 슈낼 중위의 전투씬은…마르세이유의 것을 모방~!!! …캐릭의 모티브도 그가 모티브…랩니다…근데…싸우는 방식도 다른 듯 한데…ㅡ.ㅡa
드디어 “소”제목을 바꿀때가 되었군요…^_^)/
파츠 베이스 함대의 함열 사이로 뛰어 들어온 에이센의 함대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리스타들을 내보내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 측에서는 전방에 출격해 있던 바리스타 부대를 미처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고 있었고, 별 수 없이 보급을 받기 위해서 귀환해 있던 바리스타들을 내보낼 수 밖에 없었다.
“바리스타 부대 뭐하고 있는 건가!”
부사령관 베른트 소장이 즉시 바리스타 부대의 출격을 명령했지만, 워낙 장시간 전투에 투입되어 사기도 떨어져 있고 피로도도 크게 높아져 있는 바리스타 부대로는 밀려오는 거센 물길을 모래 주머니 몇 개로 막으려는 것이나 같은 시도일 뿐이었다. 기세를 올리면서 사방으로 바리스타들을 내보내고 있는 에이센 함대를 요격하기 위해서 출격한 엘윈들은 의외로 손쉽게 격추되고 있었다.
10시 정각 로드리게스 중장은 자신의 기함 주변에서 크고 작은 폭발이 일어나고 바리스타들이 파괴되는 장면들이 자신의 바로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멍청한 새끼!’
래리는 눈쌀을 찌뿌렸지만, 다시 한번 그를 일깨워 주듯이 충고를 해 주었다.
“각하! 함대를 후퇴시켜야 합니다. 일단!”
“시끄러워! 우리가 무너지면 중앙 함대가 측면이 뚫린다. 생각이나 하고 지껄이는 거야!”
래리가 말을 제대로 끝맺지도 못하게 하고 로드리게스 중장은 자신의 생각을 지껄여 댔다. 그러자 래리는 다시 입을 열었다.
“중앙 함대는 24시간 넘게 전투를 해 더이상 전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우리가 서서히 후퇴를 하게 되면 중앙 함대도 후퇴를 할 수 밖에 없게 됩······!”
래리는 이번에도 말을 제대로 끝마치지 못했다. 바로 그때 에이센 함대에서 발진한 바리스타들이 벌떼처럼 달려 들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기함의 함교 위쪽으로 바리스타들이 밀고 내려오는 것이 보였고 기함의 호위함들이 에이센 바리스타들의 집중 공격을 받아 파괴되는 모습이 보였다.
“바리스타 부대 뭐하고 있는 건가! 기함이 위험하다!”
기함의 함장이 크게 소리를 질러 바리스타 부대를 요격에 나서도록 지시했다. 주변 호위함들이 에이센 바리스타들의 공격에 이미 상당수가 파괴되어 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에이센의 바리스타들은 기함의 바로 옆쪽까지 밀고 들어왔다. 바리스타들의 공격에 기함이 노출될 것 같자 구축함 한척이 방패가 되어 주기 위해서 이들의 진로를 가로 막았다. 그렇지만 곧바로 수십개의 작은 상처들이 구축함 함체에 발생했다. 곧이어 구축함이 크게 폭발을 일으키며 격침되어 버렸고 그 폭발 사이를 뚫고 에이센의 바리스타들이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대공 사격!”
기함의 함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수많은 대공포화가 집중되고 있었다. 본래 적군을 향해서 쏘아야 할 것이지만 사정이 급박하니 기함을 지키기 위해서 모여든 엘윈들 중에서 아군의 대공포 사격에 맞아 격추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에이센의 바리스타 부대는 기함을 반드시 격침시키겠다는 듯 끈질기게 공격을 해 왔다. 이들은 한쪽에 병력을 집중 투입하더니 기함까지 돌파해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40여대의 자카운이 기함의 바로 근처까지 저지선을 뚫고 들어왔다.
하이파워 빔 바주카와 빔 라이플을 연사해 대고 있던 자카운들은 상당수가 대공 사격에 의해서 격추 되었고 방어를 위해서 출격한 엘윈들에 의해 간신히 격퇴되었다. 그렇지만 바로 그때 상공에서부터 300여대의 자카운들이 새로 출현했다.
“뭐야!”
모든 방어 전력이 우측면에 집중되어 있는 사이 300여대의 자카운들은 고속으로 기함을 향해서 돌진해 내려왔다. 곧 대공 사격이 가해졌고 경비함 2척이 기함의 머리 위에서 이들을 향해서 포격을 가했다. 그렇지만 경비함 두 척은 바리스타들의 공격에 견디지 못하고 격침되어 버렸고 그 사이를 뚫고 에이센 바리스타들이 밀고 내려왔다.
“탄막을 펴라! 뭐하는 거야!”
로드리게스 중장이 침착함을 잃고 크게 소리를 질러댔다. 기함에서 대공 포격이 위쪽 공간을 가득 메울 듯이 쏟아져 올라갔다. 바로 그때 함교 근처에 자카운이 쏘아낸 빔이 명중 되었다. 그 순간 폭발이 일어났고 래리는 엄청난 충격에 정신을 잃었다.
“으······”
억겁의 시간이 흐른 뒤 래리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다. 다행히도 그는 별다른 상처가 없었다. 바닥에 부딪친 왼쪽 팔이 꽤 크게 아팠지만 손가락을 몇번 움직여 보니 그런대로 괜찮았다. 주변을 돌아 보니 비상 전원이 들어와 있었고 지휘 데스크 부분은 피냄새와 살타는 냄새로 가득차 있었다. 그는 허우적 거리면서 손을 저었다. 무엇인가 손에 집히자 그것을 집고 일어섰다.
“뭐지?”
손에 감각이 없어 그것을 들어 보았는데, 그 물체를 보고는 순간 하도 놀라서 그것을 내던져 버렸다. 바로 사람의 머리통이었다. 정신이 없다 보니 무엇을 집고 있는 지도 몰랐던 것 같았다. 그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일단 자신을 확인했는데 왼쪽 팔만 좀 아플 뿐 별다른 상처는 없었다.
“······살아 남은 사람은 있나?”
“래리! 괜찮아요?”
그때 함교 뒤쪽에 있던 듀런트 상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자신의 의자에 겨우 몸을 기대어 일어서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답하며 주변을 둘어 보았을 때 부참모장 엘카토르 대좌는 심하게 피를 토하면서 기침을 해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보니 베른트 소장도 정신을 잃고 있었다.
“중장님!”
래리가 정신을 차리고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을 찾았다. 그는 비틀 거리면서 사령관석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구역질을 할뻔 했다.
로드리게스 중장은 목이 완전히 잘린 채로 사령관석에 몸만 앉아 있었다. 그리고 구석에서 나뒹굴고 있는 그의 머리통이 보였다. 그의 몸통이 앉아있는 의자와 그 주변은 중장의 목에서 흘러나온 피로 온통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래리는 잠시전에 기겁하며 내던지 머리통이 사령관의 그것이었다는 것에 순간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주변을 살펴 보니 날카로운 파편이 피를 뚝뚝 흘리면서 벽에 칼처럼 꽂혀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저것이 사령관의 목을 잘라 버린 것일 것이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래리는 비틀 거리면서 함교 내부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을 찾았다. 겨우 10여명 정도 살아 남아 있었다. 다행이 함은 격침되지 않았는지 전함의 각 부분에서 지령을 요청하는 통신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래리는 통신기를 집어 들어 각부의 상황을 체크했다.
“소관은 작전 참모 비트 로렌조 린제이 타르고 상좌다. 현재 로드리게스 중장이 사망했고 부사령관 베른트 소장이 현재 의식 불명 상태다. 즉시 구급 요원은 함교로 올 것이며 각 부서는 맡은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구급 요원들은 5분도 채 안되는 시간에 함교에 도착했다. 이러는 상황에서도 주변에서는 계속해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담 조슈아 디제 대위가 이끄는 바리스타 부대가 기함 주변으로 병력을 이끌고 도착해 주변의 자카운들을 몰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젠장할······’
함교 바닥에 피와 신체의 일부가 흥건하게 괴어 있었고 래리는 피 비린내에 구역질을 할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꾹 참고 있어야 했다.
구급요원은 의식 불명에 빠진 베른트 소장을 후송하고 갈빗대가 부러져 폐를 찌른 상태가 되어 버린 엘카토르 대좌도 즉시 후송했다. 그리고 로드리게스 중장도 목과 시신을 수습했다. 래리는 어쩔 수 없이 위기 상황이니 이 사실을 전체 함대에 알리려 했다. 듀런트 상위는 충격에서 제대로 정신이 아직도 어지러운지 자신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한번 그녀를 돌아 본 뒤 통신기를 열었다. 다행히도 통신이 회복되어 있어 천만 다행이었다. 래리는 침착한 어조로 현재의 상황을 알렸다. 사령관 유고와 부사령관도 의식 불명 상태로 지휘를 할 수 없으니 현재 사령부에서 작전 참모로 있는 자신에게 지휘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렸다. 사령관이 전사하고 부사령관 마저 지휘를 할 수 없다는 말에 다들 당황하는 듯 했지만 래리는 자신의 명령을 철저하게 지키도록 지시했다.
“각 함대 서서히 후퇴를 시작한다.”
래리는 함대의 전열을 뒤로 빼낼 것을 지시했다. 잔여 함대 지휘관들은 어쩔 수 없게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의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혼란스러운 때 누군가라도 지휘를 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전멸할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24시간 넘게 전투를 벌인 상황이 되자 에이센도 파츠 베이스도 기진맥진해짐 상태였다. 초반의 계획과는 달리 에이센도 24시간 넘게 전투에 임했고 파츠 베이스 함대도 전력을 기울여 전투에 임했던 것이다. 에이센 함대는 퇴각하기 시작하는 파츠 베이스 함대에 결정타를 날리려 했지만 적들이 전열을 견고히 유지하면서 함대를 뒤로 빼내고 있자 더이상 추격하지 않도록 하고 바리스타들을 수용한 뒤 함대를 후퇴시켰다.
에이센 함대는 부상자들을 구조하면서 실비아 주변으로 철수했고 파츠 베이스 함대는 네페르 행성계의 외각 지역으로 함대를 빼내었다.
6월 8일 00시 정각 겨우 전투가 일시적으로 중지 되었다. 24시간 넘게 전투를 계속해서 수행하도록 한 슈페펜부르크 중장의 오기에 파츠 베이스 함대는 많은 피해를 입었다. 가장 큰 피해는 초전에 로드리게스 중장을 잃은 것이었다. 래리는 로라 킬러 소장과 크리스토퍼 라비 소장을 기함 발터 해리스로 불러들여 정식으로 사령관의 유고를 알리고 전투시에 자신의 지휘를 따라 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수고했어요. 타르고 상좌······그대가 침착하게 행동해 준 덕분에 그나마 이정도나 건질 수 있었던 거지······”
로라 킬러 소장이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그렇게 말했다. 라비 소장도 맞는 말이라고 대답하면서 전투가 꽤나 격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래리에게 잘했다는 말을 했다.
“어떻게 되었든······재정비 하는 것이 우선이겠지······”
일단 래리에게 로드리게스 중장의 함대를 맡기고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이 맡은 함대를 재정비 하기 위해서 돌아갔다. 슈페펜부르크 중장은 이제야 통신을 보내 로드리게스 중장의 사망에 대해서 유감의 뜻을 표하고 현명하게 함대를 수습한 래리에게 칭찬의 말을 해 주었다.
“저는 제 할일을 다했을 뿐입니다.”
래리의 대답에 슈페펜부르크 중장은 일단 고인이 된 로드리게스 중장의 함대의 재편성을 래리에게 맡긴다고 말한 뒤 지시를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통신을 끊었다.
“좀 자두셔야죠······”
거의 잠도 자두지 않고 계속해서 일을 하고 있는 래리를 걱정하는 듀런트 상위의 말에 그는 피식 웃음을 지으면서
“리아나 좀 자둬요······피곤할텐데······”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듀런트 상위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하는 말에 래리는 핏 웃음을 지으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그래도요······나는 조금 더 있다가 눈 좀 붙이고 싶군요······”
피해 상황은 8일 02시가 되어서야 집계 되었는데 10만 척 중에서 모두 2만 3천 척을 잃었다. 6월 6일부터 시작된 전투에서의 총 전사자가 1천 9백 만 명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었다.
“1천 9백 만명 이라·····”
보고를 받은 래리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2만 3천 척 중에서 함대 포격으로 8천 척 정도가 파괴되었고 나머지 1만 1천 척은 바리스타 공격으로 파괴 되었다. 로드리게스 중장과 함께 디에빗 마티니 소장도 결국 전사한 것으로 보고 되었다. 지휘관 조차 언제 전사했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던 싸움이었다. 래리가 지휘 데스크를 서성이고 있을 때 뒤쪽에서 듀런트 상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조심해서 래리의 옆으로 다가왔다.
“좀 자두라니까······”
래리의 말에 듀런트 상위는 피식 웃어 보이면서
“별로 잠이 오지 않아요······”
그녀의 말에 래리는 씁쓸히 웃으면서 짧게 안타깝다는 말을 했다.
“이런때 예비 병력만 갖추어 놓는다면······전세를 뒤집을 수도 있었는데 병사들을 24시간 동안 쉬지않고 움직이게 만들다니······”
그는 거뭇하게 자란 자신의 턱수염을 손으로 한번 쓸어 만졌다. 래리의 함대는 사령관 직속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슈페펜부르크 중장은 이번 전투에서 에이센에 어느정도 피해를 입혔을 것이라 여기고 어느정도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공격을 나서려 할 것이다.
‘하지만 에이센군들도······’
래리는 어깨가 좀 아프다는 생각을 하며 지휘 데스크를 바라보았다. 그는 로드리게스 중장이 날아온 파편에 목이 날아가 버린 지휘석의 데스크에는 앉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휘석에 흥건하게 흘러 나온 피를 닦아내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자 그는 잠깐 인상을 찌뿌렸다.
“같이 쉴래요?”
듀런트 상위가 그의 찌뿌린 표정을 보고 걱정스레 묻자 래리는 무슨 말이냐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듀런트 상위는 일단 함대가 후방에 포진하게 되었고 지휘관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냐고 말했다.
“그렇군······”
래리는 자신이 너무 긴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듀런트 상위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리고 짧게 한숨을 내쉬며 지휘 데스크를 빠져 나갔다.
뱅상 바리에 대장은 재편성과 휴식이 끝난 리갈 피어벳 중장에게 파츠 베이스 함대를 경계 하도록 지시한 뒤 후퇴한 함대에 대해서는 재보급과 재편성을 지시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유인 행성들에 대해 점령 작전을 지시하지 않았다. 다만 행성에서 우주로 진출할 수 있는 능력을 차단하고 외부와의 통신을 끊도록 했다.
파츠 베이스 함대의 지독한 작전 능력에 어지간한 바리에 대장도 질려 버렸다. 24시간 넘게 계속해서 전투가 벌어졌으니 그 만큼 병사들의 피로로도 엄청났을 것이다. 에이센 함대는 이번 전투에서 1만 5천 척 정도를 잃었다. 파츠 베이스 함대의 바리스타 공격에 입은 타격이 상당했다.
“망할 일입니다.”
바리에 대장은 그루버 중장이 파츠 베이스가 설마 이곳에 10만 척을 전부 투입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짧게 혀를 차며 말하는 것을 듣고는
“맞는 말이네······어떻게 이곳에 전 병력을 투입할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지엘하르트 대장의 함대마저 있었다면······파츠 베이스 함대는 궤멸이었겠군요······”
그루버 중장의 말에 바리에 대장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네페르 이상은 어렵네······그러니 이번 작전 계획도 그렇게 된 것 아니겠나?”
“맞습니다.”
그루버 중장은 좀 가서 쉬시라고 말을 했다. 바리에 대장은 참모장도 쉬라고 말을 하면서
“일단 교대로 휴식을 취하라고 했고······피어벳 중장이 경계에 임하고 있으니 우리도 가서 쉬십시다.”
“그러죠······”
바리에 대장은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오퍼레이터들의 교대 시간에 맞추어 그는 참모장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단 지휘관도 쉴수 있을때 충분하게 휴식을 취해 결정적인 순간에 계속해서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어야 했다. 이번 전투에서 약 1천 만명의 장병들이 전사해 버렸다. 그렇게 죽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렇게 될 줄은 제대로 짐작이나 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휴게실로 향하는 바리에 대장의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 졌다.
일단 파츠 베이스 군을 상대로 네페르 행성계를 점령한 공역을 제대로 수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예상보다 전투 시간이 길어져 파츠 베이스 함대의 측면으로 전력을 모아들여 공격하려던 마지막 계획이 흐지부지 실패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만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적에 대한 경계를 철저히 하고 있는 사이 하만 바이파에서부터 도착한 보급품들을 가득 실은 수송함대가 도착해서 보급 물자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이만 됐어······’
바리에 대장은 더이상 많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피로 때문이지 어깨가 아파 오고 있었고 당직 사관이 무엇인가 지시를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는 함교를 나섰다. 그리고 지휘관의 의무로서 쉴 수 있을때 충분히 쉬어 두어야 꼭 필요할 때 자신이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전용의 엘리베이터 속으로 들어섰다.
리하르트 황제력 261년 6월 9일 18시 20분 하만 바이파의 군관구 사령부가 있는 고비엘트리턴의 중심 도시 슈필 테이레 시티는 차분한 분위기에 휩쌓여 있었다.
올해에 들어서 슈필 테이레 시티에는 시끄러운 사건들이 많이 일어 났다. 슈필 테이레 시티에서는 시가전을 방불케할 정도로 시민들과 경찰간의 충돌 사건도 일어났고, 이런 사건들 때문에 황실이 개입하고 군대의 지휘권이 중앙 군관구로 넘어가 버리기도 했다.
그리고 6월 1일이 되자 파츠 베이스에 대한 군사 작전이 벌어져 현재 네페르에서 파츠 베이스군을 2천 만명 가까이 전사시켰다는 소식이 계속해서 방송되고 있었다.
그런 소식들을 들으면서 시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었다. 계속된 전쟁의 그림자 속에서 자신들의 불안감을 어떻게든 떨쳐 버리고 싶었지만 그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런 불안함 속에서도 사람들은 꿋꿋이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알프레드 세스는 올해 34세의 무역회사 사무원이었다. 크림색 금발 머리를 가진 그는 제스 듀사른 랄파트가 설립한 듀사른 상회의 고비엘트리턴 지부 소속의 물류 관리 사무소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었다. 전쟁 때문에 알프레드 세스는 매일같이 아침 일찍 사무실에 나와 전쟁 뉴스를 지켜보며 듀사른 상회 소속의 화물선들이 별다른 문제없이 물류 수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신경쓰는 일을 하고 있었다.
“매일 전쟁······미치겠군······”
세스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사무실에서 늦은 저녁을 먹으며 투덜거리는 것이 입버릇처럼 되어 버렸다. 네페르에서는 1년에 한번 꼴로 대규모 함대 전투가 벌어지는 것이 연례 행사처럼 되어 버렸다. 이제는 아예 네페르를 완전 점령이라도 할 것처럼 보였지만 언제 군부가 변덕을 부릴지는 몰랐다. 로이드 강화 조약이나 뭐니 하면서 그런 조항을 들어서 언제쯤 다시 네페르를 돌려 줄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했다. 이번에는 완전 점령이 목적이라고 하는데 세스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쨌든 빨리 전쟁이 에이센의 승리로 끝이 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이렇게 전쟁 때문에 9일간 집에도 들어갈 수 없는 비상 근무를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를 비롯한 상회의 직원들은 6월 1일부터 사무실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전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세스는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다. 그가 집에 빨리 가고싶어하는 이유는 이런 비상 근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결혼 3년 만에 첫아이를 한달 전에 얻었기 때문이었다. 빨리 집에 돌아가서 귀여운 딸아이를 끌어 안아 주고 싶은데 비상 근무 때문에 9일째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세스는 투덜거리면서도 어쨌든 전쟁은 에이센이 이겨야 한다면서 같은 사무실의 직원들과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할때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었다. 직원들 대부분 전쟁으로 프로스베인과 케네온으로 향하는 화물선의 안전에 특히 신경쓰고 있었다. 최근 들어 자주 국경 분쟁이 발생 하면서 화물선이 이 지역에 취항하는 것을 꺼리고 있지만 상회사의 주인인 제스 듀사른 랄파트는 위험 지역이라도 취항할 것을 계속 지시해 내리고 있었다.
19시가 조금 넘었을 때 거의 3일 정도 제대로 집에 들어가지 못했던 알프레드 세스에게 오후 들어 희소식이 들어왔다. 전쟁이 잠시 소강 상태로 접어들 것 같으니 일단 최소 근무 인원만 남겨 놓고 집에 돌아가서 하루정도 푹 쉬어 두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 이에 직원들은 짧게 휘파람을 부르면서 오래 간만에 퇴근을 했다. 그동안 갈아 입은 옷들을 슈트 케이스에 넣고 사무실을 나서며 일단 집에 돌아가겠다는 말을 하며 세스는 모두들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알프레드 세스는 여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사무실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까지 30분 정도의 거리를 택시를 타고 가려고 했다. 그렇지만 퇴근 시간에 겹치게 되자 택시를 잡을 수 없었다. 택시 잡느라고 거의 20여분을 길거리에서 허비한 그는 차라리 걷기로 결정하고 슈펠 테이레 시티의 거리를 활기찬 발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휴대폰으로 집에다 전화를 해서 자신이 갈 것이라고 알렸다. 그의 아내는 택시를 잡을 수 없어서 걸어서 가겠다는 그의 말에 다정하게 대꾸해 주면서 그동안 저녁을 준비하겠다는 말을 했다. 그렇지만 세스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저녁 먹었어······아! 저녁 먹었으니 뭐라도 먹을까?”
무엇인가 선물을 사주고 싶다는 그의 말에 아내는 아이스크림 케익이 먹고 싶다고 말했다. 아내의 부탁에 세스는 잠시 웃으면서
“그럼 살찔텐데······뭐, 좋아!”
아내는 아이 출산 때문에 잠시 일을 쉬고 있는 동안 음식들을 많이 먹었다. 특히 케익을 먹고 싶어 했는데 이러다가 살이 많이 찌면 어떻게 하나 싶었다. 뭐 그래도 그렇게 된다면 그런 대로 매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기다리라고 말을 하고 있던 세스는 집에 가는 도중에 제과점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이스크림 케익을 주문했다. 제과점은 주문을 받는 즉시 새로 만들어 주는 곳으로 아이스 크림 케익을 만들어 달라고 하자 즉시 주문자가 보는 앞에서 제작에 들어갔다. 제과점에는 몇 사람이 앉아서 빵을 먹고 있었고 그 사이로 TV에서는 전쟁에 관한 뉴스를 해주고 있었다. 세스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의자에 앉아 기다리다가 파츠 베이스에서 에이센의 침공에 대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는 보도에 주변에서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욕을 해 댔다.
“망할 놈들아! 제발 좀 헛소리 좀 하지 마라!”
세스는 자신의 욕설에 주변에서 자신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으쓱한 표정을 지었다. 제과점의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고 있던 사람은 피식 웃으면서 10분 정도 뒤 아이스 크림을 입힌 케익을 용기에 담아 건네 주었다.
“800뒤스입니다.”
주인의 말에 그는 1다르크짜리 지폐를 건네 주고 200 뒤스를 거스름돈으로 받았다. 그는 200뒤를 받아 주머니 속에 넣은 뒤 제과점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잠시 제과점의 문앞에 서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바로 그 순간 알프레드 세스는 이마에 큰 충격을 받고는 방금 열고나온 문에 부딪친 뒤 그대로 쓰러졌다. 휴대폰과 손에 들고 있던 슈트 케이스, 그리고 아내에게 사주기로 약속한 아이스크림 케익이 들어 있는 상자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사람들은 갑자기 쓰러진 세스를 힐끔 바라보기는 했지만 무심히 지나치고 있었다. 그렇지만 몇 사람이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안위를 살피려던 사람들은 그의 머리 뒤쪽에서 피가 흐르고 있자 그의 머리를 손으로 받쳐 들었는데, 손에 물컹한 무엇이 느껴지자 손을 빼 들어 보았다. 빨갛게 피로 물든 손에는 무엇인가 희고 누런 물질이 엉겨붙어 있었다. 잠시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바라보던 사람들은 이내 그것의 정체를 깨닫고 크게 비명을 질렀다.
“어! 으와아아앗!”
2블럭 떨어진 골목길 속에서 알프레드 세스가 제과점을 나와 휴대폰을 들어 대화를 시작할 때 정확히 이마를 명중시킨 남자는, 자신이 들고 있던 소총을 조용히 건물 벽에 기대 놓았다. 스포티한 모자를 눌러 쓰고 캐주얼한 차림으로 있던 남자는 손에 끼고 있던 장갑을 주머니 속에다 넣었다. 그리고 가만히 목옆에다가 걸어 놓은 이어폰을 들어 귀에 꼽고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 거리면서 한블럭 떨어진 공중 전화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경찰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공중 전화기 앞에 도착하자 모자를 살짝 들었다. 모자가 들리며 드러난 얼굴은 평범하게 생긴 20대 중반의 백인 청년이었다. 그는 전화 카드를 꼽고 이어폰을 빼낸 뒤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나서 신호가 두 번 울리고 상대가 전화를 받자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말씀하신 대로 돈 입금 시켰습니다. 영수증도 받아 왔으니까 염려 마시구요. 이대로 퇴근했다가 내일 출근할께요!”
그는 상대방의 대꾸가 들려오자 수화기를 내려 놓고 전화 카드를 다시 주머니 속에 집어 넣은 뒤 이어폰을 귀에 꼽고 흔들 거리면서 길거리 속으로 사라졌다.
그날 저녁 뉴스에서는 알프레드 세스라는 올해 34세의 무역회사 직원이 제과점 앞에서 저격 당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쟁 소식에 앞서 보도되고 있었다.
알프레드 세스는 듀사른 상회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 퇴근하던 제과점에 들러 얼마전 출산한 아내에게 주려고 아이스크림 케익을 사서 나오던 도중 저격을 당했다고 했다. 그는 3년 전에 결혼을 해서 이제 한달된 딸아이가 있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고 보도하서면, 오늘 사망한 알프레드 세스를 필두로 6월 9일 19시 30분에서 50분 사이에 슈필 테이레 시티에서만 10명 이상이 저격을 당해 숨졌다는 소식을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