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80
게을러서 차원최강 080화
080 수도 공략(1)
“네에!?”
“수도를 친다는 말씀입니까!?”
베르체와 아식스 등 내 가신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은 놀람을 드러냈다.
지금까지의 내 패턴으로 보면 일주일 이상은 쉬다가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무려 3일 만에 움직인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엠파스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왜 이렇게 그들이 기뻐하는지를 말이다.
엠파스 사람들은 그들의 반응을 조금 다르게 해석했다.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이제 수도를 칠 때가 됐습니다.”
“맞습니다. 더 이상 기다리면 애써 적들을 몰살시킨 의미가 사라질 겁니다.”
“그게 아니에요.”
실비아가 그들에게 소곤거렸다.
“그렇다면……?”
“빨리 진격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뻐서 저러는 거죠.”
“네에?”
이해가 불가한 사람들의 표정들이다.
당연히 그럴 거다. 보통 사람이라면 내 사상을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상관없는 일이다. 이곳의 장로를 약간 손봐 주었으니 앞으로는 익숙해질 것이다.
나는 의자에 축 늘어졌다.
하품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아 내면서 천사령 르네를 호출했다.
“찾으셨어요?”
스스슷!
“헉!”
“이, 이건?”
“천사령이다.”
나는 심드렁하게 말했고 촌장은 의아함을 가졌다.
천사령이라는 개념을 아직 탑재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사령이 무엇인지요?”
“마귀와 반대되는 개념이지. 설마 이 세상에 마귀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마귀와 반대 개념이라는 것은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천사령을 직접 다루시는 건…….”
“맞는데?”
“……!”
“원래 르네는 마귀였다. 그러다가 나에게 참교육을 받고 천사령으로 거듭났지.”
“허얼!”
“그게 가능합니까!?”
“나는 뭐든 가능해.”
“도대체 정체가…….”
나는 인상을 한 번 썼다.
그들은 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라이너스와 나를 번갈아 바라봤다.
이제는 어느 정도 내 성향에 대해 파악했을 것이다. 여기서 더 이상 귀찮게 하면 어마어마한 파장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인지했다.
“죄, 죄송합니다.”
“좋아. 이 정도는 관대하게 넘어간다. 그렇다면 작전 회의를 하기로 한다.”
“각하, 이번에도 닥돌입니까?”
아식스가 진지하게 물었다.
닥돌이 무엇인지 사람들은 잘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책사들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전략을 진지하게 생각할 정도로 나에게 교화가 잘 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분명히 전에 개략적인 내용을 전달했다.
“실비아.”
“네!”
빠아악!
“끄아아악!”
실비아는 아식스의 머리통을 발로 후려쳤다.
요즘 들어 실비아는 체술을 수련하고 있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라도 나를 대신하여 사람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수련을 쌓고 있는 것이다.
나는 혀를 차고 말았다.
“쯧쯧, 르네를 불렀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나?”
“잘…….”
“지도를 제작하게 했다. 르네.”
“넵!”
르네는 거대한 지도를 폈다.
지도에는 수도의 지리와 병력 배치도가 자세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심지어 방어 무기까지 자세하게 나와 있었다.
나는 예전에 말했던 작전을 입안했다.
“수도의 지하수로를 통하여 언데드를 잠입시킨다. 그리고 내부에서부터 적들을 붕괴할 것이다”
“훌륭한 작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엄지를 추켜세웠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별다른 무리 없이 수도를 공략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식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손을 들었다.
“제, 제가 한마디 드려도 될까요?”
“괜찮은 작전이 있나?”
“그냥 생각난 작전인데…….”
놈은 소심해졌다. 여기서 잘못하면 정말 머리통이 작살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적들은 몰살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소식도 수도로 전해지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겠지.”
“그리고 놈들의 군복을 모두 벗겼습니다. 심지어는 병장기까지 똑같습니다. 그렇다면 패잔병으로 위장할 수도 있습니다.”
“오오!”
“좋은 생각입니다!”
사람들은 손뼉까지 쳤다.
내부에서 적들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성벽도 함께 칠 수 있다. 필시 수도는 무너질 것이다.
다만 세세한 작전의 입안이 필요했다.
“선두에는 누가 선다?”
“제가 서겠습니다!”
카르엔은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어찌 됐든 놈은 충실한 여신의 종이다. 이곳은 악마의 소굴이나 다름없었고 적들을 토벌하는 것이었기에 전의가 끓어오르는 것이다.
“네가 선두에 서라. 그리고 나도 함께 간다.”
“각하께서요?”
“네놈 혼자 감당하겠냐?”
“아닙니다! 각하께서 계시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습니다!”
“쯧.”
어울리지 않게 아부라니.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
얼마 전에 나는 대활약을 펼쳤다. 적진을 종횡무진하며 수도 없이 많은 적을 벴다.
그랜드 마스터의 환생이라느니 하는 말들을 하는 걸 보니 썩 활약이 괜찮았던 모양이다.
사실, 이런 일에 선봉으로 나서기는 귀찮았지만, 작전으로 인해 벌어질 전과를 확대하기에는 내가 나서는 것이 쉽다.
이제 작전을 정리해 봤다.
“일단 수도로 당당하게 이동한다. 패잔병으로 위장한 병력이 5천이다. 그리고 1만의 병력과 언데드 1만으로 추격한다. 이 정도면 얼추 구색은 맞겠지.”
“충분한 구색입니다.”
“주변에 보이는 전서구와 초소들은 모조리 부숴 버린다. 그리고 수도 앞에 도착하여 추격하는 척하는 병력은 대기하고, 위장 병력은 수도 안으로 들어간다. 그럼과 동시에 1만의 언데드를 수로로 보내서 내부로 잠입시킨다. 간단하지?”
“좋은 작전입니다.”
“실패할 리가 없습니다!”
“으하하함!”
나는 기지개를 켰다.
이 정도면 작전은 완벽한 셈이다.
“오늘 해가 지기 전에 진군한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나는 휘적휘적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저녁까지는 시간이 있었으니 그때까지는 쉬면서 게으름 수치 보너스를 받아야 할 것 같다.
오후 4시 무렵.
이곳은 북쪽이었고 해가 짧았다.
산맥을 타고 내려갈 것을 생각하면 지금 정도에 출발하는 것이 맞았다.
나는 하루 종일 따듯한 곳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잠에서 깨어나야만 했다.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으으, 정말 가야 하나.”
“어쩔 수 없는 일 아닐까요?”
“에휴, 내 팔자야.”
실비아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 준비를 했다.
적 지휘관의 복장으로 갈아입었고 어느 정도 분장도 했다. 최대한 패잔병으로 보이게 해야 한다.
분장을 마치고 거울을 보니, 그야말로 상거지 꼴이었다.
갑옷 곳곳에는 피로 얼룩져 있었고 구멍까지 나 있어 얼마나 전투가 격렬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나가 보자.”
“제가 모실게요!”
실비아의 뒤를 쫓아 밖으로 나오자 1만 5천에 달하는 병력이 도열해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굳건했다.
“다들 준비는 끝났나?”
“예!”
“수도를 점령하고 나면 마음대로 약탈해라! 방화를 일삼고 악마의 졸개들을 모조리 태워 죽인다!”
“오오오!”
병사들의 눈동자에는 광기마저 서려 있었다.
적들의 영토에서 살아오면서 얼마나 숨 죽였던가. 그 세월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그러니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이겠지.
약탈과 방화라는 소리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무리 마도 연합이 척박한 곳이라고 해도 수도까지 척박하지는 않을 것이다.
척박해도 어마어마한 영토를 자랑했다. 마치 지구의 러시아와 같은 곳이라고 할까.
넓은 지역을 통치하는 제국 급의 수도라면 어마어마한 양의 약탈품이 쌓여 있을 것이다. 그걸 취할 수 있는 기회였다.
물론 약탈품의 반은 내가 가져간다. 이 정도만 해도 제국으로 돌아가면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병사들의 숫자가 좀 많다.
“어째 수천 명은 더 보이는 것 같다?”
잽싸게 아식스가 달려와 보고를 했다.
“청년들이 2천이나 더 지원했습니다.”
“어째서?”
“복수를 한답니다.”
“복수라.”
나는 피식 웃었다.
여신의 군대라고 해도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다.
독실한 신앙인들은 사제나 성기사에 한정할 수 있었다. 이곳까지 와서 생계를 꾸려 나갔지만, 그들이라고 욕심이 없을 리는 없었다.
약탈을 허용한다는 말에 서로 가겠다고 난리를 친 것이다.
다행히 신병들은 다들 기본적인 군사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오지에서 생활하면서 체력은 강했다.
이 정도라면 후방에서 힘을 제법 써 줄 수 있을 것이다.
“진군하라!”
“와아아아아!”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지금까지 내 군대는 무패를 자랑했고, 여신이 직접 목소리를 들려 줄 만큼이나 칼도나의 관심이 높았다.
사람들이 생각할 때에는 자신들이 칼도나의 가호를 받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니 목숨 걸고 전투를 할 것이 뻔했다.
드디어 수도 공략이 시작됐다.
마도 연합의 수도 아라스.
이곳은 제국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북 대륙의 중심지로 버텨 온 곳이다.
연합 대부분의 영토가 척박했지만, 워낙에 넓었고 많은 사람들이 살아갔다. 그렇기에 경제가 한곳에 집적되는 현상을 보였다.
제국의 수도에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충분히 화려했고 두터운 성벽과 수많은 방어 병기들로 무장되어 있었다.
수도의 외곽에는 많은 초소들이 존재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수도가 타격을 받으면 마도 연합이 분열될 수도 있었기에 평소에도 철저하게 방비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아라스 외곽 제3 초소.
전방은 전쟁 중이었지만, 이곳 수도만큼은 그런 여파를 느낄 수가 없었다.
최근 들어 사령술사들이 문제를 일으켰지만, 중앙군이 3만이나 파견되었으니 지금쯤이라면 정리가 됐을 것이다.
제3 초소장 아탈은 쌀쌀한 바람에 옷깃을 여몄다.
근무를 함에 있어 추위는 지루함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으으으, 오늘도 더럽게 춥네.”
이빨이 딱딱거렸다. 얼마나 추운지 입김이 바로 서리가 될 지경이었다.
근무 시간이 언제 끝나는지만 생각하고 있던 아탈은 바닥에서 진동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드드드드!
“지진인가?”
동이 틀 무렵.
저 멀리서 어마어마한 인마가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