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016
1025장. 애국(愛國)(6).
“어떻게 됐나?”
“로비스트들을 동원해 원로 장군들을 움직였습니다. 곧 기체 선정이 결정 날 것 같습니다.”
“그래야지. 나라도 콩만 한 것들이 스텔스 쌍발기라니.”
홍콩의 집무실.
리장창이 보고 결과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10년 전부터 태동한 한국의 5세대 자체 전투기 개발.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하고 무시했다.
이제 갓 IMF를 졸업한 놈들에게 그럴 만한 여력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혼자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메모리 반도체로 세계를 휩쓴 놈들답게 무섭게 해당 사업을 추진했다.
정부와 군부, 기업들이 한몸처럼 움직였다.
북한을 주적으로 알고 북한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국민들도 그들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화들짝 놀란 중국과 리장창은 그때서야 움직였다.
가장 먼저 한국에 빨대를 꽂고 있는 미국 군수업체와 비밀리에 손을 잡았다.
미국과 중국 외교 채널을 동원해 은근히 압력을 가했다.
IMF 체제를 빠른 기간에 졸업했지만 아직도 경제 체력이 탄탄하게 자리잡지 못한 한국 정부는 금세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해마다 같은 문제가 대두됐다.
누가 봐도 낡고 오래된 한국 전투기들이 잊을 만하면 추락했다.
미국은 비싼 가격에 전투기를 팔아먹기 위해 혈안이 됐다.
그때 제시된 방향이 단발 제트 훈련기였다.
적당히 고치기만 하면 오래된 전투기들을 충분히 교체할 수 있다고 운을 띄웠다.
락히트 마틴사가 총대를 멨다.
한국 정부도 흔쾌히 승낙했다.
똑똑한 놈들답게 항공우주분야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삼으려 했다.
그 점에서 한국 정부가 첫발을 내딛었던 것이다.
중국 정부도 바빠졌다.
동북아에서 스텔스기를 처음 만드는 건 중국 당국이어야 했다.
공산당 정권은 인민들에게 치적을 보여 줄 대상으로 스텔스기를 꼽았다.
해커들을 동원해 미국이 만들어 낸 최강의 스텔스기 관련 정보를 빼돌렸다.
미국 대학을 비롯해 중요한 연구시설 곳곳에 오래전부터 침투해 있던 산업 스파이들의 활약이 컸다.
부수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산업 기술들도 절취했다.
버젓이 눈을 뜨고 오만함을 자랑하던 멍청한 미국은 미래 먹거리 산업 기술들을 그렇게 빼앗겼다.
FBI에서 간혹 낌새를 눈치채고 움직였지만 그때마다 로비를 통해 적당히 무마시켰다.
미국 싱크탱크라는 작자들은 중국인들이 물질에 맛을 들이면 공산주의 대신 민주주의를 택할 거라 믿었다.
순직한 착각이다.
오랜 세월 동안 왕조와 공산당 밑에서 숨 쉬고 살던 민족의 DNA는 개조가 쉽지 않다는 걸 몰랐다.
총 한 자루로 무법천지 같던 아메리카 대륙을 휩쓸던 미국인들로서는 이해 못 할 문화와 관습의 차이였다.
배불리 먹여주면 중화민족은 따지지 않고 만족해했다.
각자 개인에게 당장 피해가 없다면 검은 고양이든 하얀 고양이든 따지지 않았다.
조금만 불편하고 억압을 가하면 발끈하는 미국 시민들과 뼛속까지 달랐다.
그런 문명적 차이로 생겨난 시간 벌이.
미국이 관대하게 중국을 품는 사이 중국은 비수를 갈았다.
언젠가 미국의 뒤통수에 칼을 꽂고 세계를 호령하는 대국이 되는 걸 꿈꿨다.
차질 없이 차근차근 모든 것들이 준비됐다.
돈 앞에 장사 없다고 미국 엔지니어들은 앞다퉈 기술을 팔아넘겼다.
자본주의에서 살아온 그들에게 돈은 그 무엇보다 우선했다.
문제는 한국이었다.
한국은 미국을 조련하는 것과 달랐다.
긴긴 세월 동안 대국인 중국 옆에서 생존해 온 나라였다.
끝까지 저항하고 맞대응하며 버텼다.
잔인했던 일본 강점기 때도 그들의 의기만큼은 절대 사라지지 않았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수억 인민들도 못 한 무장봉기를 그들은 스스럼없이 일으켰다.
몸에 폭탄을 두르고 적의 심장부를 공격한 민족들.
그 치열한 독립심에 당시 중국인들은 깊이 감명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솔직히 무서웠다.
‘통일이 된다면……. 우리는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적을 가까이 두게 된다.’
중국 공산당 실세들의 생각은 다 같았다.
지금은 쪼개져 있지만 둘이 합쳐지는 순간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형상이 될 건 자명했다.
그것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결단코 막아야 했다.
이번 스텔스 쌍발기 제조를 막는 게 그 일의 첫 번째 과제다.
쌍발기 작전 범위 안에 들어가게 될 일본과 중국.
약속한 바는 없지만 양국 모두 발끈했다.
강직한 한국 군인들이 말을 듣지 않자 정부와 타락한 정치권을 겨냥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단발기로 기종 선정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항속거리가 짧은 단발 전투기로는 결코 중국에 대적할 수 없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지 마. 한국 놈들은 기회만 주면 독하게 살아나는 놈들이니까.”
“넵! 대인.”
“그건 그렇고 장립은 어딨나?”
“미국 집에서 아내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초청에도 응하지 않고…….”
리장창은 장립만 생각하면 입맛이 썼다.
베이다이허에 초청했건만 장립 쪽에서 정중히 거절했다.
대신 선물로 단약을 보내왔다.
만남을 시도한 주목적이 단약을 얻기 위함이었기에 다들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장립 목에 줄을 걸어야 하는데.’
장립만 생각하면 뭔가 찝찝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믿을 만한 것 같으면서도 표현할 수 없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해외화교들은 믿을 수가 없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래 산만큼 정신이 오염되어 있는 화교들.
본토 중국민들보다 다루기가 어려웠다.
“그건 그렇고 장태산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아무 일 없이?”
“조용한 것 같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게 다가 아니야. 놈은 분명히 무슨 계획을 준비하고 있거나 실행 중일 게 분명해. 절대 방심하지 말도록 전해.”
“넵!”
‘장태산…… 장태산…….’
이제는 두렵기까지 한 그 이름을 되뇌는 리장창.
그럼에도 그는 몰랐다.
자신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작업에 장태산이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
‘전자전기도 알아?’
정지용 소장은 장태산의 박학다식한 식견에 혀를 내둘렀다.
군대를 다녀와도 밀리터리 쪽에 관심이 없다면 전혀 알 수 없는 내용이다.
일반인들은 마하를 돌파하는 초음속 전투기들은 성능에 관계없이 다 강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엄연히 달랐다.
전투기는 1세대에서 5세대 스텔스까지 진화했다.
한국은 이제 겨우 4세대 전투기인 F-15K를 소유하고 있는 수준이다.
한국 공군기 최초로 종심타격이 가능한 무장능력과 엄청난 폭장량으로 주변국을 긴장시켰다.
미국 정부는 5세대 F-22를 소유하게 되자 한 세대 뒤처진 전투기를 팔아먹었다.
일본에는 진작 넘겼던 기체.
그럼에도 최신형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동북아에서는 최고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다.
중국은 미국에서 빼돌린 기술로 스텔스기를 제작하고 있었다.
일본도 미국에게 F-22를 제공해 달라고 로비를 하는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전자전기.
오로지 미국만 완벽한 전자전기를 소유하고 있다.
현존하는 최강 스텔스기인 F-22도 가상 전투에서 패배시킨 무서운 녀석이다.
전자전기는 그래서 진짜 최강자였다.
본래 전자전기의 탄생은 통신교란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그 영역이 급속도로 확대됐다.
특히 베트남 전쟁 때 소련의 지대공 미사일에 엄청난 피해를 봤던 미군은 전자전기와 대공제압기를 통합하게 된다.
족제비라 불리는 대공제압기가 등장해 판세를 뒤집어 놓았다.
그 이후 전자전기는 엄청난 속도로 진화했다.
이라크에서는 F-4G가 앞장서 지대공 미사일 기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후세인이 그렇게 믿었던 이라크의 대공망은 개전 초기부터 전자전기에 의해 지휘통신망이 교란되며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와해된 방공망.
사막 국가에서 방공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자 그 뒤부터는 일방적인 다국적 항공기들의 폭행이 시작됐다.
전장에서 그렇게 실전을 쌓으며 중요성을 확인한 미국은 함대전투기 F-18을 개조해 그라울러라는 전자전기를 개발했다.
그라울라는 더 무서웠다.
기존의 전자전기 영역을 뛰어넘어 정찰과 공격임무까지 부여받았다.
몇 년 전부터 운영 중인 그라울러는 원거리 전자방해 및 공대공과 레이더 파괴 미사일을 장착하고 하늘을 누볐다.
공격편대와 짝을 이뤄 전직 깊숙이 침투해 방공망을 제압하고 아군공격편대를 보호하는 중요한 책무를 맡았다.
그 결과로 F-22 모의전에서 레이더를 침묵시키고 격추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런 전자전기를 만들자고 제안하는 장태산.
‘농담은 아닌 것 같은데…….’
웃고 있지만 장태산의 얼굴에서 장난기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의 말이 진심인 게 확 느껴졌다.
‘설마 조금 전 언급한 수조 지원도 진짜?’
꿀꺽.
정지용 소장은 침을 삼켰다.
장태산에 관련한 정보를 알려주던 이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감히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거물이다!’
“어렵습니까?”
“아니 그게…….”
“스텔스기와 전자전기, 그리고 조기경보기 등이 함께 움직이면 무적이라고 하던데 틀립니까?”
“맞습니다만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스텔스 쌍발기를 추구하고 있지만 지금 기술로는 반매립밖에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조기경보기는 있지 않습니까?”
“그건 맞지만.”
“그럼 쉽네요. 쌍발 스텔스기를 지향하면서 전자전기도 같이 준비하면 될 거 아닙니까. 어차피 만드는 김에 이것저것 제작하면 좋고 말입니다.”
“저기 회장님.”
정지용 소장의 입에서 절로 회장님 소리가 흘러나왔다.
전투기를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소요를 확인하고 기체선정과 탐색 개발에 실증기 투입까지.
최소 10년 이상은 소요됐다.
그러나 장태산 회장은 몇 년이면 될 것처럼 말하고 있다.
‘변호사라더니…… 한계가 있어.’
문과생과 이과생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시시때때로 문과 계열이 많은 국방연구원과 부딪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실상과 다른 이상을 꿈꾸는 그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도와드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돈만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미국은 최상위 전투기 관련 기술들을 국가보안법으로 묶어놨습니다. 그걸 받아낼 방법이…….”
“우리 손으로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네? 우리 손으로요?”
“DF-X 전투기는 블록 방식으로 개발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럼 간단하게 생각하죠. 쌍방 스텔스 형상을 일단 확정 짓고 날개는 대세인 수직미익기로 하죠.”
“…….”
본인이 결정권자라도 되는 듯 거침없이 제안하는 장태산.
정지용 소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빨려 들어가는 자신을 느꼈다.
“쌍발은 일단 기체가 크니까 연료통도 크고, 그렇게 되면 작전반경도 넓어질 뿐만 아니라 출력 및 폭장량, 안전성도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장태산 회장이 장점들을 열거했다.
“생산 단가가 쬐금 더 들지만 어차피 최신형 전투기라는 녀석은 몸체가 금값이니 그 정도는 이해하도록 하죠.”
‘지금 뭐라는 거야?’
“디자인은 다 거기서 거기라 카피해도 뭐라고 할 이들은 없는 것 같고……. 문제는 스텔스 도료와 RCS라 불리는 레이더 반사면적을 줄이는 기술이 필요한데…….”
꿀꺽.
장태산이 말을 하다 소주잔을 시원하게 비워냈다.
“레이더 교란을 위해서도 전자전기 포드도 달아야겠군요. 요즘 다들 최신형 기체에 달고 다니는 다기능 위성배열 레이더도 성능 좋은 놈으로 부착하면 될 것 같고……. 맞습니까?”
자동차 옵션 정도를 선택하듯 쉽게 말하는 장태산 회장.
“마, 맞습니다.”
“아! 가장 중요한 체계통합기술 같은 소프트웨어가 빠졌군요.”
장태산이 혼자 북치고 장구까지 쳤다.
“저기 회장님…….”
“엔진은 아쉽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미국 제품을 일단 구입하고, 합자회사로 현지 생산하다가 10년 정도 뒤부터 자체 개발해서 다는 걸로 하죠.”
장태산이 결론까지 내렸다.
말은 참 쉬웠다.
지금 열거한 기술들은 진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최첨단 기술이었다.
“장착할 미사일도 나중에 개발하고, 지금은 구입해서 쓰는 걸로 하죠. 비싸서 그렇지 미국산이 성능이 좋습니다.”
장태산은 제가 말한 것들이 다 이루어진 듯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회장님……. 지금 말씀하신 것들 모두 한꺼번에 추진하겠다는 말씀이신지.”
“네.”
“!!!”
‘미친 건 아닐 테지?’
정지용 소장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아무래도 장태산 회장의 상태가 정상이 아닌 듯했다.
씨익.
그때 장태산이 심각한 표정의 정지용 소장을 보며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연구소에서 모두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네? 그걸 다 만들어 준다고요???”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