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6
15장. 대청소하기 좋은 날 (3)
“아아아아아아악!”
“파, 팔이 움직이지 않아요.”
“내 다리! 내 다리리리리리리!!!”
삐뽀삐뽀!
병원이다.
밖에서는 응급실 앰뷸런스 소리가 요란하다.
시에 있던 119 응급차가 모두 동원된 듯 난리다.
나에게 얻어터진 애들이 공포가 사라지자 마음껏 비명을 질렀다.
응급실이 난장판이다.
새끼들 목청 한번 좋다.
“학생은 어디 아픈 곳 없어?”
“가, 가슴이 아픕니다. 배도 맞았는데 꾸룩거리고 좋지 않습니다. 머리도 어지럽습니다. 우웩…….”
쇼는 진작 시작됐다.
112와 119가 나타난 순간 난 바닥에 누웠다.
어이없어 바라보던 친구들과 일진 패밀리.
일단 증상을 많이 만들어야 병명을 확대하기 쉬웠다.
“그래? 많이 맞았어.”
“쟤들이……, 돈을 뺏고 집단으로……. 흑.”
눈물과 콧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휴우. 알았어. 일단 MRI와 엑스레이 찍어볼게.”
“네……, 선생님.”
의사 선생님이 피가 묻은 내 입을 거즈로 닦아 주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양아치들을 한 번 노려보는 걸 잊지 않았다.
누가 봐도 어느 쪽이 선과 악인지 판별이 가능했다.
내 연기력은 절정에 달했다.
대낮의 응급실을 장주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점령했다.
학교의 명예가 오늘 날짜로 땅에 처박힐 게 뻔했다.
“그래서 누가 때렸다는 거야?”
“저, 저기 2학년 선배가…….”
“쟤가 때렸다고?”
맞은 후배들이 나를 가리켰다.
후훗. 오늘 학교에서 영화 한 편 찍었다.
아니 아직도 씬이 끝나지 않았다.
끝나야 끝나는 롱롱샷이었다.
112에 전화하고 딱 5분 만에 경찰차 세대와 앰뷸런스가 사방에서 몰려왔다.
학교가 뒤집어졌다.
점심 맛나게 드시고 졸거나 인터넷을 보던 선생님들이 모두 밖으로 튀어나오셨다.
그리고 그대로 굳었다.
아이들이 줄줄이 경찰차를 탔다.
걷지 못하거나 팔이 부러진 애들은 앰뷸런스를 이용했다.
동네 주민들이 모두 나와 구경했다. 시골 읍내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라 핸드폰으로 찍어대기 바빴다.
선생님들이 다급히 몰려왔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112 공식 전화로 사건 신고가 들어갔다.
딱 봐도 대형 폭력사건이었기에 경찰도 쉽게 마무리하지 못했다.
애들에게 말해뒀다.
있는 그대로 말하라고.
단, 나와 홍성현을 비롯한 양아치들이 집단으로 싸웠다고만 진술하면 된다고 말이다.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눈치가 다들 제법이다.
“이름이……, 장태산. 장주 고등학교 2학년 4반 맞지?”
인상이 험한 강력계 형사가 나에게 다가와 취조를 시작했다.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고, 오자마자 나를 째려봤다.
“네.”
“왜 그랬어?”
“네?”
“왜 애들 팼냐고!”
어라 이 아저씨 오버 하시네?
밑도 끝도 없이 왜 팼냐고만 물었다.
호흡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어차피 이런 때를 기다렸다.
“전 피해자입니다. 가해자들은 저기 있는 학교 불량 서클 학생들입니다.”
“쟤들은 맞았잖아!”
“저도 환자입니다.”
“입술 좀 터진 거하고 같아! 너 이 새끼 유단자지? 뭐뭐 땄어. 불어봐. 조사하면 다 나오니까 빨리 불어.”
수첩 하나 들고 신경질적으로 말하는 경찰은 딱 봐도……, 비리 형사다.
아저씨 미안합니다.
그 밥줄 제가 끊어드리지요.
형사는 지금 내 핸드폰의 녹음기능이 켜져 있는 걸 모른다.
“형사님. 너무 하십니다. 누가 봐도 제가 피해자입니다. 쟤들이 돈을 뺏고 먼저 공격을 했는데……, 왜 저만 뭐라 하십니까! 크윽.”
이번에는 눈물까지 찔끔 흘리고 목소리는 울분에 차 떨렸다.
올해 연기 대상은 내가 먹어도 될 것 같았다.
“야!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끝내자. 애들 왜 팼어? 계획적으로 불러냈지? 그리고 마음에 안 드는 후배들 팬 거 맞지?”
“무슨 소립니까! 저 애들이 학교 애들 돈도 빼앗아 갔습니다! 그리고 힘없는 애들을 때리고 협박도 합니다! 저 새끼들 학교 일진이란 말입니다!”
“일진은 무슨! 친구들끼리 돈도 빌려 갈 수도 있지. 그걸 야박하게 빼앗아 갔다고 하면 안 되지. 우리 때는 말이야. 친구들끼리 싸워도 좋게 소주 한 잔씩 하고 끝냈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잘도 지껄이는 형사 아저씨였다.
“그런데 형사님은 누구십니까?”
“강력 2팀 박동석 경위다.”
“……형사님, 돈 받으셨어요?”
“뭐, 뭐라고. 인마!”
내 훅 들어가는 질문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당황하는 박동석 경위.
받았구만 받았어!
“그런데 왜 그렇게 저를 몰아세웁니까? 아직 법정대리인인 보호자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전 미성년자입니다. 그렇게 죄인 취조하듯 몰아붙이면 안 되지 않나요?”
“…….”
또박또박 말하자 박동석 경위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인상이 더 더러워졌다.
“이 새끼가 어디서 이빨을 까고 있어! 내가 너 같은 놈 한둘 본 줄 알아! 어린놈의 깡패 새끼가!”
박동석 경위가 수첩을 든 손을 치켜들며 때릴 자세를 취했다.
헐. 이 아저씨도 아멘 아미타불이다.
녹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저렇게 막말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저 폭력적 행동!
똑똑히 눈에 담았다.
“형사님 나빠요. 다른 형사님 불러주세요. 의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
애처럼 말하며 의사를 급하게 불렀다.
“왜? 무슨 일이야?”
응급실 의사가 급히 달려왔다.
나는 놀라서 울먹이는 표정을 지었는데, 어찌나 연기에 열중했는지 눈물이 진짜 흘러나왔다.
“혀, 형사님이 저를 깡패라고 하며 죄인 취급하세요……. 심장이 막 아파요……, 머리도 어, 어지러워요…….”
“이런!”
내 연기에 의사쌤은 깜빡 넘어갔다.
내공을 살짝 역류시켰다.
그러자 몸의 안색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피가 거꾸로 도니 당연한 현상이다.
“뭐하십니까! 지금 환자를 제 허락 없이 취조하신 겁니까! 그러다 사고라도 생기면 형사님이 책임지실 겁니까!”
젊은 의사쌤이 버럭 했다.
조연 역할이 아주 잘 어울렸다.
“아, 아니 그게…….”
벙찐 얼굴이 된 동석이 아저씨.
잘 가시오. 아마 곧 본인도 모르게 스타가 될 겁니다.
“아아악!”
확실하게 비명을 질러줬다.
그리고 머리를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간호사! 혈압강하제 준비해! 빨리 이 환자 엑스레이하고 MRI 찍어봐. 급행으로 처리해! 뇌진탕 초기 증상 같으니까 머리 조심하고!”
“네. 선생님.”
내 침대가 바로 옮겨졌다.
형사가 멍하니 떠나는 나를 봤다.
아저씨. 인생 그렇게 살면 안 됩니다.
불의에 눈감으면 그게 형사입니까? 묵시적 깡패 새끼죠.
난 편안하게 침대에 실려 움직였다.
얼굴은 창백했고 땀은 비 오듯 흘렸다.
내공만이 줄 수 있는 신체적 변화였다.
‘자! 타거라. 활활.’
초가삼간에 불이 나면 방법은 딱 하나 밖에 없었다.
어차피 어설프게 타도 쓸모가 없어지는 초가삼간이었다.
선택은 오직 하나.
미련 버리고 새집을 지을 수 있도록 불길을 더 지피면 되는 것이다.
***
“전치 16주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오른손 손가락과 관절이 수십 개로 조각난 상태입니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평생……, 장애를 안고 살 것 같습니다.”
“크으.”
홍성현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특실에 누워있었다.
오른손에는 붕대가 칭칭 감긴 채 안전장치에 묶여 있었다.
그 옆에 배가 나온 둥그런 인상의 금테 안경을 한 아버지 홍장혁이 이를 깨물며 분노를 참았다.
주치의의 설명을 듣자 분노가 머리끝까지 찼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막둥이 아들이었다.
자신을 많이 닮아 예뻐했다.
학교 생활이 가끔 시끄러울 때가 있었지만 다 지나가는 한때라 생각했다.
그리고 평소 집에서 그렇게 가르쳤다.
밑바닥 인생들과는 절대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말이다.
“그 새끼……, 지금 어딨어! 내 아들 이렇게 만든 깡패 새끼 어디 있냐고!”
“이, 입원 중입니다.”
보좌관이 떨면서 답했다.
홍장혁은 인상과 달리 잔혹한 인물이었다.
변호사 시절부터 돈 되는 일에는 영혼을 팔았다.
시의원이 돼서도 권력과 결탁해 돈을 쓸어 담았다.
“구속시켜!”
“……박 경위가 움직였지만 불가능할 거 같다고 합니다. 아직 미성년자고 그 학생도 전치 8주라 합니다.”
“학생? 그 깡패가 무슨 학생이야!”
“죄송합니다. 의원님.”
“그리고 안 돼? 뭐가 안 돼! 내 금쪽같은 새끼는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하는데 그놈이 구속이 왜 안 돼! 지청장에게 연락해. 내가 보자고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홍장혁은 진심으로 분노했다.
아들에 대한 폭행은 자신에 대한 도발이었다.
지금까지 개처럼 굴며 살아왔던 이유는 딱 하나, 잘난 놈들의 세계에서 왕처럼 살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런 홍장혁의 자존심에 쩍쩍 금이 갔다.
“그 새끼를 부숴버리겠어. 그 집안까지 싹 쓸어서!”
홍장혁은 결심했다.
자신이 지금 얼마나 위험한 거미줄에 포위된 줄도 모르고 말이다.
# 16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