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137
게을러서 차원최강 137화
137 충성을 받다(1)
“4천만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사회자는 신이 난 상태였다.
천만 단위로 가격이 올라가는 경매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정말 어디 왕족이 나와야 가능한 일이었다.
엘프 여왕이 노예로 나온 초유의 사태.
게다가 나는 카이샤 여왕의 신분이 진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낙찰이 되는 순간 바꿔치기를 하려 하겠지만 일단 실물이 눈앞에 있었다. 낙찰이 되는 순간, 휴젠이 달려가 그녀의 신병을 인도해 올 것이다.
“5천!”
“으음!”
5천만이라는 금액이 나왔다.
거대 영지의 1년 예산이 넘어가는 금액.
이 정도 돈을 지불하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상단을 운영하거나 대귀족 정도는 되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나는 자연스럽게 5천만을 지불하겠다는 사람을 바라봤다.
가면을 쓰고 있어 정체는 알 수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가면을 쓴 자들이 많았다.
원래 이곳은 돈이 법이 되는 세상이었다. 돈만 많다면야 상대방의 신분은 따지지 않았다.
여기서 한 방에 끝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갑자기 높은 금액을 불러서 잠재워야 했다.
“1억.”
“헉! 1억 나왔습니다! 1억! 노예 경매 역사에서 최고가에 근접하는 수준입니다. 과연 그 누가 1억 골드를 노예 경매에 투자할 수 있을까요? 손님, 저희 시장에서는 제국 화폐를 받고 있습니다.”
“제국 은행에서 발행한 수표요.”
“그렇군요. 더 없으십니까?”
“…….”
저 멀리 보이는 남자는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낭패한 기색이 느껴졌다.
아무리 엘프 여왕이라고 해도 노예로 사용하는데 1억 골드나 쓴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결국 상대방이 백기를 들었다.
“1억 골드! 1억 골드에 낙찰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엘프 여왕의 상품화 과정을…….”
“잠깐.”
휴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천천히 무대로 다가가서 사회자에게 수표를 내밀었다.
“맞교환을 하도록 하지.”
“험험, 그래도 어느 정도 옷은 입혀야…….”
“여기 가져왔다.”
휴젠이 옷을 던졌다.
관계자들이 그녀에게 옷을 입혀 주었다.
“하……. 규정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상품화를 한다고 바꿔치기를 할 수도 있는 문제 아닌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 문제라도 있나?”
“그거야.”
모든 손님들이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거절을 하면 어떻게 될까.
거절하는 순간 다음 매출이 반 토막 날 수도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거절을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자는 침음을 삼키고 말았다.
“좋습니다. 교환하시죠.”
시장 측 사람들이 달려들어 수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였다.
마법적으로 위조 방지 기능이 들어 있었고, 해당 계좌에 돈이 정말로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시장 측에서는 수표에 별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엘프 여왕이 주인에게 인계되고 있습니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남성분이로군요.”
짝짝짝짝!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은 도대체 내 정체가 누군지 궁금해하겠지만, 아마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 얼굴이 드러난다면 내 얼굴을 본 사람을 다 죽일 만큼 휴젠의 준비는 철저했다. 그러니 얼굴이 공개될 가능성은 없었다.
엘프 여왕이 이쪽으로 걸어왔다.
그녀는 입술을 파르르 떨고 있었는데, 인간에게 노예로 팔려 왔다는 것이 상당히 수치스러운 모양이었다.
“가자.”
나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굳이 내가 먼저 놈들의 돈을 털어 오지 않더라도 그들이 먼저 움직일 것이다. 그리된다면 상당한 명분을 갖추고 놈들을 쓸어버릴 수 있었다.
“휴젠.”
“예, 주인님.”
“어쌔신들은 준비하였나?”
“그렇습니다. 충분히 준비하였으니 놈들이 움직인다고 해도 귀찮으실 일은 전혀 없습니다.”
“잘했군.”
“감사합니다.”
이제 돌아가야 할 때였다.
가롯의 노예 시장 마스터 부테스는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엘프 여왕을 잃었다고?”
“죄, 죄송합니다.”
주름진 이마 사이로 형형한 안광이 새어 나왔다.
마도 연합의 험한 암흑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자리에 올라온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 역시 어쌔신 부대를 가지고 있었다.
“정예 부대를 모두 파견해서 잡아 와!”
“예!”
간부들이 허리를 숙였다.
엘프 여왕을 반드시 찾아와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마스터에게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간부들의 마음은 다급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마도 연합에서 어쌔신 마스터 중 하나로 불리는 안카티스는 대부대를 이끌고 왔다.
어쌔신 정예 부대 30명.
겨우 사람 몇 죽이는데 이 정도의 어쌔신을 동원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그래도 그는 방심하지 않았다.
안카티스가 마지막으로 브리핑을 했다.
“적들은 지금 중심가로 들어서고 있다. 고급 여관에 묵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며 그들이 들어갔을 때, 친다.”
“목표는 무엇입니까?”
“그들의 죽음, 그리고 엘프 여왕의 구출이다.”
“계획이 틀어진 모양이로군요.”
그들은 마약과 술에 절어 있는 삼류 암살자들이 아니다. 10년 이상 고도의 훈련을 받아 숙련된 살인 전문가들이었다.
그렇기에 사건의 개요 정도는 모두 알고 있었다.
“가능하면 그들의 눈에 띄지 않게 이동한다.”
“예!”
파바밧!
어쌔신들이 움직였다.
안카티스는 여유를 부리며 움직이는 표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들의 숫자는 겨우 셋.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릿하게 움직이며 주변을 감상하고 있었다.
거의 30분 이상을 걸어서야 그들은 여관으로 들어갔다.
VIP룸으로 들어가 버렸고 안카티스는 지붕 위에 안착했다.
척척!
30명의 어쌔신들이 물샐틈없이 포위하였다.
사실, 이번 작전은 혼자 진행을 해도 되었다. 하지만 노예 시장의 마스터가 정예 부대를 모두 털어 버리라는 명령을 내렸기에 이렇게 다들 오게 된 것이다.
“신호와 함께 창문으로 돌입한다. 셋, 둘, 하나.”
팟!
그가 몸을 날렸을 때였다.
서걱!
푸하하학!
목에서 허전한 느낌이 듦과 동시에 피분수가 솟구쳤다.
그는 달빛 아래에서 솟구치는 30개의 피분수를 보았다. 그들은 추락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어디선가 나타난 어쌔신들이 그들을 받아 챙겼기 때문이다.
“휴젠 님, 이들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
의식이 흐려지기 직전, 안카티스는 경악했다.
전설의 어쌔신 마스터 휴젠이 나타났다. 이번에 그들이 표적으로 삼은 자는 무려 마스터 휴젠이었던 것이다.
“끝장이다.”
널찍한 여관.
족히 30평은 되어 보이는 공간에 갖가지 장식들이 있었다.
고급스러운 장식들이 즐비하였는데, 필요하다면 무희까지 제공되는 고급 여관이었다.
발치에는 엘프 여왕이 꿇어앉혀져 있다.
“네가 엘프 여왕 카이샤냐?”
“…….”
카이샤는 말이 없었다.
하기야 나를 인간으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아무런 말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잠시 충격 요법을 사용해 보기로 할까.
“대지의 여신은 죽었다.”
그녀는 인상을 확 쓰며 나를 바라봤다.
카이샤는 엘프의 여왕이고, 그들이 모시는 대지의 여신이 죽었다고 하니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건 사실이다. 신마대전 당시에 죽었거든.”
“……아무리 무도한 인간이라고 하나, 신을 능멸하는 짓을 하고 무사할 것 같으냐?”
“신을 능멸한다라……. 그건 관점에 따라 다르다.”
“네놈은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만약 가이아가 죽었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어쩔 테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가정을 한 거지. 가이아가 죽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면 새로운 신을 모실 생각도 있나?”
그녀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아마 내가 하는 말들에 황당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칼도나.”
스아아아.
여관 천장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매우 강렬한 신성력이었는데, 예민한 기감을 가지고 있는 엘프라면 당연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여신의 본체가 내려왔다.
카이샤는 경악하며 무릎을 꿇었다.
“여, 여신을 배알합니다.”
그녀는 꽤 놀라고 있었다.
아마 사태 파악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을까.
“당신의 고군분투는 천계에서 보았어요.”
“여, 영광입니다.”
“안타깝게도 벨루가의 개들에게 당하여 노예로까지 팔리게 되었군요. 중간에서 제가 알아서 다행스러운 일이죠.”
“……예?”
“눈앞에 계시는 분이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그야 인간…….”
“신들의 신. 절대신이세요. 전 차원을 지배하시는 분이죠.”
“……!”
그녀는 눈을 부릅떴다.
여신이 인정하는 신. 그러니까 신들이 경배하는 신이었으며 그 자격을 받아 절대신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카이샤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제 곧 전쟁이 끝나요. 마도 연합은 멸망하고 깔끔하게 악의 세력들이 청소되겠죠. 그 이후에 발렌 님이 승천하실 거예요. 벨루가를 칠 준비를 해야 하죠.”
“그런…….”
이번에는 내가 나설 차례였다.
“어떠냐? 내가 신이라는 사실을 믿겠나?”
“그렇다면 정말로 가이아께서는 소멸하신 건가요?”
“아주 오래된 이야기지. 신마대전 당시니까.”
“지금까지 세계수가 남아 있었던 건…….”
“그녀의 파편일 것이다.”
“아아.”
“지금은 세계수가 죽었지. 생명을 다한 거다. 가이아가 살아 있었다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겠지.”
카이샤는 눈물을 흘렸다.
지금까지 엘프족이 모셔 왔던 가이아는 죽은 신이었다. 그저 신의 파편을 섬기며 살아왔던 것이다.
“복수를 하고 싶으냐?”
“하고 싶어요.”
“천신의 편에 서라. 다크 엘프족을 멸하고 복수할 기회를 주겠다.”
그녀의 눈이 빛났다.
“당신을 따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