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263
“그래! 그렇게 하자!”
아세라는 크라우프를 돌아 보면서 그의 어깨에 달려 있는 준장 계급장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잘하고 있나 걱정 되었다. 그는 준장으로서 이제는 자신이 감히 올려보기 힘든 위치에 있었다.
아침 일찍 관광객들을 상대로 문을 여는 카페로 들어선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서도 한참을 별다른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고생 많았지?”
갑자기 크라우프가 이렇게 말을 내뱉었다. 그 말에도 아세라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전에 하만 바이파에서 크라우프가 이곳으로 배치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아참! 코프는 이곳이 처음이 아니지?”
“아? 응······얼마 전까지 이곳에서 싸웠었어······저 바다 건너의 만드레일이라는 대륙에서 말이야!”
“아 그래······고생 많았겠다.”
아세라는 이렇게 대답을 해 주면서 그가 준장으로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에 다시 한번 축하한다면서 부럽다는 말을 해 주었다.
“나하고 처음 만났을 때 코프는 소위였는데. 나는 중위였고······곧 코프는 중위가 되더니 나보다 앞서 대위가 되고······이제는 장군이 되어서 내 앞에 있네······내가 너를 경쟁자로 생각했던 것이 좀 우스워 진다.”
그녀는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 짧게 숨을 들이 마셨다.
“뭘? 이것들 모두 셀 수도 없을 만큼 병사들 죽이고······어거지로 진급한 경우도 있었는데 말이야! 운이 좋았을 뿐이야!”
크라우프는 너털 웃음을 지으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대답했다. 보통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급격히 출세를 하면 사람이 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처음 만났던 크라우프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채로 자신의 앞에 앉아 있었다. 다만 어깨에 달린 군복에 장군 계급장을 달고 있는 것 뿐이었다.
“아세라도 전투에 참가 많이 했지?”
“빌어먹을 일이지······”
갑자기 아세라는 욕설이 내뱉어 지자 이내 얼굴이 붉어졌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는 전쟁 때문에 성격이 많이 거칠어진 아세라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맞아······전쟁은 빌어먹을 일이야!”
“응······”
자신의 말을 이렇게 받아주는 아세라를 보면서 크라우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세라는 크라우프를 바라보다가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시에나와 함께 있어야 올바른 사람이었다. 자신은 단지 그때 한번 즐겼을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자기 스스로가 원해서 한 일이었기 때문에 후회 같은 것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때처럼 길게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다시 크라우프의 매력에 빠져 들것 같아 그녀 스스로 자기 자신을 제어하려 하는 것이었다.
“아참! 코프 그때의 일 말이야······지금 나하고 만나는 거 그때의 일 때문이라면 신경쓰지 않아도 돼······우리는 겨우 한번 만나 서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거잖아······”
아세라는 크라우프가 2년도 더 지난 지금 굳이 자기 자신을 찾아온 것에서 아직까지도 크라우프가 자신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지만 지금 그에게 모든 것이 끌려 가기에는 자기 자신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감성에만 휘둘리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살아난 이성적인 사고가 다시 마음의 성문을 닫아 버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는 이내 아세라의 그런 이성적인 사고를 단번에 무너뜨려 버리고 말았다.
“나는 지금 아세라와 함께 있고 싶어서 이곳에 와 있는 거야!”
자기 자신 때문에 이곳에 와 있다는 크라우프의 말에 아세라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남하고 대화를 할 때 고개를 숙이는 것이 좋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 쯤은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숙여지는 고개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바로 그때 크라우프의 주머니 속에서 휴대 전화기 벨이 울렸다. 그것이 퍼뜩 정신이 든 아세라는 받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크라우프에게 전화를 받으라는 손짓을 했다.
크라우프가 미안해 하는 표정으로 휴대 전화기를 받았고 그의 표정이 이내 심각하게 굳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 알겠다. 곧 가겠다.”
그가 전화를 끊었을 때 아세라는 일 때문이냐고 물었다. 크라우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세라는 이렇게 되자 오히려 기분이 홀가분해 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 크라우프는 아세라의 손을 다정하게 잡아왔다. 그런 뒤 20시 쯤에 레온 시티의 69번 부둣가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말을 했다.
“69번 부둣가?”
“응······요트가 많은 곳이고······거기에 오면 내가 알아서 다시 찾아갈께!”
그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저녁때 요트를 하나 대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다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잘가!”
아세라는 일 때문에 바빠서 자리에서 일어선 크라우프를 보내면서 그가 남긴 말을 연신 되새기고 있었다.
그와 헤어지고 나서 어떻게 20시까지 시간이 갔는지 아세라는 제대로 기억을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아세라는 시내에서 군복을 벗어 사물함을 임대해 군복을 그 속에 집어 넣고 흰색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갈아입은 채 크라우프가 말한 69번 부둣가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은 순백색의 요트들이 가득 들어차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척당 얼마간의 돈을 받고 임대해 주는 곳이기도 했다.
‘젠장. 이상한 곳에 와 버렸다. 나 그냥 돌아갈까?’
후회하는 기분이 들어 그곳에서 벗어나려 했을 때 어느새 다가온 크라우프가 아세라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와주었군. 고마워······아세라!”
그의 다정한 말투에 아세라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고 뭐라고 할 틈도 없이 그를 따라 나서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크라우프는 아세라와 함께 임대용 요트를 타고 레온 시티의 69번 선착장을 빠져나와 바다 한가운데로 나왔다. 그렇게 멀리 나갈 필요 없이 크라우프는 레온 시티의 불빛이 바다를 훤하게 비추는 곳에 나와 배를 정지시켰다. 아세라는 요트 속에 들어가지 않고 뱃전에 서서 레온 시티의 불빛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둘만의 세계에 들어와 버린 것 때문에 후회의 감정이 먼저 일어나 마음속으로 갈등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잘하고 있는 걸까?’
헤어지고 난지 2년 만에 다시 만났고 만나자 마자 이렇게 아무런 거부감 없이 그를 따라온 것이 한심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요트 안쪽에서 와인을 두잔 가져 왔을 때 아세라는 빙긋 웃으면서 그 잔을 받게 되었다.
살짝 잔을 입에 댔을 때 코끝에 걸리는 와인의 향이 참으로 향기롭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크라우프를 바라보았다. 이곳까지 따라 왔으니 그가 자신을 요구한다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갑자기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이곳까지 따라와 버린 자신이 후회 되었다. 그런 아세라의 모습에 크라우프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배의 난간에 등을 기대 섰다.
“이제껏 느긋하게 누구하고 앉아서 말할 시간도 없었어······”
나직히 그렇게 말하는 크라우프의 모습을 바라보던 아세라는 그의 옆에 기대 앉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장군까지 승진할 정도라면 무척이나 열심히 살고 있었잖아?”
“그런가······”
조금 끝을 흐리는 크라우프의 말투에 아세라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상쾌한 바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기 시작하자 그것을 왼손으로 쓸어 넘기면서 오른손으로는 와인을 한잔 들어 입안에 흘려 넣었다.
“아세라는 어땠어? 우주 공격군 함대는 지내기 괜찮아?”
크라우프가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것 같자 아세라의 일을 물었다. 그녀는 씁쓸히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우주 공격군이라고 해도 별로 좋은 것은 없어······어디가 위험하다고 하면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그곳으로 달려가 버리고 말잖아······언제나처럼 전쟁의 연속이야!”
“내가 듣기로 우주 공격군 함대는 이번 파츠 베이스와의 지역이 안정되면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하던데?”
크라우프는 와인을 한번 기울이면서 자신이 들었던 것을 말했다. 아세라는 자신은 지금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하면서
“네가 아이크까지 갔다는 얘기 들었었는데······그리고 거기에서 두 번에나 방송에 나왔었지?”
“아? 응······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
공용 방송에도 여러번 얼굴이 나온적이 있었던 크라우프였기 때문에 아세라가 굳이 그 일을 다시 꺼내자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의 얼굴에 아세라는 아직까지 그는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좋은 일이지 않아? 크라우프는 나하고 페페의 어머니 이후 최연소 준장 승진자라니 말이야!”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자 크라우프는 순간 아세라의 친 어머니가 카디나 크렐 예비역 대장이라는 것을 기억해 냈다. 그리고는 자신이 아무리 대단해도 아세라의 어머니에게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럴까?”
아세라와 페넬로페와 함께 지냈을 때 두 사람이 은근하게 자신들의 어머니 카디나 크렐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아세라의 자긍심에 상처주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말을 한 것이다.
“고마워!”
그런 크라우프의 생각을 알고 있는지 아세라는 엷게 웃음을 지어 주었다. 어두운 밤바다에 반사된 레온 시티의 불빛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세라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세라의 눈동자는 보는 사람을 매혹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건강함이 넘치는 아세라의 갈색 피부는 보는 사람들을 빨아 들일 것만 같았다. 당장에 껴안고 키스를 퍼붓고 싶었다. 렇지만 크라우프는 겨우 자신의 이런 마음을 억눌렀다. 이제껏 시에나와 다이레아, 그리고 에이린과 함께 지내면서도 아세라의 생각을 지워 버릴 수 없었다. 그것은 크라우프가 아세라에 대해서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감정을 억누르려고 여러번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록 더욱 아세라가 간절해져 갔다. 그는 단지 아세라의 몸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아세라와 간절히 함께 하고 싶어진 자신을 발견했을 때, 크라우프는 아세라를 붙잡지 못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고 괴로움에 쌓여 있었다. 그런 것 때문에 지금 시에나와 다이레아, 그리고 에이린과도 떨어져서 지금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이곳에 와 있는 것이다.
“아세라는 너무 아름다워······”
“고마워!”
갑자기 자신에게 칭찬을 말을 내뱉는 크라우프의 말에 아세라는 엷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조금 깊게 숨을 들이 마시면서 손에 들고 있는 와인을 모두 마셨다. 긴장한 탓인지 목이 많이 말라왔기 때문이었다.
“참! 그러고 보니 아세라는 올해 25살이지?”
무엇인가 생각해 보던 크라우프가 자신의 나이를 물어 오자 아세라는 다소 머쓱한 기분이 들었는지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그렇게 되었네······어쩌다 보니까 나이만 이렇게 먹어 버렸어!”
짧게 한숨을 내쉬던 아세라는 페넬로페도 자신과 같이 25세가 되었으니 늦기전에 비스톡하고 사귀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슬슬 페넬로페도 결혼하고 싶은 나이구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면 자신도 똑같이 25살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 싶었다. 자신에게 접근해 왔던 맥클레런 중위를 거부한 것 때문에 아세라는 어딘지 모르게 자신을 잃고 있었고 후회가 되었었다. 하지만 지금 크라우프와 함께 있게 되니 그런 것이 아무런 후회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확실히 자신의 앞에 있는 크라우프가 마음에 드는 남자기이는 했다. 그렇지만 아세라는 그의 곁에 있는 시에나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저기 말이야!”
아세라는 말끝을 흐리면서 크라우프를 바라보았다.
“왜?”
자신을 바라보는 크라우프와 눈이 마주치자 아세라는 갑자기 기운이 쭉 빠져 버렸다.
“아니······전에 우리 헤어지기 전에 말이야······”
“나한테는 아마도 평생 잊을 수 없을 꺼야!”
갑자기 크라우프가 그렇게 말을 하자 아세라는 자신의 속마음과는 달리 자신도 그렇다는 대답을 해 버렸다.
“고맙군! 아세라도 그렇게 생각해 주었다니······”
마음속으로는 아니라고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대고 있던 아세라였지만 크라우프는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이런 것이 평소에 아세라가 가장 싫어 하던 식으로 단지 남자와 섹스만을 공유하는 관계가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는 그런 아세라의 걱정 같은 것을 불식시켜 주려는 듯 보였다.
어차피 이런 곳까지 아무런 싫다는 의사 표현 없이 따라온 여자라고 한다면 보통의 남자들은 여자도 원할 것이라고 처음부터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크라우프는 그렇지 않았다. 차분하게 아세라의 긴장감을 풀어주며 2년 동안 밀렸던 이야기로 밤을 세워도 전혀 싫증내지 않을 만큼 다정하게 자신에게 말을 건네 주고 있었다.
아세라 자신도 크라우프가 이곳에서 자신에게 마지막에 원하는 것이 무엇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차츰 그와 함께 지난 2년 동안 밀렸던 이야기들을 하면서 조금씩 마음이 누그러져 버렸다. 그리고 실제로 서로 오랬동안 헤어졌다가 만난 사이처럼 더할 수 없이 다정하게 느껴졌다.
크라우프가 이 바다의 너머에 있는 만드레일이라는 대륙에서 파츠 베이스군 지상 기지 셰어필드를 부대를 이끌고 급습했다가 도망쳐 오는 중에 헬기가 격추되어 서바이벌을 통해서 살아 남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세라는 마치 그와 함께 했었던 것처럼 탄성을 질러대기도 했다. 그런 정도의 지상전 경험이 없는 아세라였고 직접 적과 총격전을 벌였다는 크라우프의 말에 대단하다고 대답해하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역시 고생이 많았군!”
“지상전이라는 것이 생각보다는 어렵더라고······차라리 무중력이 좋지······”
크라우프는 씁쓸히 웃으면서 은근하게 아세라가 지상전 보다는 무중력하에서의 전투에 보다 경험이 많은 점에 대해서 자신이 휠씬 낫다는 말을 하자 아세라는 우주전도 매우 어렵다면서 자신도 네페르와 유케울에서 파츠 베이스 함대와 여러번 싸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험을 말하기 시작했다. 전함을 공격하는 것과 대공포화가 쏟아지던 것, 그리고 전장에서 아찔했던 것들을 자세히 말해 주었다. 어차피 크라우프도 같은 경험을 했었기 때문에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아니겠지만 그는 조용히 아세라의 말을 들어주고 있었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보니 아세라는 미안한 마음이 일었다.
“고생이 많았어 아세라······”
그녀가 말을 끝내자 크라우프가 다정하게 말을 건네 주었다. 아세라는 그 말에 갑자기 고개를 숙이면서 소리를 죽여 쿡쿡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왜 그래?”
크라우프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을 때 아세라는 갑자기 허리를 뒤로 젖히면서 웃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무중력 공간에서 한 것처럼 난간을 잡고 무게 중심을 뒤로 젖힌 허리 쪽으로 돌려 버렸다. 하지만 어느새 돌기 시작한 술기운 때문인지 외마디 소리와 함께 아세라는 다시 자세를 고쳐 잡을 틈도 없이 거꾸로 바다에 떨어져 버렸다. 순간적으로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듬과 동시에 중심을 잡을 수 없었고, 완전하게 자신이 물에 빠져 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니 심한 공포감이 밀려왔다. 아세라는 평소에 수영 같은 것에 자신이 있었지만 얕은 수영장에서 하는 수영과 이렇게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은 그 차이가 컸다. 그리고 너무 놀란 탓인지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젠장!”
하지만 곧바로 누군가 자신의 옆으로 다가와 자신을 들쳐 업고 요트의 발판위 끌어 올려주었다. 그것은 수중으로 다이빙 할때 요트의 뒤쪽에 발을 딛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을 잡고 자신을 감싸 안고 있는 사람은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크라우프였다. 아세라는 겨우 발판에서부터 배에 기어 올라 바닥에 쓰러지면서 잔기침을 캘룩 거리고 있었다.
“왜 그런 거야? 여기가 우주선 격납고 인줄 알았어? 여기는 중력이 있는 곳이라고 잘못하면 바다에 떨어져 버려!”
크라우프가 질책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아세라의 등을 두드려 주면서 다독여 주자 그녀는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스럽다면서 그가 말한 것이 맞다는 대답했다.
“······나 정말 바보지?”
아세라가 제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자 크라우프는 잠시 기다리라면서 요트 안쪽에 들어가 타월을 가지고 나왔다. 그러면서 아세라의 팔다리를 닦아 주었다. 자신의 몸을 닦아 주는 크라우프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아세라는 그가 자신을 진심으로 생각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슬쩍 손을 뻗어 크라우프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응?”
아세라의 손이 닿자 그가 순간 움직임을 멈추었다.
“고마워 코프······나를 구해줘서!”
그녀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크라우프 쪽으로 끌어 당겨 키스를 해 주었다. 아세라는 크라우프의 목을 끌어 안고 키스를 했다. 그런 뒤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감싸고 있는 젖은 옷을 모두 벗어 버렸다. 바닥에 타월을 깔고 둘은 그대로 서로를 한껏 느끼기 시작했다. 남녀 사이의 이런 관계에 대해서 아세라는 이제껏 두 사람 밖에는 상대해 보지 못했다. 그것도 그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크라우프였기 때문에 섹스에 관해서는 크라우프 만큼 경험이 부족했다. 그런 것 때문인지 아세라는 부끄러움을 느끼고는 자신도 모르게 소극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는 그런 아세라의 두려움이나 걱정 같은 것들을 모두 떨쳐 버리게 만들었다. 매우 다정하게 그녀를 대해 주다가 갑자기 성난 야수처럼 달려 들기도 하면서 아세라를 전에 경험하지 못한 즐거움 속으로 빠져 들게 만들었다.
크라우프가 어느새 자신의 몸을 한껏 탐닉하기 시작하고 있을 때 아세라는 그의 목을 감싸 안으면서 그를 자신 쪽으로 끌어 당겼다. 그러면 크라우프는 움직임을 멈추고 아세라에게 키스를 해 오곤 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뿐 크라우프는 적절하게 강도를 조절해 가면서 아세라가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냥 남자가 자신의 욕심만 채우려는 듯 보이지 않았고 아세라가 요구하고 원하는 것을 잘 이해하고 그것에 맞춰 자신을 움직여 주었다. 그리고 아세라가 절정에 도달하는 듯 하자 그도 아세라의 몸속에 그 자신의 뜨거움을 마음껏 쏟아내 버렸다. 하지만 아세라는 기분 나쁘다거나 후회스럽다거나 아니면 너무 아쉽거나 하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아세라를 그대로 끌어 안고 있었다. 서로의 따뜻한 체온을 한껏 느끼고 있었고 크라우프는 아세라의 몸의 따뜻함을 즐기고 있는 듯 마지막 자세에서 한참을 그대로 있었고, 아세라는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자신들의 몸을 감싸고 있던 젖은 옷들을 바라보았다.
그대로 잠들어 버려도 상관 없을 것이지만 둘은 다시 선실 안으로 들어왔다. 선실 안은 간단한 주방과 음식 재료들이 있었고 2인용 침대와 위성 방송 수신기도 있었다. 둘은 두 사람이 들어서면 딱 알맞을 샤워실로 들어가 서로의 몸에 묻은 소금기를 닦아 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안으로 들어와 타월로 몸을 닦았다.
크라우프는 아세라가 배고파 하는 듯 하자 그녀에게 직접 요리를 해 주었다. 아세라가 잠시 밖으로 나가 자신들이 벗어 놓은 옷을 가지고 들어왔다. 남은 옷이 그것 뿐이니 걱정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세라가 옷을 세탁하는 것을 보고 있던 크라우프는 요리 만드는 것을 서둘렀다.
간단하게 통조림 요리에 샐러드를 얹은 것이었지만 아세라는 그가 해준 요리의 맛이 참 기분 좋게 느껴 졌다. 서로 저녁 식사를 먹고 다시 와인을 두잔 정도 마신 뒤 침대위로 올라와서 서로의 체온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었다.
크라우프와 아세라는 좁은 침대 위에 서로의 몸을 기댄채로 누워 있었다. 서로 잠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위성 방송 수신기를 작동 시켰다.
그곳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연예 관련 뉴스였기 때문에 그것에서는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베르베라의 이사벨라 보나르가 1년을 기한으로 지방 투어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16살이라······”
아세라는 크라우프의 가슴에 손을 얹으면서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10년 전 쯤에는 저렇게 귀여웠을까?”
부럽다는 말을 하는 아세라의 표정에 크라우프는 그녀쪽으로 돌아 누으면서 아세라는 지금이 더욱 아름답다는 말을 해 주었다.
“고마워!”
아세라는 크라우프의 가슴을 손으로 한번 쓸어 만진 뒤 상반신을 약간 들었다. 그러면서 크라우프의 목과 가슴에 입을 맞추어 주었다. 그는 손을 조금 아래쪽으로 뻗으면서 아세라의 허리를 부드럽게 쓸어 만져주고 있었다. 그런 그의 손의 움직임이 간지럽기도 하면서 참 느낌이 좋았다.
“대단한데 아세라······”
“뭘?”
갑자기 내뱉은 크라우프의 질문에 아세라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아세라는 매력이 넘쳐······”
여느 남자가 이렇게 말을 했다면 아세라는 혐오감 같은 것을 먼저 느꼈을 것이지만 그녀는 갑자기 알 수 없는 행복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런 것 때문인지 갑자기 몸이 나른해 지면서 피곤함을 느끼게 되었다.
“나 피곤해!”
아세라는 크라우프의 가슴에 키스를 해 준 뒤 그를 바라보면서 씽긋 웃음을 지었다. 그런 뒤 잠자고 싶다면서 그의 옆에서 몸을 돌려 벽쪽으로 얼굴을 두고 누웠다. 그런 그녀에게 크라우프는 등뒤쪽에서부터 아세라를 감싸 안아 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어깨를 간질이는 크라우프가 내쉬는 숨결을 느끼면서 어깨를 조금 위아래로 움직였다. 하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너무 흥분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크라우프가 부드럽게 몸을 쓸어만져 주자 아세라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잠에 빠져 들어 버리고 말았다.
다음날 일찍 아세라와 크라우프는 다시 69번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남은 임대료를 크라우프가 지불하고 둘은 근처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식당에 들러 아침을 먹었다. 간단하게 계란 프라이와 토스트,그리고 커피로 아침 식사를 했다. 그러면서 아침 뉴스를 보았는데 유케울쪽으로 파츠 베이스군이 병력을 증강 중에 있다는 소식이 짤막하게 나오고 있었다. 둘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고 크라우프는 묵묵히 토스트를 입안에 넣고 씹고 있었다.
21일 새벽 시에나는 가볍게 하품을 하면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바로 자신의 옆에서 잠을 자고 있는 다이레아는 아직도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녀를 한번 돌아 본 후 침대에서 내려와 대충 머리를 빗질하고 트레이닝복 바지에 반소매 티셔츠를 위에 걸렸다. 그리고 모처럼 만에 부드럽고 따뜻한 담요를 덮고 매우 폭신하고 편안함 침대에서 실컷 잠을 잤다는 생각을 했다. 간단하게 냉장고에서 오렌지 쥬스를 한잔 꺼내 마셨다.
19일 저녁에 크라우프가 미리 임대해 놓은 외진 곳에 있는 수영장이 딸려 있는 레온 시티 교외의 고급 주택의 침대에 들어와 어제 저녁 크라우프가 다시 올 때까지 다이레아와 에이린과 함께 지냈다. 서로 같이 지내면 많이 어색할 것 같았지만 그래도 큰 무리는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크라우프가 사령부에서의 일 때문에 바쁘다며 며칠있다고 온다고 했을 때 세 사람은 불만이 컸었다. 시에나는 다이레아나 에이린과 같이 지낼 것이 걱정 되었다. 그렇지만 서로에게 큰 관심을 가질 것도 없이 이들 셋은 크라우프가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거의 잠만 잤다. 지상에서 이렇게 편안하게 잠을 청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군대용 침대와는 달리 임대용 저택에 있는 침대는 너무나도 폭신하고 부드럽고 향긋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으며 그 감촉이 매우 훌륭했다. 그 감촉 때문에 세 사람은 서로 무엇이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 침대에 들어와 거의 잠만 잔 것이다.
어제 저녁 크라우프는 이곳에 와서 그가 직접 요리를 해 세 사람을 즐겁게 해 주었다. 그는 사슴의 넙적 다리를 하나 통째로 사와서 그것을 요리해 주었다. 거의 4시간 정도 크라우프는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미안하면서 자신의 요리를 선보여 주었다.
같이 저녁을 먹고 다이레아는 크라우프에게 자신도 같이 가서 도와 줬으면 싶었다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는 잘 처리하고 왔다면서 다이레아를 비롯한 모두들에게 자신이 만든 요리를 맛보였다. 모처럼만에 크라우프가 해준 요리를 맛보고 그가 자신들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니 시에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때를 생각하던 시에나는 평소의 버릇대로 아침 공기를 쐬기 위해서 밖으로 나왔다. 이곳은 아침 공기도 좋고 주변의 방풍림 사이로 나 있는 산책로를 지나면 작은 정자가 나오고 그곳에서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곳이 나왔다. 그곳에서 시에나는 밤에 잠을 자면서 굳은 몸을 좀 풀어 주었다. 그런 뒤 천천히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아직 이른 아침이었기 때문에 다이레아나 에이린, 그리고 크라우프 중 누구라도 깨어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제 크라우프는 에이린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에 아직 일어났을 것 같지는 않았다. 다이레아나 시에나에 대한 배려 때문인지 셋이서 같이 한 침대 위에 올라가지 않고 그 들은 침실이 있는 옆방의 조금 작은 침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다이레아와 시에나는 새벽까지 바로 옆방에서 두 사람이 내지르는 신음 소리에 쉽게 잠을 잘 수는 없었다. 시에나는 크라우프가 꽤 피곤해 보였는데도 에이린과 함께 새벽까지 그렇게 한 것이 좀 마음에 걸렸다. 쉽게 잠을 청하지 못한 시에나였지만 다이레아는 잠자리에 누워 버린지 얼마 되지 않아 쌕쌕거리면서 잘도 잠을 잤다.
밖으로 나온 시에나는 아침 식사는 자신이 만들어야 겠다 생각을 하면서 정자가 있는 곳까지 산책을 갔다가 다시 온 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향긋한 아침의 공기를 한껏 폐속에 빨아 들이면서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이 저택은 주변에서 거의 눈에 띄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러고 보면 전에 크라우프와 단둘이 주변이 온통 황무지와 돌산으로 뒤덮인 곳으로 놀러 갔을 때 생각이 났다. 그때도 일주일 정도를 같이 지냈는데 참 재밌게 보낸 것 같았다. 같이 SUV를 렌터해서 주변을 돌아 다닌 기억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