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33
232장. 발각
“얼마나 술을 마셨으면 핸드폰도 꺼놓은 거야? 알아서 잘하겠지만…….”
주설란은 아침부터 전화를 받지 않는 아들이 걱정됐다.
여동생에게 정신 교육 단단히 시켜놓고 친구들 만나러 나간 아들 장태산.
고등학교 2학년 어느 날부터 갑자기 든든한 집안의 기둥이 됐다.
책을 집필해 빚을 갚았다.
갑자기 주식에 투자해 엄청난 돈도 벌었다.
중간 정도 하던 성적도 1등으로 올랐다.
한국대 법학과에 떡하니 입학하더니 사업체도 꾸렸다.
주설란을 무시했던 친구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아들이 맞지만 가끔 낯선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아들 눈에 깃들인 엄마에 대한 사랑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렇기에 믿고 따랐다.
남편도 어느 날부터 아들을 존중했다.
이미 부모가 어떻게 하기에는 아들이 저만큼 성장해 버렸다.
하지만 이런저런 걱정은 떠나지 않았다.
재벌집 딸로 자랐던 주설란이었다.
시기 질투가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아들이 말은 안했지만 서울에서 쉽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도 짐작 가능했다.
갑자기 경호원들을 안팎으로 배치할 때 직감했다.
그래도 주설란은 묻지 않고 감수했다.
가슴 속에 쌓였던 응어리가 풀린 지도 오래다.
지금은 죽어도 여한이 없었다.
“집 밥 좀 먹여서 보내야 할 텐데…….”
방학이 거의 끝나갔다.
바쁜 아들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어 아침 일찍 해장국을 챙겨 들고 찾아왔다.
쌍둥이들도 귀하긴 마찬가지지만 아들에 대한 그리움은 더 애틋했다.
티디디딕틱.
비밀번호를 조용히 누르고 아들 집 문을 열었다.
쌍둥이 딸들도 모르는 번호다.
‘자나?’
소리가 나면 바로 나오는 아들 목소리가 안 들렸다.
조심스럽게 현관에서 거실로 들어갔다.
“응?”
눈에 이젤이 보였다.
얼마 전에 자기 집에도 이젤을 놓아달라고 아들이 부탁했다.
흔쾌히 승낙하고 작은 방에 놓았던 이젤이 거실에 나와 있었다.
바닥에는 유화물감과 도구가 어지럽게 펼쳐졌다.
밤사이 그림이라도 그린 듯 난장판이다.
“태산…….”
이름을 부르며 거실을 지나쳐 아들 방으로 가던 중 무심코 이젤을 바라보던 주설란.
“아!!!”
보는 순간 입술을 열고 터져 나오는 감탄을 막을 수 없었다.
엄청난 그림이 이젤에 놓인 캔버스에 그려져 있었다.
“처, 천사!”
새하얀 날개를 단 천사가 지상에 강림했다.
극사실주의 기법 같았지만 자세히 보니 추상화 같기도 했다.
천사가 날고 있는 공간은 놀랍게도 하늘이 아니라 바다였다.
조개들 옆으로 피어난 고통을 상징하는 쐐기풀, 죽음을 암시하는 양귀비, 순수의 데이지 꽃이 피었다.
하늘을 날아야 할 천사는 날개를 펄럭이며 물 밖으로 벗어나려 했다.
머리 위로 보이는 푸른 창공의 이미지.
존 에버렛 밀레이의 작품 《오필리아》 속에 등장하는 자살하는 오필리아와 비슷한 화풍이지만 그려내는 이미지는 정반대였다.
의 비극적인 결말이 아니었다.
새하얀 나신은 긴 머리칼로 중요 부위가 가려져 있었다.
백치미와 뇌쇄적 아름다움이 겹쳐진 천사의 얼굴은 희망으로 생명의 기운이 충만했다.
검은 면류관이 바다 속 밑으로 가라앉았다.
누가 봐도 가슴 뛰는 희망과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대작이었다.
독특하면서의 힘과 매력이 넘치다 못해 터졌다.
그림 앞에서 주설란은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화가로서 붓을 꺾고 싶을 정도로 초라해졌다.
동시에 희망을 향해 물을 가르는 천사처럼 투지도 타올랐다.
요즘 들어 사그라지던 그림에 대한 열정이 재점화됐다.
“이걸 태산이가?”
모델은 동양인이었다.
천사의 얼굴은 귀엽기까지 했다.
소담한 가슴과 날씬한 허리는 비율이 좋았다.
주설란도 모델로 삼고 싶을 정도로 독특한 기품이 은은하게 묻어나왔다.
이 정도면 모델 중에서도 특급이었다.
주설란은 한참을 그렇게 작품을 보다가 아들 방으로 향했다.
“태산아…….”
조용히 아들 이름을 부르며 열린 문을 부드럽게 밀었다.
“아…….”
그 순간 주설란은 얼굴이 화끈해지고 말았다.
반쯤 알몸 상체를 드러내고 곤히 자고 있는 아가씨를 알을 품듯 소중하게 감싸고 셔츠 차림으로 누워 있는 아들.
잠시 잊고 있었다.
아들이 이제는 성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어, 엄마!”
그때 들려오는 당황한 아들 목소리.
주설란은 더 서 있지 못하고 대꾸도 하지 못한 채 방을 빠져나갔다.
***
살다 이렇게 얼굴 쪽 팔리는 날이 올 줄 몰랐다.
세상에 엄마에게 알몸의 여인을 껴안고 있는 장면을 들켰다.
하늘 아래 가장 작은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었다.
그리고 결론은…….
솔로몬! 오늘을 잊지 않겠다!
5퍼센트 결산 받으면 되지 인간계에 감히 침범한 솔로몬!
벗으라고 할 때부터 이상했다.
아니 임윤아도 맛이 갔다.
벗으라는 의미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했다.
그동안 갑갑했던 탈을 벗고 마음껏 살라는 의미가 강했다.
분명히 그런 의미였다.
그런데…….
품에 안긴 이 바보는 진짜 벗었다.
카리스마가 작동했다.
솔로몬 왕 스킬이 작동하며 임윤아는 기꺼이 누드모델이 됐다.
그걸 좋다고 그림으로 그렸다.
솔로몬 왕이 강림할 때 뜨겁더니 각종 미술신들도 총출동했던 것 같다.
기억이 싹 지워졌다.
미친 듯 그림을 그렸다.
100호 사이즈의 대작이었다.
그걸 밤새워 그렸다.
임윤아의 등에 날개를 달아줬다.
지긋한 죽음의 그림자를 바닷속에 처넣었다.
얽매이고 옥죄던 가족, 가문, 우울함을 부적처럼 그려 넣었다.
하늘을 날아야 할 천사가 바다에서 살았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내가 내민 희망을 끈을 그녀가 잡았다.
창공을 보여줬다.
기억이 드문드문 났다.
임윤아는 모델이 됐고 난 화가였다.
둘이 뿜어내는 열기를 에어컨 바람도 식히지 못했다.
내공이 뿜어졌다.
미술신들이 요즘 내공 사용하는 거에 맛이 들렸다.
아침 햇살이 떠오를 때가 돼서야 임윤아는 그림을 봤다.
만족한 미소를 짓던 임윤아가 그대로 쓰러졌다.
임윤아를 안아 침대로 옮겼다.
평소라면 그림 그린 후유증에 끓은 욕망으로 목이 탔을 것이다.
그러나 그대로 임윤아를 안고 잠에 빠져 들었다.
꿈에서 난 임윤아을 안고 하늘을 날았다.
“으음……. 음.”
매끄러운 임윤아가 내 품에 파고들었다.
엄마를 뒤쫓아 가서 변명이라도 해야 했지만 못했다.
오랜만에 푹 잠든 임윤아가 깰 것 같았다.
자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이 흐뭇했지만 한 편으로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임성철 회장이 알면 이제 모든 게 끝난다.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다.
신들이 마음대로 내공을 사용하고 던져 놓는 바람에 기력이 없었다.
“하앗!”
갑자기 목 쪽에서 뜨거운 입김이 느껴졌다.
고개를 내렸다.
임윤아와 눈이 마주쳤다.
“!!!”
동그랗게 눈을 뜬 채 상황파악에 여념이 없는 임윤아.
어제까지 느껴졌던 죽음의 기운은 사라지고 없었다.
다행이었다.
다만…….
“이게……. 무슨…….”
설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면 큰일 난다.
알몸의 임윤아를 품에 안고 있었다.
옷을 입고 있지만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서 비명 지르고 신고하면 이계로라도 도망쳐야 했다.
한국에서 오정 그룹 눈을 피해 살 수 없었다.
대통령도 없는 죄 만들어서 감방 보낼 능력자 집안이다.
“미안해…….”
임윤아가 모기 소리로 말했다.
다행이다.
“나 때문에…….”
임윤아는 어제 일이 기억난 듯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아니 나도…….”
미안할 일이 없다.
다만 솔로몬 왕이 강림해 사고를 쳤을 뿐이다.
임윤아에게 큰소리 빵빵 쳤던 나도 있지만 그 뒤에 신들은 더 큰 스토리를 창조해냈다.
임윤아가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 아무 일도 없었어. 걱정 마…….”
그대로 임윤아 몸이 굳어 버렸다.
“왜, 왜? 뭐가 문제 있어?”
부자연스럽게 반말이 나왔다.
알몸으로 안고 있는 여자에게 존칭이 안 나왔다.
고지식한 꼰대는 아닌데 이게 자연스러웠다.
“너무하…… 네.”
“뭐가???”
여자의 마음은 아직도 모르고 영원히 모를 것 같다.
그림 그려달라고 해서 그려주고 마음의 상처도 꺼내 치유해 줬다.
갈 곳 없어 따뜻하게 침대에서 재워줬는데 너무하단다.
“내가 별로야?”
“응?”
이건 또 무슨 전개야!
“키가 작아 매력이 없어? 다들 키 큰 여자만 만났던데……. 난 아니야?”
갑자기 왜 여자 문제가 나오냐!
임윤아 씨! 우리 어제 처음 봤소이다.
그리고 주변에 키가 큰 여자만 있는 걸 어떡해?
“뭐가……. 아니라는 거야?”
확실히 물었다.
“난 매력 없냐고…….”
이불 안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임윤아.
매력 없는 게 아니라 오늘 사고 치면 큰일 날 것 같아 그랬다.
임성철 회장에게 아주 제대로 이용당할 것 같다.
임윤아는 독이 든 성배다.
먹고 죽을 줄 알면서 마시면 안 된다.
스르륵.
임윤아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자칫 엉뚱한 말을 뱉었다가는 오정과 평생 전쟁 치를지도 모른다.
“이 방은 네가 처음이야.”
미안하다 서울 집은 아니다.
“치이잇.”
“아무 여자 막 끌어안고 그러지 않아. 나에게도 꿈과 희망이 있어.”
진심 80에 20은 설탕으로 양념했다.
“바람둥이!”
“그건 인정.”
나쁜 남자가 원래 매력 넘치는 거다.
그리고 지금 나도 힘들었다.
피 끓는 청춘의 아침은 언제나 괴롭다.
그런데 알몸의 미녀까지 품고 있는 상태는 극도의 수행자가 아니면 버티기 힘든 일이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옴마니반메훔.
경을 읊었다.
이정도 인내력이면 곧 사리를 뱉고 성불할 것 같다.
어어! 임윤아! 거기는 만지는 거 아냐!!!
위험해!
“헤에……. 좋다.”
임윤아가 내 젖꼭지를 잡고 희롱한다.
처녀가 이래도 돼?
위기에 듬뿍 빠졌다.
“키스해 줘.”
임윤아가 이불 밖으로 나오며 입술을 내민다.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동자는 설렘이 가득 담겼다.
“참고로 나……. 처음이야.”
그녀의 손가락이 가슴을 지나 등을 안아왔다.
그리고 촉촉한 입술이…….
뜨겁게 부딪쳐 갔다.
“흐음…….”
나지막하게 울리는 신음.
이거 이러다…….
처음이라면서 왜 혀가 들어와!
띵동.
그때 울리는 메시지 음.
하늘이 주신 탈출 기회였다.
급하게 바지 뒷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냈다.
“!!!”
깜짝 놀랄 매시지가 담겨 있었다.
“무슨 일 있어?”
“그게…….”
핸드폰에 기록된 메시지.
– 아들……. 힘들어도 꼭 집에 와서 밥 먹어. 그 이불 속 천사도 데리고!!!
세 번 강조된 저 느낌표.
불길하고 섬뜩했다.
“어멋!”
고개를 들어 메시지를 읽던 임윤아가 놀랐다.
“우리 같이 있는 거 아셔?”
“사실은 조금 전에 왔다 가셨어.”
“뭐라고! 이 바보야! 그걸 왜 이제 말해!”
아니 말할 시간은 줬고?
“빨리 씻어. 옷! 옷이 없는데 어떡하지? 서울에서 여기까지 헬기로 얼마나 걸릴까?”
아니 무슨 옷을 헬기로 불러!
갑작스럽게 혼란스러워진 장주시의 어느 날 아침.
임윤아는 오래된 여자 친구처럼 이불을 걸친 채 화장실을 향해 뛰었다.
“하아…….”
터져 나오는 한숨.
나도 이제 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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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