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06
105장. 당신 대표하세요.
‘지금 얘가 뭐라는 거야!!!’
황연태 실장은 장태산의 폭탄선언에 정신이 없었다.
서련이 실종 때 큰 도움을 받은 일은 감사했다.
이 바닥이 워낙 지저분한 탓에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뜨고 싶은 애들은 많았고 물주들은 그런 애들을 노렸다.
확실히 뜨는 애들 말고는 상당수가 스폰의 길을 걸었다.
철저하게 막았지만 대표가 틈을 이용해 서련이를 빼돌렸다.
눈이 뒤집어졌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과거 가르쳤던 걸그룹도 그렇게 구렁텅이에 빠졌었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장태산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서련이는 무사히 다음 날 숙소로 복귀했다.
많은 걸 묻지 않았지만, 표정이 살아 있어 괜찮다는 걸 알았다.
다만 그날 대표를 비롯해 동생인 이사까지 모조리 횡령과 배임으로 체포됐다.
대표 구속으로 예약된 스케줄이 펑크가 나 모두들 멘붕 상태에 빠졌다.
몇 명 없는 직원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뒤숭숭한 상태였다.
대표와 이사가 체포됨과 동시에 구속되었다.
황연태가 찾아갔지만 면회가 거절당했다.
대표와 책임자 없는 회사는 표류하는 배와 같았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게 확실했다.
과거 대표와 그 동생이 안 좋은 짓거리를 많이 해 고소를 당했다 생각했다.
그런데 눈앞의 어린 녀석이 태연히 자기가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 녀석 정체가 뭐야?’
황연태는 눈앞의 생글거리는 장태산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처음 볼 때부터 범상치 않다는 생각은 했었다.
이제 스무 살 먹은 녀석이 걸그룹을 어머니 동창회나, 오티 등의 사적 행사에 동원했다.
회사 명함을 받고도 반신반의했었다.
어린놈의 새끼가 강남 주소지 회사의 대표다.
갑작스럽게 호출을 받았을 때도 이유를 몰랐다.
사무실에 반드시 찾아오라는 말을 들었다.
할 일도 없고 답답해서 커피나 한 잔 마시러 왔다.
조그만 사무실 오피스텔을 구경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입구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연예인 뺨을 때리게 생긴 미모의 여직원이 친절하게 맞았다.
사무실도 대충 소파 한두 개나 책상으로 꾸며지지 않았다.
딱 봐도 돈 좀 썼음직한 럭셔리 인테리어다.
살짝 기가 죽어 장태산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때 황연태는 충격을 받았다.
넓은 책상 위로 쫙 세팅된 대형 컴퓨터 모니터만 몇 대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은 장식품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웃으며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장태산의 모습은 스무 살 어린 애가 아니었다.
그동안 사회생활하면서 만났던 대기업 사장 정도 되는 포스다.
감히 말을 편하게 놓을 수 없었다.
장태산도 편하게 말을 놓으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기업의 오너만 보일 수 있는 자세다.
그런데 그런 장태산이 대표와 이사를 고소한 장본인이라고 밝혔다.
“제가 KNB 엔터테인먼트 대주주입니다.”
장태산이 책상 위에 있던 서류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황연태는 놀라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서류를 꺼내 보았다.
30억에 지분 51프로를 넘겨받았다는 증권매매계약 서류다.
법무법인 공증까지 마쳤고 등록까지 끝난 완벽한 증서다.
“대주주이자 투자자로서 회사 재무사정을 살피던 중 의심스러운 정황을 발견해 고소하게 되었습니다.”
친절하게 장태산이 설명했다.
“구속된 양 대표와 양 이사 지분은 횡령과 배임에 대한 배상금으로 회수 진행 중입니다.”
“그럼 회사는…….”
“완벽하게 제 투자회사의 자회사가 됩니다.”
“아!”
황연태는 확인하고 신음을 터트렸다.
장태산이 아는 동생에서 이제는 회사 사장이 됐다.
“투자는 장난이 아닙니다. 서련이와 인연이 있지만 수익 없는 투자 사업은 딱 질색입니다. 그런 건 자선 사업가들이나 하는 짓이죠.”
장태산의 말투는 냉정한 투자자 그대로다.
황연태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실력은 있지만 잊혀진 가수가 됐다.
제자들을 잘 키워냈지만 대표들과 끊임없는 마찰로 곳곳에서 잘렸다.
오래 사랑했던 여인과 결혼해 애까지 딸렸다.
쥐꼬리만 한 월급이라도 벌어야 가정을 건사할 수 있다.
다른 일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음악이 좋았고 커가는 애들을 보는 게 즐거움이었다.
“알아봤더니 회사 사정이 엉망이더군요.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수익을 이제 기록하고 있습니다. FOB 멤버들로 말입니다. 하지만 이후 수익은 장담할 수 있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시죠. 황 실장님?”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투자만 있다면 수익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인생 성공까지 노릴 수도 있습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너무 수익 위주로 빠지다 보니 소속사 아이들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 아이들도 성공을 위해 젊은 시절 귀중한 시간을 다 투자했습니다. 그들이 흘리는 땀과 열정을 봤다면 그 누구도 함부로 재단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함께 성장했다면 그들이 독립할 때까지 동반자로서 같이 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돈과 정이 함께 공유되어야 한다고 전 생각합니다! 반드시 그래야 됩니다!”
황연태는 참았던 울분을 격하게 토했다.
이쪽 업계에서 몸소 경험했던 그 놈의 돈돈돈!
황연태는 그런 구조를 바꾸고 싶었다.
혹독하게 훈련받았던 아이들이 피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게 가슴 아팠다.
그들이 자기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자본의 논리는 언제나 냉혹했다.
황연태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얼마 전에 황 실장님이 하셨던 말 기억하십니까?”
“네? 어떤 말이요?”
“먹을 만큼만 먹는다는 그 약속 말입니다.”
“스키장?”
황연태는 어렴풋이 기억해냈다.
“앞으로 한류는 더욱 더 붐을 일으킬 겁니다. 중소업체로는 그런 한류를 제대로 커버하기 힘듭니다. 아이돌이 한류 문화대사라는 말이 통용될 것입니다. 중국을 비롯해 아세안 쪽에서는 한국 아이돌이 제대로 먹힐 겁니다. 케이팝은 세상에 새로운 장르의 대세가 될 겁니다.”
“그걸 어떻게……, 압니까? 진짜 신 받았습니까?”
장태산이 줄줄 미래를 예견하자 황연태가 당황하며 물었다.
“황 실장님 집안이 당골래라면서요. 그 정도도 예측 못합니까?”
“그거야 우리 할머니는 작은 동네 수준이라…….”
“규모의 집단화가 필요합니다. 기업체가 되어야 합니다. 체계적으로 스타가 되기 위해 꿈을 꾸는 능력 있는 아이들을 선별해서 육성해야 합니다. 동시에 인성 교육과 사회화 교육도 회사에서 밀어줘야 합니다.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해 과외라도 시켜야 합니다.”
“맞아요! 애들이 어릴 때 스타 됐다고 아무것도 못 배우고 다 털려버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반드시 사회교육은 필요합니다!”
분노에 찬 황연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돈 다 날리셨죠?”
“뭐, 뭘요?”
“한때 잘 나가는 가수였다면서요. 세상 살다 쪽 빨리셨죠?”
“…….”
아픈 과거 흑역사를 언급하자 황연태는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
“아이들이 연습생으로 들어오면 최저시급 알바비는 지급해야 합니다. 동시에 수익 배분은 깔끔하고 철저하게 5:5 정도로 배분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맞아요! 아직도 8:2나 7:3으로 계산하는 업체가 많아요. 그것도 이것저것 더 떼먹고 정산해 주는 도둑놈들 천지입니다!”
아이들 얘기만 나오면 황 실장은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쾌적한 숙소는 물론 따뜻하고 영양가 있는 식단을 제공했으면 합니다. 차량도 안전이 보장되는 차량으로 지급하고 말입니다.”
“대표님이 뭘 아십니다. 투자 없이 빼먹으면 그건 양아치 놈들이죠. 체계적인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합니다. 코디뿐만 아니라 헤어디자이너, 안무가들도 직업적 안정성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걔들도 얼마나 불쌍한지 아십니까? 쥐꼬리만 한 월급 받으려고…….”
“잘 부탁합니다. 황 대표님.”
“네? 뭐, 뭐라고요?”
“새로이 태어날 M.T.S 엔터테인먼트사의 새로운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지금의 그 마음 변치 마십시오. 그럴 리 없겠지만 배신하면…….”
웃음 뒤에 감춰진 차가운 경고.
황연태는 얼어붙은 채 장태산이 내미는 손을 잡았다.
‘내가 대, 대표라고???’
***
‘깔끔하니 좋잖아. 서련아, 이제 꽃길만 걸어라.’
서류를 보자 흐뭇했다.
돈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지만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추잡스러운 양씨 패밀리들은 구속된 채 모든 걸 토해냈다.
소문 안 나게 나머지 지분과 통장에 꽂혀 있던 30억을 뱉어냈다.
횡령과 배임 금액을 적당히 조정해 주는 조건이었다.
사회에 나와 봤자 몸이 안 따라줄 텐데 그걸 몰랐다.
남자의 생명이라는 아침 텐트는 평생 있을 수 없다.
비아그라를 먹어도 불가능했다.
기와 혈맥은 같은 루트를 사용했다.
기맥이 죽어 가는데 그게 설 리가 없었다.
숟가락 들고 숨만 쉬는 것도 벅찬 인생을 살게 될 양씨 형제다.
회사명을 M.T.S로 바꿨다.
별도 회사를 설립해 투자했다.
마운틴 태산의 약자였지만 포장명은 뮤직, 탤런트, 스타의 약자라 알렸다.
산처럼 든든한 태산 오빠의 약자라는 건 나만 안다.
투자 자본을 외국계도 포함시키기 위하여 로버트를 통해 미국계 사모펀드 자금도 투입했다.
지분 40프로로 맞췄다.
거기에 내 투자회사 지분 50, 황 대표가 10프로였다.
상장할 일은 죽어도 없다.
괜히 돈 몇 푼 더 받겠다고 설치다가는 골치만 아프다.
황 실장은 계약서에 사인하며 울었다.
믿음에 배신하지 않고 대한민국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적자가 나더라도 대표 연봉 1억은 기본 보장이다.
앞으로 몇 년 후면 본격적으로 한미 FTA가 발효된다.
국내 자본이라면 우습게보고 태클 걸 놈들에게는 쥐약이다.
여차하면 미국에서 소송해 버릴 생각이다.
미국은 철저하게 자본 논리에 따른다.
조금이라도 소송 거리가 있다면 최고급 변호사들을 투입하면 그만이다.
덤으로 카르마 포인트도 획득했다.
좋은 일에는 항상 포인트가 선물로 찾아왔다.
“연예계 사업이 돈 되냐? 혹시 동네 동생이라던 서련이 좋아하냐?”
조 변호사님이 서류를 검토하는 날 보고 물었다.
삼우 로펌 변호사들을 통해 모든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조 변호사님의 얼굴이 갈수록 좋아졌다.
“쌍둥이 여동생 같아서 챙겨주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연예 기획사들 물 좀 갈 때가 됐습니다. 타인의 성공을 빌미로 갑질하는 세상은 끝내야죠.”
“그게 쉽냐? 나도 검사로 살았지만 마음처럼 안 됐다. 뭔 놈의 줄들이 그리 많은지……, 있는 집 새끼들 한 번 처넣으려면 국회의원은 기본이고 선배들, 법무부까지 협박해 오는 게 다반사다. 니가 몰라서 그렇지 조용히 묻힌 사건도 태반이다. 일반인들이라면 10년 이상 콩밥 먹을 놈들이 집행유예로 나오는 게 현실이다.”
검찰 고위급 출신 조 변호사님이 고개를 저었다.
“천천히 바꿔야죠. 대한민국 국민들 우습게보지 마십시오. 다들 배울 만큼 배워서 어느 날 크게 한 건 터트려 세상을 바꿀 겁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썩어도 너무 썩었어.”
“조 변호사님도 많이 도와주십시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래야지. 장 대표 만나고 난 후부터 검사할 때보다 더 보람찬 거 알지? 고맙다.”
조 변호사님은 인성이 된 분이다.
나이도 어린 나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휴가 가고 싶으면 말씀만 하십시오. 가족 여행권 끊어 드리겠습니다.”
“정말이지? 우리 마누라가 성화다. 부모님도 없는데 집구석에만 있지 말고 여행 좀 가자고 말이다.”
“팰튼 호텔 있는 곳은 다 됩니다. 유세라 씨에게 말하면 추진해 줄 겁니다.”
“가족 여행 진짜지? 나 오늘 마누라에게 말한다?”
“보너스입니다.”
“하하하하! 그래 장 대표! 넌 진짜 크게 될 분이다.”
조 변호사님이 하는 일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강직한 이 분을 만나지 못했다면 일처리가 복잡했을 것이다.
“로펌 나머지 지분도 인수하는 게 좋겠습니다.”
“전부 다?”
“네. 전부다 인수하십시오.”
“흐음……, 내놓으려고 하지 않을 텐데.”
“1차로 파는 분께는 1,000억 쏜다고 하세요. 2차는 900억입니다.”
“…….”
간단히 1,000억대를 말하자 조 변호사님이 어이없다는 눈으로 날 봤다.
“넌 1,000억이 우습냐?”
“삼우 로펌은 가치가 충분합니다.”
“그래도 비싸! 500억 정도면 충분히 구매 가능해.”
“편하게 일하고 싶습니다. 신경 쓰지 말고 질러 주세요.”
“와아……, 징한 놈.”
몇 푼 깎겠다고 질질 끄는 것도 성미에 맞지 않았다.
“소리 소문 없이 처리해 주십시오. 그리고 대표였던 분들은 명의만 고문 직위로 처리해 주십시오.”
썩은 물이다.
직접 로펌을 차리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쪽도 인맥 장사다.
일반 대중도 들어봤을 삼우 로펌 이름값은 그 정도 됐다.
“두 사람 영업력이 장난 아니다. 대기업 쪽은 인맥 장사야.”
“적자만 안 나면 됩니다. 그리고 더 큰 고객들이 대기 중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더 큰 고객?”
조 변호사님도 알면 깜짝 놀랄 일들 천지다.
조만간 그룹들 몇 개를 인수할 생각이다.
그 파트너로 삼우 로펌이 선택될 것이다.
“믿음직한 변호사들은 붙잡고 배신 때릴 이들은 쫒아내도 좋습니다.”
“흐음……, 전권이야?”
“단, 제가 직원 명부를 먼저 봤으면 합니다.”
“투자자가 그렇다면 그래야지. 일은 바로 추진이지?”
조 변호사님도 내 성격 파악이 끝났다.
“네. 바로 추진해 주십시오.”
“자가용 비행기 곧 탈 것 같은데……, 맞아?”
“아마도요~.”
“사랑한다. 우리 마누라보다 더.”
조 변호사님이 활짝 웃었다.
조 변호사님도 점점 로버트를 닮아 가는 것 같다.
“조 변호사님, 재산 관리 깔끔하게 하십시오. 나중에 큰일 한 번 하셔야죠.”
“!!!”
관에 있던 남자다.
대한민국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애국심이 아직 활활 타오르는 분이다.
커가는 걸 지켜보고 싶었다.
“로펌 대표는 명망 있는 분으로 추천해 주십시오.”
“알겠다.”
말뜻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로펌 대표가 정치하는 건 사람들이 싫어했다.
띠리리 띠리리.
핸드폰 벨소리가 그때 울렸다.
국제번호가 찍혔다.
통화 버튼을 가볍게 눌렀다.
“다니엘! 나~ 이제 곧 가족과 함께 출발해! 보고 싶어!”
# 106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