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333
19시 45분 크라우프는 소장 계급장을 어깨에 달고 전승 축하 기념 만찬장에 참석했다. 그로서는 명령을 받고 온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만 하는 장소였다. 크라우프가 참석자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경험많은 선배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했다.
이번 파츠 베이스군을 토벌하는 작전을 지휘한 우주 함대 사령장관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를 비롯해 국방장관 아델베르크 원수와 통합작전 본부 장관 지겔마이어 원수, 통수본부 장관 루드히 원수 등이 참석해 있었다. 전장에서 귀환한 고급 지휘관들 중에서는 지엘하르트 대장, 샤리 케러베인 대장, 보울러 대장, 니콜 아몬드 대장, 그리고 부치 대장 등이 참석해 있었다. 그 외에도 뱅상 바리에 대장이나 니콜 프라우저 대장이 있었지만 이들 두 사람은 현재 그 자신들의 임지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는 참석하지 못하고 있었다.
준장 이상의 장군들만 참석할 수 있는 이 고급 호텔에서의 전승 축하 기념 만찬장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활기에 넘쳐 있었다. 오랫동안 전장에서 고생한 지휘관들에 대한 위로의 말들이 오가고 있었고, 참석한 사람들 모두는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들을 나누어 먹고 마시며 즐기고 있었다. 이런 자리에 민회의 정치인들과 함께 연예인들도 함께 참석해 있었다.
20시 30분쯤에는 게르트 하우츠 황제가 직접 만찬장을 방문했다. 게르트 황제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먹고 마시던 사람들이 일제히 무릎을 숙이고 엎드린 것은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일 것이다.
게르트 황제는 모두를 위로한 뒤 전선에서 싸운 장군들을 위로해 주었다. 크라우프는 게르트 황제가 에이센 중앙 광장에 모인 병사들에게 격려의 연설을 해 주었고 직접 연설도 했다고 했는데 그것을 듣지는 못했다. 다이레아와 함께 쏘다니느라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지금 이곳에 와서야 알게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부끄럽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시금 만찬장은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변하고 있었고 장군들은 게르트 황제에게 다가가 인사의 말을 건네고 이런 저런 말을 나누기도 하면서 황제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려 애썼다.
그 모습을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고있던 크라우프는 조금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애써 황제를 외면하고 다른 사람들을 찾아보려 했지만 너무 나이가 젊었기 때문인지 별다르게 어울릴 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불쾌감을 가지지 않을 정도로 상대를 해 주고 주린 배를 채우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길게 앉아있고 싶지 않은 곳이기는 해도 황제도 와 있는 곳에서 쉽게 빠져 나올 수는 없었다.
어느정도 배를 채운 크라우프도 애써 다른 사람들과 조금씩 어울려 이런 저런 말을 나누고 있었다. 개중에는 언론에 자주 노출된 크라우프는 꽤 유명했기 때문에 먼저 알아보고 말을 건네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한 일부였지만 그가 운이 좋아 벼락출세한 사람이라고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접근해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무엇인가 흠이라도 잡기 위해서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크라우프가 잘 받아 넘기는 바람에 적어도 예의는 바른 녀석이라는 말을 남기게 되었다.
“페트릴 소장. 자네가 지상전을 비롯해서 함대전까지 모든 전투를 경험해 보았다는데 맞는 말인가?”
일부는 노골적으로 이렇게 물어오면서 전술과 전략 이론 같은 것을 물어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크라우프는 이런 사람들을 받아 넘기느라 매우 힘들었다. 그는 특히 정식 진급 과정 중에 있는 이런 저런 보충 교육 과정 같은 것들을 단축해서 받거나 받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해서 물어 보았을 때 당혹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느끼게 된 것이 있었는데, 군 상층부에 팽배해진 무엇인가 서로를 배척하는 듯한 느낌이 바로 그것이었다. 특히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고 온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에게 어떤 지위가 내려질 것이며 아델베르크 원수나 지겔마이어 원수 같은 사람들이 물러나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금씩 자리 잡기 시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은연중에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가 우주 함대 사령 장관에서 국방장관이 되면 어떠냐는 식으로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고, 심지어는 누구를 지지하냐고 노골적으로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때마다 크라우프는 뚜렷한 지지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특히 조지 월터 부치 대장이 가장 충동적이었다. 부치 대장은 자신들이 전선에서 죽어라고 싸우고 있을 때 아델베르크 원수나 지겔마이어 원수 같은 사람들은 후방에 처박혀 있다가 무슨 얼굴로 전승 축하 만찬장에 모습을 드러냈냐고 은근하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처럼 자신들과 함께 싸워온 지휘관을 국방장관으로 떠받들어야 한다고 떠들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잠시 지쳐 있던 크라우프는 쉬고 싶은 마음에 화장실에 가는 척 하며 휴게실쪽으로 몸을 숨겼다. 휴게실에는 별다른 사람들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 구석진 자리에서는 검은 색 머리카락의 매혹적인 여성이 잠시 손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앉아도 될까요?”
크라우프는 잠깐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여성도 주변에 일행이 없는 것 같아 그 여성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자신을 돌아본 그 여성은 씽긋 웃으면서 그렇게 하시라고 대답해 주었다. 크라우프는 자신의 옆에 앉은 여성을 바라보면서 어디에선가 많이 본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머릿속에서 스치는 이름이 있어 확인을 해보듯 물었다.
“혹시 파티시아 윌슨이 아니십니까?”
유명한 영화배우 였기 때문에 금새 기억이 나 확인을 해보듯 물었을 때 자신의 옆에 앉은 여성은 립스틱을 그리면서 씽긋 웃었다.
“맞아요. 제대로 알아 보셨네요.”
크라우프에게 별다른 눈길을 주지 않고 있던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살짝 매만졌다.
“조금 피곤해 보이시네요. 소장님.”
그녀는 크라우프의 대답을 바라지 않는 듯 그 말만을 하고는 화장을 고치는데 열중하기 사작했다. 크라우프도 그녀가 별로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 대화를 끝으로 잠깐동안 서로 말이 없었다. 화장을 모두 고친 파티시아가 다시 피곤해 보인다며 말을 건넸을 때 크라우프는 그렇다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좀 피곤하기는 하지만······그래도······”
씽긋 웃으며 파티시아 윌슨은 크라우프 쪽을 돌아보았다. 영화속에서 아름답게 이미지 되어 있는 파티시아 윌슨의 정면 모습은 매혹스러움 그 자체였다. 서른살이 가깝다고 들어 알고 있었지만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얼굴이었다. 짙게 화장을 하지는 않았지만 무척이나 매력적이고 기품 있어 보였다.
‘와우!’
속으로 내심 감탄한 크라우프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만찬장 쪽으로 나가려는 파티시아에게 이런 곳에 왜 오셨냐고 물었다. 그로서는 정치가와 군인들의 연회장에 영화배우나 탤런트 가수 같은 사람들이 왜 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파티시아는 크라우프의 바보 같은 질문을 받고 히죽 웃어 주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않겠어요?”
그녀는 엷게 웃어준 후 다시 파티장 쪽으로 나갔다. 크라우프는 잠깐 자리에 앉아 그대로 잠이라도 자두고 싶었다. 하지만 살짝 코끝을 자극해 오는 파티시아가 남기고간 향수의 냄새가 여운이 되어 피로함이 조금씩 물러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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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rget…Lock On…
음…파티시아도 황후감이 될만하지요…백효연의 딸이니…구 파츠 베이스쪽의 민심을 수습한다거나 하는 일에 요긴하게 적용할 수 있을테니…
지금 나오는 내용들은 에이센의 국내문제에 관한 것 입니다…외부의 위협이 없어졌으니 슬슬 내부의 불만이 터져 나올테지요…뭐 발바이스도 있기는 합니다만, 그쪽은 의외로 안정적이니까요…
아니, 안정적이라기 보다는 서로 충돌을 피하려 한다는 정도? 레나(검투사 노예…뭐 지금은 아니지만…)의 이야기 배경이 되는 중립지역도 있으니 직접적인 충돌은 없다는 쪽이 더 적당하겠지만요…
음…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97…
‘플러스원’님…1타를 축하드립니다…^_^)/ 그런데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니…쿨럭~ -ㅅ-; 아무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0^)/
‘하얀백작’님…커흑…솔로들이 라면을 먹는 주된 이유는 ‘조리가 간단하다’입니다…’정력’이라니요…허허허…아직까지 시험해 본적이 없어서 무어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별로 이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크기도 제 나이 또래의 평균은 되는 듯 싶고요…정확한 평균 수치를 알 수 없으니 자신은 못하지만…-ㅁ-; 앗~ 19禁적인 이야기인가…쿨럭~
‘마알’님…색욕마인…쿨럭~ 음…크리우프가 저리된(?) 이유를 작가넘에게 들었습니다…쿨럭~ 별다른 것은 없고요…단지 ‘지겹다’…라는 이유라더군요…하긴 생각해 보면 다른 인간들과는 달리 무지무지무지 오래 살 것이 분명한데 뭐하러 죽자사자 익히겠습니까? 슬슬 해도 세월이 지나면 다 알게 될 텐데요…그러니 당장은 원초적인 것만을 찾게 된다는 설정이더군요…뭐…일단은 크라우프가 ‘색욕마인’이라고 불릴 이유가 없다는 변명입니다만…ㅡ_ㅡ; 뭐…부르신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저도 그리 생각하고 있으니…
‘검은묵시록’님..어허허…1타를 놓치신 충격이 크신 듯…3타가 아니라 4타이십니다…음…확 까발리는 것이 대세라 하셨지만…전 모두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그러니 적당하게 감추렵니다…다 까발리면 재미없잖아요…^_^;
‘soulschaos’님…아마 세월이 흘러 크라우프는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이 늙어가거나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겠지요…아마 황제나 황후들는 그것을 잘 알기 때문에 내버려 두는 걸지도 모릅니다…왜 있잖습니까…”시련은 인간을 성숙시킨다”…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속 편하지요…암요…
‘yaiddasya’님…흠…뭐, 원하신다면 레나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울 수도 있습니다…거참…처음에는 별다른 인기가 없었는데최근에 들어서 많은 분들이 레나를 찾는군요…응? 그게 아니라고요? 그럼 무엇?…아무리 읽어 봐도 ‘검은묵시록’님의 의견은 레나를 복직(?)시키라는 것 하나 밖에는 없는데요…(←안경을 벗고 글을 읽고 있는 아뒤쥔장…참고로 시력은 양쪽 다 0.1…)
‘horizon’님…음…음…그 ‘최근 재밌게 보던 소설이 끝나가는 시점에서…’에서 그 소설이 무엇인지요…혹시 ‘윈드XX’님의 ‘모험을…’아닙니까? (아니면 낭패…) 전 그 소설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만…어찌 엔딩이 될런지…쩝…기대가 된다는…음…그리고 이 소설이 지금 어디까지 왔는가 궁금하신 모양이군요…음…읽기 지루하셔서 끝내기를 원하신다면 10화 이내로 종료할 수 있고요…계속 한다면 이제 중반 조금 넘었습니다…답변이 되었는지요…^_^;
‘하레스’님…쿨럭~ ‘난봉꾼에 여자만 밝히고, 어린나이에 꽤 많은 경험을 한 부러운 넘’…쿨럭~ 초반 설정은 확실히 저랬는데…많은 죽음을 겪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하면서 상당히 좋게(?) 변했지요…음…그리고 엘레비아의 처리 문제는 조금 있다가 나오니 끈기를 가지고 기다려 주시면 되겠습니다…^_^;
‘판타로드’님…음…압력을 넣을 필요 없습니다…이유는 아시지요? 뭐 어떤 방법을 쓰던 기정사실이라는…음…현숙한…이라…요즘에도 찾기 힘든데 저 시대에는…쿨럭~ 뭐, 없으란 법은 없지만…찾기 힘들 듯 하군요…음…그리고 디나의 문제는 패스…아니 듣지 않으렵니다…안들려요…-ㅅ-;
‘파란만장’님…음…확실히 할아버지의 영광(?)을 다시 추구하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분명히 성장하면서 들었을테니…게다가 자금의 상태(예쁜 여자만 보면 작업 들어가는 것…)를 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이지요…흠…
‘다크크라이드’님…흠…확실히 어제는 ‘조아라의 저주’가 심했다는…쿨럭~ 그리고 Adult쪽으로 전환할 생각은 없습니다…본격적으로 쓸 수 있을만큼 필력도 되지 않을 뿐더러…가장 큰 원인은 경험의 부족에…쿨럭~ 나이 헛 먹었지요…먼산…( ㅜ_ㅜ)>
‘피르다룬’님…확실히 그렇기는 합니다만…윤리라는 것이 걸리지요…도덕성에 타격을 입으면 민심이 떠나갈테니…쿨럭~ 현 황제와 황후들이 묵인할리도 없구요…응? 그러고 보니 디나 관련 제안은 듣지 않기로 했는데 어째서??…핫~! -ㅁ-; 그렇군…’듣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었어…휘유우우우우웅~~~…아…추워…-ㅅ-;;;
‘창세전쟁’님…핫~!…끄응…-ㅅ-; 저는 아닙니다…전 엘레비아 팬이라구요~~!! (믿거나 말거나…) 음…그런데 ‘창세전쟁’님께서 하시는 말을 잘 들어 보면 소싯적에 ‘한 시위or데모’ 하셨을 듯 한데…혹시 96년 연대 사태때 저 보신 적 없으셨는지…^_^;;
‘英雄’님…쿨럭~ 아주 많이 꼬이면 비축분을 풀면 됩니다…더 꼬이면 작가넘이야 쓰겠지만 제가 잘라버리니 아무 소용이 없구요…^_^;; 그러고 보면 독자님들의 최대의 적은 바로 저(=아뒤쥔장)인가요…헐헐헐…빨리 방탄복을 사던가 해야지 원…음…그리고 오늘은 ‘조아라의 저주’가 약해진 듯 하네요…빨리 올려야 겠습니다…^_^;
‘제스’님…확실히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그런 의미에서 파티사아 윌슨이라는 저 여배우의 운명은…쿨럭~ 그리고 군부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 영향력 있는 군부의 인물과도 엮어질 가능성이…쿨럭~ 스토리가 약간 유출된 듯…하지만 뭐 다 알고 계신 듯 한…^_^;
음…오늘도 닭을 먹자는 군요…아, 참고로 작가넘이나 저나 14일은 그냥 넘어 갔습니다…에효…여동생이 있으면 뭐하나…오빠랑 남동생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는데…에효…
…소제목을 변경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0^)/~
크라우프는 많은 장군들이 있는 가운데 홀로 젊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띌 수 밖에 없었고, 또한 그만큼 십게 화젯거리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랫동안 연회장을 비워 둘 수는 없었다. 잠시 머리를 식힌 그가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때 연예인들이나 정치가들이 군인들과 친분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보였다. 조금전의 파티시아 윌슨과 같은 여자 연예인 뿐만 아니라 유명한 남성 스타들도 이런 자리에 초대 받아 대화들을 나누고 있었다.
사실 크라우프는 이런 자리에 연예인들을 부르는 사람들의 정신 상태가 의심스럽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지금 한 번 겪어보니 연예인들 때문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심각하다거나 중요한 논쟁거리를 피하려 하고 있었고 대화를 다른 것으로 돌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분위기도 딱딱하게 변하지 않고 한결 부드러워 지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젊으신 분이네요? 저는 의원님들과 장군님들만 계신다고 해서 할아버지 할머니들 밖에는 없는 줄 알았는데······”
그 때 크라우프의 뒤쪽에서 누군가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에 젊은 사람이라고는 연예인 말고는 크라우프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 목소리가 지칭하는 사람이 자신인줄 쉽게 알아챈 크라우프가 누구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 돌아보니 이곳에 있는 여타 여성들돠는 달리 나름대로 단정해 보이는 옷차림을 한 키가 큰 금발의 여성이 씽긋 웃으며 서 있었다.
“아? 누구신지······”
처음보는 얼굴이었기 때문에 크라우프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많아야 20세 전후로 보일 만큼 어려 보이는 아가씨가 이런 파티에 참석했다면 그것은 그녀가 연예인이거나 군인, 정치가라는 뜻이었는데, 자신이 보기에 그녀의 분위기는 군인의 그것은 아니었다. 결국 연예인이나 정치가라는 말인데, 연예인 쪽으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크라우프는 그녀가 민회의 의원이라고 재빨리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빙긋 웃음을 짓고 있는 얼굴이 너무 애 같다는 생각이 들자 혹시나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여성도 디나처럼 나이를 먹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 저 모르세요?”
크라우프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관찰하며 질문하자 그녀는 갑자기 볼을 조금 부풀리며 볼멘 소리를 내었다. 그녀의 반응에서 크라우프는 혹시나 자신을 아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이라고 합니다. 제가 몰라 뵌 것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기억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성함을 말씀해 주시기를 부탁드려도 될런지요?”
크라우프는 자신이 만났던 많은 사람들을 상당수 기억하고 있지만 이 금발의 여성은 처음 보는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누구인지를 물어보고 있는 것이었다.
상대는 억울한 듯 한 표정으로 약간 입술을 곱씹다가 이내 씽긋 웃으면서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그녀의 장난기 어린 그 표정은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를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저는 이사벨라 보나르라고 해요.”
“예·····보나르씨이셨군요. 하지만 애석하게도 전에 만난 적이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크라우프가 자신의 기억을 더듬으며 물었다. 그렇지만 상대는 크라우프가 이름을 기억해 내지 못하자 입술만 삐죽할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크라우프로서는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에이 시시해라. 나도 못 알아 보구······실례했어요.”
상대는 한참 동안이나 크라우프를 빤히 바라보더니 갑자기 핏 웃으며 되돌아서 버렸다. 크라우프는 상대의 이런 행동을 보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었다. 그렇지만 붙잡고 누구인지 물어 볼 수 없었기 때문에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동안 이사벨라 보나르가 누구인지 기억해 내려 노력했지만, 결국 그는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일개 사병들은 이런 곳에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니 혹시나 자신이 같이 잔 여자인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군에 들어간 이후로는 시에나와 아세라, 다이레아, 그리고 에이린을 제외한 다른 여자들를 만난 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어디인가 정보부 소속일까?’
고심끝에 크라우프는 이사벨라 보나르라 이름을 밝힌 여성이 시에나와 같은 부류인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참동안 고민했어도 결국 그녀가 누구인지 기억해낼 수 없었던 크라우프는 차차 생각을 해 보겠다고 생각하면서, 정치가들과의 사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파티시아 윌슨을 발견하고 그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볍게 잔을 들고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던 파티시아 윌슨이 잠시 혼자가 된 틈을 타 크라우프가 다가갔다.
“술은 권하지 않을 께요.”
처음 다가오면서 그가 내뱉은 말이었다. 갑작스럽게 들려온 말에 파티시아는 크라우프쪽을 돌아보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비록 손에 술잔을 들고 계시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꾸 술을 권하니 들고 계시던 잔에 조금 입술만 대고 계시니까요······주변에 고급술이 많은데 마시지 않으시는 것으로 보면 지금 별로 술 생각이 없으신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크라우프의 대답을 듣고난 파티시아는 씽긋 웃으며 대답을 해 주었다.
“······네에 맞아요. 이런 자리에서 취하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요.”
“이런 자리에 자주 나오시나 보네요?”
“예······여러 가지로 유익한 자리이기는 하죠. 페트릴 소장님도 이런 자리에서 윗분들게 잘 보이면 좋지 않겠어요?”
파티시아가 은근히 충고 섞인 말을 해 주었고 크라우프는 씽긋 웃어 주기만 했다. 가까이에서 보면 볼수록 파티시아는 은은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영화배우로서 파티시아는 너무나도 많이 알려져 있었다.
“전에 하만 바이파에서 뵈었을 때에는 몇 마디 말씀을 나누지 못했었는데······지금은 이렇게 말씀을 들을 수 있으니 참 좋습니다.”
갑자기 크라우프가 말을 꺼내니 파티시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이런 눈을 동그랗게 뜨는 표정이 꽤나 가식적인 것 같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것으로 볼 때 하나의 습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뵌 적이 있나요? 하만 바이파에서요?”
“네······케네온 행성계로 배치받기 전에 하만 바이파 군 기지에서 대기할 때요. 군 홍보 영화 찍으셨죠? 그때 동원된 실제 바리스타 대대의 대대장이었습니다. 당시는 대위였죠.”
파티시아는 잠시 생각을 해보는 것 같았다. 그때의 기억을 되짚어 보는 것이었다. 크라우프는 그녀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티시아가 거짓말이라도 대답을 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떤식으로 거짓말을 할 것인가 아니면 솔직하게 모르겠다고 대답해 줄 것인가 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양쪽 모두에 대한 대답을 준비했다. 그런데 파티시아는 크라우프의 기대를 모두 저버렸다. 그녀는 뜻밖에도 크라우프를 기억해 낸 것이다.
“그때 제 기억으로는 중위님이셨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순간 크라우프의 눈이 크게 떠졌다. 홍보 영화의 엑스트라로 출현하면서 당시 쉐프턴 중위와 군복 상의를 바꿔 입었었기 때문이었다.
“기억하고 계시는 군요.”
크라우프가 순간 말문이 막혀 머뭇거리다가 감격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해 주었고 파티시아는 그의 표정이 우스운 듯 씽긋 웃어 보였다.
“그때 쉬고 있는 제게 다가와 이름이 어떻게 되냐고 어색하게 물으셨었죠?”
“네 맞습니다. 그 다음은······”
“제가 호출 받아 소장님을 지나쳤구요.”
그 순간 크라우프는 파티시아의 놀라운 기억력과 함께 단지 한 순간 스쳐 지나갔을 자신이었을 텐데 기억해 주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제대로 말을 잇고 있지 못하자 파티시아는 씽긋 웃어 주었다. 웃을 때 눈이 고양이처럼 되기 때문에 나이에 걸맞지 않게 귀엽다는 기분마저 들게 만들었다.
“제가 소장님을 기억하는 건······그 부분이 모두 편집에서 잘려 버렸기 때문이에요.”
“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 크라우프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현역 군인이 나와서는 안된다나요? 그래서 그때 중위님······아니 대위님이셨죠? 나왔던 부분이 모두 편집되었답니다. 그래서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 이후에도 몇 번 뉴스에서도 나왔었죠?”
“기억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나온 부분이 편집되었다니······제 연기가 어색했나 보죠?”
“예······죄송하지만 많이 어색하기는 했죠. 솔직히 편집하자고 처음 말을 꺼낸 것이 저였으니까요.”
두 사람 모두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파티시아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크라우프를 보고 능란하게 대답했다.
“그때 대위님이셨는데 이제는 소장님으로 승진해 계시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 영화 내용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내자고 했을 것을 그랬어요. 그러면 소장님께 점수 좀 많이 딸 수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저야 뭐······”
크라우프는 준비하고 있던 말들이 모두 막혀 버리게 되자 슬쩍 웃음으로 대답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파티시아가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던 경험이 휠씬 많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특히 이상할 것은 아니었지만, 파티시아는 얼굴이 붉어져 있는 크라우프를 보고는 엷게 웃어 주고 있을 뿐이었다.
“아참 아까 이사벨하고 말씀 나누시는 것 같던데······무슨 일이 있었나요?”
“예? 아······그나저나 그 보나르씨 솔직히 누구신지······모르겠습니다.”
크라우프가 솔직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파티시아도 자신에게 무안을 준다면 하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사람에게는 그렇게 기분 나쁠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파티시아는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씽긋 웃으며 요즘 인기 절정의 가수라고 대답해 주었다.
“가수요?”
“예······댄스 가수요. 17살이라 좀 철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 순간 크라우프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이해를 했다는 표정을 짓는 크라우프를 보고 파티시아는 히죽 웃음을 지어 주었다.
“뭐 모르시는 것이야 당연하시죠. 음악을 듣지 않으시죠?”
“그렇습니다.”
크라우프의 대답을 듣고 난 파티시아는 차분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리고는 크라우프가 겪은 일을 보지 않고도 휜히 알고 있다는 듯 대답을 하며, 이해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금방 유명해진 애들은 원래 저래요. 뭐 사람들 사이에서 아시잖아요. 말 안해도 알 수 있다고요. 그렇지만 그것은 아니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면 언어라는 것이 생길 필요가 없었을 것 아니겠어요?”
보통 연예인이라고 한다면 머리가 나쁘고 단지 예쁜 1천만 다르크짜리 얼굴에 1다르크짜리 영혼이라는 공식으로 기억되었다. 크라우프도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파티시아는 그런 선입견을 완전히 벗어 버리도록 만들고 있었다.
“갑자기 유명해 지니까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알아본다고 생각하고 있었을텐데 아마도 못 알아보니까 TV를 보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 같네요. 자신 정도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을 것인데, 자기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모르는 사람과 마주쳤으니 기분이 나빠졌을테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겠지요.”
파티시아는 다소간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이사벨라 보나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크라우프가 생각하기에도 그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서른 살에 가깝고 데뷔한 이후 찍은 영화가 많으니 이제 파티시아는 연예인들 사이에서 고참 대우를 받을 것이다. 그러니 저런 식으로 자만심에 빠져 있는 젊은 이사벨라 보나르 같은 신인들을 많이 보아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자연스럽게 파티시아의 목소리에는 경멸스러움이 깃들어 있는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순간 크라우프도 다른 장군들에게 자신이 그런 식으로 비추어 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일었다. 그렇지만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후로도 잠시 대화를 니누었지만 아쉽게도 파티시아는 그녀를 알아본 다른 민회 의원과 대화를 시작했고, 크라우프도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중년 정도의 중장 세 사람을 상대해야 했다. 방금의 일 때문에 크라우프는 더욱 공손하게 이들을 응대하게 되었다.
리하르트 황제력 264년 11월 1일 목요일 전승 축하 페레이드도 끝나고 군부와 민회의 전승 축하 기념 연회도 끝이 났다. 전선에서 귀환해 제대가 예정된 사람들도 이제는 대부분 고향으로 가는 배에 탑승해 있었다. 이런 때 에이센 최고 재판소에서는 국가 반역 혐의를 적용한 파츠 베이스 수뇌부에 대한 재판이 한창 진행중에 있었다.
파츠 베이스 형식적인 황제였던 아우구스트 로스마를 비롯해서 종신 내각 총리 피델 아론 , 파츠 베이스 민회 의장 닐 리처드 의원, 로마이당 당수 에릭 로디스 의원, 뎀프넌당 당수인 애거시 오스틴 의원, 파츠 베이스 최고재판소 의장 루돌프 레네스트 재판관, 검찰 총장 어네스트 롬 다이오스 검사 등과 더불어 국방 장관 토리만 벤플리트 제국원수, 에밀 바우터 원수, 에드윈 사무엘 케스리거 원수, 콜 브롱 암브로이즈 차수, 루드비히 프라우 식스톤 차수, 레이스 아바스 대장, 빌리 게라일 카레트 중장, 필리 알시자르 중장, 로베르트 피로넨 중장, 홀스트 슈페펜부르크 중장, 어네스트 베른트 소장, 로라 킬러 소장, 크리스토퍼 라비 소장, 비쟌 로마이로 예비역 원수 등이 파츠 베이스의 수뇌들로서 에이센 최고 재판소에 정식 기소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